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에 만난 장애우]가수 조덕배 > 세상, 한 걸음


[이달에 만난 장애우]가수 조덕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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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우 가수라는 또 다른 이름이 붙여진 우리의 친구>
누구나 조금씩은 숨기고 싶어하는 부분이 있게 마련이다. 그것이 크든 적든가에. 그러나 그
부분이 전체가 되었을 땐 무엇으로 그것을 감출 수 있겠는가. 굳이 정직이나 진실 따위의
무거운 말을 쓰지 않더라도 가슴 한 부분은 늘 아프게 저려오는 순간들, 부딪히면 깨어지는
한 개 조각이 될 우리, 주인도 없는 텅 빈 하늘을 쳐다보면서도 구름 한 개 따내지 못하는
우리들.

▲장애우가수조덕배씨

사는게 사는게 아닌데…… 가슴 밑바닥으로부터 웅크린 그 무엇인가가 용트림하는 듯하다.
토요일, 늦은 저녁이었다. 보랏빛 장미가 한데 어우러진 안개꽃 한아름을 들고 멋적게 들어
서는 조덕배씨를 만난 것은. 현관문을 들어서며 「안녕하세요-.」라는, 조금은 떨리는 그의 
음성을 통해 인터뷰 기자인 내가 같은 장애우임에 약간의 동요를 일으키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애써 태연한 척 방으로 들어서는 그이 뒷모습에서 새삼 목젖까지 적셔오는 뜨거움
(?)이 솟구친 겉 무엇 때문일까.

사람들은 참 쉽게 잘도 얘기한다. 정신의 우월성을, 육체의 하찮은 표현을 그러면서도 막상
부딪혔을 때 갈등의 끝은 늘 그 육체에 매달리면서도 말이다. 조덕배, 새삼 그를 소개한다는
것이 어색하리만큼 그는 잘 알려진 가수이다. 인기 가수라는 미사여구 앞에 장애우 가수라
는 또 다른 이름이 붙여진, 그는 분명 우리의 친구이다.

그를 위해 커피를 준비하며 기호를 묻자 커피에 설탕 한 스푼만 넣는다는 대답에 그이 불면
의 밤들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이내 잠은 몇 시쯤 자느냐는 첫 질문에 「잠이요? 안자요, 아
니, 일정한 시간이 없어요」라며 짧게 대답하고는 「방이 참 예쁘네요」라며 동문서답식 격
의 표현을 하는 그… 그만 멋적어지고 만다.

참으로 부드러운 인상이다. 참으로 편안한 음성이다. 그러기에 "그의 노래를 듣는 이로 하여
금 꿈길을 걷게하는 지도 모르겠다"라는 생각을 하며 나는 이내, "곡을 직접 쓰시는 걸로 알
고 있는데 어떤 느낌을 갖고 쓰느냐"고 묻기에 이르렀다. "그냥 써요. 일부러 감정을 만드는
것도 아니고 느끼는 그대로 하고 싶은 말 그대로~ 곡을 만들어요. 대학을 나온 것도 아니고
작곡에 대해 물론 정식으로 배운 것도 없구요. 그런데 그냥 느낌으로 써진다고나 할까요
또…남들과 좀 다른 점이 있다면 곡을 쓸 때 악보에 직접 쓰지 않고 카세트를 틀어놓은 채
기타를 쳐가며 녹음을 한 뒤 그 음을 악보에 적는 식으로 해요

<곡은 느낌대로 만들어>
덧붙여, 이런 식으로 만든 곡 중에서 그가 가장 아끼는 노래는 "나의 옛날이야기"라며 읊조
리듯 아주 작은 목소리로 노래를 하기 시작했다. 마치 듣는 이를 의식하지 않은채 그저 흥
얼거리고 있다는 표현이 적절한 그의 음률이 방안을 휩싸고 돌았다.

문득, "그대 내 맘에 들어오며~아이처럼 뛰어가지 않아도, 나비처럼 날아가지 않아도 뛰어갈
텐데~ 날아갈텐데`그대 내 맘에 들어오며는~"이라는 그의 노래 가사가 겹쳐 들리는 듯 한
건 또 무슨 이유에서 일까. 아마 그는 늘 그의 잠재의식 속에서 꿈을 펼치고 있는지도 모르
겠다. 해보지 못한 자의 소망이랄까? 아니면, 동경이라 할까? 아무튼 그의 노래를 들으면 가
끔, 아주 가끔은 서글퍼지고 만다. 정말로 아이처럼 뛰어가고 싶기에…….

