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대 사회복지학과 조한진 교수 > 세상, 한 걸음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조한진 교수

한국에서도 ‘장애는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본문

 
장애우복지학을 가르치면서 한 학기 내내 학생들에게 장애우복지학이 없어져야 한다고 가르친 재미있는 교수가 있다.
한국에서는 최초로 미국 시카고대학에서 ‘장애학’ 박사학위를 받고 돌아온 사람, 조한진 교수를 만나 한국의 장애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장애에 대한 새로운 시각 ‘장애학’
함께 : 우선 가볍게 개인적인 이야기부터 하면, 처음엔 약사를 하셨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약사가 돈을 더 잘 버는데 왜 사회복지를 다시 공부 하셨어요?
조한진(이하 조) : 대구대 교수임용 때문에 면접 보러 왔을 때도 같은 질문을 받았는데 또 받게 되네요. (웃음). 사실 지금 받는 월급이 약사를 할 때 벌던 돈보다 적어요. 하지만 제가 약국을 하다가 그만두고 사회복지를 한 게 아니라 장애우복지를 공부하고 싶은데 유학을 가려면 돈이 필요하잖아요. 그래서 약국을 했던 거예요.
함께 : 처음엔 약학을 전공하지 않으셨나요?
조 : 약대에 진학할 당시는 순진한 고등학생이라 부모님 시키는 대로 간 거죠. 그 당시엔 저처럼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주로 법대에 갔어요. 그래서 주변 사람들이 제게도 법대에 가라고 했어요. 근데, 고등학교 1학년 때 장애우가 사법고시를 통과했는데도 임용이 안 된 사건이 발생한거예요. 그러니까 부모님께서 법대도 안 되니 약대를 가라고 한거죠.
막상 약학은 제 적성에 안 맞았어요. 그리고 제가 장애를 가지고 있으니까 장애를 가진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하지만 약대를 나와서 다시 사회복지를 공부하겠다고 하면 집에서 반대할 게 뻔하잖아요. 그래서 돈을 벌어서 유학을 가려고 약국을 하게 된 거죠. 그러니까 약국을 하다가 유학을 간 게 아니라, 유학을 가려고 약국을 했던 거예요.

함께 : 미국에서 공부하신 ‘장애학’ 이야기를 좀 해주세요. 한국에서는 아직 장애학이라는 학문 자체가 생소하거든요. 보통 장애학이라고 말하면 사람들이 장애우복지학과 구별을 못하잖아요.
조 : 여성학을 생각해보면 장애학이 무엇인지 생각하기 좀 쉬울 것 같네요.
이제까지 한국에서 장애우 관련 학문이라고 하면 특수교육, 직업재활, 사회복지 등을 말했어요. 이러한 학문들은 대부분 장애우를 어떻게 도울까에 초점이 맞춰져 있죠.
장애학은 장애를 역사적, 문화적, 사회적 입장에서 보려고 해요. 예를 들어서 외국의 역사이지만, 미국역사 초기에는 ‘우생학’을 근거로 많은 장애우를 죽였고,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대부분은 가스실에서 유태인만 대량 학살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장애우 역시 대량으로 학살됐거든요. 이러한 사실들을 통해 장애를 역사적 관점에서 바라보게 되죠. 혹은 사회적, 문화적 관점을 예로 들면, 한국에서 ‘장애우 문화’라고 하면 흔히 레저와 관련된 문제를 말하는데 장애학에서 말하는 ‘장애우 문화’는 장애우를 바라보는 일반사회의 인식을 말해요. ‘장애인 먼저’ 운동처럼 캠페인을 하는 게 아니라 구조적이고 학문적인 뿌리를 찾아서 연구하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장애학은 연구를 하는 방법 측면에서도 차이가 있어요. 장애우만 보는 게 아니라 사회적 맥락 안에서의 장애를 보려고 하기 때문에 참여연구를 하게 되죠. 우리나라에선 장애우로부터 멀리 떨어져 마치 관조하듯 연구하는데, 거기선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가르쳐요. 실제 장애우들의 일상 속으로 들어가서 그 사람들이 어떤 점에서 어려움을 겪는지 얘기를 듣는 거죠. 그러다보니 숫자나 통계로 나오는 것이 아닌 인터뷰를 통해 얻는 질적인 연구를 하게 돼요.
함께 : 얼마 전 한국에도 ‘장애인복지학회’가 생겼습니다. 당시 이 학회 명칭을 장애인복지학회로 할 것인지 장애학회로 할 것인지 논의한 적이 있었죠. 교수님도 그 학회에 참여하고 계시죠?
조 : 첫 모임에서 이익섭 교수도 그 말씀을 하셨어요. “원래는 장애학회가 되어야 한다. 특수교육, 재활 등 장애와 관련된 모든 학문이 함께 나가야 한다”고. 그게 우리나라가 아직까지 장애학을 바라보는 시선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미국에서 말하는 장애학회는 이것과는 차이가 있어요. 미국에서 말하는 장애학회는 장애와 관련된 학문들을 연구하는 모임이 아니라 장애학을 연구하는 모임이기 때문에 철저하게 사회적 모델에 근거해서 운영 되죠. 따라서 장애우를 도울 수 있는 기술적 측면을 연구하는 특수교육이나 재활 등은 여기에 해당되지 않아요. 재활, 복지, 심리에서 일하는 사람이 장애학회에 들어올 수는 없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관점에서 바라보면 이익섭 교수는 ‘장애’학회인거고, 제가 말씀드리는 건 ‘장애학’회인 셈이죠.
그리고 미국의 장애학회를 보면 활동가와 연구자가 학회 안에서 함께 활동해요. 저도 그런 학회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죠.

