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너답게 살아, 난 나답게 살꺼야” > 세상, 한 걸음


“넌 너답게 살아, 난 나답게 살꺼야”

특집Ⅲ 수다방 / 몸을 둘러싼 당사자들의 경험 공감하기

본문

*** 참 석 자 ***

박하 -“내 이미지는 만화 주인공 ‘둘리’야.
둘리는 배랑 엉덩이가 앞뒤로 나왔잖아. 솔직히 내 옆모습이 그래. 왜소증인 나랑 비슷한 것 같아. 둘리가 맘에 드는 또 한가지 이유는 길동이 아저씨에게 혼나면서도 늘 당당하다는 거야. 나는 그런 둘리가 좋아”

오이 -“나, 하면 ‘하얀색’이 떠올라. 지금은 전맹이지만 어렸을 때는 저시력이었어. 그 때 거울로 봤던 내 얼굴은 좀 크고 하얗게 보였어. 지금 쓰는 지팡이도 흰색이고. 흰색은 나랑 관계가 많은 것 같아.”

김밥 -“나는 촛불이 좋더라고. 모든 일상에 활동보조가 필요하지만, 자기 몸을 태워서 세상을 밝히는 촛불처럼 나도 그렇게 살고 싶어. 몸이 부서지더라도 장애를 딛고 일어서고 싶어.”

전갈- “난 ‘두루미’가 좋아. 근육장애라는 장애를 모를 때는 원인도 모른 채 몸이 불편해지니까 내가 몸 안에 갇혀 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 오히려 장애를 알고 나서 자유로워진 것 같아. 자유로움 하면 ‘새’잖아, 난 특히 두루미가 생각나.”

홍당무 -“나는 고양이랑 잘 어울리는 것 같아. 고양이는 차갑고 예민해 보이지만, 움직이는 것을 보면 오히려 따스하고 조용해. 나는 척수장애우가 되면서부터 몸을 들여다보기 시작했어.”

“보이는 내가 전부가 아니야!”

조선무 : ‘여성의 몸’하면 여러 상념들이 떠오릅니다. 자기 몸에 대한 이미지도 있고, 사회가 강요하는 기준에 맞춘 미인들도 생각나죠. 많은 사람들이 그 사이를 오가며 방황하는 것이 요즘 현실입니다.

<함께걸음>은 ‘여성이며 장애가 있는 몸’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자기 몸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몸 곳곳에 스며든 경험들을 쓰다듬어 보고자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먼저 상상 속에 등장하는 자기 이미지에 대한 얘기를 해볼까요. 상상이나 공상은 본인이 원하는 것이 가장 잘 드러나는 공간이니까요.

  ▲홍당무 ⓒ조은영 기자   홍당무 : 나는 예쁜 귀걸이랑 미스코리아 사자머리(!)하고, 몸매가 드러나는 미니스커트를 입고 살랑살랑 다니는 상상을 해. 상상은 현실이 벅차고 힘들 때 즐거움을 주는 거잖아.

오이 : 나는 꿈에서도 시각장애 정도에 따라 내 모습이 다르게 보여. 저시력일 때 꿈에서는 친구를 잡지 않고 어디든 잘 가는데, 전맹인 지금은 꿈에서도 누군가를 잡고 이동하는 모습으로 등장하거든.

김밥 : 나는 새가 좋아야. 그러니께, 장애 때문에 답답해서 그런 것 같어야. 꿈에서라도 하늘을 훨훨 날면 얼매나 좋은디.

박하 : 어머, 나도 하늘 꿈 잘 꾸는데. 왜소증 때문에 늘 밑에서 위로 올려다보거든. 그 반대로 해보고 싶으니까 그런 꿈을 꾸나봐. 하늘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꿈 말이야.

홍당무 : 사람들은 나보다 휠체어부터 봐. 휠체어에 앉은 나에게 키가 얼마냐고 묻는 사람들은 없어. 일부러라도 “제가 키가 좀 돼요.”라고 우스개 소리를 하지. 자기가 일어서보라고 할 거야, 어쩔 거야, 안 그래? 어차피 확인불가인데 뭐. 내 신념 중 하나가 “보이는 내 모습이 전부가 아니야”라는 거야.

