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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걸음이 만난 사람] "직제개편 통해 장애우복지 주력"

손학규 보건복지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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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걸음이 만난 사람]


손학규 보건복지부 장관

"직제개편 통해 장애우복지 주력"

 

  고통분담론을 시작하여 삶의 질 향상을 위한 한국형 복지모델개발론 그리고 다시 경제살리기로 돌아서고 있는 문민정부의 사회복지정책의 흐름이 손학규 보건복지부 장관의 손에서 마무리되어질 전망이다.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문민정부의 마지막 복지부 장관으로 재임할 손학규 장관,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여성장애우 박영희씨가 손 장관을 만나 우리 사회의 장애우복지 현실과 과제 그리고 장애와 여성이라는 이중의 고통을 당하고 있는 여성장애우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장애우 문제가 최대 관심분야


  박영희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보건복지부장관은 장애우와 같은 소외된 사람들의 복지를 다루는 중요한 자리인데 취임하시면서 어떤 생각이 드셨는지 궁금합니다.

  손학규 충분한 준비 없이 사실 별안간 취임하게 되었어요. 이제 4개월 정도 되었는데 처음에는 보건복지업무에 대한 경험도 전문적인 지식도 없고 해서 농담으로 "하필 보건복지부 장관을 맡게 됐을까"라는 푸념도 했어요. 보건복지부하면 말썽이나 말도 많고 이해관계 당사자도 많아서 세상사람들이 가장 골치 아픈 부서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막상 복지부장관을 맡게 되면서는 복지부 업무가 정말 중요하구나. 우리가 지금 외형적으로만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이다. OECD 가입이다, 철강산업이나 자동차 산업이 어떻다 하면서 선진국진입을 점치는데, 이보다 중요한 것이 혼자 능력으로만 살 수 없고 사회적인 뒷받침이 필요한 사람들에 대한 사회적 서비스지원이 얼마나 되고 있는가가 문제가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박영희 보건복지부 장관으로서 관심을 두어야 할 문제가 많으시겠지만 혹시 가족 중에 장애우가 있거나 장애우문제에 대해 특별한 관심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손학규 제 조카 중 한 명이 소아마비로 한 쪽 다리에 심한 장애를 가지고 있어요. 누나의 딸인데 지금은 결혼해서 아이들 엄마가 되어 살고 있어요. 아마 영희씨와 나이가 비슷할 겁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장관으로 일하면서 가장 관심이 가는 분야도 장애우 문제였어요. 제가 복지부 장관으로 일한 지금까지의 기간 중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참석한 행사도 장애우관련 단체행사입니다.

  박영희 장관님은 장애우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손학규 장애우문제 해결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장애우에 대한 사회의 인식을 바꾸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정부와 사회에서는 자립이 어려운 장애우가 독자적으로 자기의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경제적 지원을 하고, 편의시설 등 사회적 환경도 개선해야 하고 무엇보다 장애우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바뀌어질 수 있도록 노력을 해야겠지요. 경제적 지원이 아직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지만 올해 장애우관련 예산의 증가율이 39.3%로 어떤 관련 예산보다 증가율이 높았습니다. 그리고 장애우의 사회환경과 관련해서는 지난 3월 17일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중진보장에 관한 법」이 국회에서 통과되어 앞으로 많이 개선되리라고 봅니다. 그렇지만 사회환경이란 것이 단순히 이동이나 시설에의 접근만은 아니죠. 교육과 직업의 기회보장 등 포괄적이고 세심한 부분까지를 포함하여 전체적으로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한 가지 반가운 소식을 말씀드리면 곧 장애우 문제를 다루는 정부직제개편이 이루어질 예정이라는 것입니다. 현재의 장애인 복지과에서 전담심의관을 두어 장애인복지국 차원으로 개편하려는 것이지요. 물론 이것만으로 모든 문제가 바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정부의 장애우복지에 대한 의지와 자세의 구체적인 실례로 보아주셨으면 합니다.

  박영희 복지예산에 대해서 말씀하셨는데 다른 예산에 비해 많이 올랐다고는 해도 아직 많이 미약하잖아요. 그리고 김영삼 대통령이 처음 취임해서는 사회복지를 최우선으로 하신다고 말씀하셨는데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복지분야가 제일 많이 타격을 받는 것 같아 걱정이 됩니다. 이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시는지요.