“힘이 있어야 선택도 가능하죠”
함께 : 미국에서 공부하시면서 미국의 자립생활센터들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도 보셨을 텐데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요?
조 : 미국에서는 정부에서 자립생활센터를 지원하기 때문에 적어도 재정적인 문제는 없어요. 그래서 잘 운영되고 있는 편이죠.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장애와 관련된 대표적 학문이 사회복지이지만 미국에서는 사회복지와 장애학은 뚝 떨어져 있어요. 사회복지를 공부하는 사람들이 장애 쪽을 공부하는 경우는 별로 없어요. 차라리 장애를 공부하려면 장애학으로 가죠. 그러다 보니 자립생활센터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사회복지사나 어떤 전문가가 아니에요. 구성자체가 거의 대부분 장애우죠.
미국의 자립생활센터는 정부가 지원하기 때문에 재정적 측면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고 따라서 다양한 프로그램이 왕성하게 이뤄지고 있어요. ADA(미국의 장애인차별금지법)가 잘 안되는데 반해서 자립생활은 잘 되는 편이죠.
함께 : 한국에서의 자립생활은 복지관 프로그램처럼 운영이 되고 있는데 그래서 말이 많아요.
조 : 미국에는 사회복지관이 없어요. 한국에만 있는 거죠. 사실 사회복지관의 이념과 자립생활센터의 이념 자체가 틀려서 절대 양립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한국에서는 사회복지관이 자립생활센터를 운영하거나 그 운영에 개입하려고 하니까 자꾸 프로그램화 되는 거죠. 그리고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한국에서는 마치 그것이 자립생활의 전부인 것처럼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졌어요.
함께 : 미국에 있으면서 한국을 보면 보다 객관적으로 볼 기회가 있었을 텐데, 밖에서 보니 우리나라 장애계가 어떤 것 같아요?
조 : 미국 유학시절 함께걸음을 통해서 한국 소식을 들었어요.
함께 : 여기서 애독자를 만나 뵙게 되는군요. 영광입니다. (웃음).
조 : 단순 비교는 어렵죠. 하지만 함께걸음을 보면서 생각한 것이 한국에는 장애와 관련된 이론들이 차례차례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아주 구시대적인 것부터 최첨단까지 전부 짬뽕이 되어있는 느낌을 받았어요. 이러한 상황을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이것들이 공존하는 걸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건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언젠가 모 복지관에 갔다가 어떤 분이 이러한 한국의 상황을 다양한 선택권의 보장으로 말씀하시는 걸 들은 적이 있어요. 다양한 반찬 중에서 스스로의 입맛에 맞는 반찬을 골라먹는 것처럼 장애우에게 다양한 선택권이 있어야 한다. 그러니까 시설도 있어야 하고, 자립생활센터도 있어야 하고, 복지관도 있어야 하는 거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때는 직접 반박하지 못했지만, 선택이라는 것은 힘이 있을 때 가능한 것이죠. 미국의 장애우는 정부에서 돈이 나오고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데도 문제가 별로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장애우는 순수하게 자신의 의사에 따라 시설을 선택할 수 있죠. 미국에서는 장애우가 널싱홈이든 그룹홈이든 시설을 선택하면 그 시설이 좋아서 선택하는 것으로 볼 수 있어요. 하지만 한국에서 장애우가 시설을 선택하는 건 시설이 좋아서 선택하는 것으로 보기 어려워요. 우리나라 장애우들은 돈도 없고 사회적으로도 그런 여건이 갖춰져 있지 않잖아요. 그런 상황에서 장애우가 시설을 선택한다면, 그건 사회에서 등 떠밀려 가는 것이지 선택에 의해서 가는 것으로 보기 어려워요.