조선무 : 홍 씨는 오히려 상황을 유리하게 이끄시네요.

전갈 : 장애가 있기 전에는 나도 날씬했어. 그 때는 남자들이 무지 쫓아다녔지. 김지수 닮았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는데.

홍당무 : 물론, 그거도 확인 안되는 걸? 깔깔깔.

박하 : 그렇지. 하하.

전갈 : 아냐, 진짜라니까. 이 사람들 안 믿네. 보이는 내가 전부가 아니라니까.

“너 때문에 짜증나. 알기나 해?”

조선무 : 일상에 쫓겨 살다보면 몸에 관심을 쏟기가 쉽지 않죠. 그러다 어떤 계기로 내 몸을 인식할 때가 있는데, 우리 그런 얘기 해볼까요.

전갈 : 1년에 한두 번 동창들 만나면 기집애들이 왜 그렇게 뚱뚱해졌냐고 놀려. 쳇, 지들도 그러면서. 장애가 심해지면서 점점 움직이기 힘들어져. 그러니까 물만 먹어도 살로 가는 것 같아.

홍당무 : 그럴 때는 거울로 친구들 모습을 딱 비춰줘. 그러면 아마 “인생 뭐 있어? 다 그런 거지, 뭐.”하고 꼬리 내릴 걸?

전갈 : 푸하하하. 다음부턴 거울 가지고 다녀야지.

홍당무 : 나는 중도 장애여서, 장애가 있기 전과 후가 좀 달랐어. 특히 옷 살 때. 휠체어 처음 탔을 때는 장애가 없는 몸만 기억하고 옷을 사서 낭패를 봤지.

서 있을 때 쫙 붙고 예쁜 옷은 오랜 시간 앉아 있는 척수장애우들에게 정말 불편하거든. 휠체어에 앉으면 그 때부터 지옥이야. 처음엔 그래도 참았어, 예쁜 옷 입고 싶은 욕심에. 그렇지만 몸이 괴롭다고 난린데 뭐. 지금은 앉아서도 예쁘게 보이는 옷 잘 골라. 장애 있는 내 몸을 받아들이는데 시간이 좀 필요했나봐.

  ▲박하 ⓒ조은영 기자   박하 : 왜소증 여성장애우들은 바지를 잘 안 입어. 다리가 짧고 휘어졌기 때문에 솔직히 걸을 때 뒷모습이 별로야. 나도 그런 모습 감추려고 어렸을 때부터 고등학교까지 치마만 입었어. 내가 바지 입고 처음 외출한 날 친구가 “다리 휘었네?”라고 친절하게 확인시켜 주대. 친구여도 내 속사정은 몰랐던 거야. 오늘 바지에 부츠 차림으로 왔는데, 나 사실 이런 옷차림하는데 20년 걸렸다.

조선무 : 혹시 가족들 때문에 장애를 더 느끼는 경우가 있나요?

홍당무 : 많지. 가족이 좋긴 하지만, 힘든 점도 있어. 예를 들면 휠체어는 내 다린데, 가족들은 바퀴 달린 물건쯤으로 여기니까 방에 들여놓는 거 싫어해. 그러면 나는 물 한잔 같은 아주 사소한 것들까지도 부탁해야 하잖아. 사소해도 부탁하기는 쉽지 않아. 나는 열 번을 생각하고 부탁하는데, 듣는 사람들은 계속 시키기만 한다고 생각해.

김밥 : 그렇지잉. 나도 열 번 생각하고 부탁한다니께.

홍당무 : 소변 마려워도 열 번은 참다가 부탁해. 그래서 우리는 항상 싸기 일보직전이야. 큭큭.

김밥 : 그려서 나는 변비가 생겨부렀어. 점점 덜 먹게 되고, 그래서 이렇게 말랐다니께. 대변을 일주일에 한 번 보는데, 얼매나 힘든지. 장애 때문에 부탁할 때, 그 사람이 하는 반응에서 장애를 더 느껴.

오이 : 예전에 저시력인 남자랑 연애한 적 있거든. 어느 날 남자친구 부모님이 불쑥 전화해서 내가 전맹이어서 안된다고 헤어지라는 거야. 나원참! 내가 얼마나 활기차고 생활력 강한 사람인데 말이야. 이 남자가 무슨 얘길 어떻게 했길래, 내가 이런 소릴 들어야 하나 싶었다니까.

