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의 장애인위원회 위원장 인터뷰 > 함께 사는 세상


정당의 장애인위원회 위원장 인터뷰

정당 장애인위원회 위원장들이 말하는 장애우의 정치참여

본문

17대 총선이 치러지기 전부터 상설화 요구가 쏟아졌던 장애인위원회가 드디어 각 당에서 본격적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미 상설화 되어있긴 했으나 지난해 5월 이범재 위원장의 선출 이후 구체적인 모습을 띄기 시작한 열린우리당을 필두로 지난 2월에는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에서 각각 윤석용씨와 김병태씨가 잇달아 장애인위원회 초대위원장으로 선출되면서 각 당 장애인위원회 움직임이 탄력을 받고 있다.
게다가 지금은 5.31지방선거를 목전에 두고 있는 시기. 이 때문에 장애우 정치세력화의 중심축이자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되는 각 당 장애인위원회의 활동에 장애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에 <함께걸음>이 각 당의 장애인위원회 위원장을 만나 장애인위원회의 현황과 정치세력화에 대한 그들의 생각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보았다.

 

장애우의 정치적 대표성을
법제화해야 한다

열린우리당 장애인위원회 이범재 위원장

 
지난해 5월 열린우리당 전국장애인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돼 위원회의 구조를 보다 탄탄하게 바꿔가고 있는 이범재 위원장. 부드러우면서도 분명한 어조의 카리스마를 지닌 그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늦게 장애계에 모습을 드러냈으나 누구보다도 확고하게 자신의 위치를 확립해가고 있는 사람이다. 현재 한국장애인인권포럼 공동대표와 국제장애인권리조약 한국초안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이 위원장을 지난 2월 6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한국장애인인권포럼 사무실에서 만났다.

- 열린우리당에서 장애인위원회가 가장 먼저 만들어졌다. 어떤 의미가 있나.
당내에 여러 위원회가 있지만 최고의결기관인 중앙위원회 산하에는 여성, 청년, 노인, 장애우의 네 개 위원회만 두고 있다. 나머지는 의장 산하 등에 두고 있는 특별위원회나 상설위원회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이 장애인위원회의 위상과 역할이 뚜렷하게 규정된 최초가 아닌가 싶다. 우리 당이 잘못하는 것도 많은데, 이것은 좀 선도적으로 하고 있는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 열린우리당 중앙위원회가 2기 체제를 맞으면서 장애인위원회도 많이 변했다. 어떤 점이 달라졌나.
위원회 출범 초기엔 80여명의 중앙위원 중 2명의 장애우 대표를 선출하는 것 외에는 명문적 규정만 있고 내실이 부족했다. 그러던 것이 작년 4월 전당대회이후 제 2기 중앙위원회 체제가 되면서 몇 차례 논의를 거쳐 정당의 가장 말단조직인 당원협의회(이하 당협)에 장애인위원회를 두도록 하는 등의 규정을 명문화하면서 조금씩 자리가 잡혀가고 있다.
정당의 특성상 선거구 혹은 시군구 행정단위별 당협에 장애인위원회를 두도록 한 규정은 정당 안에서 장애우들이 뿌리내릴 기초를 마련했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전에는 시도당 조직이 없었기 때문에 머리만 있는 전국위원회였다면 현재는 손과 발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이것이 결정적 차이다.
그 밖에도 당협에 들어간 장애우위원이 의사결정구조에 당현직으로 참여토록 했으며 권고사항으로 되긴 했지만 국고보조금의 1%를 장애인위원회에서 쓸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진전이 있었다.

- 열린우리당은 정책 실현가능성이 가장 높은 집권여당이기 때문에 앞으로의 움직임에 장애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장애인위원회가 앞으로 가장 중점을 두고 추진할 현안은 무엇인가.
지금처럼 전국위원회로서 기초적인 조직단위에서부터 장애우들이 참여하고 의견을 모으고 대표성을 확보하는 것은 우리 정당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그것이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은 장애인위원회의 내부조직을 정비하고 건설하는 일에 주력할 수밖에 없는 역량의 아쉬움이 있다.
다만 정책적 문제와 관련해 우리 위원회는 장애연금 또는 장애우 사회수당과 같은 소득보장 정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확고하다. 이러한 제도를 만드는데 모든 힘을 쏟을 예정이다.

