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우 상대 성범죄 전담 수사한 서울 양천경찰서 박미옥 경위 > 세상, 한 걸음


장애우 상대 성범죄 전담 수사한 서울 양천경찰서 박미옥 경위

“정신지체인 대상 성폭력, 새로운 유형이 나타나고 있다”

본문

지체장애우와 달리 자신이 당한 일이 성폭행인지조차 인지 못하는 정신지체 장애우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가 다양한 양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장애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인해 억울한 피해를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방치되고 있는 것이 현실.
이런 실정에서 주목을 끄는 사람이 있다.
바로 서울 양천경찰서 소속 박미옥 경위(38)다. 박 경위는 87년 순경으로 경찰에 입문, 경찰청 여자기동수사반 등에서 수사활동을 하면서 정신지체 장애우 성폭력 사건을 전담해서 수사했다. 지금은 강력계로 소속을 옮겼지만, 오랜 시간동안 장애우 성폭력 사건을 전담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강연과 교육활동을 통해 정신지체 장애우에 대한 성폭력의 심각성을 세상에 널리 알리고 있다.
정신지체 장애우에 대한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을 때 가장 궁금한 것은 사건을 접한 경찰이 사건을 어떻게 처리하는가에 대한 것. 그리고 언론에 드러나지 않는 성폭행 사건의 양상은 뭔지,  정신지체 장애우에 대한 성폭력 사건을 방지할 수 있는 방안은 전혀 없는 건지. <함께걸음>은 정신지체 장애우를 대상으로 벌어지고 있는 야만적인 범죄인 성폭력에 대한 모든 것을 박 경위에게 물어봤다.


▲서울 양천경찰서 박미옥 경위

 

- 정신지체장애우를 대상으로 한 성폭력 문제가 심각하다. 최근 발생하고 있는 새로운 유형에는 어떤 게 있나.
결혼을 가장한 범죄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돈을 갈취하기 위한 경우도 있지만, 불법이민자들이 호적을 마련하기 위해 정신지체장애우를 많이 이용하고 있다. 불법 취업한 외국인을 취조하다가 알게 된 사실인데, 추방도 면하고 여기서 번 돈을 본국으로 가지고 갈 수 있는 해결책으로 정신지체장애우를 노리고 있다. 이들은 우선 정신지체장애우와 결혼을 해 호적상 남편으로 등재한 후, 시집에 가는 방식으로 여기서 번 돈을 가지고 나가고 있다. 불법추방이 아니기 때문에 다시 돌아올 수도 있다는 점 때문에 불법체류자들 사이에서 널리 악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더 큰 문제는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찾던 피해자가 제2의 성폭행에 노출된다는 점이다. 남편에게 이용당했다는 사실을 모르는 대부분의 정신지체장애여성들은 남편이 다니던 회사 등을 찾아 다니며 수소문하게 된다. 이런 점을 악용, “자신이 남편을 찾아주겠다”고 유인해서 성폭행하는 사례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추세다. 
그래서 불법이민자들이 많은 동네에서 거주하고 있는 정신지체장애여성들은 이들의 접근에 대해 주의할 필요가 있다.
이런 유형 이외에도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나이 어린 정신지체장애우를 이용하는 사례도 볼 수 있다. 흔히 로리타 콤플렉스라고 하는데, 이런 취향을 지닌 남성들이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나이 어린 정신지체장애우를 데리고 사는 경우를 서울 구로 남부권에서 많이 접했다. 장애우를 둔 가정에서는 결혼해주는 것만으로도 고맙게 생각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보니 나이 차가 서른 살 가까이 나도 별다른 이야기를 안 한다. 약하고 책임져줄 사람이 없어 나이 많은 남편에게 보호라는 명목의 또 다른 학대를 받으며 살아가는 모습이 안타깝지만 범죄로 해석하기에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불법이민자들, 합법적 체류 위해 정신지체장애우를 먹잇감으로 노려

- 보통 정신지체인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형벌은 어느 정도 되는가.
일단 두 가지로 나뉜다. 아예 처벌이 안되거나, 처벌받게 될 경우 가중처벌을 받거나.
일반적인 범죄는 전과경력 유무 등을 보면 대충 형량이 나오는데, 성범죄의 경우 피해자에 대한 선입견을 갖게 되면 증거불충분이나 무혐의 등으로 기소자체가 안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재판까지 가기 어려워 그렇지 유죄로 판결될 경우 일반 범죄보다 무거운 형량을 받게 된다. 그렇지만 가해자가 전과가 없는 경우에는 처벌을 받더라도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게 요즘 추세다. 

 

- 판사에 따라 판결이 많이 틀려지는 것을 목격하게 되는데, 왜 그런가.
인식과 문화의 문제다. 장애우가 가지고 있는 특성과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채 비장애우의 시각으로 판단하고 법 적용을 하기 때문에 발생되는 문제점이다. 장애우 인권에 대한 교육이 이제는 수사기관에서 공소·공판기관으로 확대되어야 할 시점이라고 본다. 그래야 “장애를 이용해 항거불능케하는 상황이 아니므로 무죄”라는 어이없는 판결이 나오지 않을 것이다.

