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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난사람] "장애우들의 작은 받침목이 되고싶습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본문

지난 1월 8일, 김승연 회장을 만난 곳은 뜻밖에도 경기도 광주군에 있는 중증장애아 복지시설 한사랑마을이었다. 이 날 김 회장은 직원들과 함께 자원활동을 하러 내려와 있었다. 김승연 회장을 만나 기업의 사회에 대한 책임, IMF를 겪으면서 느낀 점, 장애우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계기 등에 대해 들어보았다.
함께걸음이 창간 이후 최초로 대기업 회장을 만났다. ‘칭찬 받는 기업이 되겠습니다’라는 광고카피가 인상적인 우리 나라 재계 순위 7위의 대기업 한화그룹의 김승연 회장이 바로 그이다. 재작년 갑자기 불어닥친 아이엠에프 위기를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성공적으로 극복해낸 것으로 알려진 한화그룹은 그룹 차원에서 점자달력을 제작해 배포하고 있고, 올 2월 개교를 앞둔 장애우 직업교육시설 ‘우리마을’에 거액을 기부했을 뿐 아니라, 최근 장애우들의 동해안 여행을 후원하기도 하는 등 부쩍 장애우 복지에 관심을 쏟고 있다.
한화그룹의 장애우 복지사업은 그룹 총수인 김승연 회장이 직접 챙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이유로 기업 이윤의 사회 환원과 연결지어 함께걸음은 김승연 회장을 만났다.
지난 1월 8일, 김승연 회장을 만난 곳은 뜻밖에도 경기도 광주군에 있는 중증장애아 복지시설 한사랑마을이었다. 이 날 김 회장은 직원들과 함께 자원활동을 하러 내려와 있었다. 김승연 회장을 만나 기업의 사회에 대한 책임, IMF를 겪으면서 느낀 점, 장애우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계기 등에 대해 들어보았다.

 

  장애아동의 동해안 여행 후원

─ 얼마 전 한 그룹 회장이 갑자기 공동모금회에 거액을 내놓았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 소식을 접하면서 예전하고 달리 우리 나라 기업도 사회복지에 기여를 하려고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좋은 추세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언론에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김 회장님께서도 얼마 전 이 곳, 한사랑마을의 장애아동 1백50여 명의 동해안 여행을 후원하셨다고 들었습니다. 후원을 하시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얼마 전 모 방송국에서 한사랑마을의 보육사 선생님과 아이들을 취재해 방영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아이들의 소원이라고 할까, 평소 하고 싶었던 것이 바다를 보는 것과 다 같이 콘도에 놀러 가보는 것이라고 대답을 했나 봅니다. 마침 우리 그룹의 많은 직원들이 이 프로그램을 시청하고 나서 제게 ‘우리 그룹의 슬로건이 ‘칭찬 받는 기업이 되겠습니다’니까 우리 그룹이 나서서 도와주었으면 좋겠다’는 내용의 전자우편을 보내왔습니다. 저희 그룹사 중에 한화국토개발이 전국 곳곳에서 한화리조트 콘도를 운영하고 있기도 했지만 저희 그룹이 IMF를 극복하고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것도 다 음으로 양으로 성원해주신 국민 여러분 덕분이니까 조금이나마 보답할 수 있는 기회가 되겠다 싶어 그룹차원에서 나서기로 결정했던 것입니다. 처음에는 상당한 경비가 들줄 알았는데, 마침 연말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직원들이 자원활동자로 나서서 무사히 동해안 여행과 설악 한화리조트에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이번 행사에 참여한 직원들에게도 감사하고 있습니다.”
 
