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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는 잘 돼 있으나 시행이 문제

[베트남 기획 ③] 베트남 하떠이 성 노동사회상이국 부국장 찌에우씨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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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사회주의 국가를 생각하면 ‘평등’이라는 단어를 떠올리지 않을까 싶다.
510만이라는 적지 않은 수의 장애인이 생활하고 있는 베트남에서는 장애인들이 차별받지 않고 살아가도록 어떤 정책적인 지원을 하는지 궁금했다.
한베장애인재활센터 최의교 소장의 도움으로 돌리사(DOLISA: 노동사회상이국), 한국으로 따지면 서울시 복지건강국에 해당, 부국장인 미스터 찌에우씨를 만나 베트남 하떠이 성의 장애인 정책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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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중인 찌에우씨 ⓒ전진호 기자  
 
- 오랫동안 전쟁을 치렀고, 그 상처도 큰 걸로 알고 있다. 이 때문에 전쟁에 참가한 상이군인들에게 더 많은 혜택이 주어질 거라 생각이 든다.
“그렇지 않다. 전쟁 중 장애인이 된 이나 민간인 중 장애인에게나 구분지어 지원하지도, 차별하지도 않는다.”

- 한국 장애인들은 장애인 등록이라는 행정적 절차를 거쳐야만 한다. 베트남은 어떤가.
“장애인 등록은 한국과 비슷하다. 태어날 때부터 장애가 있는 이들은 호적을 신청할 때 장애인으로 등록하며 일상생활 중 장애인이 된 이들은 도청에 신청하면 접수 된다”

- 등록 기준과 지원책이 궁금하다.
“한국처럼 유형별로 구분해 등록하지 않고 장애가 ‘있다’, ‘없다’는 방식으로 구분해 등록한다. 일단 장애인으로 등록되면 ▲장애정도 ▲가족환경 ▲나이 등을 따져 6등급으로 나눠 지원한다. 저소득층 장애인에게는 월 10달러의 지원금이 지급되고 있으며, 가정에서 생활하기 힘든 장애인들은 생활시설로 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장애인이 사망 시에는 장례비로 150불이 지원되며, 한 가정에 장애인이 두 명이상 있을 때는 20~30달러의 지원비(활동보조비)를 지급한다.”

- 활동보조비를 지급하는 게 특이하다.
“한 가정에 두 명이상의 장애인이 있으면 나머지 가족들이 생업에 종사하기 힘들지 않겠나. 때문에 지원금을 지급해 장애인들을 지원하고 있다. 돈은 장애인 당사자가 아닌 가족에게 지급되는데, 가정의 상황에 따라 사람을 사서 쓸 수도 있고 가정 내에서 해결가능하면 사람을 고용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도 있다.”

- 빈곤 장애인을 위해 생활시설을 운영한다고 말했는데, 한국의 생활시설은 장애인 당사자가 마음대로 입 출입 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베트남은 어떤가.
“시설 입 퇴소는 기본적으로 본인의 의사가 있거나 센터의 결정에 따라 이뤄진다. 한국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베트남에서의 생활시설 입소는 경제적으로 어려워야 가능하다. 생활시설이 적기 때문에 바로 들어가기도 어렵지만, 입소하더라도 많은 혜택을 받지는 못한다.”

- 법적인 지원책은 어떤 게 있는지 궁금하다.
“법률적인 지원은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지난 2005년에 장애인관련 법이 통과됐고, 관련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제정돼 각 도별로 이를 시행하는 일만 남았다. 또 장애인들의 고용을 촉진하기 위해 장애인 의무고용제를 실시하고 있는데 하떠이는 5%이상 의무 고용하도록 내용을 준비하고 있다.”

- 어느 나라이든 역전 등에 가보면 구걸하는 장애인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베트남에선 볼 수 없었다. 빈부격차가 적기 때문인가.
“빈곤 계층의 장애인들을 위해 최저생계비가 지급되기 때문에 굳이 거리로 나와 구걸할 필요가 없다. 간혹 구걸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땐 공동시설로 보내기 때문에 볼 수가 없는거다. 겉으로 보이기에는 빈부격차가 없어 보이지만 베트남 역시 생활수준에 큰 차이가 있다”

  ▲ 통역과 베트남 현지사정을 이야기해준 한베장애인재활센터 최의교 소장 ⓒ전진호 기자   제도는 잘 돼 있으나 실제로 작동은 잘 안돼

인터뷰를 마친 후 한-베 장애인재활센터 최의교 소장에게 베트남 정책의 뒷모습과 간단한 현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찌에우씨와 인터뷰를 하면서 느꼈던 점은 장애인을 위한 제도가 상당히 잘 갖춰졌다는 점. 이에 대해 최 소장은 “미스터 찌에우씨는 공무원이기 때문에 원론적인 이야기를 했다. 실제로는 베트남서도 장애인이 취업하는 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실업률이 높아 비장애인들도 취직하기 힘든데다가 의무고용제가 있고 시행령이 만들어졌다 해도 이를 안 지켰을 때 제재조치가 없어서 유명무실한 게 현재 베트남이 처한 상황이라고.

그래도 조금 나은 건 국가에서 농경지 관리를 하고 있는데, 실제로 농사짓는 이들에게 무상으로 토지를 나눠준다고. 최소한 농사라도 지을 힘이 있는 이들이라면 배곯을 일은 없는 셈.

저소득층 장애인에게 지급되는 지원비가 적어 실생활에 큰 도움이 못되는 건 한국이나 베트남이나 비슷했다.
먹는 게 자급자족 가능한 농촌 가정(4인기준)의 한 달 최소 생활비가 4~50달러 정도가 든다고. 약값과 병원비가 추가 부담되는 장애인에게 나라에서 제공받는 10달러는 턱도 없는 금액이었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 한국보다 높아

부족한 것만 있지는 않았다.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는 한국보다 훨씬 높았다. 형평성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 상 ‘여성이기 때문에’ 받는 차별은 거의 없다고.

이는 부통령에 해당하는 부주석을 비롯해 공기업 사장, 군수, 구청장 등 사회 고위층에 많은 여성들이 포진해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또 대부분의 가정이 맞벌이를 하는 등 여성의 사회참여가 자연스러운 분위기라고 최 소장은 전했다.

그렇다면 보육문제는 어떨까.
한국의 많은 여성들이 보육문제 때문에 가사노동의 길을 선택하는 데 비해 배트남은 여성이 안심하고 아이를 맞기고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출산휴가는 4개월인데 이 기간에는 미리 가입해 놓은 보험(한국의 고용보험과 유사)을 통해 출산 전과 동일한 월급을 받고 있었으며 출산 후 1년간은 ‘수유기간’이라고 해서 출퇴근 시간을 한 시간씩 줄여준다.
이곳 아이들은 돌이 지나면 유아원을 가는데, 하루 종일 돌봐주고 받는 비용은 약 10달러라고.

초등학생은 4학년까지 전일제 수업을, 5학년 이후는 반나절 수업을 받고 있었다. 한국과는 반대되는 상황이라 그 이유를 물어보니 ‘교실 수가 적기 때문’에 그렇게 운영한다고. 하지만 5학년 이상이 되면 집에서 혼자 놀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오히려 저학년은 종일제를, 고학년은 반나절 수업을 하는 거라 설명했다.

작성자전진호 기자  016272962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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