홍당무 : 맞아. 진짜 그래. 그게 더 비참해.

박하 : 이제 곧 만난지 1000일 되는 남자친구가 있는데, 얼마 전 이 남자 집엘 갔거든. 부모님들이 잘해줬지만, 난 그들의 속마음을 이미 눈치 깠어. 아니나 다를까, 다음 날 이 남자가 헤어지자는 거야. 엄마가 헤어지라고 했다나. 그런데 더 웃긴 건 말이야, 알고보니 내가 장애우라는 걸 두고 온 친척이 다 쑥덕거렸더라고. 이 남자도 장애우인데.

김밥 : 어이구. 감질나서 못 듣겄네.

조선무 : 내가 거기에 맞출 필요가 없다고 머리로는 생각해도 감정을 못 놓는 것이 연애인 것 같아요. 

  ▲전갈 ⓒ조은영 기자   전갈 : 나는 전동휠체어 타고 대중교통 이용하는 것이 편한데, 남편은 불편해 해. 승용차를 타면 나는 수동 휠체어를 써야 하는데, 그러면 나는 꼼짝도 못하거든.

남편은 외출할 때마다 편의시설이 형편없는 것에 분노해 길거리에서 큰 소리로 막 뭐라고 해. 이 사람이 왜 이러나 싶어서 당황한 적도 있거든. 나중에 생각해보니 정작 남편이 불편해했던 것은 나 때문에 승용차를 타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였어.

오이 : 나는 외출하는 거 무지 좋아하거든. 한 번은 출구를 몰라 행인에게 물어놨는데, 그 사람이 ‘왜 모르는 길을 다니냐’고 뭐라고 하는 거야. 기가 막혀서. 내가 비장애우였으면 안 그랬겠지? 버럭 화를 낼 수도 없고. 얼마나 속이 쓰리던지. 그런 경험이 쌓이면, 사람들이 또 그런 식으로 반응할까봐 지레 위축돼.

조선무 : 저는 시설물 등이나 주변 환경 때문에 장애를 인식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얘기를 듣다보니, 그건 둘째고 다른 사람이 보이는 반응이나 시선 때문에 장애를 더 느끼는군요.

홍당무 : 나는 화장실에서도 그런 거 느껴. 장애가 생기고 나서 처음 외출해서 화장실을 갔는데, 남자, 여자, 장애우 화장실을 보면서 어디로 가야할지 난감했거든. 난감 정도가 아니라 충격이었어. 엄마 손을 놓친 아이처럼 말이야. 정신차려보니까 글쎄, 내가 한참을 벽에 붙어 있었더라고.

전갈 : 장애우 화장실? 할 얘기 많지. 어이가 없는 곳이 얼마나 많은데 그래. 어떤 지하철 역 장애우 화장실에 들어가 보니 문이 다 안 닫기는 거야. 남자들은 서서 누니까 안보이지만, 여자들은 사정이 다르잖아. 젠장, 무슨 나체 쇼 할 일 있냐고. 당장 역장한테 쫓아갔지. 역장이 뭐라는 줄 알아? 예산이 부족해서 그랬대. 어이구 복장 터져.

홍당무 : 맞아, 나도 그런 화장실에 갔다가 그 문틈으로 들여다보는 남자 눈이랑 마주친 적도 있어. 그 눈이 짐승 눈 같아서, 얼마나 무섭던지 비명도 안나오더라.

그리고 어떤 기차역은 장애우 화장실이 대합실 안에 있더라. 게다가 반투명 유리로. 웃기지? 내가 화장실에서 못 나오니까 남편이 도와주려고 들어왔는데, 남편이 문 열고 들어오는 순간, 대합실 의자에 앉은 사람들과 변기에 앉은 나는 눈맞춤을 다했지. 너무 기가 막히지 않니?

“보듬어주고 싶어, 평생 같이 할 친구니까”

조선무 : 혹시 자기 몸을 거울로 비춰본 적이 있나요? 있다면 그 때 어떤 느낌을 받았나요?

