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걸음이 만난 사람] “북한 어린이 돕는 일 당연히 우리가 해야 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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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우들 중에선 이수성 전 국무총리를 기억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서울대 총장을 거쳐 문민정부 말기 국무총리로 있으면서 이 전 총리는 역대 국무총리들에게서는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장애우 복지증진을 위해 많은 일을 했다. 그 후 정계에 입문해 대권에 도전하기도 했던 이 전 총리는 국민의 정부에서 현재 민주평화통일정책자문회의(이하 민주평통) 수석 부의장을 맡고 있다.
함께걸음은 이 전 총리가 국무총리로 재직하고 있을 때인 96년 7월 이미 인터뷰를 한 바 있다. 그리고 함께걸음이 다시 이 전 총리를 찾은 것은 이 전 총리가 고위층 인사로는 드물게 소외계층과 장애우 문제에 여전히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한 가지 예로 이 전 총리는 최근 소회계층을 돕기 위해 재단법인 평화와통일을위한복지기금을 만들었다. 본인 의지와는 상관없이 언론에 의해 유력한 차기 대권 후보로 거론되고 있기도 한 이 전 총리는 그 보다는 우리 시대의 보기 드문 휴머니스트로 평가받고 있기도 하다. 이수성 전 총리를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김정열 소장이 만나 정담을 나눴다.
기금 모아 북한 어린이 돕고 싶다
김정열 저희 함께걸음이 두 번씩 만난 사람은 부의장님이 처음입니다.
이수성 저는 지금 잡지와 신문들의 인터뷰 요구에 일절 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함께걸음의 인터뷰 요구는 거절을 하는 것이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응하게 됐습니다.
김정열 부의장님이 국무총리로 재직하고 있는 동안 장애우 복지가 상당히 비약적으로 발전했습니다. 그래서 많은 장애우들이 부의장님을 기억하고 있고 근황을 궁금해 하고 있는데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는지요.
이수성 작년 3월에 국무총리직을 그만 두고 정치할 생각은 전혀 없었는데 어쩌다가 대권 후보 경선에 나가게 됐습니다. 그 때 나는 대통령이 돼도 하느님의 뜻, 대통령이 안 돼도 하느님의 뜻이라는 담담한 마음으로 정치에 발을 들여놨습니다. 결국 경선에서 탈락하면서 나는 하느님에게 감사했습니다. 다른 분들은 이해를 못하겠지만 하느님께서 나를 정말 과분하게 사랑해 주시는구나, 내가 큰 짐을 안 져도 되게 해 주셔서 정말 고맙다고 기도했습니다. 그런 일이 있은 후 지금까지 정치와 거리를 두고 생활하고 있습니다. 나 같은 이상주의자, 나 같은 인간 중심의 사고를 가진 사람에게 현실 정치는 적합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며 지냈는데 김대중 대통령께서 내가 정치를 싫어하는 것을 아시고 정치 안 해도 좋으니까 이 자리를 맡아 국민을 위해서 좋은 일을 해 달라고 해서 민주평통을 맡게 됐습니다.
김정열 민주평통은 대통령이 의장으로 있어서 굉장히 큰 기관으로 비쳐지고 있는데 사실 국민들은 민주평통이 무슨 일을 하는 기관인지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이 기회에 민주평통 소개를 해주시죠.
이수성 민주평통은 우선 정치 기관은 아니고 정치와 정당을 초월한 헌법기관입니다. 민주적이고 평화적인 통일을 위해서 자문위원들이 대통령에게 정당한 문제들을 건의하고 대통령이 자문을 구해오면 자문에 응하면서 통일을 준비하는 기관이죠. 그러나 당장 통일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통일이 되기 이전까지 우리 국민들이 모두 서로 사랑하고 통일의 터전을 마련하도록 국민 의사의 일치를 추구하는 것이 저희 민주평통이 하는 일입니다.