“장애인차별금지법,장애정의를 확실하고 깔끔하게 해야 합니다.”
함께 : ADA법을 잠깐 언급하셨는데요, 한국에서는 요즘 장애계에서 직접 장애인차별금지

 
법안을 만들고 입법운동을 하는 중입니다.
조 : 미국에서 ADA법은 벌써 15년이 되어가네요. 미국은 영미법이라 판례중심인데 요즘 들어서 ADA법 관련 소송들이 반 이상은 지고 있는 상황이에요.
함께 : 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가요?
조 :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비용의 문제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장애우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의 문제예요.
미국에서 ADA를 제정할 때 가장 반대하는 집단이 기업이었습니다. 기업은 이런 법을 제정하면 세계 경쟁에서 진다고 주장했죠. 하지만 기업들이 주장했던 것처럼 ADA법상의 편의를 제공하는 것이 보통은 돈이 많이 들지 않아요. 다만, 대중교통처럼 몇 가지 경우에서는 돈이 많이 들어서 천천히 진행되고 있죠. 그런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는 것이죠.
또 다른 문제는 장애우를 어떻게 정의하는가와 관련된 문제예요. 원래 ADA가 장애인차별금지법이기 때문에 소송을 하려면 일단 소송을 하려는 사람이 스스로 장애우라는 것부터 증명을 해야 하지요. ADA법은 사회적 모델에 근거해서 장애를 세 가지로 정의했어요. 첫째, 생활의 주요영역에서 하나 이상의 활동에 제한이 있는 사람. 둘째, 과거에 장애우이었던 사람. 셋째, 실제 장애우는 아니지만 사회에서 장애우로 인식되는 사람. 주로는 첫 번째 정의가 사용되는데, 미국은 보조공학이 잘 발달되어 있잖아요. 그런 보조기구를 사용했을 때 일반인과 장애우가 다를 바가 없다는 문제가 생겼어요. 결국 이 사람이 차별을 받았냐 아니냐를 따져보기도 전에 이 사람이 장애우냐 아니냐의 문제에서 걸려 기각되는 거죠.
그래서 이번에 장추련 내부 토론회에 참여했을 때, 장애정의를 확실하고 깔끔하게 해야 한다고 말씀드렸어요.
함께 : ADA법과 우리나라 장애인차별금지법(이하 장차법)을 비교해보니 어떤가요?
처음 법안을 봤을 때 무척 놀랐어요. 한국의 장차법이 ADA보다 훨씬 강력하더라고요.
우리가 ADA법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것 중에 하나가 법제정 배경입니다. 본래 ADA법 이전에는 재활법 504호가 있었어요. 그런데 이 법은 공공부문만 규제를 하죠. 그러다 보니 정부에서 어마어마한 돈을 부담하게 된 거에요. 그래서 그 돈을 민간으로 돌리기 위해 ADA법을 제정했죠. 그렇기 때문에 미국의 ADA법에는 의무고용 같은 적극적인 차별수정조치가 없어요. 이미 장애우에 광범위한 장애우차별로 인해서 장애우의 지위가 비장애우들과 크게 벌어졌으니 그 격차를 줄이기 위한 조치도 필요한건데, ADA법은 단지 출발선만 동일하게 만든 거죠. 어찌보면 후퇴라고도 볼 수 있어요. 그래서 처음 ADA법 제정 당시 장애우 부모가 법제정 반대의 주요세력이 되기도 했던 거고요.
지금 우리나라 장애계에서 만든 장차법은 그런 측면에서 볼 때 ADA법과는 다르게 적극적인 구제조치가 강하게 들어가 있어요. 그리고 ADA법과 또 다른 점이 있다면 ADA가 고용에서의 차별을 중심으로 다루는데 반해 장차법은 고용뿐만 아니라 일상생활 전반에서 겪을 수 있는 모든 문제들이 다 들어가 있어요. 이 법안이 그대로 통과될 수 있는지는 좀 우려가 되지만 통과되면 정말 강력한 법이 되는 거죠.