─ 그 행사 이름이 ‘바다가 보고 싶은 사람들’이었다고 들었는데요. 저희 연구소에서도 6년 전, 40년 동안 바다를 본 적이 없는 장애우들의 사진을 찍어서 1년 동안 전국을 순회하는 사진전을 개최한 적이 있습니다. 그 때 사진전 이름이 역시 ‘바다가 보고 싶은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래서 더욱 김 회장님을 만나 뵐 자리를 마련하고 싶었는데요. 평소 장애우 문제에 대해 갖고 계신 견해가 있다면 말씀해 주시죠.
“장애우란 장애를 가진 사람이란 뜻이겠지요?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는 이 말을 흔히 정상이 아닌 사람, 무언가 잘못된 사람으로 생각하고 가까이 하기를 꺼리는 분위기가 있지요. 분명히 이건 잘못된 인식이라고 봅니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사실은 우리도 겉으로만 안 보일 뿐이지 장애우일지도 모르죠. 우리 나라가 선진국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경제뿐 아니라 이러한 의식도 같이 바뀌어 나가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장애우 문제는 장애를 가진 당사자나 가족들에게만 절실한 문제일 뿐, 사회의 보편적인 문제로 관심을 끌지는 못하고 있지요. 안타까운 일입니다. 모든 장애우들이 그렇듯이 그들도 우리와 다 같은 인간이지 본인들이 선택해서 장애우가 된 것이 아니잖아요. 그런 차원에서 누가 누구를 원망할 수 있겠습니까? 모든 것이 하느님의 뜻이 있어서 이뤄지듯이, 그들에게 관심과 사랑을 표현하는 것도 다 하느님의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차원에서 적극적인 자원활동도 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 저희 연구소가 하는 교육 프로그램 중에 장애우대학이라는 강좌가 있습니다. 수업이 끝나고 나면, 뒷풀이를 하기 위해 호프집을 가기도 하는데, 강의를 듣는 한 근이양증 장애우가 자기는 30년 동안 단 한 번도 호프집엘 와 본적이 없다고 해서 같은 장애우인 저도 충격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호프집은 대학생만 가는 곳인 줄 알았다는 거예요. 세상이 겉으로는 상식적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렇게 감히 상상하기도 힘든 일이 우리 사회 어딘가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물론 지금 우리 사회는 제가 장애우 운동을 시작한 15년 전과 비교하면 많이 달라졌습니다. 물질적인 부분은 물론 국가의 정책도 많이 달라졌고, 장애우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과 태도도 많이 달라졌죠. 그러나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장애우를 도와줄 수는 있어도, 친구사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장애문제를 먹고사는 문제뿐만 아니라 다른 측면에서도 접근해야 할 거라고 봅니다.
생존의 문제는 국가가 책임을 지더라도 사회적인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은 민간들이 책임을 져야 하는데 그 중의 하나가 기업의 역할이라고 본다면, 한 기업이 장애 문제를 모두 다 백화점식으로 할 수는 없으니까 하나의 특색 있는 일을 하는 것이 어떨까 하는 제안하고 싶은데요.
 “저도 우리 나라 국민 수준이 많이 높아졌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행사를 하면서 깜짝 놀란 것이 천안 북일고등학교 학생들과 저희 대전 공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모처럼만의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서로들 자원활동을 하겠다고 해서 경쟁률이 입시경쟁률보다 조금 높은 6대1쯤 됐습니다(웃음). 중요한 건 강제로 동원된 게 아니라 자원을 했다는 것이고 또 젊은 청소년들이 이렇게 장애우에 대한 관심이 높다면 앞으로 우리 나라의 장래성이 밝다는 것이죠. 국민도 그렇고 기업도 그렇고 경제수준이 높아지니까 여유가 생기는 거고, 그런 여유가 생기니까 남에 대한 또 장애우에 대한 관심도 생기는 거죠. 그런 차원에서 국민들 인식은 많이 바뀌어가고 있는데 문제는 정부의 인식이나 제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지자체별로 장애우 복지 관련 예산을 형식적으로 책정해 놓고 연말이 되면, 남은 예산을 올해 안에 다 써야 하니까 엉터리로 집행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시각장애우를 위한 보도블록의 경우, 제대로 설치하지 않아서 장애우들에게 오히려 위험시설이 돼버렸습니다. 차라리 설치를 안 했으면 나중에라도 전문가가 설치하면 되지만 이미 해논 건, 뜯어다가 다시 할 수도 없기 때문에 더 문제죠.”
 