김정열 통일 얘기가 나왔으니 드리는 말씀이지만 저희들 입장에서 가장 안타까운 것이 북한의 아이들 문제입니다. 북한 어린이들이 영양실조로 인해서 발육이 부진하고 기형적인 외모를 가지게 되는 것을 언론을 통해 목격 했는데요. 이러다간 북한 어린이들이 모두 장애우가 되지 않을까 염려가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심각한 상태에 놓여 있는 북한 어린이들을 속히 우리가 지원해야 한다고 보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이수성 싫다고 해서 지원을 안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싫다고 해서 통일이 안 되는 것도 아니죠. 지금 우리나라에는 통일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지만 필연적으로 통일은 이루어질 것입니다. 문화적으로는 이질화 돼 있지만 한국 민족은 한 뿌리에서 났기 때문에 어차피 통일이 됩니다. 통일이 됐을 때 장애를 가진 수많은 북한 어린이들은 누가 감당합니까? 다 우리가 감당하고 우리가 책임져야 할 일입니다. 때문에 10년 뒤만 생각해도 북한 어린이들을 돕는 일은 당연히 우리가 해야 할 일입니다. 눈앞만 보고 싫다, 우리가 굶어죽는데 무슨 소리냐고 반론을 제기하고 왜 북한놈들한테 도움을 주느냐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내 생각에는 이런 얘기들은 짧은 생각에서 비롯된 단견이라고 봅니다. 북한 어린이 문제는 민족의 장래를 생각하고 우리 후손들을 생각할 때 당연히 우리가 감당해야 할 몫이죠.
김정열 민주평통이 자문기구이긴 하지만 구체적으로 북한 어린이들을 돕기 위한 사업을 하실 생각은 없으십니까?
이수성 나는 민주평통이 사업을 하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 우선은 내가 개인적으로 두 가지 목표를 세우고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재단법인 평화와통일을위한복지기금을 만들었습니다. 그렇지만 이사장은 내가 맡지 않았습니다. 내가 이사장을 하면 정치적으로 해석이 될 가능성이 있어서 그게 싫었고 순수한 마음으로 만든 재단이기 때문에 그렇게 한 것입니다. 재단에는 현재 민주평통 자문위원이 1만3천3백40명이 있는데, 그분들이 모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 재단은 민주평통과는 전혀 관계없지만 평통 자문위원들이 앞장서서 기금을 모으기 시작한 거죠. 물론 재단 이사는 김우중 전 경련 회장을 비롯해 재벌 총수들, 세속적으로는 일체 나서지 않는 월하 조계종 종정 같은 분이 이 재단에는 기꺼이 참여해 주셨죠. 그 밖에도 김수환 추기경, 한국노총 박인상 위원장 등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대부분 이사로 참여하고 계십니다. 내 생각엔 기금이 몇 천억원이 모이면 기금으로 실직자와 소외계층 남쪽의 장애우와 북쪽의 어린이들을 도와주는 작은 영역이라도 됐으면 하는 게 내 소원입니다. 또 하나 목표를 가지고 내가 추진하고 있는 일은 백범 김구 선생 기념관을 짓는 일입니다. 백범 기념 사업을 통해서 젊은이들에게 백범이 가지고 있던 민족혼을 널리 알리고, 백범 정신을 바르게 전파할 예정입니다.
가난한 사람들 마음을 가지고 살고 있다
김정열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부의장님은 국무총리로 재직할 때 유난히 장애우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가지셨습니다. 정책적으로 장애우 복지를 추진하고 실제적으로도 장애우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그렇게 부의장님이 장애우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기까지는 개인적인 배경이 있으실 것 같은데.
이수성 배경은 없습니다. 하지만 굳이 배경을 말한다면 우리 누이가 장애우입니다. 내가 어렸을 때 동네 근처에 작은 산이 하나 있었습니다. 산에서 누이와 둘이 리어커를 타고 내려오다가 사고가 났는데 그 때 집안일을 봐 주던 아주머니가 나는 안고 누이는 내버려둬 누이는 큰 부상을 당하고 그 후 병원에서 치료를 잘못해서 장애우가 됐습니다. 아주머니가 둘 중에 하나를 안을 수 있었는데 내가 안겼다는 것은 내가 아들이기 때문에 그랬겠죠. 나는 사실 누이 생각을 하면서 결혼을 안 하고 평생 누이를 돌봐줘야겠다고 생각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결혼을 하게 됐습니다. 그렇다고 내가 누이에게 죄의식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가슴 아픈 일이긴 하지만 집안 내력 때문에 내가 장애우에게 관심을 가졌다는 것은 정답이 아닙니다. 나는 내 누이가 장애우가 아니었어도 마찬가지로 장애우 문제에 관심을 가졌을 것입니다. 이건 내가 잘났다는 게 절대로 아닙니다. 나는 사회 약자인 장애우를 제대로 보호하고 존중하지 않는 사회는 올바른 사회가 아니라는 입장에 서 있습니다.
