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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난사람] 리처드 아르센요, 필리핀 BBMC 운영자

"장애에 관심 있는 아시아인들의 연대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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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의 장애우들은 어떻게 생활하고 있을까? 일본에서 열린 제 7회 한 · 일장애우교류대회에 필리핀 대표가 옵서버로 참석했다. 리처드 아르센요 필리핀 BBMC 운영자가 바로 그이다. 그이를 만나 필리핀 장애우복지의 현황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참고로 그이가 속한 BBMC(Bigay Burhay Multipurpose Cooperative)는 학교에서 사용하는 의자와 가구 제조를 통해, 사회경제적 상황을 개선하고 장애우의 자립생활을 달성하려는 목적을 가진 장애우들의 생활협동조합으로, 1991년 장애우들에 의해 만들어져 지금까지 운영되고 있는 최초의 생활협동조합이다.

 

▲필리핀 장애우운동-아르센요씨

필리핀, 1991년 "장애인기본법"제정

 

- 이번 만남을 통해 평소 접하기 힘든 필리핀의 장애우복지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되어 기쁩니다. 먼저 자신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 필리핀의 장애우복지는 어떻게 시작되었습니까?.
"필리핀에서 장애우운동은 1980년대부터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이전에는 운이 좋거나, 유복한 가정에서 좋은 부모를 만나 태어난 장애우들만 교육받을 수 있었습니다.

교육이나 치료를 위한 최초의 기관인 국립재활센터(national rehabilitation center)가 만들어진 것은 1970년대였습니다. 국립재활센터가 설립되던 시기에 사회복지법인이나 단체들도 많이 생겼는데, 대부분 비장애우에 의해 설립되었습니다. 사회복지법인이 많이 만들어지기는 했지만,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지체장애우나 시각장애우를 위한 휠체어나 다른 설비들이 제대로 확보되지 못했습니다.

1981년부터 1990년까지 UN이 정한 "세계장애인의 해 10년" 동안 필리핀에서는 하나의 법이 통과되었는데, 그 법은 장애우가 지역사회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여러 사회적 환경을 조성하는 법이었습니다. 1991년에는 UN이 정한 "세계장애인의 해 10년"을 마무리하면서, 장애우의 인권을 훨씬 더 획기적인 방향으로 확보할 수 있는 법을 만들고자 하는 사회적인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그 결과 1991년 7월, 미국의 ADA법과 비슷한 종합법인 "장애를 가진 사람을 위한 기본법(Magna Carta for Disabled Persons)"이 제정되었습니다. 이 법은 고용, 교육, 건강, 사회복지 서비스, 정보통신, 접근권, 정치와 시민권에 대한 장애우의 권리를 명시하고 있으며, 고용, 교통수단, 공공시설이나 서비스 이용 시 장애우를 차별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장애우의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정부나 사회복지기관에서는 오 퍼센트의 장애우를 의무적으로 고용해야 한다고 기본법에 나타나 있습니다.

또 하나 제가 일하고 있는 BBMC에서는 학생들 책상을 만듭니다. 책상은 장애우가 직접 만드는 데, 교육부가 "학교에서 쓰는 책상의 십 퍼센트는 의무적으로 장애우가 만든 것을 사용"하도록 하는 방침을 정해 실시하고 있는데 따른 것이지요."

 

정부 총예산의 일 퍼센트, 장애분야에 사용할 것 요구

"필리핀 역시 교육을 받지 않으면 직업을 얻기 힘듭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교육수준이 낮기 때문에(정부통계에 의하면 삼백만 명의 장애우 중 이 퍼센트만이 초등학교 교육을 받았다고 한다.) 직업을 얻는 것도 매우 어렵고, 설령 직업을 얻었다 하더라도 편의시설의 설치가 미흡하여 사회생활을 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UN이 정한 "세계장애인의 해 10년"동안 편의시설에 관한 법이 시행되었는데, 그 법에 의하면 새로 짓는 건물이 장애우의 접근권을 보장하지 않을 경우 큰 벌칙을 부과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나마 정부정책 중 편의시설이 잘 시행되고 있는 부분이지만, 그것도 법 시행 이전에 지은 건물에는 이 법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장애우를 거부하지 않는다"는 스티커를 부착하지 않은 교통수단은 공공대중교통수단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조치가 있습니다.

