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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부모운동은 아빠의 협조에서부터 시작됩니다"

한국뇌성마비부모회 이헌주 회장

본문

- 한국뇌성마비부모회가 설립이 되어 창립총회를 가졌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먼저 축하를 드리구요. 부모회가 설립되게 된 계기부터 좀 얘기해주시죠.
“뇌성마비부모들은 아이를 키우면서 항상 정보가 적다는 생각을 가집니다. 이 뇌성마비장애는 어떻게 치료를 받아야 하는지, 장애가 중복이 될 가능성은 없는지, 치료를 받으면 나을 수는 있는지, 항상 궁금해하고 또 안절부절하게 되지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은 계속 연출되는데, 경험자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 돌파구가 없었습니다. 저같은 경우에도 뇌성마비장애에 대한 정보를 접한 적이 없어 아이가 5살때까지 정신지체, 자폐아이들과 같이 치료를 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부모들이 정보가 부족해 그런 실수를 하는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왜 뇌성마비부모회는 없을까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고 같은 뜻을 가진 부모들과 얘기를 하던 중 부모회 설립을 추진하게 되었습니다.”

- 회원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습니까?
“회원수는 한 2백명 가량 되고, 첫 모임에서 1백60명 정도 참석했습니다. 기존에 있던 뇌성마비장애아 부모들의 모임은 뇌성마비복지관의 자모회와 연세대학교 재활병원 내의 ‘연세랑’이라고 하는 어머니 동아리, 이렇게 두 군데에서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부모회는 복지관 유아교실 부모들을 축으로 해서 결성이 되었구요. 그런데 연세랑에서 우리와 함께 하겠다는 뜻을 밝혀와서 함께 임원진을 구성하고 부모회를 설립하게 된 것입니다. 또한 연세랑은 비록 백명 가량의 적은 수이지만 전국적으로 회원을 확보하고 있음에 따라 우리 부모회도 전국적으로 회원을 늘려 활동하는 데 있어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아빠가 중심이 되는 부모회로 관심모아

 

- 뇌성마비부모회는 어머니들이 중심이 되는 다른 부모회와 다르게 아버지들이 주축이 되어 활동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지요.
“그것이 저희 모임에 대해 내외부적으로 기대를 많이 하시는 이유이기도 한데요. 말씀하신대로 다른 부모회는 대부분 어머니들이 중심이 되죠. 저는 거기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를 데리고 다니면서 치료하고, 보살피고, 아이들에게서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엄마들이 언제 모임을 가지고 활동을 하겠습니까. 이미 아이들을 돌보는 것에도 지쳐있는데요. 저는 아빠 협조 없이는 부모 운동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외국에서 부모들이 함께 싸워 장애우 정책을 이끌어낸 사례들에서 볼 수 있듯이 말이죠. 그런데 우리 나라 아빠들은 복지관에 오는 것 자체도 부끄러워하더라구요. 하지만 한번 모이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아빠들을 설득하여 준비위원을 구성해 본격적으로 뇌성마비부모회의 창립준비에 들어간 이후로는 아빠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했습니다. 지금 현재 부모회를 이끌어가는 임원도 3분의 2 정도는 아빠들입니다.”

- 정기적인 모임이 있습니까?
“아직 시작하는 단계이고 우리의 공간조차 없는 실정이라 정기적인 모임은 없고 회원확보에 주력하고 있지요. 그렇게 하기 위해서 홈페이지(www.ottogi.or.kr)도 만들고, 여러 가지 정보도 수집하고 있습니다. 회원들의 이야기도 많이 듣고 있구요. 아빠들을 중심으로 모이니까 또 한가지 좋은 점은 다양한 직업을 가지고 있는 덕분에 홈페이지 운영이나 프로그램 짜는 것, 정보 수집 등 거의 모든 문제가 자체적으로 해결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거기다 연세랑의 의료재활팀까지 합류했구요. 이것을 바탕으로 곧 정기모임도 시작할 예정입니다.”

- 회장님의 아이는 몇 살입니까?
“지금 7살입니다. 딸이구요. 어렸을 때 지체 2급으로 판명났었는데, 지금은 일어서지도 못하고 언어장애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의사소통은 가능하구요, 아주 예뻐요.(웃음)”