“장애우에게 맞는 직종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함께 : 장애우 빈곤 분야에도 관심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그와 관련해서 논문도 쓰신 걸로 알고 있는데 한국의 장애우 빈곤 문제가 미국과 차이가 있나요?
조 : 한국 장애인실태조사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가 소득보장이라고 나오더라고요. 소득보장은 중요한 문제예요.
미국에 있을 때 한국보다는 미국장애우가 잘 살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미국의 경우에는 장애우에게 소득보장 프로그램인 SI나 SSI를 통해 주정부와 연방정부가 소득을 보조해주고, 지방마다 차이는 있지만 장애와 관련된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때문에 한국보다는 살기 좋거든요. 그래서 그럼 얼마나 잘사나 소득을 중심으로 비교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죠.
일단 직접 비교는 불가능하니까 미국과 한국 각각에서 비장애우를 기준으로 했을 때 장애우의 소득이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를 비교해보기로 한거죠. 처음 연구를 시작할 땐 미국보다 한국이 소득격차가 훨씬 클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결론은 아니었죠. 절대적으로 보면 교육, 고용, 소득보장의 측면에서 한국보다 미국이 낫지만, 그 격차의 부분에서는 마찬가지였어요. 장애라는 것이 범세계적인 부분이기도 하고. 어쨌든 미국에도 SI나 SSI 등 여러 가지 소득보장 프로그램이 있지만 그 곳 역시 절대로 빈곤선을 헤어나질 못해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죠.
함께 : 결국 빈곤선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일자리가 필요한 거잖아요. 자신의 노동으로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는 일자리가 필요한 건데, 미국에서도 장애우 고용이 잘 안된다고 들었어요.
조 : 장애우고용차별을 규제하는 ADA법이 있어도 취업률에서는 별 차이가 없어요.
하지만 미국과 한국이 노동의 측면에서 동일한 건 아니에요. 차이는 있어요. 한국은 대부분 농업 어업의 일차산업이나 단순노무직이잖아요. 미국은 직업의 종류 측면에서 보면 30% 이상이 전문직, 노무직, 관리직이니까, 취업률에서 보면 미국이 한국과 다를 바가 없지만 취업되는 직업의 종류에서 본다면 차이가 크죠. 상층부에서 일을 하는데 장애가 문제가 되지 않는 거니까.
우리나라 사람들이 흔히 ‘적직(適職, 장애우에게 적합한 직종)’이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그건 맞는 얘기가 아니에요. 장애우가 어떤 직업을 선택하든 간에 그 일을 할 수 있는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고 법적인 문제가 없도록 조정해서 전문직이든 관리직이든 할 수 있게 해야합니다.
‘적직’이라는 개념의 발상 자체가 좋지 않은 거예요. 어떤 장애를 가지고 있든 자기가 어떤 직업을 갖고자 할 때 그것이 가능하도록 편의시설이 갖춰져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게 고용에서의 차별을 없애는 제대로 된 방법이죠.