내가 어릴 때 책을 많이 봤습니다. 톨스토이 같은 사람이 농노해방을 시켰죠. 톨스토이는 인간중심의 사고를 가진 사람인데 모스크바에 가면 막심 고리키가 톨스토이에 관해서 쓴 글이 하나 있습니다. 어떤 이데올로기도 인도주의에는 당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소위 과학적 공산주의는 모든 것을 유물론적 관점에서 보기 때문에 인간 중심의 사고는 아닙니다. 앞에서 얘기한 고리키는 톨스토이를 평하면서 톨스토이는 복잡하고 모순 속에 있는 사람이지만 톨스토이가 인도주의 정신과 인간 중심의 사고를 가지고 평생을 살았다는 것은 나로서는 경의를 금치 못한다는 글을 썼습니다.
물론 나는 톨스토이처럼 대단한 인도주의자는 아닙니다. 그렇지만 정이 많습니다. 본성적으로 내가 나쁜 점도 많지만 책의 영향인지 아버지의 영향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 나온 김에 덧붙이자면 우리 아버지는 내가 거지한테 동전을 주더라도 꼭 두 손으로 주라고 강조하셨습니다. 그렇게 교육을 받아서 그런지 나는 중산층이고 형제들이 모두 다 교수들이지만 늘 가난한 사람 마음을 가지고 살고 있습니다.
김정열 부의장님은 96년 저희가 인터뷰 했을 때 정부의 역할은 소외된 사람을 지키는 것이다 라는 말을 하셨습니다. 그 소신에 변함이 없는지 또 어떤 식으로 정부나 국가권력이 소외계층을 지켜줘야 하는지 방법을 말씀해 주시죠.
이수성 다시 강조하지만 원래 정부의 존재 목적은 가지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서 존재하는 겁니다. 있는 사람들은 정부가 간섭할 필요가 없죠. 가만히 놔둬도 자기 권리 지키고 잘 삽니다. 문제는 정부가 가지지 못한 사람들을 챙겨야 하는데 소외계층을 돕는 구체적인 방법이야 수도 없이 많겠죠. 그러나 제일 중요한 것은 정부가 국민의 덕성을 변화시켜서 어려운 사람 즉 장애우를 비롯한 소외계층들을 돕게 하는 풍토를 조성하는 게 제일 중요하죠. 이 일에는 국가 권력의 책임있는 사람들이 앞장서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습니다. 그렇게 좋은 덕성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지면 우리도 외국처럼 장애우들을 우대하는 그런 좋은 사회가 되겠죠. 젊은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옛날 부산서 서울 오려면 기차를 타고 굉장히 오랜 시간동안 타고 와야 했습니다. 그 때 나는 좌석이 있어도 어린이들이나 나이든 분들이 서 계시면 반드시 자리를 양보했습니다. 이게 버릇이 되니까 내 나이 지금 62세인데 지금도 버스나 지하철을 타면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이건 내 자랑이 아닙니다. 있는 대로 얘기한 거고 그만큼 어렸을 때부터 남을 배려하는 교육을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하는 말입니다.
김정열 가끔씩 오해를 받으시지는 않습니까? 서울대 총장을 역임하고 국가권력의 중심에도 있으신 분이 너무 아름다운 얘기만 하시니까 가진 자로서의 여유를 부리는게 아닌가 라는 말을 들으실만 한데.
이수성 나는 가난하게 살았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개인이 가진게 많고 없고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 사람의 본성이 어떠냐가 중요한 거죠.
김정열 국무총리 재직시 장애우복지와 관련해 추진했던 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어떤 일이었습니까.
이수성 사실 내가 한 것도 없습니다. 우선 장애인복지추진위원회 위원장을 역대 총리들이 안 맡았다고 해서 내가 맡았고, 지하철 무임승차시 보호자도 무임승차하도록 하고, 중증장애우에 대해서는 어떤 경우에도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정책을 추진한 것 정도입니다.
김정열 아쉬운 부분도 있으셨죠.
이수성 그럼요, 너무 많았습니다. 문제는 예산 부족이었죠. 더 많은 예산을 장애우복지에 배정하고 싶었는데 그게 잘 안됐습니다.
