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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세상 앞당기는 싸움, 새로운 마음으로 계속 할 것"

지난 14일 성동구치소에서 나온 이규식 활동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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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31일 ‘폭력행위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이유로 성동구치소에 약 2주간 수감됐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준)’(이하 전장연) 소속 이규식 활동가가 지난 14일 풀려났다.
이규식 활동가에게 떨어진 벌금 액수는 총 486만원. 이 활동가는 그 중 65만원 어치를 구치소 수감으로 떼웠고(?), 벌금 54만원을 내고 14일에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벌금에 대해서는 7월 중에 정식 재판이 있을 예정이라고.
<함께걸음>이 이규식 활동가를 만나 그 간의 상황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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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규식 활동가 ⓒ최희정 기자  


함께걸음(이하 함께) : 안녕하세요. 고생 많으셨죠. 건강은 어떠세요.
이규식(이하 이) : 괜찮아요.

함께 :
집회현장에서 그을린 얼굴만 봐서 그런지 얼굴이 좀 하얘지신 것 같아요.
이 : 구치소에 햇빛이 안 들더라고요. 그래서 하얘졌을 거예요. 하하.

함께 :
지난 5월 31일 귀가 중에 연행됐다고 들었는데, 그 때 어떤 상황이었나요.
이 : 친구 만나고 기분 좋게 집에 가는 중이었는데, 집 앞에 형사 두 명이 딱 버티고 있더군요.
아마 저녁 8시 30분쯤 됐을 겁니다. 수배 중이라서 이런 날이 올 거라고 예상은 하고 있었어요.
연행 후에 광진경찰서, 남대문 경찰서, 영등포 경찰서 등을 거쳐 조사를 받았고, 6월 1일에 성동구치소에 수감됐죠.

중환자 구치소에서 생활 "내가 중환자냐?"

함께 : 조사 과정에서 문제는 없었나요.
이 : 특별히 그런 건 없었는데, 광진경찰서에서 형사가 저에게 “야 새끼야, 빨리 말 안 해!”라며 위압적으로 소리소리 지르더라고요. 난 언어장애 때문에 그럴 수가 없잖아요. 같이 화 내고 뭐라고 했더니 그 담엔 수그러들더라고요.

함께 :
이규식 씨께서는 장애가 심하신 편인데, 성동구치소에서 많이 힘드셨겠어요.
이 : 한 4일은 누워만 지냈어요. 활동 보조를 해 줄 사람이 없어서요. 장애 때문에 움직이기 어려운데, 아무 대책도 안 세워주더라고요.
구치소 배정 받을 때부터 어이가 없는 일이 있었어요. ‘중환자’라고 써 있는 구치소를 배정 받았거든요. 나 원 참. 내가 ‘중환자’로 보이나보죠. 거기에 노인 2명, 정신장애인으로 추정되는 사람 1명, 병역거부를 한 학생 2명이 수감되어 있었어요. 웃기지 않아요?

함께 : 어이가 없네요. 며칠 동안 누워만 있으면, 욕창 있는 장애인들에게는 정말 위험한 상황이 될 수도 있잖아요.
이 : 욕창이 있다면 그런 상황은 곧 죽음이죠.

함께 : 성동구치소에는 장애인 구치소가 없나요.
이 : 있긴 해요. 그런데 그 곳은 혼자 씻고, 식사할 수 있는 경증 장애인들만 수감하는 곳이래요. 나는 그런 일상을 혼자 할 수 없으니까, 병역거부로 수감된 학생들에게 보조를 받으라고 하던데요.

함께 : 이규식 씨는 전동휠체어가 있어야 이동이 가능하신데, 면회인 만나거나 할 때는 어떻게 하셨어요?
이 : 면회를 하러 갔더니, 구치소 접견실 출입문이 좁아서 전동휠체어가 안 들어가는 거예요. 빡빡 우겨서 문짝 떼어내고 들어갔죠. 흐흐.

구치소 안 화장실에 좌변기가 있기는 한데, 안전바 같은 시설이 없어서 중증 장애인이 수감된다면 어려움이 클 것 같아요.

그 좌변기도 얼마 전에 설치했대요. 그런데도 구치소 직원들은 중증 장애인 배려했다고 계속 자랑하더군요. 또 문제는 화장실 유리문이 투명해서 안에서 볼 일 보는 게 죄다 보인다는 거예요. 불안해서 볼 일을 볼 수가 있어야죠. 그래서 선팅해달라고 우기고 우겨서 선팅도 했어요. 하하.

함께 : 와, 구치소 안에서도 계속 운동(?) 하셨네요.

"당연히 싸움은 계속 한다"

함께 : 수배와 벌금 때문에 활동하기 좀 어렵지는 않으세요.
이 : 싸울 때는 아무 생각 없이 싸우지만, 좀 거시기 하긴 하죠. 하하.
그래도 당연히 싸움은 계속 할 겁니다.

함께 : 왜 ‘당연히’인가요?
이 : 지난 몇 해 동안 지하철로 점거하고, 도로 점거하고 정말 열심히 했어요. 그 후로 요즘은 예전보다는 다니기가 좀 나아졌어요. 예전엔 지하철만 타고 다녔는데, 요샌 버스도 타죠. 그렇게 싸우지 않았다면 아직도 똑같을 겁니다. 저는 제 활동이 이러한 것들을 앞당긴다고 생각해요.

함께 : 이규식 씨에게 ‘운동’은 어떤 의미인가요.
이 : 저는 열아홉 살부터 서른 살까지 시설에 있었어요. 그 시기가 정말 후회막급이에요. 그 시간에 장애를 차별하는 사회를 상대로 싸웠다면, 지금보다 조금은 더 나아지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 때문이죠.
얼른 좋은 세상 만들어서 저도 누리고 살아야죠. 애만 쓰면 억울하잖아요. 하하. 그러니까 ‘당연히’ 싸워야죠. 장애가 있는 사람도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그런 세상 앞당겨서, 잘 살아볼 겁니다.

작성자최희정 기자  prota102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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