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단체연합 신임 공동대표 남윤인순 씨 > 세상, 한 걸음


한국여성단체연합 신임 공동대표 남윤인순 씨

그래도 다시 한번, 희망을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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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라 진보적 여성 운동의 대표 주자인 한국여성단체연합(이하 여성연합).
여성연합은 남녀평등 및 남녀공동 참여사회 실현과 여성운동단체들 교류를 도모하기 위해 1987년 창립됐다. 현재 6개 지부, 27개 회원단체를 두고 있는 전국 조직이기도 하다. 또한 가족법, 남녀고용평등법, 영육아보육법, 성폭력특별법, 가정폭력방지법 제정, 여성발전기본법, 남녀차별금지및구제에관한법률 등 우리 나라 여성발전을 위한 기초적인 법과 제도를 만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런 여성연합의 새로운 ‘왕언니’로 뽑힌 남윤인순 대표(47). 그이는 70년대말 학내 민주화 운동부터 야학교사를 거쳐 80년대 노동운동과 여성운동에 투신했던, 운동판에서 잔뼈가 굵은 활동가다. 현장부터 시작해서 한 단체를 이끄는 지도자가 된 남윤인순 대표는 그래서 더욱 빛나고 있다.
법이든 제도든 모든 것을 통해서 여성을 가로막은 사회의 벽을 허물겠다는 남윤인순 대표. 〈함께걸음〉이 만났다.


 
여성의 정책결정권한 척도, 한국은 70개국 중에서 63등

김정열(이하 김) : 먼저 대표로 선출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눈에 띄게 다양하고 많아졌습니다. 그리고 선진국이 되려면 여성의 사회진출을 적극 장려해야 된다고들 말합니다. 이런 사회적 흐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남윤인순(이하 남) : 여성의 사회진출이 전체적으로 조금씩 늘기는 했습니다. 그동안 여성에게 제한됐던 분야도 좀 허물어졌고요. 군대, 경찰, 사관학교 등에 여성이 간부로 진출했고, 여성 지도자들도 늘었죠. 특히 여성장관이 4명이나 나온 것은 괄목할 만한 성장입니다.
그렇지만 절대적인 규모에서는, 경제력이 비슷한 다른 나라와 비교해봐도, 우리는 아직 굉장히 뒤쳐집니다. 작년에 유엔디피에서  ‘여성의 정책결정 권한 척도’라는 것을 발표했는데요. 그게 뭐냐면 정계와 전문직에 진출한 여성 비율로, 그 나라에서 여성이 정책을 결정하는 권한 정도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나라는 70개국에서 63위입니다. 꼴찌나 다름없죠. 결정적인 이유는 여성의 정치 참여가 현저히 낮기 때문입니다. 남성이 독점하고 있는 정치 구조가 극복이 잘 안되는 거죠. 현재 여성 국회의원은 전체의 5.9%, 다시 말해 272명 중에 16명입니다. 현실적으로 남성 지배 독점이 가장 강한 구조가 정치권입니다. 제도를 고치는 국회위원이 남성이다보니까, 극복이 잘 안돼요. 그들의 기득권 지키기, 진짜 엄청나요.

: 김대중 정부 이후 여성 관련 제도나 시스템은 보완이 좀 보완됐다고 생각합니다. 총선을 준비하는 요즘 정치권에서는 준비된 여성들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들도 하더군요. 이번에 여성 후보 102명을 추천 발표 하셨는데, 그런 맥락입니까?
: 여성부나 여성특별위원회, 각종 여성할당제 등 여성들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은 생겼습니다. 하지만 내용이 부실하면 실효성이 없겠죠. 그래서 여성의식을 제대로 갖춘 여성들이 참여해야 합니다. 그리고 정치권에서 준비된 여성들을 못찾겠다고 해서, 이번에 102명의 여성후보를 발표한 것입니다. 운동 차원에서. 후보 선정 기준에 대해 논란이 있을 수는 있죠. 그렇지만 사실, 기존의 정치권에 있는 사람들보다는 이들이 못할리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사회에 준비된 여성 후보를 제시하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습니다.

 

여성에게 투자, 국가 생존의 기본
: 제가 어느 통계를 봤더니, 남성과 여성노동자의 평균 임금 비율이 100대 65더라구요.
: 네. 그나마 격차가 줄어든 거죠. 몇 해전까지만 해도 100대 55였거든요. 임금 격차도 문제지만, 여성과 남성의 직종분리도 심하고,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편차도 심합니다. 그래서 그 간격이 줄지 않고 있어요.