김정열 부의장님이 국무총리로 계셨을 때는 관심을 가지셨으니까 제도적으로 장애우복지가 증진됐지만 그만 두고 나신 뒤에는 위원회도 한 번 열리지 않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느낌이 드는데 한편으로는 개인적인 관심에서 비롯되는 복지정책은 한계가 있으니까 시스템이 필요한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수성 그건 또 반드시 그렇지 않습니다. 시스템은 제일 중요하지만 시스템을 움직이는 건 역시 사람입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이냐가 참 중요합니다. 어려운 사람에 대한 진심에서 우러나온 우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복지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봅니다.
소외계층 배려하는 법 정신 필요해
김정열 개인적으로 부의장님처럼 소외계층에 대한 복지 마인드를 가지신 분이 정치 지도자 중에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는데 부의장님은 다시 정치를 하실 생각은 없으십니까?
이수성 다시 정치를 해달라는 권유를 많이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내가 다시 정치를 안 한다고 확답을 할 수는 없지만 지금 내가 정치판에 뛰어들지 않고 있는 이유는 나 하나 버리는 것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내가 예전에 보안사령부에 잡혀갔을 때 죽음을 각오했었습니다. 그리고 교통사고가 났을 때 의사들이 이 사람은 살지 못한다고 했지만 기적적으로 다시 살아난 사람입니다. 그래서 내 나머지 여생을 가지고 연연하진 않습니다. 즉 내 욕심 가지고 뭘 하려는 생각은 없다는 말입니다. 나는 어려운 사람을 돕고 싶은 마음밖에 없습니다.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는 내가 지금 정치에 발을 들여 놓으면 결국 나만 버리고,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되고, 현실적으로 어려운 분들에게 아무런 도움을 드리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에 내 영역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만 하는 것으로 자족해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가지고 살고 있습니다.
김정열 그렇지만 이미 공인으로서 역할도 하셨고 장애우 등 소외계층들도 부의장님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있다고 보여지는데, 나중에 부의장님 개인의 행복만을 위해서 정치를 회피했다는 지적을 받으실까봐 염려됩니다.
이수성 옳은 지적입니다. 하지만 어떤 모함을 받고 어떤 비난을 받더라도 내가 떳떳하면 됩니다. 지난번에 대권 후보 경선이란 걸 했을 때, 경선은 아름다운 경쟁이 되어야 하는데 누가 더 올바른 정책을 가지고 국민한테 서비스를 잘 할 수 있느냐, 이걸 전제한 선의의 경쟁이 되어야 하는데 모략과 중상이 판을 쳤습니다. 내가 빨갱이 자식이 됐다가 친일파 자식이 됐다가 서울대 총장은 교수들에게 뇌물 줘서 됐다는 식으로 정말 근거도 없는 모함이 끝도 없이 이어져서, 하여튼 내가 그런 정치 풍토에 너무 질려버렸습니다.
김정열 원래 정치가 그렇게 혼탁하다는 것을 모르셨나요.
이수성 정치는 원래 멋있는 것입니다. 우리 정치사에는 아주 멋진 정치 풍토가 있었습니다. 정치란 궁극적으로 마음이 넓고 사람들에게 측은지심을 갖고 부끄러움이 없는 사람들이 정치를 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정치는 너무 혼탁해져 있습니다. 정치인들이 입으로만 국민들을 위하고 자기 탐욕을 챙기고 있습니다. 이건 정치가 아니지요. 정치란 정도를 찾고 사람들에게 사랑을 심고 믿음을 심어줘야 하는데 그런데 우리 정치인들은 오히려 증오를 심고 분열을 획책해서 그걸로 이익을 얻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지역갈등입니다. 경상도 충청도 전라도 할 것 없이 지역이기주의가 심한데 그래서 덕보는 것은 정치인 몇 사람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정치인들이 계층갈등을 부추기는 것도 똑같습니다.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을 부추겨서 자꾸 싸우게 만들고, 그 속에서 어떤 이익을 얻으려고 하는 일부 정치인들은 이제 정치를 그만 했으면 좋겠습니다.
