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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걷는 사람들] "한마음산업의 앞날을 기대하세요"

대규모 자립 작업장 추진중인 전북장애인부모회 박범규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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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걷는 사람들]


"한마음산업의 앞날을 기대하세요"


대규모 자립 작업장 추진중인 전북장애인부모회 박범규 사무국장

 

 

  "중증장애우는 취업을 하게 돼도 지속적인 보호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취업이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대부분 집에 기거하거나 시설에 수용돼 있기 마련인데, 부모의 입장에서 다 큰 자식이 하루종일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고 있는 것을 보고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 있겠습니까? 그러다 보니 속만 상하고 가정불화가 생기게 마련이죠." 성장한 중증장애우가 있는 가정의 부모님들의 속내를 들어 보면 다들 이런 고민을 털어놓게 마련이다. 일본 정신지체인 부모회 "손을 잡은 사람"은 몇 년 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녀를 위한 소규모 공장을 건립했다. 단순히 후원금만을 내는 것이 아니라 직접 운영까지 부모들이 맡아서 하는 것이다. 이제 이 같은 공장의 비율은 전체 작업장수의 32%를 차지하기에 이르렀다.

남의 나라 얘기였던 민간주도형 장애우작업장이 우리나라에도 생기게 되었다. 전북장애인 부모회가 10년의 역사 가운에 5년 간 준비한 결과 "한마음산업"을 창립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 뒤에는 부모들과 한마음으로 그 기간 동안 그 일을 함께 추진해온 박범규(33) 사무국장이 있다.

  박 국장의 원래 전공은 축산대학 낙농학과, 그런데 졸업 후 사회복지에 뜻한 바 있어 사회복지학과에 다시 입학, 현재 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그는 장애가 있는 것도 아니고 아직 결혼도 안했다. 그런 그가 전북장애인부모회에서 사무국장직을 맡아보는 일이 조금은 이상하게도 보인다.

  그러나 특별한 이유랄 것은 없다는 게 그의 답변이다. 그리고 장애문제에 대한 깊은 고민도 부모회 회원들과 상담을 하면서 시작돼 더욱 깊이 쌓여져갔다는 것이다.

  정신지체장애우의 부모들이 가장 고민하는 것은 자녀들이 마땅히 일할 곳이 없다는 것이라는 사실은 곧 알게 됐다. 전북장애인부모회는 93년 2월 정신지체 자녀들의 직업훈련을 위해 청소년 보호작업장에 취업하게 되었다. 그 회사에서 그들은 박스 나르기와 청소를 했는데 두 달을 못버티고 도중에 되돌아오고 말았다. "정신지체인이라는 것을 고려해서 그 회사에서는 단순직종을 주었지만 그 장애우들이 적응하지 못한 것은 일의 시간배당이나 흥미면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윤창출이 목적인 일반회사에서는 단순직이어도 많은 일을 해야하는데 정신지체인은 집중력이 부족해 흥미가 없으면 오랜 시간 그렇게 일을 할 수가 없죠."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대외적으로 부모회는 회원이 점점 늘어 지금은 5백 명이 넘는다. 매월 폐품을 판 돈을 적립하고 걷어들인 회비가 모여 현재 2억 5천만원이라는 돈이 마련됐다.
  그리고 서서히 부모들의 의식작업과 재정마련이 이루어지면서 부모회는 이제 한마음산업 계획안을 조심스럽게 펼쳐놓게 되었다.

 

4시간만 일하는 공장

  "오전에 2시간 일하고 1시간 휴식, 오후에 2시간 일하고 또 1시간 휴식." 이것이 한마음산업의 근무시간이다. 장애우들이 지루해하지 않도록 최대한 배려해서 근무표를 만들었다. 그러나 그래도 명색이 공장인데, 하루 4시간 일을 하고 과연 공장이 얼마나 이윤을 낼 수 있을까.

  "한마음산업은 장애우들만 일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매주 2명의 부모가 공장에서 자녀들과 함께 일을 할 것입니다. 또 전라북도 내 사회복지학과 학생들의 연구모임인 "아가페"에서 자원활동을 한다고 약속돼 있습니다."