-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모두 장애우의 소득보장정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방법이 각각 기초연금과 사회수당으로 차이가 있다. 어떤 점이 다르고 왜 사회수당을 주장하나?
한나라당이 말하고 있는 기초연금제도를 통한 장애인연금제도는 실현가능성 면에서 막대한 재원을 조세로 조달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이런 제도를 감세를 주장하는 한나라당에서 실현할 수 있겠는가. 그 진실성에 의문이 든다. 또 그렇기 때문에 도입되더라도 노후나 삶을 실제로 충분히 지지할 수 있는 수준이 되지 못하고 아주 낮은 수준의 기초연금을 국민들에게 그냥 나눠주는 식으로 그칠 가능성이 높다.
이런 까닭으로 우리는 자기 책임과 국가 책임을 혼합한 현 국민연금제도의 골간을 유지하면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별개의 사회수당제도를 주장하고 있다. 실현가능성은 물론 그 보장 수준 역시 기초연금보다 훨씬 높을 것이기 때문에 기초연금보다 타당한 제도라고 생각한다.

- 각 당의 장애인위원회 설립은 장애우의 정치세력화와 관계가 깊다. 앞으로 장애인위원회가 장애우 정치세력화의 발판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현재 장애우의 정치세력화가 어느 수준에 와 있다고 생각하나.
우리가 모범으로 생각하고 견주어 볼 수 있는 여성에 비하면 20~30% 수준의 초보단계라고 생각한다. 아직 장애우는 정치적 대표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나 절박성이 여성에 비해 떨어지고 이를 위한 제도적 뒷받침도 미비한 상황이다.

- 그래서인지 장애인위원회가 투쟁의 산물이라기보다는 배려차원이 아니냐는 평가가 많다.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떤 면에서 힘의 배분으로 볼 수 있다. 우리 것을 배분받으려면 다른 누군가의 것을 가져와야 하는데 배려차원에서 될 리 없다. 겉에서 보기엔 배려처럼 보였는지 모르지만, 그 안에서는 여기까지 오는 데 눈물겨운 과정이 많았다. 수도 없이 싸우고 애원하고 호소하고 또 다른 당과 비교하는 식으로 협박도 하고. 투쟁이라고까지는 하지 않더라도 치열한 요구와 항의를 통해 얻은 것이다. 현재 우리가 이룬 성과가 미흡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런 성과가 배려에 의해 거저 얻어졌다고 평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 위원회가 실질적인 힘을 갖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우선 당내 대중적 대표성을 실질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중앙위원 80명 중 2명의 장애우 대표가 있지만 이는 상당히 적은 수다. 게다가 지방으로 내려갈수록 이러한 대표성의 문제가 명확치 않다. 당협 운영위원회와 시도당의 의사결정을 하는 시도당 상무위원회에 이번에야 한사람의 장애우위원장이 상무위원으로 참여하게 됐다. 그런 것들이 보장돼야 장애우의 목소리가 항구적이고 힘 있게 정책이나 당협에 반영될 수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볼 때 매우 중요한 문제다.
이런 바탕에서 두 번째로 해야 할 것은 장애우의 정치적 대표성을 법제화하는 것이다. 선출직에 50%의 여성 비례대표를 두게 된 것처럼 장애우의 정치적 대표성을 위한 법제화가 일부 시도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는 장애우의 정치 참여가 전제될 때 가능하다. 장애우 스스로가 정당활동에 활발하게 참여하고 정당 내부의 다른 사람들에게 장애우의 실질적 득표력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이러한 우리의 주장은 허공의 메아리가 될 수 있다.

- 그러려면 장애우의 조직화가 필요할 텐데 쉽지 않은 일이다. 어떤 점이 가장 어려운가.
정당이라고 하는 훨씬 좁고 자기 선택이 명료한 조직에서는 그냥 무엇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참여하는 자만이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갖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사회 참여와 통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장애우가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동등한 자격을 가진 정당인으로서 정치적 의견을 제시하는 게 쉽지는 않다. 이것이 우리 장애우들이 마지막으로 뚫고 나가야 할 난관이 아닌가 싶다. 어느 당이 됐던 좀더 많은 장애우들이 자신이 추구하는 정책과 지향에 가까운 정당을 선택해서 지원하고 가입했으면 좋겠다.