 

- 그렇다면 정신지체장애가 있는 여성을 이웃집 남자가 과자를 사준다거나 돈을 준다고 유인해서 성폭행을 하는 경우도 항거불능에 관한 항목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범죄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야기인가.
그렇다. 이런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지만 대부분 처벌 안될 확률이 높다. 13세 미만의 어린이일 경우 위계, 위력 뿐 아니라 승낙을 받은 경우에도 성범죄로 간주되지만, 심신 미약자의 경우에는 애매하게 법 적용이 되고 있다. 눈을 부라리면서 심리적으로 억압을 한 것은 위계에 해당되니 처벌범위에 들어가지만, “과자 사줄게”, “용돈 줄게” 등으로 유혹해 승낙 받은 경우는 심신미약자 간음죄로 해석하기 힘들다고 보는 것이다. 물론 우리들은 이 역시 명백한 성범죄로 바라보지만, 법의 시각에서는 특별한 억압이 없었기 때문에 심신미약자 간음행위로 보기 힘들다고 판단하고 있다.
수사기관도 그렇지만 검사나 판사들이 장애우가 가지고 있는 특성을 너무 모른 채 비장애우의 시각에서 사건을 바라다보니 발생하는 문제다. 장애의 특성을 이해해야 대처할 수 있는데 많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또 장애우들이 가지고 있는 복지카드도 문제가 있다. 카드에는 너무 포괄적으로 장애 등급이 적혀있어서 장애특성 파악이 쉽지 않다. 때문에 장애인성폭력상담소 와 얘기를 할 때  “성폭력 사건이 벌어졌을 경우 꼭 임상 심리극을 해달라”고 부탁한다. 이 친구가 나이는 몇이지만 아이큐는 얼마이고, 언어 변별력이나 대인관계는 어느 정도 수준인지, 어떤 장애특성을 가지고 있는지 체크해달라는 거다. 그런 후 그가 당한 상황을 놓고 비교해보면 왜 이런 상황이 벌어지게 됐는지 쉽게 이해가 된다. 이를 수사관이나 법원에 제출하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겠나.

 

 

 

장애특성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억울한 판결 많아
- 피해구제만큼이나 예방에 대한 중요성이 절실하게 느껴진다. 예방법은 없을까.
우선은 ‘무엇이 성(性)인가’에 대해 인지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사랑하는 사람과만 하는 것이고, 친분관계를 갖고 있는 누군가가 원한다 하더라도 관계를 가지면 안된다는 의식조차 없는데, 이들을 위한 성교육은 전무한 상태다.
대안까지는 안되겠지만 “어디서는 되고, 어느 곳에서는 절대 안 된다”를 ‘예스, 노’로 분명히 인식시키는 것이 만일의 상황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와 함께 전문적으로 상담할 수 있는 창구도 필요하다고 본다. 요즘에는 전국적으로 장애인성폭력상담소도 많이 늘었으니 이런 곳을 찾는 것도 좋고, 지역사회복지관에 방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듯싶다.

 

- 개인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니 연계활동을 통해 해결하자는 것인가.
그렇다. 주변의 관심만이 정신지체 장애우 성폭력을 근본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 인식의 경계가 불분명한 정신지체장애우의 경우 성에 길들여지게 되면 계속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성폭행당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하지만 이런 친구들에게 하지 말라고 이야기하기도 애매하고, 신고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이나 사회가 관심 가져주고 해결해줘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 생각한다.
가정폭력이나 성폭력과 관련된 강의를 나가게 되면 참석한 사회복지사들에게 “관리를 해줘야 한다”는 말을 자주한다. ‘관리’라는 표현이 적절하지는 않지만, 그들에게 안부를 묻는 등의 작은 관심만 가져줘도 이런 문제들을 조기에 발견하고 해결할 수있다.
지금의 가장 큰 문제는 담당 공무원과 사회복지사들은 있는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르고 있다. 또 정신지체장애우들을 보호관찰하기 위해서는 현장에 나가보는 것이 필수지만 잘 이뤄지지 않고 있어 아쉽다.
아직까지 지역 내 체계가 잡혀지지 않아서 그런 것이라는 이야기도 듣는데, 실상 찾아보면 있기는 하다. 다만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고,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지. 지역사회복지사들의 역할을 활성화시켜준다면 이런 문제를 상당부분 해소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 예전에 비해 성폭력에 노출되어 있는 정신지체장애우를 바라보는 사회복지사들의 인식의 폭이나 관심도가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이들로는 한계가 있을 것 같은데.
이들을 관리해야 할 책임이 있는 공무원이 있지만 대부분 행정적인 업무를 처리하기 때문에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고 본다. 하지만 이들을 중심으로 지역사회복지사가 연계한다면 많은 부분을 예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경찰의 경우 예전에는 지역별로 담당구역 경찰이 정해져 있어 집중순찰을 했다. 마찬가지로 지역사회복지사들이 일지형식으로 누구를 만나고, 어떤 대화를 했는지 작성해가며 체계를 잡아간다면 성범죄를 비롯한 많은 피해사례를 줄일 수 있다고 본다.