- 처음에 장애아를 가졌을 때 심정은 어때셨는지요?
“사실 처음엔 막막했죠.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신학교에 들어갈 무렵에 우리 둘째아이가 태어났는데, 병원에서 말하기를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 태변을 먹었다고 하더라구요. 엄마가 임신 스트레스성 가려움증때문에 열달내내 잠을 못 잘 정도로 고생을 심하게 했는데 뱃속의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아서 변을 본거죠. 아이가 양수를 들이키면서 그것을 먹은 겁니다. 물론 태변을 꼭 먹는다고 해서 장애아이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하더군요. 더군다나 병원에서 아이가 태어날때조차 지나가는 말로 “아이가 태변 먹었네요” 하고 넘어가더라구요. 그래서 안심했고,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습니다. 퇴원할때도 병원에서는 아무 말이 없었어요. 그래서 저희도 한치의 의심도 없었습니다.
몇 달이 지나서야 다른 병원에서 아이가 조금 이상하다는 얘기를 듣고 검사를 하러 갔는데, 아이는 36개월이 지나야 장애판정을 해준다더군요. 36개월이면 거의 아이가 4-5세가 된다는 이야기인데, 그 땐 이미 늦은 것 아닙니까. 그래서 사설 장애우교육기관에 갔더니 뇌성마비같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알았습니다.
그때는 정말 답답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아, 하느님께서 나에게 왜 이런 아이를 주셨을까’ 하고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했죠. 장애아이를 키우는 것은 분명히 내가 해야할 몫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녀의 미래가 가장 큰 걱정

 

- 부모로서 아이를 키우시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뭡니까?
 “대부분의 장애아부모들은 아이가 성인이 되었을 때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가장 궁금해합니다. 지금의 장애가 더 심해질지, 아니면 더 나은 모습을 하고 있을지…. 그리고 더 나은 모습을 위해서는 어떻게 치료를 해야하는지, 또 지금 치료할 수 있는 한계가 과연 어디까지인지가 가장 걱정이지요.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적절한 치료기관을 찾는 것이 참 힘든 것 같아요. 물론 제가 말하는 치료란 완치란 개념이 아닙니다. 물리치료나 작업치료 역시 뇌의 원인이든, 신경의 원인이든 기능이 약화되고 발달이 저하된 부분을 자꾸 반복운동시킴으로써 익숙하게 하는 것이잖아요. 그렇게 하면 비장애우처럼 온전하진 않아도 상태가 조금 나아지죠. 아이를 치료하면서 부모가 원하는 것은 그렇게 치료를 함으로써 자기의 신변처리나 기본적으로 자기를 추스릴 수 있는 정도까지 기능을 강화시키고자 하는 것입니다.”
- 아직 7살이지만 아이의 미래에 대해 생각해본 적은 있으신지요.
 “늘 생각하죠.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부모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아이가 변해가는 모습입니다. 과연 성인이 되면 내 아이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그것을 보기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내 아이보다 나이가 많은 다른 장애아를 보는 것입니다.
 다른 장애아들의 부모는 우리의 선배가 되고, 많은 정보를 그분들에게 얻습니다. 이 모임을 만들게 된 가장 결정적인 이유도 바로 그것입니다. 아이를 먼저 키운 어머니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장애아가 태어나면 초기에는 전재산을 쏟아부어 치료하고, 모든 가족이 그 아이를 위해 희생한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초등학교 저학년이 되면 어느 정도 현실을 인정하게 되지요. 아무리 치료를 해도 비장애우처럼은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때가 되어서야 겨우 나머지 가족들을 돌아보게 되고,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어느 정도 포기를 하게 된답니다. 물론 포기라는 것이 집안의 경제적 환경문제도 있겠지만 엄마를 비롯한 가족들이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지치는 것이죠. 그래서 저는 이 뇌성마비부모회가 부모들의 만남을 통해 대책을 세울 수도 있고, 또 쉬어갈 수 있는 역할도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지금 부모들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욕구는 뭡니까.
“사실 장애특성상 부모들의 욕구가 너무 다양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어린아이의 부모들은 치료욕구가 제일 크죠. 그리고 초등학교를 가게 될 무렵은 교육에 대한 욕구가 제일 큽니다. 또한 어느 정도 학교를 졸업하게 되면 수용시설에 대한 욕구가 강해요. 이렇게 다양한 욕구를 가지고 있어서 반영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 그런 욕구들을 해결하기 위해 시위를 비롯한 운동도 직접적으로 할 생각이 있으신지요.
“물론입니다. 사실 처음엔 눈앞에 떨어진 기본적인 정보와 우리의 욕구를 해결하는 것을 중심으로 활동을 하게 되겠지요. 하지만 운동이 필요할땐 적극적으로 우리의 권리를 주장하고, 나아가서는 복지정책에도 반영할 수 있는 역할을 할 생각입니다. 우리가 한 목소리를 냈을 때 실현할 수 있는 일이 더 많아질테니까요.”

- 마지막으로 뇌성마비부모회에 가입하지 않은 다른 부모들에게 한 말씀 해주시죠.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장애아의 부모가 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해야할 몫이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7살난 아이를 가지고 있지만 한두살 장애아 부모에게 분명히 해줄 얘기가 있을 것이고, 또한 저도 10살, 20살 먹은 장애아 부모에게 배울 것이 있습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선 일단은 부모가 모여야 한다고 생각을 하구요.  그 돌파구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한국뇌성마비부모회입니다.  동참해서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십시오."

 

정리 김경희/ 사진 김학리 기자

작성자김경희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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