살을 도려내는 듯한 아픔 견디며 구조조정 단행

─ 이제 한화그룹 얘기를 해보죠. 한화그룹은 구조조정에 성공한 대표적인 그룹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구조조정을 하시면서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았을텐데 구조조정 과정을 설명해 주시죠.
“한보·진로·기아 그룹이 차례로 무너지기 이전인 ’97년 여름부터 경제 흐름이 매우 불안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무언가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위기감이 왔습니다.
그 이전까지만 해도 우리 나라 10대 그룹에 대해서는 별다른 심사 없이 대출해주던 해외 금융 기관들의 움직임도 예전 같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때부터 바로 구조조정에 착수했습니다. 급기야 연말에는 IMF 사태로 한국 정부와 금융기관, 기업의 신용도가 모조리 추락했고 금융시장이 일대 혼란에 빠졌습니다. 두발 앞을 보고 한발을 앞서 간 것이지요.
그래서 부채비율을 낮추고 계열사간 상호지급보증을 해소하라는 정부의 정책에 적극 협조하기로 했습니다. 부채비율을 정부가 제시하는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서는 보유 계열사나 자산을 팔아야 했습니다만 많은 국내 기업들이 한꺼번에 상당한 물량을 내놓아 매각조차 쉽지 않았습니다. 신속하고 과감한 구조조정을 위해서는 외국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물건부터 팔아야했고 결국 알짜배기부터 내놓는 수순이 됐습니다.
그 동안 진행해온 한화에너지의 정유부문 매각을 완료해 1기 구조조정이 끝났습니다. 한화는 그 동안 바스프우레탄, 한화NSK정밀, 한화GKN, 종합화학 과산화수소사업, 기계 베어링, 자동차 부품 지분 등을 매각했습니다. 그 결과 ’97년 말 32개였던 계열사 수가 18개사로 축소되었지만 부채비율은 200% 이하의 내실있는 기업으로 거듭났습니다.
한화는 이제 수익성과 발전가능성을 고려해 미래성장산업과 경쟁력이 있는 사업부문에 선택적으로 집중 투자하는 2기 구조조정에 돌입했습니다. 소위 문어발식으로 확장해서는 절대로 경쟁력을 갖출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21세기를 맞이하여 산업화시대는 서서히 막을 내리고, 정보화 사회에 진입하고 있습니다. 정보화시대의 특성은 아이디어와 시간이 가장 중요한 요소 우리가 20세기의 산업화시대에서는 다른 선진국보다 경쟁력이 약했지만 21세기의 정보화시대에서는 유연한 사고와 신속한 대처로 얼마든지 성장하고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힘들게 해 놓은 구조조정도 이런 정보화시대의 준비 작업 중에 하나라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 문제는 IMF 사태였는데요. IMF사태를 겪는 과정에서 그룹을 운영하면서 힘든 일이 많았을 것 같습니다. 시기는 지났지만 지난 IMF 사태를 회고해 주시면, 무엇이 가장 힘들었는지요.
“구조조정 과정에서의 고통은 갈등과 번민 정도가 아니라 그야말로 찢어지는 아픔이었습니다. 아마 마취를 하지 않고 수술대에 올라 살을 도려낸다면 그 정도로 아팠을 것입니다.
한화에서 주력기업을 맡아왔던 한화에너지, 가장 수익성이 높았던 한화기계 베어링 부문을 매각할 때 착잡했던 심정은 말로 다 할 수 없습니다. 이 사업들은 특히 선대부터 수십 년간 운영해온 것들 아닙니까? 하지만 과거를 정리하고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기 위해 과감한 결단을 내렸습니다.
모든 사무실에 ‘필사즉생 필생즉사(必死則生 必生則死)’라고 써 붙였습니다. 그리고 문자 그대로 죽을 각오를 하고 덤벼들었습니다. 또 모든 종업원들이 저를 믿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주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가장 가슴 아픈 일은 구조조정을 위해 회사를 떠나야 했던 임직원들이었습니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약 5천명의 임직원이 청춘을 바쳐 20∼30년간 근무해 온 직장을 떠나야 했습니다. 특히 그들이 자신들이 희생하더라도 회사가 살아야 한다는 애사심을 발휘해 주었을 때는 정말 눈물겹고 감동적이었습니다. 평생 마음의 빚으로 가져가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작년에 일본의 모 기자와의 인터뷰에서도 말했듯이 유난히 길고, 추운 겨울이 지나면, 더 아름다운 봄과 풍요로운 여름이 올 것이라 이야기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것이 제가 아이엠에프 사태의 어려움을 표명한 일면이라 생각합니다. 절대 가치 없는 희생과 고생으로 끝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오는 불확실성의 시대에서는 언제든지 우리가 방심할 때는 IMF 사태와 같은 치욕적인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준조세 과부담 문제 해결돼야 기업 이윤의 사회환원 확대돼