 

- 정신지체장애우와 관련된 성범죄를 조사하기 위해서는 장애특성에 대한 이해가 필수다. 경찰에서는 이들을 전담하는 전문 수사팀을 꾸릴 의지는 없나.
이게 지금의 우리나라 현실이다. ‘아직도 꾸리지 못했다’보다 ‘이제 세분화 되어가고 있는 중이다’고 봐줬으면 한다. 팀을 꾸리기 위해서는 ‘할 수 있을만한 인원은 있는가’, ‘세분화시킬 만큼 범죄사건이 자주 발생하는가’, ‘경찰 내 전문 프로그램은 있는가’, ‘없다면 외부위탁 프로그램은 있는가’ 등이 선결되어야 하는데, 양천구의 현실(경찰 한 명당 729명)이 말해주듯 일선 경찰의 숫자가 턱없이 부족하다. 결과적으로 예산부족이 문제다.
하지만 경찰도 이에 대한 의지를 갖고 있으니 조만간 예산이 수립되고, 팀도 꾸려질 거라고 본다.

 

경찰 내 장애우 관련 전문수사팀 구성, 머지 않았다

- 일선에서 직접 장애우 상대 성범죄를 수사하면서 가장 아쉬운 점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
내가 그 사람이 되지 않는 이상 상대방을 전적으로 이해하는 것은 힘들다. 장애우들 역시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똘똘 뭉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울러 자신들의 장애특성을 세분화해서 알려내는 노력도 필요하다.
비장애우들의 경우 장애우들을 하나로 묶어서 바라보려는 시각이 강한 데, 장애의 특성에 따라 엄청나게 틀리지 않은가. 만약 장애우 관련 단체에서 이런 특성을 적극적으로 홍보했다면 장애우의 현실을 전혀 파악하지 못한 기형적인 법률이나 수사가 이뤄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금의 장애관련 단체들은 “인권이다, 권리다”라는 식으로 뭉뚱그려서만 생각하는 것 같다. 이도 중요하지만 저 친구가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된데는 이런 장애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이해해줘야 하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어떤 식으로 사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여야 한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모든 장애관련 단체에서 성폭행 상담소를 운영하는 게 아니라 장애 영역별로 세분화 해서 전문성과 대표성을 가지고 운영하는 것이다. 굳이 별도의 연구소를 신설할 필요도 없다. 기존에 있는 협회의 폭을 넓혀서 활용하는 거다. 이를 근간으로 해당 영역에 성폭력 사건이 벌어지면 해당 단체와 장애인성폭력상담소가 연대해 말해주고, 지원해주는 시스템으로 운영하는 것은 어떨까?
언젠가 아동성폭력을 전문적으로 다루고 있는 해바라기 아동센터에서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이곳이 아동성폭력을 전문으로 다루는 만큼 이와 관련된 사건 중 무죄로 판결된 판례들을 찾아보고, 그 판례 중 아동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서 생긴 판례들과 자료를 모아보는 것이다. 이를 들고 수사기관이나 사법연수원의 교육담당기관에 찾아가 “이런 무지함 때문에 이런 판례가 나왔으니 교육 좀 시켜라”고 건의해보라 말했다. 이게 훨씬 효과도 크고 목소리도 크지 않을까.
장애우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비장애우들이 자신의 잣대에 맞춰 판단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장애특성을 알려내는 작업이 시급하다. 각자의 어려움만을 이야기하는 시대는 지났다. 서로를 알게 되면 이해하기도, 공조하기도 쉽다. 이런 이해를 바탕으로 장애우들을 대상으로 하는 성범죄들이 근절되는 날이 하루속히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인터뷰 이태곤 기자
사진, 정리 전진호 기자

 

작성자전진호  webmaster@cowalknews.co.kr

Copyright by 함께걸음(http://news.cowalk.or.kr)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함께걸음 7, 8월호

제호 : 디지털 함께걸음
주소 : 우)07236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의사당대로22, 이룸센터 3층 303호
대표전화 : (02) 2675-8672  /  Fax : (02) 2675-8675
등록번호 : 서울아00388  /  등록연월일 : 2007년 6월 26일
발행 : (사)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  발행인 : 김성재 
편집 : 함께걸음미디어센터  /  청소년보호책임자 : 노태호
별도의 표시가 없는 한 '함께걸음'이 생산한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4.0 국제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by
Copyright © 2021 함께걸음. All rights reserved. Supported by 푸른아이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