「10남매 중 9째인데 동생과 저만 아직 30이 넘도록 장가를 안 갔어요」라는 말에 나는 기
다렸다는 듯이 결혼은 왜 아직 안 하는지를 물었다. 그러자 「결혼이요? 귀찮아요. 여자?!
귀찮다고 생각해요 잠 잘 때도 팔 베어줘야 하고, … 신경쓸 일이 너무 많아서…싫어요. 혼
자가 편해요」라며 씁쓸히 웃어 보인다. 연이어 담배 4개피 째를 피우는 것을 물끄러미 바
라보며 그래도 혼자보단 둘이 덜 외로운텐데…라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요즘 근황을 묻자, 문득 생각난 듯. 「얼마 전 부산 공연을 다녀왔는데 거기서도 느꼈지만
… 그래도 서울에 살고 있는 장애우들은 지방에 있는 친구들보다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들더
군요. 뭐랄까?! 적절한 표현이 될지 모르겠지만 서울에 있는 친구들은 행복한 편이라 생각
되더군요. 시설의 혜택을 받아서인지 아니면, 그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콘서트 곳곳
에서 많은 장애우들을 만나게 되더군요.」라며 근황을 대신하고는 아, 「갑자기 배가 고픈
것 같은데요…」배가 고프다는 말에 집에 조금 남아있는 포도주 반잔과 샌드위치를 대접하
며, 보호시설이나 기타 유관시설이 지방 곳곳에 골고루 그 혜택을 미쳤으면 하는 안타까움
이 간절했다.


<지방 장애우들 안타까워>
조금 피곤한 듯 머리카락을 쓸어올리는 그에게 이번에는 "살아가면서 장애 때문에 겪은 어
려움이나 에피소드 같은 것은 없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글쎄요~」라며 잠시 생각하는 듯
하더니 이내, 「언제던가… 친구들과 어울려 술을 마셨는데 돈이 모자랐던 적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그 때 다른 친구들은 모두 도망가 버렸는데 저는 그럴 수가 없었지요. 그때의 그 기
분, 일종의 배신감과 당황감이 엇갈린 기분이랄까?! 뭐 그런 기분이었는데 두고 두고 그 기
억이 가슴에 남는군요」

끝으로 장애운동에 관해서 조심스럽게 묻자 그는 쓸쓸히 한번 웃더니, 「세상에는 하면 될
일이 있고 해도 안 되는 일이 있더군요. 그런데 아직 우리나라 실정으론 해도 안되는 일이
더 많은 것 같구요. 전 그래서 아직 그런 일에 커다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요. 그저 답답할
뿐이예요. 물론, 다른 장애우들이 저보고 비겁하다고 말 할 수도 있을거예요. 그러나, 꼭 자
애운동에 관한 노래를 부른다고 해서 내가 그 일에 동참을 한다는 의식을 갖을 것도, 그렇
지 않다고 해서 내가 정상인이 되는 것도 아니겠죠. 아무튼 전 저 나름대로 열심히 살 것이
고 그것이 다른 이들에게 작은 부분이나마 의욕을 비추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너무 애태
우며 살지 않았으면 해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거예요」

그의 한숨 섞인 넋두리를 들으며 올려다 본 시계가 새벽을 가리키고 있었다. 너무 늦었다며
또 이 길로 부천에 가야하는 스케줄이 잡혀있다는 그를 문 앞까지 전송했다. "조심해서 가세
요~"라며 돌아서려는데 「저… "함께걸음"에 계속되는 발전이 있길 바래요. 또…제게 작은 희
망이 있다면 장애우를 위한 문화공간을 만드는 것인데 빨리 이루어졌으면 하는 마음이 갑자
기 급해지는군요 그럼…」


<장애우를 위한 문화공간을 만드는게 꿈>
이렇게 해서 한밤의 데이트(?)를 마무리했다. 늦은 시간인데도 늦었다 생각되지 않은 편안
함. 처음 만남인데도 벌써 여러 해 전부터 알아온 사이처럼 느낌이 따뜻했던 인터뷰. 아마도
느끼는 것 아파하는 이유가 같기 때문에서 일 것이다.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지금껏 살아오면서 부딪혔던 많은 일들. 알 수 있었다. 다 도망
가버린 친구들 뒤에 남겨져야 했던 그 절망감을, 노래 부르다 그 가사 속에 멈칫 주춤해야
하는 그 애절함을

정말로, 그가 정말 기쁜 마음으로, "하면 될 일이다"라고 느끼며 우리의 장애운동에 함께 동
참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빌어 본다.

더불어 그의 인기를 이용한 그의 장애가 몇몇 장애단체나 유사기관에 의해 남용(?)되지 않
기를 또한 간절히 바래본다.

힘들고, 숱한 희생을 치루어서라도 이루어가야 할 길 부딪혀 나아가야 할 길, 그 길이 비록
멀리 있다해도 우린 가야하리. 걸어서, 뛰어서 가지 못하면 엎어지고 넘어져서 기어가더라도
우린 가야하리. 그래도 가야 할 우리의 길이기에…

작성자윤정의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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