─ 일반인들은 잘 모르지만 기업 이윤의 사회환원에 한화그룹이 앞장서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평소 회장님이 생각하시는 사회에서 기업의 역할과 기업 이윤의 사회환원에 대해 얘기해 주시죠.
“첫째는 기업의 성장을 통한 국부의 창출로 풍요로운 사회를 건설하는 것입니다. 우리 한화는 반세기 전 이 땅에 화약산업의 개척자가 되겠다는 애국의 일념으로 전쟁의 와중에서 기업을 일으켰습니다. 그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한화는 끊임없이 새로운 사업부문을 발굴하고 개척해서 기업의 가치를 극대화지요. 기업의 가장 큰 사명은 시대나 사회가 필요로 하는 사업을 개척해서 국부를 증대시키고 고용을 창출하며 궁극적으로 인류의 삶의 질을 높여 풍요로운 사회를 건설하는데 있다고 하겠습니다.
 둘째는 주주의 만족을 극대화하는 일입니다. 기업은 흑자를 내야하며 기업의 가치를 최고로 높여야 합니다. 그리고 그 기업이윤을 제대로 분배해야 합니다. 특별히 주주의 만족을 극대화함으로써 건전한 자본주의의 창달에 전력해야 할 것입니다.
 셋째는 기업이윤의 사회환원입니다. 기업은 바로 그 기업이 속해 있는 사회가 기업경영의 기반이자 생존의 터전인 만큼 사회의 복지증진에 기여해야 할 것입니다. 그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입니다. 산·학협동을 통해 국가의 연구개발 기반을 확대하고 교육재단, 사회문화재단을 설립 또는 지원하거나 스포츠팀의 운영 및 지원, 문화계 인사에 대한 협찬 그리고 불우이웃 돕기 등에 출연하는 것 등일 것입니다. 우리 한화는 오래 전부터 이러한 여러 부문에 관심을 가지고 사회복지 증진 활동에 기여하려고 최선을 다 해 노력하지만 반성해야 할 부분이 더 많겠지요.”

 

─ 그렇지만 선진국에 비해서는 국내 기업이 기부금을 적게 내고 있고 공동체에 대한 책임이 약하다는 평가가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한 회장님의 생각은 어떤지 듣고 싶습니다.
“국내 기업이 기부금을 적게 내고 있는 것은 공동체에 대한 책임의식이 선진국에 비해 약한 측면도 있겠습니다만 그것보다는 준조세로 인한 막대한 부담으로 여력이 없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전경련이 작년 6월에 조사한 바에 의하면 기업이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가 거둬들이는 각종 부담금, 분담금, 방위성금, 정당·정치인 후원회 기부금, 행사찬조금 등으로 해서 내는 준조세가 연간 2조원(상장사 기준)이나 된다고 합니다. 이것은 경상이익의 35% 수준이나 되는 과도한 금액입니다. 특히 중소기업은 경상이익대비 준조세 비율이 52%로서 절반을 넘어선다고 합니다. 아시다시피 준조세는 세금은 아니지만 세금과 같이 반드시 내야하는 부담금입니다. 기업을 운영하는데에 자금이나 원가 측면에서 막대한 부담을 주고 있지요. 따라서 우리 나라 기업이 내는 순수한 기부금이 선진국에 비해 작을지 모르지만 준조세 비율로 따지면 선진국을 훨씬 능가하고 있다고 봅니다. 따라서 정부 차원에서 이에 대한 면밀한 조사와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준조세 과부담의 문제가 해결이 된다면 우리 기업들도 순수한 의미의 기부금을 더 낼 수 있는 여력이 생길 수 있다고 보입니다. 이러한 악순환의 반복이 더 이상 계속되지 않도록 모두가 새로운 사고로 바꿔 나가야 되겠지요.”
 
일회성 아닌 항구적인 사회 활동 벌일 터

─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회장님과 한화그룹은 특히 장애우에 대한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몇 년 전부터 그룹 차원에서 점자 달력을 만들어 보급하고 최근 생긴 ‘우리마을’에 거액을 기부하기도 하셨는데요. 회장님이 특별히 장애우 복지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었습니까?
“우리 한화그룹에는 특별히 위험한 작업장들이 많이 있습니다. (주)한화의 화약공장은 화약류를 다루는 공장이라 위험하고 한화석유화학(주)는 고압가스류나 독가스류를 다루는 공정이 많아 자칫하면 치명적인 사고가 날 수도 있습니다. 1977년도에는 이리 폭발 사고가 발생하여 다수의 인명피해와 재산상의 손실이 있었고 그룹의 근간이 흔들렸던 일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우리 그룹은 직원들의 안전문제에 극도로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었고 크고 작은 부상을 입은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되다보니까 장애우들 문제도 남의 문제로 보이지 않더군요. 그것이 장애우 복지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특히 저희는 할아버지 때부터 대한성공회 신자입니다. 대한성공회는 성공회재단 산하에 성공회대학뿐 아니라 장애아동 교육기관인 성베드로 학교가 있는데, 마침 제가 이사장직을 맡고 있어서 매년 연말에는 저희 그룹 여직원회에서 이 성베드로 학교의 위문과 봉사를 해오고 있어 장애우들의 복지와 교육에 비교적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 앞으로 한화그룹의 사회기여에 대해 계획이 있다면 어떤 게 있는지 말씀해주시죠.
“우선 전 계열사가 흑자를 실현하도록 하고 실현된 기업이윤을 사회에 환원하되 생산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다각적인 방안을 강구 중에 있습니다. 대학교나 연구기관과의 산학협동을 더욱 구체적으로 밀도있게 추진할 것입니다. 기존의 학교법인인 천안 북일학원에 대한 지원을 더욱 강화하여 새시대가 필요로 하는 인재육성에 심혈을 기울일 것입니다. 국제 교류에 관련된 재단 설립도 구상 중에 있습니다. 국경이 없어지는 국제적 흐름에 발맞추어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해 기업인으로서 무언가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이 있을 것으로 보고 생각 중에 있습니다.
또 한화 이글스를 통해 충청지역의 초·중·고교 야구팀을 적극 지원하도록 하고 그 밖의 문화 행사 협찬이나 불우이웃돕기를 위한 기부도 그룹의 힘이 닿는 대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특히 작년에도 그랬던 것처럼 송년회 비용 등 소비성 비용을 아껴서 그 돈으로 불우이웃 돕기를 하고 각 사업장별로 사회복지관과 자매결연을 맺어 일회성이 아닌 항구적인 교류와 지원이 이뤄지도록 추진하겠습니다. 또 전국에 한화리조트에서 운영하는 콘도가 9개가 있습니다. 장애우 전부를 모두 모실 수는 없지만 기회가 닿는대로 장애우들을 초청할 계획입니다.”