김정열 말씀을 듣다 보니 정치가 잘못돼서 나타나는 폐해는 확실히 알겠습니다. 제 생각엔 국민들이 아름다운 정치를 못 봐서 그런지 정치에 대한 불신이 더 쌓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수성 국민들이 단호해야 합니다. 정치인 당신 과거가 어땠느냐, 당신 남 위해 어떻게 살았느냐를 판단해 가지고 선택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남의 일처럼 생각하니까 이상한 사람들이 정치를 하고 그게 경제와 문화 사회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내가 보기에 잘못된 정치를 바꾸는 방법은 우선 정치인들의 대오각성이 필요하고, 두 번째는 국민이 정치를 이렇게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방법은 정치 지도자들의 독선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국민들의 편에 서서 올바른 방향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지금 같은 정치 상황에서는 정치 지도자의 독선이 필요하다고 보는데 그래서 나는 박정희라는 사람을 이해하고 있습니다. 물론 잃은 것도 많았지만 그 사람은 민족혼을 가진 사람입니다. 그렇지만 박정희가 독재했고 많은 사람들을 죽였고 우리 국민들을 전부 물질의 노예로 만들어놨기 때문에 나는 절대로 박정희에게 동의할 수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족혼을 갖고 우선 잘 살아야 한다며 정치를 독선적으로 끌고 간 것은 평가할 수 있다고 봅니다.
김정열 현재 정치 현실에 대해 상당한 불신을 가지고 계신 것 같은데 지금 국회에 장애우인 이성재 의원이 있습니다. 이렇게 소외계층 대표가 국회에 들어가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이수성 이성재 의원은 잘 알고 있습니다. 나는 이성재 의원이 정치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 의원은 정치에 몸을 담았지만 양질의 한 인간일 뿐입니다. 때 묻은 정치인과는 다르죠. 나는 이 의원 같은 사람이 비례대표제로 국회에 들어가는 것을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여성, 장애우, 근로자 대표들이 당연히 국회에 들어가야 한다고 봅니다.
김정열 정치 얘기를 한 마디만 더 하겠습니다. 부의장님은 정치판에서 발을 뺐지만 가만히 있어도 언론에서는 영향력 있는 정치권 인사로 거론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수성 그 문제에 대해서는 나는 한 마디도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언론에서 마음대로 쓰고 있는 겁니다.
김정열 실례되는 질문인지 모르지만 부의장님은 서두에서 스스로 이상주의자라고 했는데 그러다보면 상당히 고독하실 때가 있을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이수성 나는 고독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그렇지만 내가 현실타협을 안 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김정열 부의장님을 법학자로 알고 있습니다. 부의장님은 평소 법의 정신은 역시 소외된 사람들을 지켜줘야 한다는 말을 하신 적이 있는데 현실에서는 때때로 법 집행의 공정성이 여론의 도마에 오르고 있습니다. 공정한 법 집행을 위해 무엇이 전제되어야 하는지 얘기해 주시죠.
이수성 함무라비 법전 서문을 보면 태양신 사마시가 나오는데 사마시가 바벨로니아 제왕 함무라비에게 검을 주면서 법이라는 것은 항상 소외된 사람, 가난한 사람, 연약한 사람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데 현재의 법은 강한 자와 부유한 사람을 위해서 사용되고 있다, 너는 이 검을 가지고 법의 본래 목적인 가난한 사람 어려운 사람을 위해서 정의를 찾아라 하고 말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지금 법조인들은 법대로 한다고 그러지만 법을 잘못 배운 사람이 법대로 한다고 그러는 겁니다. 법대로 하면 가진 사람들 즉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유리하고 소외된 사람들은 불리하기 마련이죠. 이것은 법의 정신에 반한 겁니다. 제대로 된 법조인은 자기한테는 대단히 엄격하고 남한테는 관대해야 합니다. 법 정신 자체가 없는 사람들한테는 힘을 주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약간 불리함을 주어야 하는 거죠. 때문에 법대로가 아니라 법의 정신대로 한다는 것이 맞는 말입니다.
김정열 마지막으로 장애우 등 어려운 처지에 있는 분들에게 격려가 될 만한 말씀을 해주시죠.
이수성 너무 어려운 상황이니까 다른 말씀은 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국민이 마음을 합치면 이루지 못할 게 없습니다. 우리 국민 모두가 서로 믿고 서로 아끼고 서로 사랑하면 우리는 아무 문제가 없으니까 서로 사랑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내일에 대한 희망을 굳게 가지고 살자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김정열 오늘 귀한 시간 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정리/ 이태곤 기자 사진/ 노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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