- 개인적인 질문을 하겠다. 이범재 위원장은 장애계에 상당히 늦은 시기에 알려졌음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중요 위치에 올랐다고 평가된다.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글쎄…, 장애우위원장이라지만 별로 알아주는 사람도 없다. 지금도 여전히 부족하고 도전할 뿐이다. 다만, 내게 다른 점이 있다면 그건 경계인 같은 측면이라고 생각한다.
나 자신이 중증장애우기 때문에 장애는 오래전부터 나를 형성해온 중요 요소였고, 스스로 장애우가 아니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장애운동보다는 일반사회운동에서 활동해왔다. 그리고 그 안에서 나는 장애우라고 특별히 배려받기를 원하지 않았고 그래본 적도 없다. 그렇게 나는 두가지 삶의 측면을 경험했고 그래서인지 장애문제를 보는 입장이 다소 다르다. 이런 경계인의 위치가 오히려 약간은 다른 삶의 가능성을 보게 하고 들어볼만한 이야기를 하게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장애운동이 이제는 절대약자의 운동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여전히 우리의 삶은 곤고하고 어려운 측면이 있지만 우리의 운동은 ‘못살겠으니 도와 달라’는 소극적 입장을 벗어나 우리가 설계하는 세계가 모든 사람에게 아름다울 수 있고 들어볼 가치가 있는 세계라는 것을 일러주는 적극적 입장으로, 그래서 우리의 아쉬움을 한탄하는 입장에서 비전을 제시하는 입장으로 나아가고 있고 또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측면에서 일반사회운동을 했던 나의 경험이 조금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 유력한 차기 비례대표로 거론되고 있다. 위원장이 되면서 이런 말이 더 많아졌는데, 스스로는 어떻게 생각하나.
전혀 생각이 없다고 할 순 없지만 그것을 목표로 일하지는 않는다. 아직 젊은데다 비례대표를 해도 매우 짧은 시기 동안에 하게 될 텐데 그런 걸 목표로 내 삶을 설계할 생각이 없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장애계와 비장애계의 상호이해증진이다. 여성성을 이해하는 것처럼 장애성을 이해한다는 것은 우리사회의 성숙의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특히 노령화 때문에 더한데, 그런 부분에 기여하고 싶은 바람이 더 크다.

 

국회의원 한두명은 액세서리에 불과,
더 많아져야 한다

한나라당 장애인위원회 윤석용 위원장

 
지난 2월 16일 선거를 통해 한나라당 장애인위원회 초대위원장으로 선출된 윤석용 위원장.
그는 30년간 빈민운동, 민주화운동과 함께 장애계에서도 곡교 어린이집 등을 열어 국내에서는 최초로 통합교육을 실시하고 장애인결혼지원센터, 장애인에니메이션작업장 등을 설립해 장애우의 재활과 자립, 삶의 질 향상을 위한 활동을 해온 바 있으며 현재는 장애인생활체육회 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그는 지난 총선에 지역구로 출마해 아깝게 떨어졌으나 이 때문에 누구보다 선거에 대한 풍부한 경험과 식견을 지닌 인물이기도 하다. 화통한 성격의 윤 위원장을 지난 2월 7일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그의 한의원에서 만났다.

- 한나라당에서 장애인위원회가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나.
97년 대선 당시 “앞으로 복지예산이 급증할 것이기 때문에 한시적으로 10년간 복지부를 부총리급으로 하고 그 과정에 장애인청을 만들자”는 의제를 내면서 “당 내에 이를 뒷받침할 상설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한 바 있다. 벌써 10년전부터 준비하던 것인데, 어찌됐는지 열우당에서 먼저 만들었다.

- 장애인위원회 설립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나.
국민의 10%가 장애우다. 전국 정당인 한나라당이 장애우를 도외시하고 정권을 차지할 수는 없다. 또, 정당 기능을 생각해봐도 당연히 소외된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하는데, 그동안 한나라당이 귀족당, 웰빙당, 차떼기당 등의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었다.
실제 한나라당에는 잘 사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다보니 일정 부류들을 대변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부자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당연히 대변해야겠지만, 그 안에서 장애우처럼 소수 약자들을 대변하는 기능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기구를 상설화하는 것이 한나라당의 기존 이미지를 바꾸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미 당 차원에서도 장애우를 무시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형성돼 있다.