: 호주는 여성임금 비율이 남성임금의 거의 90%에 육박하던데요. 이렇게 사회가 일정정도는 뒷받침해야지, 한 개인의 노력으로 이루어지겠어요?
: 그럼요, 동의합니다. 우리 나라도 여러 가지 여성 고용 할당 인프라가 만들어져 합니다. 지금 취업에서의 차별은 그래도 좀 나아졌다고 할 수 있어요. 하지만 그것을 유지하기가 어렵습니다. 현재 여성 운동의 관심도 ‘임신과 출산, 양육과 일을 양립할 수 있는 시스템을 어떻게 만들 것이냐’입니다. 이는 기업과 사회의 책임이죠. 모성보호부분은 어느 정도 제도적으로 됐지만, 육아관련 제도는 아직 미흡합니다. 육아휴직 후 당하는 불이익이 많고, 지원금액도 비현실적이라서 실효성이 없습니다. 보완책이 없으면, 아이가 있는 여성은 직장 생활을 유지하기가 상당히 힘들어요.
출산파업이 생기는 현상도 이런 이유가 아니겠어요? 남성들은 섬찟하달지 모르지만, 이 현상이 왜 생겼는지를 먼저 생각해야죠. 직장생활을 하고 싶은 여성들이, 출산과 양육 기간에 여러 가지 겪어야 될 것들 때문에, 도저히 직장과 병행 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는 겁니다.
그리고 양육에 남성도 당연히 참여해야죠. 남성들도 육아휴직 할 수 있는 있지만, 육아휴직 쓰는 남성 거의 없잖아요. 기업 문화와 남성 의식이 바뀌고, 최소한 통상 임금의 60%정도는 보장을 해줘야 남성들도 참여할 수 있습니다. 남성들의 육아가 무능력함으로 보이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문화로 정착해야 합니다. 외국에서는 이것을 정착 시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스웨덴은 출산시 남성이 최소한 한 달은 휴직하도록 강제로 제도화했습니다. 남성들도 최소한 한 달은 무조건 아이와 함께 있을 수 있도록. 그러면  편견이나 거부감이 안 생기죠. 물론 육아휴직을 쓰고 싶지 않은 여성에게는 보육 시설로 뒷받침해주고. 인터뷰 첫머리에 여성의 사회 진출을 말했는데, 이래야만 여성들이 사회로 진출할 수 있습니다.

: 보육 관련된 제도들이 여성부로 위임된다는 얘기가 있던데,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 결론이 아직 안났어요. 국회가 파행되는 바람에. 국회 본회의까지는 올라갔는데 부결됐어요. 우리가 보육 관련 제도를 여성부로 이관하려는 이유는, 물론 복지부에서도 복지 차원에서 할 수는 있지만, 이 문제를 가장 철저히 인식할 수 있는 부서가 여성부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예산이 문제죠. 지금 보육 예산이 3천억 정도인데요, 이것을 4배 정도는 늘려야 합니다.
: 획기적으로 확 늘려야 효과가 있겠죠? 국가가 보육에 투자하는 예산은 20년 후에 백 배의 세금으로 돌아옵니다. 국가 예산이 거기서 생기는데, 투자는 안하고 거둬들이기만 하겠다면 말이 안되죠. 보육이야말로 사회 유지에 기본이고 눈에 보이는 이익 아닙니까? 미래를 내다보는 정책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 그럼요. 사실 우리 나라 같은 이 상황에서 애 낳아주는 것만 해도 고마워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 그럼 영유아보육법과 유아교육법은 어떻게 결정이 났나요?
: 영유아보육법은 이번에 개정됐고, 유아교육법도 제정됐습니다. 여러 과정들이 있었지만, 어쨌든 영유아보육법은 잘 개정됐다고 생각합니다. 개정 전에는 보육에 대한 기본 책임이 가정이었고, 정부는 가정에서 책임지지 못하는 아이들만 보완적으로 보육을 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어요. 하지만 개정된 영유아보육법에서는 보육을 필요로 하는 모든 아이들에게 보육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보편적인 서비스를 할 수 있습니다. 상당히 ‘공(公)보육’ 쪽으로 간 거죠. 유아교육법 제정도 ‘공교육화’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취약 보육’도 강화했습니다. 현재 서울 및 수도권은 3세∼5세 보육 충족율이 80% 정도 되지만, 농어촌 지역을 그렇지 않습니다. 장애아동은 말할 것도 없고요. 그래서 사람들이 잘 안할려고 하는 영아, 장애아, 농어촌 지역 보육, 연장보육 등을 진행하는 보육기관에 정부가 더 특별하게 지원을 해야 합니다.