필리핀에서는 집을 사기 위해 은행의 융자를 받아야 하는데, 그 융자금을 십 오 년 이내에 갚아야 합니다. 그러나 경제적 여건을 고려, 장애우는 십 년의 기한을 연장해 이십 오 년 안에 갚을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 집을 살 때 비장애우는 구입 금액의 이십 퍼센트를 보증금으로 내는 데 비해, 장애우는 십 퍼센트를 보증금으로 지불합니다. 그러나 장애우차량에 대한 서비스 혜택은 없습니다.

저희는 1999년부터 2004년까지 5년 동안 정부 총예산의 일 퍼센트를 장애분야에 사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장애우의 교육이나 고용, 이동권 부분에 예산이 거의 배정되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필리핀 장애우의 대부분, 시설에서 생활

 

- 지금까지 필리핀에서는 몇 번의 장애우 실태조사가 이루어졌는지 궁금합니다. 장애인구에 대한 통계가 나와 있는지요?
"지금까지 장애우 실태조사는 세 번 진행되었지만, 정확한 장애인구 숫자는 파악되지 않았습니다. 필리핀이 많은 섬으로 이루어져 있어, 통계조사를 수행하는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추산대로라면, 필리핀의 장애인구는 전 국민의 10% 정도인 팔백만 명 정도 되겠지요. 정부는 팔천만 명의 인구 중에서 장애우는 삼백만 명 정도라고 발표하고 있습니다. 삼백만 명의 장애우 중 초등학교 교육을 받은 사람은 2% 정도고요. 아시아 인구 중 문자 해독 능력이 있는 사람은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과 비교할 때도 아주 적은 수치입니다.

 

- 장애범주는 어떻게 구분됩니까?

 

- 필리핀에도 장애관련 연금이나 수당 제도가 있습니까?
"장애관련 연금이나 수당 제도는 없습니다. 장애인등록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긴 하지만 아주 소수이지요. 장애인등록증을 가진 사람만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 직업을 얻기도 힘들고 국가의 지원도 미흡한 실정에서 장애우들은 어떻게 생활합니까?

 

- 필리핀은 전 국민의 구십오 퍼센트 이상이 가톨릭 신자라고 알고 있습니다. 국가의 역할 이 미흡한 사회복지 영역을 종교가 어떻게 보완하고 있는지요?
"가톨릭에서 상당수의 사회복지재단을 운영하고 다양한 사회복지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지역사회와 융합되려고 하기 보다 고립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저도 6개월 정도 가톨릭에서 운영하는 시설에서 생활한 적이 있는데, 고립되어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아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함께 생활하던 사람들 몇몇도 저와 함께 나왔고요."

 

장애우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동기부여(empowrment)

 

- BBMC이외에 다른 활동을 하고 계십니까?
"대학에 다니던 1991년, 접근권과 이동권 등 장애우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Concern Handicap Student Network」라는 이름의 단체를 만들어 활동했습니다. 모든 대학에 다니는 장애를 가진 학생들을 조직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 제가 다니고 있던 트리니티 대학과 다른 대학의 학생들을 만나 장애우의 교육권을 확보하기 위한 많은 활동을 했지요. 장애우의 사회참여와 인간다운 생활을 위해 교육이 기본적으로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이 활동은 지금도 계속 하고 있습니다."

 

- 현 단계에서 필리핀 장애우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매우 중요한 것은 동기부여(empowrment)입니다. 동기부여에는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장애당사자가 장애우와 관련된 법을 만드는 과정에 참여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지요. 장애당사자가 입법과정에 참여하면 장애우의 상황에 좀 더 맞는 법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선언적 의미가 강하고 법을 지키지 않았을 때의 벌칙조항은 미비한 지금까지의 법을 생각할 때, 장애당사자의 참여는 큰 의의를 지닌다고 할 수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한국의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해주시지요.

그리고 이번처럼 장애에 대해 관심 있는 아시아의 사람들이 모여 장애문제의 해결방안에 대해 대화하는 자리가 많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지금 지구의 큰 흐름인 "세계화"가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사회적 약자를 방치하는 부정적인 측면도 있기 때문에, 대화와 연대가 매우 중요합니다.

 

  

 

대담 김정열 편집주간, 이태곤 편집부장/ 정리 이수지 기자

작성자이수지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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