- 현재 한나라당 장애인위원회의 현안은 무엇이고, 앞으로 무엇을 중심으로 활동할 계획인가.
발족된 지 한달도 안 돼서 아직 계획 중이다. 그러나 장애인위원회가 일차적으로 할 일은 대선 승리를 위해 장애우들이 화합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장애우정책을 만들고 반영시키는 것은 당 차원에서 보다 초점을 맞춰 할 것이다. 우리의 궁극적 목표는 집권했을 때 한나라당 이념에 맞게 대한민국을 만들고 그 이념에 따라 우리가 원하는 장애우정책을 시행하는 것이다.

- 장애인위원회는 장애우 정치세력화와 관계가 깊다.
 그러나 이번에 각 당에 장애인위원회가 만들어진 것은 투쟁의 결과라기보다는 배려차원이라는 평가가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솔직히 그렇다. 이는 장애우들이 반성해야 할 문제다. 무조건 달라고만 하지 말고 당에 기여하고 권력을 쟁취해야 한다. 책임당원이 되던가, 아니면 돈을 내서 당에 기여하든가, 아니면 선거 때 와서 몸으로 봉사하고 따내야 한다. 많은 수의 장애우들이 활동하고 어떤 형태로든 많이 기여하면 당에서는 장애우에게 일정한 몫을 내 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정당은 표 힘에 따라 움직인다. 장애우 스스로 모여서 표를 결집할 힘이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그러면 정치세력화는 필연적으로 이뤄질 것이다.

- 그렇게 장애우 정치세력화를 하려면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위원장 선출 때 내가 들고 나선 게 장애우의 정치세력화와 당사자주의다. 장애우의 표를 만들기 위해서는 장애당사자들이 정치적으로 입신해야 한다. 법률이나 조례를 만들 기회를 많이 만들고, 사회적 약자가 제도권 내로 들어가는 것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갖게 한다.
또 정치세력화를 위해서는 정치하는 이들을 도와줘야 한다. 이번 지방선거에도 장애우정책만 이야기하지 말고 세력화해서 실제 도움을 줘야 한다. 여야를 떠나 누구든 장애우를 도우면 우리 편이다. 우리가 당을 놓고 편가를 필요가 없다. 도와줘야 한다.

- 현재 장애인위원회 조직구성이 어떻게 되나.
위원회는 중앙위원회와 자문위원회로 구성된다. 전국조직을 할 사람들은 중앙위원으로 들어와 활동할 것인데 시각, 농아, 지체, 산재, 교통 등 직능별로 구성할 예정이다. 자문위원회는 정책팀을 가동해서 대선을 위해 정책개발과 국가 의제를 만드는 일을 할 예정이다. 이미 좋은 사람들이 많이 들어와 있다. 그리고 보다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장애우들을 중심으로 전국 당원을 구성할 예정이다.

- 보다 개인적인 질문을 하겠다. 얼마 전 한 인터뷰에서 여성에게 비례대표 1번을 주는 것처럼 장애우에게 비례대표 2번을 줘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거기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다. 장애우의 표는 많은 수가 부동표로 남아있다. 한나라당이 다음 대선 때 장애우들의 표심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장애우에 대한 정책대안 수립도 중요하지만 이들을 단지 투표자가 아닌 한나라당 당원으로 조직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이번 5.31지방선거부터 장애당사자에 대한 일정 비율의 공천이 공개적이고 공식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 이를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
장애우 공천 당위성과 관련된 자료와 서울지역 장애우 출마예정자 명단을 가지고 공천심사위원들을 찾아다니며 이번 지방선거에 장애우를 기획 공천해야 한다고 설득 중이다. 비례대표는 불리한 입장에 놓여있는 사람에게 주는 특혜다. 그렇기 때문에 공천희망자 중에서 좀 부족한 점이 있더라도 장애우를 우선 공천해 달라는 게 내 주장이다.
이를 위해 공천심사위원들에게 △시도광역의회 비례대표에 장애우를 2번으로 공천해 줄 것과 △기초회의 비례대표에 시도별 지역선거구의 30% 공천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사정이 여의치 않다면 비례대표 1번에 여성장애우를 공천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아마 서울의 경우에는 각 구에 한명씩 들어갈 것이다.