  이밖에 한마음산업은 또 다른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후원금을 내는 기관과 후원인들도 돈만 내는 것이 아니라 같이 일을 하게 할 생각이다. 이것이 장애우를 더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임은 물론이다.

  한마음산업의 주요 생산품은 볼펜과 같은 문구류다. 덧붙여 가축을 키우고 콩을 갈아 메주도 만들 계획이다. 물품의 판로는 어느 정도 섭외가 됐는데, 관련기관과 도내 20여 개의 교회에서 판매해 주기로 했다.

  판로개척방법도 독특하다. 물건을 판매하기로 약속한 교회가 매달 두 번씩 일요예배를 마치고 난 후 교인들에게 물건을 판매하는 것이다. "장애우들이 직접 만든 된장을 사먹으면서 장애우도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죠." 동정 차원의 판매가 아니고 장애우도 일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는 차원인 만큼 신용을 더욱 철저히 지켜야 함은 물론이다. 그렇게 한마음산업의 운영은 전적으로 장애인 부모회가 하게 된다.

 

 

함께 어울려 사는 연립주택 건립이 꿈

  박범규 국장은 한마음 산업이 어느 정도 정상 궤도에 오르면 하고 싶은 일이 두 가지가 더 있다. 그 중 하나는 장애우에게 필요한 물품들을 전시하는 전용 매장을 여는 것이다. 장애우가 만든 제품을 전문적으로 판매·전시하는 곳으로서 편의시설을 완벽하게 갖추어 장애우들이 쇼핑하는 데 전혀 불편함이 없도록 하는 것, 장애우들과 노인에게는 반액으로 판매하는 방안도 이미 생각해놨다.

  또 다른 하나는 한마음산업의 직원인 정신지체장애우들을 위해 운영하게 될 그룹홈 형식의 공동체를 위해 연립주택을 짓는 것이다. 부모님이 살아 계실 때는 집에서 출퇴근하면 되지만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라면 중증장애우들은 돌볼 사람이 없기 때문에 이에 대한 욕구는 더욱 절실하다는 것은 누구보다도 그는 잘 안다.

  그래서 세상과 담을 쌓지 않고 마을 청소도 하면서 비장애우와 함께 사는 연립주택을 짓겠다는 계획도 세워가고 있다. 결혼생활이 가능한 장애우는 결혼식도 올려주고 공동세탁장과 식당을 운영해서 생활상의 자잘한 일들에 대한 지원도 할 수 있는 현재 하는 일만으로도 벅찰텐데 그는 이렇게 끊임없이 일을 만들어낼 생각뿐이다.

  "아이들하고 함께 있으면 저는 선생님도 지도자도 아닙니다. 반 친구들을 도와주는 초등학교 반장이 된 느낌일 뿐이에요." 그는 또 5년간 전북장애인부모회의 일을 맡아보면서 언제부터인가 자신의 자녀를, 그 중에서도 장애가 있는 자녀를 세상의 그 누구보다 잘난 자신의 아이라고 여기는 부모회 어머니들이 자랑스럽게 느끼게 됐다. 그리고 이 일을 하게 된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게 됐다.

  "그동안의 장애우정책은 목마른 사람에게 완전한 물 한 컵을 주지 않고, 스포이드로 물 한 방울씩 떨어뜨리는 것과 같았다"는 것이 그가 정부 관계자들에게 말하고 싶은 내용이다.

  이것은 동정도 아니고 잔인한 일이며, 진정한 장애우복지정책이라고 하면 함께 일하고 함께 사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을 그는 뼈저리게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말하는 장애우복지정책, 그것의 한 모형이 한마음산업이 될 것이다. 그것을 실현시켜나가는 과정이 결코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박 국장은 한마음산업이 향후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우리나라 중증장애우의 미래가 바뀔 것이라는 책임감도 가져본다. 그런 모험과 같은 시도가 자꾸 저질러져야 무언가 변화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글/ 채윤주 (자유기고가)

작성자채윤주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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