“사회문화가 바뀌면, 법과 인식사이의 괴리도 없어질 겁니다”
함께 : 이제까지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한국의 장애우 현실을 생각할 때 어떤 점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조 : 전 미국에 있을 때 장애우가 파워가 있다고 느꼈고 제가 장애우라는 것이 자랑스러웠어요. 이전에 느끼지 못했던 것들이죠. 미국에서는 수업시간에 ‘장애는 아름답다’고 말해요. 그 정도로 미국에서는 심리적인 지지를 받은 거예요. 그게 바로 임파워먼트(역량강화)잖아요. 한국에서도 그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일단 한국도 법적인 부분은 최근 몇 년 사이에 상당히 발전했어요. 적어도 조문상으로는 발전을 했죠. 이제 장차법만 만들어지면 장애우와 관련된 거의 모든 법이 만들어지는 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은 이러한 법들이 어떻게 적용되고 실현 되는가,이죠. 이것을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해요. 하나는 법으로 보장된 권리들은 지키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러한 권리를 제대로 지키기 위해서 장애를 바라보는 사회의 인식을 바꿔내는 것이죠.
유학 생활을 하면서 수업을 같이 듣는 친구들과 장애 관련 동아리를 창립했어요. 그 동아리에서 장애와 관련된 학내 문제들을 시정해 줄 것을 학교에 요구했는데 학교에서 그러한 우리의 요구를 들어주니까 정말 신이 났었죠. 이 동아리 멤버들은 학내 문제만 가지고 활동한 게 아니었어요. 대부분이 지하철 편의시설 등의 소송을 하나씩 맡아가고 있었죠.
미국에서 이렇게 장애우 스스로 법에 보장된 권리를 찾는 활동이 가능했던 건 집단소송제도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집단소송제도라는 것이 한 사람만 소송을 하더라도 그 결과가 비슷한 상황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거잖아요. 미국의 통합교육에서는 이 집단소송제도가 큰 역할을 했어요. 교육뿐만 아니라 고용, 소득보장 등등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죠. 이번에 장차법에도 집단소송제도가 들어가 있던데, 다른 것들은 몰라도 입법과정에서 집단소송제도는 꼭 지켰으면 좋겠어요.
다만, 걱정이 되는 건 우리나라에서 집단소송제도를 도입하더라도 재판관들이 과연 장애우에게 유리하게 아니, 유리하지는 않더라도 법조문의 실제 취지에 맞는 판결을 내려줄지는 의문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법에서 보장하는 권리를 제대로 지켜내고 보장받으려면 장애를 바라보는 사회의 인식을 바꿔야 해요. 이 부분이 바로 장애우문화와 관련이 된 부분이죠. 장애를 바라보는 사회의 편견이 없어지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법을 만들더라도 일반대중이 그 법을 못 따라가게 되죠. 결국 그 법은 사문화되고 나중에 보면 실행이 안되요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 법을 제정하는 방향으로 밀고 나갔다면 이제는 인식을 바꾸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것은 문화적인 측면에서, 캠페인이 아니라 구체적인 행동을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고 보다 체계적인 연구 통해서 문제의 본질에 깊숙이 들어가 뿌리부터 뜯어고쳐야 하는 거죠. 그렇게 사회 문화가 바뀌면 법과 인식 사이에 존재하는 괴리도 없어질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것이 장애학의 핵심입니다.

대담 이태곤 편집국장 / 정리 및 사진 조은영

 

작성자조은영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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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걸음 7,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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