박하 : 나는 왜 이렇게 생겼을까 싶어. 그럴 때마다 주문을 걸지. 내가 예쁘다고 자화자찬해주는 거야. 사실 이런 몸을 가진 사람 드물어, 100만인 중의 하나가 왜소증이니까.

김밥 : 난 거울 안 봐야, 보기가 거북혀서.

홍당무 : 어머, 나는 거울을 통해서 재활했는데. 장애가 없을 때는 화장 할 때 외에는 잘 안 봤어. 의료사고로 척수를 다쳐서 꼼짝도 못하고 병원 침대에 누워있을 때 거울 보면서 방향조정해서 밥 먹고, 텔레비전 보고, 누가 뒤에 있는지 보기 시작했지. 그렇게 거울을 보면서 일상을 재활하고, 웃는 모습도 연습했어. ‘이제는 이 모습이 너야’, 거울 보면서 중얼거리기도 했지만, 인정하기 쉽진 않더라고. 평생 갖고 가야하니까, 보듬어야지 하면서도 내 몸과 익숙해지는데 상당히 오래 걸렸어.

김밥 : 그래도 나는 얼굴을 보는 것이 싫여. 그냥, 아픔이여.

전갈 : 털어놔요. 그러면 좀 편해져.

 
▲김밥 ⓒ조은영 기자  

김밥 : 가족들은 나를 방 안에 처박아놓고 나오지 말라고 했지. 정말 싫었어. 나도 똑같은 사람이고, 가족인데... 내가 못생겼기 때문에, 장애가 있기 때문에 가족들이 그랬을 꺼여. 거울을 보면 그런 기억이 떠올라, 그래서 싫당께.

조선무 : 시각장애가 있는 오 씨는 몸상태를 어떻게 인식하나요?

오이 : 내 몸은 샤워할 때 만지면서 느껴. 샤워하다보면 여기 살이 쪘구나 만져지잖아. 그리고 피부 감촉이 푸석푸석하면 내가 좀 상태가 안 좋구나하죠.

조선무 : 그렇군요. 김밥 씨는 활동보조가 많이 필요한 상황이잖아요. 목욕할 때나 볼 일 볼 때 활동보조인에게 몸을 보여줘야 하는 때도 있을 텐데요.

김밥 : 사실 그것 때문에 스트레스 엄청 받어. 활동보조인이 수시로 바뀌니께 목욕할 때마다 죽겄어. 쪽 팔려서. 그래서 목욕하기가 싫어. 활동보조인이 수군거리는 것 같기도 하고.

“몸이 보내는 신호, 경건하게 받아들여야지”

조선무 : 보통 때는 잘 못 느끼지만, 아파서 병원에 가면 ‘몸’에 대해 정말 많은 생각이 나죠. 특히 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병원에도 자주 가게 되는데요, 어떠세요?

전갈 : 근육장애는 희귀질환이라서 병원 가면 나는 ‘마루타’야. 가는 병원마다 내가 신기해서 근전도 검사, 유전자 검사, 무슨 검사, 별 거 다하자고 덤벼. 첨엔 아파도 참고 하라는 검사 다했지. 검사하는 자체가 힘들어서 그런 과정 겪고 나면 장애가 확 진행돼. 어제 했던 거 오늘 못하니까. 지금은 거기에 휘둘리지 않아. 내 몸을 잘 아니까.

박하: 나도 의사들이 키 크는 신약 나오면 먹어보라고, 그냥 줄테니 검사만 하자고 많이 그랬어. 처음엔 몸이 좀 좋아질까 싶어서 응했는데, 그들이 궁금한 것은 내 몸에서 나타날 반응이라는 것을 알게 됐지. 내 몸이 연구대상인거지 뭐. 어떤 의사는 내 몸에서 나온 검사 결과를 자기 논문에 실었더만. 내게는 말도 안하고.

홍당무 : 나랑은 정반대네. 척수장애는 이미 흔한 장애라서 우리는 병원에서 홀대 당하는데. 의사들은 척수장애는 다 비슷하다고 생각하지만, 당사자가 아니라 잘 몰라. 나는 내 몸에서 생기는 미세한 통증들을 알아차리고 여기에 맞춰달라고 하는데, 의사나 간호사들은 들은 척도 안 해. 이쪽 손에 주사 놓으면 핏줄 터진다고 말해줘도, 꼭 그 쪽에 놓고 핏줄이 터져야 반대쪽에 다시 놔. 정말 화나. 우이씨.