- 실제 국회의원에 출마해봤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 비해 장애우의 정치참여에 대한 생각도 많고 구체적일 것 같다.
이 지역에서 한의원을 20년 넘게 했는데 지난 총선엔 탄핵 바람에 얼굴도 모르는 사람에게 떨어졌다. 그러나 단순히 그 때문만은 아니었다. 거기엔 내가 장애우라는 사실도 크게 영향을 미쳤다. 선거를 치르면서 선거법에 문제가 많다는 것을 알았다. 보통 선거법 하면 투표소 문제만 거론하는데 그것만 문제가 아니다. 선거법에는 장애우가 출마할 가능성이 전혀 고려돼 있지 않다.
그 한 예로, 선거 홍보물에는 병역란이 있는데 군필, 미필만 표기되고 사유가 나오지 않는다. 당연히 장애우는 병역을 면제받기 때문에 미필인데 면제사유 없이 미필만 표기돼 나오니까 출마 당시 상대편 선거진영에서 내가 장애우라는 말은 빼고 군대도 안 갔다는 말만 퍼뜨렸다. 그러니 선거 중에 왜 군에 안 갔냐고 따지는 사람이 나올 정도였다. 결국 내가 지팡이를 들어 보이는 민망한 일까지 있었다.
우리 사회는 군대 문제에 민감하다. 내가 장애우라는 사실을 모른 채 투표하는데, 홍보물엔 내가 군대에 안 갔다는 사실만 나와 있으니 나를 찍었겠는가. 특히 군대에 있는 사람들은 나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이 홍보물만 보고 찍는다. 결국 실제로 지난 선거 때 부재자 투표에서 많은 차이가 벌어져 떨어졌다.
뿐만 아니라 출마하면 선거운동을 해야 하는데 여기에도 어려움이 많다. 선거법에는 본인이 아니면 명함을 나눠 줄 수 없게 돼 있다. 그런데 오른손으로 지팡이를 짚는 내가 어떻게 명함을 나눠주겠는가. 법이 이렇게 엉터리다. 장애우가 선거에 출마해서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는 게 전혀 고려돼 있지 않다. 이건 장애우 당사자가 아니고서는 알 수가 없다.

- 공천과정도 쉽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
지역구에 출마하서 웃기는 경험을 많이 했다. 장애우는 선거운동을 못한다는 편견도 많다. 실제 나도 공천 신청하고 안 나타나니까 내가 집에 누워서 움직이지도 못한다는 소문이 났더라. 그래서 공천 1차에 통과가 됐는데도 발표를 안 하고 면접을 보라고 했는데 이유는 내가 걷는 걸 보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걷는 걸 보여주고 공천을 받았다. 이건 비단 한나라당만의 문제는 아니다. 어느 당을 가나 다 똑같다. 장향숙도 정권을 위해서 만들어진 인물 아닌가. 내가 출마해서 당선되면 장애우에게 희망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서 출마했는데 쉽지 않았다.

- 그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지난 총선 때 지역구에 출마해 아깝게 졌다. 윤 위원장을 아는 사람들은 지역구로 나와도 될 것 같다고 하는데, 다음에도 다시 지역구로 출마할 예정인가 아니면 비례대표로 나올 예정인가.
비례대표를 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비례대표는 이미 두 번이나 기회가 있었는데 거절했다. 나는 장애우지만 경쟁할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비례대표로 나올 이유가 없다. 비례대표는 다른 장애우들에게 양보하고 나는 지역구로 나올 생각이다. 그렇게 하면 그만큼 국회에 진출하는 장애우가 많아지는 것 아니겠나. 국민의 10%가 장애우라면 국회의원 중 20명 정도는 장애우가 돼야 한다. 지금처럼 한두명은 액세서리에 불과하다. 더 많아져야 제대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이미 장애우 대통령도 나왔는데 국회의원인들 왜 못하겠는가.

- 장애인위원회 위원장으로서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욕심은 많지만 초대위원장이 하면 얼마나 하겠는가. 그래도 장애우 당원을 늘리고 장애우 망을 구축하는 일과 대선 승리를 위해서 장애우 전문가를 키워내는 일은 하고 싶다.