  손학규 그 문제는 제 자신도 가장 걱정하는 부분이에요. 지금으로서는 어떤 방안이나 생각보다도 최선을 다해서 행정부내에서도 국회 내에서도 복지 예산 확보를 위해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박영희 얼마 전 언론을 통해 장애우복지발전 5개년 계획이라는 것이 발표되었다고 하는데 어떤 내용인지 궁금합니다.

  손학규 장애우복지정책에 대한 5개년 발전방향은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닙니다. 1998년부터 2001년까지 장애우복지발전을 위하여 필요한 추진과제와 이에 따른 세부실천계획에 대해 학계, 복지시설종사자 등으로 구성된 실무작업반에서 마련한 안을 현재 정책실장 단계에서 검토 중인 안입니다. 내용은 작년 12월 26일 국무총리산하 기구로 관계장관, 장애우복지단체장 등으로 구성된 장애인복지대책위원회에서 결정된 사항의 구체화 작업이라고 보면 될 겁니다.

 


여성장애우 직원서비스 시행 계획

 

  박영희 지난 3월 9일 한국여성단체연합에서 개최한 여성대회에서 제가 활동하고 있는 "빗장을 여는 사람들"이 올해의 여성권익디딤돌로 선정되었습니다. 그날 장관님께서 참석하셔서 좋은 말씀도 해주셔서 잘 들었습니다. 그런데 한국사회가 아직은 남성위주의 가부장적인 사회잖아요. 그래서 여성장애우는 장애와 여성이라는 이중의 고통을 겪고 있는 실정입니다. 같은 장애를 갖고 있어도 아들의 경우는 부모님들이 어떻게 해서라도 교육을 시키는 반면에 여성장애우의 경우는 교육기회를 얻기가 상대적으로 더 어렵습니다. 그러다 보니 직업을 얻기도 어렵고 결국 나이가 들면 가족들 안에서 짐스런 존재가 되어 소외감을 느끼며 살고 있어요. 이런 상황인데도 정부나 사회에서는 여성장애우에 대해 별다른 배려가 없어서 섭섭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손학규 그동안 장애우복지시책이 남성과 여성의 성구별 없이 추진되어 여성장애우에 대한 특별한 배려가 부족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앞으로 장애우의 성별 특성을 고려하여 결혼이 어려운 여성장애우를 위한 결혼상담, 임신·출산상담, 직업훈련 등에 관한 재활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재가복지봉사센터 등을 운영하여 여성장애우의 가사부담을 덜어주는 서비스 등을 시행할 계획입니다.
  이런 시책이 효과적으로 시행될 수 있기 위해서 누구보다 절실히 문제를 느끼는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필요할 것으로 봅니다.

  박영희 여성장애우 문제는 이제 걸음마단계라고 보시면 됩니다. 여성장애우들이 모임을 통해 우리의 문제를 스스로 인식하게 되었고 95년 북경에서 열린 여성대회와 96년 8월 서울에서 개최된 동아시아여성포럼 등에 참여해서 우리의 문제를 알리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여성장애우들이 절실하게 필요한 복지욕구를 표출하면 그것이 정부에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아서 안타까운 심정입니다.

  손학규 장애인복지관이나 앞으로 설치가 될 장애인복지심의관실은 장애우의 복지향상을 위해 존재하는 곳입니다. 관이란 것에 대해 저도 오랫동안 재야에 있으면서 불신이 많았었는데, 실제 공무원들의 생활내용을 보면 정말 진지하고 자기가 담당하고 있는 문제에 대한 애정이 강합니다. 지난번에 소록도에 갔을 때 약사 한 분을 보았어요. 안양 인덕원 네거리에서 잘되는 약국을 운영하시던 분인데 일주일에 한 번씩 내려와 봉사활동을 하다가 보건국장이 "그러지 말고 내려와서 같이 일하자"고 제안해서 약국 그만두고 거기 와서 공무원으로 일하는 사람도 있어요. 이런 식으로 복지분야는 일부러 사회복지를 택해서 온 사람들이 많아요. 그러니 "우리를 위해서 무엇을 해달라고 요구하면, 정부가 똑같은 이야기 자꾸 한다고 생각하고 짐스럽게 생각하지 않겠는가"하고 생각하지 말고 현재 여건에서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제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해결방안을 지적하고 끊임없이 대화를 하게 되면 처리될 수 있는 일이 많을 것으로 봅니다.