조선무 : 몸이 아플 때 몸이 신호를 보내잖아요. 어떤 신호가 오고 그걸 어떻게 감지하나요?

전갈 : 피곤하면 눈에서 신호가 와. 눈에 막이 씌워진 것처럼 안 보이거든. 그리고 밤에는 피곤하니까 균형감각 더 떨어지더라고. 그러면 푹 쉬어야 해. 무조건.
박하 : 다리가 뭉치는 느낌이랑 어깨가 뭉치는 느낌이 들면 내가 피곤하구나 느껴.

홍당무 : 난 스트레스나 과로를 잘 풀지 못해서 한꺼번에 앓기도 해. 기절한 적도 종종 있어.

조선무 : 신호를 약하게 보내면 주인이 아는 척을 안하니까, 몸이 비명을 지르는 거예요.

홍당무 : 맞아 맞아. 그러니 몸이 얼마나 솔직하냐고. 예전엔 몸이 보내는 신호들을 대충 무시하고 살았는데, 지금은 안 그래. 경건하게 받아들게 됐어.

몸에 대한 담론, 개인이 가진 고유함 그대로 수용하기

  ▲오이 ⓒ조은영 기자   조선무 : 만약 자기 자신을 위해 누드를 찍는다면, 몸 어디를 어떻게 드러내고 싶으세요, 그 이유는요?

홍당무: 나는 말이야, 무릎 꿇고 앉아서 등 너머로 살짝 얼굴이 보이게 찍고 싶어. 사실 나는 등이 제일 자신 없어. 수술 때문에 난도질이 되어 있거든. 앞은 그런대로 충실한데, 등은 잘 보듬지 않게 돼. 살면서 등이 있다는 거 잊어버리기도 하고. 보이지 않지만 가장 사랑해줘야 할 부분이 등인 것 같아. 나는 내 등이 안타까워.

박하 : 나는 몸의 옆선을 찍고 싶어. 내 몸 정면은 솔직히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할 것 같아. 그래서 자신 없어. 옆선이 가진 예쁜 굴곡들을 보이면서 나를 드러내고 싶은 욕구를 충족 시킬 수 있을 것 같아.

김밥 : 나? 물어보지 말어. 누드를 찍고 싶기는 하지만. ‘점점점’

조선무 : ‘점점점’? 말줄임표예요? 말하기 싫구나, 그렇죠?

김밥 : 몰라, 나는 넘어가자.

오이 : 눈이랑 코는 가리고, 보조개 보이는 입을 중심으로 머리카락은 풀고, 왼쪽 45도 각도로 찍고 싶어. 얼굴에서 제일 자신 있는 곳이 보조개야. 머리카락에는 사연이 있는데, 어렸을 때 엄마가 관리를 못해서 늘 짧은 머리였거든. 그리고 난 왼손잡이야. 내게만 있는 고유한 특성과 사연들이 누드에 드러났으면 좋겠어.

전갈 : 뭐, 난 어디를 찍어도 상관없어.

홍당무, 김밥 : 오우~, 대단한 걸.

전갈 : 그게 아니고. 어느 쪽을 찍어도 마찬가지일 것 같아서 그래. 이미 나온 배랑 삐져나온 옆구리 살들을 어쩔 것이여.

조선무 : 이제 아쉽지만 마무리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함께걸음>은 이번 호 표지로 여성장애우 누드 사진을 찍었는데요, 작업을 하면서 ‘몸’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우리 사회는 여성장애우들의‘장애’만 주목합니다. ‘장애’로 한 개인을 인식해 버리는 거죠. 정말 중요한 것은 너무나 개인적이고 고유하며 다양한 특성이 있는 ‘몸’인데 말입니다. 서로 다른 ‘몸’에 대해 얘기하고, 공감하는 과정은 한 사람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가 개인의 ‘몸’을 그렇게 이해하고 수용할 때, 서로 다른 모자이크가 어울려 그림을 이루듯, 각기 지닌 아름다움을 훼손하지 않고도 함께 어울려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랜 시간 함께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작성자최희정 기자  prota102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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