 

소수자 운동이
민노당의 진보성을 담보할 것이다

민주노동당 장애인위원회 김병태 위원장

 
80년대 중반, 그 격변기에 운동권적(?) 시각을 가지고 장애계의 변화를 꿈꾸던 사람들의 모임 ‘울림터’ 활동을 시작으로 장애계와 진보운동을 오가며 ‘현장’을 지켜온 김병태 위원장. 그가 지난 2월 18일 그동안 준비위원회였던 민주노동당(이하 민노당)의 장애인위원회가 정식 위원회로 출범하면서 초대위원장으로 선출됐다. 산도 옮길 것 같은 우직함을 지닌 그를 지난 2월 7일 서울시청별관 앞 정립회관사태 규탄 현장에서 만났다.

- 민노당에서 장애인위원회가 어떻게 만들어지게 됐나.
민노당에서 활동하는 장애우는 다들 장애인위원회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게 지난 총선 때 사람들이 모여서 장애우정책공약을 내 상당히 좋은 반응을 얻고 이후 민노당이 장애인이동권투쟁에 결합하면서 그 필요성이 구체적으로 제기된 것이다. 결국 2004년 7월에 준비위를 결성해 활동하다 지난 2월 중앙위원회에서 정식 위원회로 승격됐다.

- 현재 조직은 어떻게 구성돼 있나.
현재 중앙의 장애인위원회는 16개 광역시도위원회와 그곳에서 추천하는 위원을 중심으로 구성하고 있다. 민노당 장애운동의 특성상 명망성보다는 주로 현장 활동을 하는 사람들로 구성돼 있고, 잘 알고 있겠지만 장애인권운동, 옛날식으로 하면 장애해방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기 때문에 주로 현장에 결합하고 있다.

- 민노당 장애인위원회는 현재 장애계의 가장 큰 문제를 무엇으로 보고 있나.
현재 장애계의 문제는 정책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존재하는 법적 권한조차 장애우가 정치적 권력을 획득하지 못했기 때문에 방어하지 못하는 데 있다. 분명히 장애우에게 사회적, 경제적 재원들을 투여해야 할 일인데도, 장애우의 정치적 힘이 약하기 때문에 사회적 가치에서 뒷순위로 밀려나고 있다. 이는 정치권력에서 소외되고 정치권력의 주인으로 다가서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 그렇다면 위원회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위원회의 역할은 두가지라고 생각한다. 일차적으로는 장애우의 정치세력화를 위한 당 내외적인 조건들을 만드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현재의 장애운동이 진보적 운동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 연대, 협력하는 것이다.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우리에게 있다면 다른 방식으로 싸울 수도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장애당사자의 요구가 사회에 반영될 수 있도록 문제를 제기하고 현장에서 함께 싸우는 방식으로 함께하고 있다.

- 위원회 일차적인 역할이 장애우의 정치세력화를 위한 당 내외의 조건을 만드는 것이라고 했는데, 현재 장애우의 정치세력화는 어느 정도 수준이라고 평가하고 있나.
아직은 들러리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장애우가 주체가 되지 못했다. 다만, 사회적 분위기가 어느 정도 조성됐기 때문에 우리가 이것을 정당법 등을 통해 구조화 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체장애인협회의 경우 꽤 오래전부터 정치세력화를 이야기하면서 정치지도자 교육을 실시해 시도의원으로 진출하기도 했고 농아인협회 등의 다른 장애우단체도 여기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안다. 내용적인 측면은 차치하고 일단 그렇게 진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장애우들이 많이 진출하면 장애우복지나 인권에 대해서도 내부에 보다 발전된 논의의 토대가 마련될 것이고 그러면 내용적인 측면도 지금의 단계를 넘어 발전될 것이다.

- 얼마 전 한 토론회에서 10% 장애우 할당을 이야기하면서 정당법 개정을 주장한 바 있다. 민노당은 아직 장애우 비례대표도 없는데, 당 내에서는 이에 대해 어느 정도 공감을 얻고 있나.
현재 현실적인 고민을 하고 있는 단계라고 보면 좋을 것 같다. 중앙위원회에서 부문할당이나 비례대표 문제가 논의되고 있고 당내에 장애우 할당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돼 있다. 문제는 다른 부문과의 조율인데 이 문제는 노동자 중심성과 함께 장애우 또는 소수자 부문 역시 당의 중심성으로 명확히 할 것인가 아닌가의 문제이기 때문에 당의 정체성과 관련된 매우 민감한 사항이다. 그러나 민노당이 진보정당으로서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과거처럼 ‘노동자 민중의 정당’이라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장애우 등의 사회적 소수자 운동이 민노당의 진보성을 담보할 것이다.