 

 

스스로 권익을 찾는 것이 운동의 기본방향

 

  박영희 이전에 시민운동을 해오셨으니까 여쭙고 싶은데요, 앞으로 장애우운동이 어떻게 가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손학규 "우리의 권익은 우리가 찾는다"는 자세가 운동의 기본입니다. 장애우운동도 이러한 자세로 장애우문제에 대한 인식의 변화와 사회적 관심을 끌어내야 합니다. 저항운동 일변으로 나가는 것은 지금 시대에 맞는 운동이 아닙니다. 그리고 저항이 생산적인 결과를 얻어내기 위해서는 지나치게 정치화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여러 가지 시민운동의 형태가 있지만, 환경운동의 경우 처음에는 "저항"과 "반대"로 일관한 부정의 운동이었지만 지금은 많이 바뀌었습니다. 장애우운동도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좀더 적극적으로 정부와 대화를 하고 서로간에 의사소통이 있어야 정부는 정부대로 진지한 자세로 그것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즉, 운동의 주체와 정부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같이 논의해서 하나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박영희 지난해 동아시아사회보장정상회의에 다녀오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당시 사회복지의 국제적인 연대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사회복지와 관련한 국제연대가 어떻게 이루어진다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손학규 동아시아사회보장장관회의에 앞서 95년 1월 스톡홀름에서 사회보장정상회의가 있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사회복지가 국제적인 공통의 관심사이자 과제로 떠올랐습니다. 그 뒤로 우리나라에서도 대통령이 "삶의 질 세계화"에 대한 구상을 발표하고 95년 12월 말에 사회보장기본법이 제정되는 국내적인 변화가 있었고 국제적으로 96년 초에 G7정상회담이 있었고 세계적으로 복지문제에 좀더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국제적인 연대활동을 하겠다는 흐름이 일어났습니다. 이 후속 조치로 일본이 작년 말에 동아시아사회보장장관회의를 개최했는데 사실상 이 이면에는 사회보장에 대한 연대보다는 저개발국의 보건문제에 대해 일본이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한 속셈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아직 사회보장정책과 관련한 국제적인 연대의 틀이 마련됐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박영희 삶의 질 세계화를 위한 한국형 복지모델이라는 것에 대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은데요 장관님은 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손학규 소위 서구에서의 "요람에서 무덤까지"를 감당할 능력이 없는 데도 무조건 서구식으로 할 수는 없으니까 우리에게 맞게 해보자는 거지요. 혼자 일어설 수 없는 모자가정, 소년 소녀가장, 노인들 그 중에서도 병약자들과 무의탁노인, 장애우 등 정부가 일어설 수 있도록 뒷받침을 해야 하는 사람들의 문제부터 우선순위를 정해 해결하자는 우리 식의 복지대안이라고 보고 단순히 명칭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박영희 바쁘실 텐데 시간 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손학규 장관 약력]
  1947년 경기도 시흥에서 출생했다. 1965년 경기고등학교와 1973년 서울대 문리대 정치과를 거쳐 1988년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3년 기독교교회협의회 연구간사로 빈민선교운동을 시작하여 1983년 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장을 지냈으며, 1983년 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장을 지냈으며, 1989년 인하대 정치외교학과, 1990년부터 1993년까지 서강대 정치회교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1993년 제14대 국회의원으로 정치활동을 시작했으며, 1995년 4월부터 1996년 5월까지 신한국당 대변인을 지냈다. 1996년 5월 제15대 국회의원에서 재선, 현재 신한국당 제1정책조정위원장과 보건복지부장관을 겸임하고 있다.

 

만난 사람/ 박영희
  1961년 강원도 동해시에서 출생한 소아마비 장애우로서 현재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부설 여성장애우분과 "빗장을 여는 사람들"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사진/ 이정률기자  

정리/ 박숙경기자

작성자박숙경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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