미워도 다시 한번, 깨끗한 정치를 기대해본다
: 올해 총선은 유난히 기대가 큰 것 같습니다. 그런데 예전과 달리, 아예 말하기조차 싫

 
어하는 사람들이 많더군요. 이런 현상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 하시나요?
: 제가 느끼기에도 그렇습니다. 과거엔 수구와 개혁 세력을 구분 할 수 있었잖아요. 그래서 사람들이 개혁 세력들을 보면서 그나마 희망을 걸었죠. 지난 대통령 선거 때 특히나. 다들 이렇게 하면 변하는구나 느꼈죠.
수구와 개혁 세력의 큰 차이는 얼만큼 깨끗하냐인데, 이게 받은 액수만 다르지 다 관련됐다고 하니까, 그래도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던 층들이 돌아서고는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들이 완전히 등 돌렸다고 생각치는 않아요.
이번 총선에서 지역주의 정치구조와 돈 정치를 파열시킬 가능성을 타진하는 거죠. 물론 참여정부도 기존 정치 구조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이번에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을 만들어 이런 것들을 불식시킬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내면, 그래도 희망은 있습니다. 저는 지금 과도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안될 수도 있습니다. 정말 더 이상 희망이 없는 상태로 될 수도 있고요. 하지만 총선 과정에서 정치개혁이 좀 되고, 이것을 계기로 개혁세력이 많이 등장한다면 지역주의나 돈 정치가 없어질 거라는 희망을 거는 거죠.
우리 사회에서 정치는 너무나 영향력이 큽니다. 특히 지금 같이 분단 상황에서, 완전히 획일화된 사회구조 안에서 정치권력이 어떻게 움직이며 어떤 가치에 응하느냐에 따라서 서민들에게 주는 영향, 너무나 크잖아요. 차단벽도 없어요. 그래서 정치가 바로 서야 하는 겁니다.

: 낙천운동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낙천운동 중에서 여성에 대해서는 좀 더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 있습니다만, 전체적으로는 2000년 총선처럼 참여하는 것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2000년도처럼 단일한 기준으로 낙천 대상을 정하는 것보다는, 분야별로 당선될 사람, 낙천될 사람의 정보를 제공해주면 유권자가 판단하는 방식으로 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반여성적인 후보지만, 친환경적인 후보일 수도 있잖아요. 그 기준을 종합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최종 판단은 유권자 몫입니다. 그래서 이번 총선은 좀 다른 방식으로 진행되지 않을까합니다. 여성운동 쪽은 좋은 여성 후보나 여성 친화적인 후보를 지지 할 것이고, 반여성적인 행보를 했던 사람들에게는 반대할 겁니다. 유권자들은 다양한 사회분야, 여성, 장애우, 환경 등 자기가 관심 있는 분야의 정보를 가지고 선택할 것 같아요.
그래서 아이디어를 하나 생각해 봤는데요. 후보들에 대해 성적표를 만드는 겁니다. 그래서 환경, 장애, 여성, 등등 각 분야 종합 성적을 내보는 거예요. 연대를 꾸려서. 분야별로 각 단체들이 성적을 매기면, 그것을 종합하는 싸이트를 개설해서 유권자들에게 제공하는 겁니다. 정보가 너무 여기저기 흩어져 있으면 접근이 어려우니까, 해보자라고 기획하고 있어요. 저번 총선때 보니까, 선거 막판에는 유권자들이 자기 지역 후보가 낙천 대상인가 아닌가를 따져보더라구요.

: 마지막으로 남 대표님께서는 여성의 사회진출을 위해서 무엇이 가장 절실하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 우리 사회에서는 여성이 경력을 쌓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그래서 그 벽을 허물어 내는 것이 가장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법이든 제도든 모든 것을 통해서. 그리고 여성들 스스로 자신감을 가져야 합니다. 공적 영역에서 체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것은 직업이나 자원활동 등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여성들에게는 너무 사적인 역할만 강요되어서, 그것이 내면화되다보니까, 깨고 나오기가 어렵습니다. 처음 문턱을 넘는 것이 힘들죠. 하지만 그 문턱을 넘는 것은 스스로 자신감을 회복하는 것입니다. 여성단체 경험이 있는 여성들이 자존감이 높은 이유가 공적인 세계와 만나고 그 체험을 통해서 자기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기 때문입니다. 안로부터 깨고 나와야 합니다.

 

대담 김정열 편집주간/ 정리 최희정 기자/ 사진 윤정은 객원사진기자

 

 

 

 

 

 


 

작성자최희정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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