- 얼마 전에는 장애인위원회에서 중앙위원과 대의원의 장애우 할당을 거부했다고 들었는데, 문제가 뭔가.
당에서 부문할당으로 50%가 배정되는데, 그중에서 노동자가 28% 농민이 14%를 할당받고 나머지 8%를 소수자 부문이 나눠 갖고 있다. 이에 대해 우리는 동등한 의사결정을 위해 숫자가 아니라 동수할당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현재로서는 이에 대한 동의 정도가 상당히 낮다. 이번에도 부문할당과 관련해 당내에서 논란이 되다 결정하지 못했다. 이미 2002년 3월 전당대회에서 장애우의 정치세력화를 위해 당직, 공직의 일정비율을 장애우에게 할당한다는 당헌이 채택된 바 있는데 현실적으로 몇 %를 장애우에게 할당할지는 아직도 결정하지 못했다. 여기에 문제의식을 느꼈기 때문에 중앙위원과 대의원 할당을 거부했다. 현재 발의 요건이 10%이기 때문에 우선 장애우가 의사를 발의하고 사회화하기 위해서 10%를 원칙으로 요구하고 있다.

- 위원회가 제 역할을 하려면 장애우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있다면.
당에 장애우들이 많이 들어오기 위해서는 우선 당이 가지고 있는 비장애 중심성을 하나하나 깨나가는 게 중요하다. 장애우 편의시설도 갖추는 등 기본적인 구조와 시스템을 바꾸지 않으면 장애우는 접근이 어렵다.
그리고 부문할당의 문제도 해결이 돼야 한다. 장애우를 조직하는 것은 장애인위원회만의 임무가 아니다. 민노당이 전당적으로 해야 할 일이다. 따라서 장애우에게 10%를 할당하고 그걸 할 수 있는 장애우를 발굴해 그 사람이 중앙위원이 될 수 있도록 훈련을 시켜야 한다.
마지막으로 더 나아가서 의사할당제나 재정 할당도 해야 한다. 안건 10개당 하나는 장애우나 소수자와 관련된 안건이 되도록 하는 등의 의사할당제와 현재 여성정치발전기금 명목으로 각 당이 국고에서 받는 돈의 30%를 여성위원회에서 쓰는 것처럼 비슷한 형식의 장애우정치발전기금이 필요하다.

- 앞으로 어떤 일들을 할 계획인가.
우선 임기동안 정당에 장애우가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내고 싶다. 이를 위해 장애우의 정치적 접근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를 위한 정당법의 개정, 장애우정치발전기금의 증설, 장애우 할당비율 명시 등을 임기동안 해나갈 것이다. 그리고 여성이 성 주류화 전략으로 성인지적 관점을 들고 나와 각 사업에 관철시키는 것처럼 장애우 주류화 전략의 로드맵이나 단초를 만들고 싶다. 또 동일선상에서 노동운동론, 여성운동론처럼 기존의 복지이론과는 다른 장애운동론을 만들어가는 일을 하고 싶다.

인터뷰 정리 사진 조은영 기자

작성자조은영  webmaster@cowalknews.co.kr

Copyright by 함께걸음(http://news.cowalk.or.kr)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함께걸음 인스타그램 바로가기
함께걸음 페이스북 바로가기

제호 : 디지털 함께걸음
주소 : 우)07236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의사당대로22, 이룸센터 3층 303호
대표전화 : (02) 2675-5364  /  Fax : (02) 2675-8675
등록번호 : 서울아00388  /  등록(발행)일 : 2007년 6월 26일
발행 : (사)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  발행인 : 김성재 
편집인 : 이미정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치훈
별도의 표시가 없는 한 '함께걸음'이 생산한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4.0 국제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by
Copyright © 2021 함께걸음. All rights reserved. Supported by 푸른아이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