 

─ 저희 책은 사회적 약자로 여겨지는 장애우들이 주로 구독하고 있는 잡지입니다. 회장님은 사회적인 문제에 책임을 가진 위치에 계신데요. 마지막으로 저희 독자들인 장애우들에게 한 말씀 해주시죠.
“우리 사회에 점차 어려운 이웃의 문제에 관심을 갖고 이해하고 동참하는 계층이 점점 늘어나고 있으니까 용기를 갖고 사시길 바랍니다. 봉사라는 게 사실은 상대방을 위해서 하기보다도 어떤 면에서는 자기 자신이 좋은 일을 했다는 하나의 만족도가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이라는 게 이기적인 동물입니다. 이기적인 동물들이 봉사를 하면 뿌듯한 게 있으니까 하는 것이죠. 아직까지 우리 사회가 장애우들을 환영하는 분위기는 아니죠. 하지만 젊은 학생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으니까 10년 후, 20년 후, 이런 사람들이 기성인이 되어 사회의 중요한 구성원이 됐을 때, 우리 사회는 지금보다 훨씬 살기 좋아질 겁니다. 저는 그렇게 될 거라고 확신합니다. 장애우 여러분들도 사회가 변하고 있으니까 밖에 나가는 것 싫어하고 집에만 있지 말고, 희망을 갖고 용기를 내시기 바랍니다.”

 

─ 김 회장님의 말씀을 쭉 듣다보니까 얼른 생각난 게 카메라 줌을 와이드로 했을 때는 초점이 조금 흔들려도 별 차이가 없는데 줌을 당기면 조금만 흔들려도 사진이 흐리게 나오거든요. 김 회장님은 조그만 생각이라고 말씀하시지만, 앞으로 흔들리시지만 않는다면, 그 파장은 훨씬 더 커지고 선명해지리라고 생각됩니다.
 
김승연 회장은 김정열 소장의 마지막 말에 대해 “흔들릴 정도의 것도 없다”며 “저희 보다 좋은 일을 하시는 분들이 더 많은데 저희가 너무 요란 피우는 게 아닌가 오히려 죄송스럽다”며 인터뷰 내내 몸둘 바를 몰라 했다. 또 이날 오전 내내 장애아동들의 손을 일일이 잡아보고, 머리를 쓰다듬는 모습 역시 무척 진지했다. 아이들을 돌아본 소감이 어떠냐는 기자의 질문에 자신이 안수집사는 아니지만 자신의 손길이 닿을 때마다 아이들의 표정이 달라지는 것을 보면서 사랑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를 다시 한번 느끼게 됐다고 말하는 김 회장은 "앞으로 작게나마 장애우들의 받침목이 되고 싶다"는 소망을 조심스럽게 밝히기도 했다 김 회장의 소망처럼 새천년에는 우리 기업들이 이윤만을 챙기는 게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어려움에 처한 이웃을 돌아보는 일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노동자와 장애우들에게까지도 칭찬을 받게 되기를 기대한다.

 

대담 김정렬 편집주간

정리/노윤미 기자, 사진, 김학리 기자

작성자노윤미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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