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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목소리 적극 반영하겠다”

국가인권위원회 최경숙 상임위원

본문

“‘생각은 복잡하게 하되 단순하게 이야기한다.’는 제 생활신조를 바탕으로 적극적인 활동을 펼쳐나갈 계획입니다.”

국가인권위원회 새 상임위원장으로서,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일을 풀어나갈지를 묻자 분명한 대답이 돌아온다. 9년간 “전력을 다해” 여성장애인 역량강화를 위해 힘써온 경험을 바탕으로 현장의 목소리를 최대한 반영하고, 폭 넓은 관점에서 인권을 이야기하는 상임위원이 되겠다는 것.

사회적 차별에 노출되어 있어도 법률의 틈새로 인해 그 권익을 보호받지 못하는 다양한 계층의 소수자 문제에 끊임없이 고민하면서도, 이를 시정하기 위한 활동은 분명하고 당당하게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지난 9월 11일 여성장애인 최초로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으로 낙정된 최경숙(41, 전 부산여성장애인연대(이하 부산여장연) 대표) 씨가 풀어낸 이야기다.

여름의 대미를 장식하겠다는 듯 제11호 태풍 ‘나리’가 비를 잔뜩 머금은 먹구름으로 서울 전역을 뒤덮었을 즈음, 여의도 한 카페에서 최경숙 씨를 만났다. 밖은 오후 2시라 생각되기 어려울 정도로 컴컴하고 빗소리로 요란했지만, 기자를 맞는 최경숙 씨는 의상부터 밝고 화사했다. 층이 많이 진 커트머리에 알록달록한 무늬의 셔츠…외모에서부터 그녀만의 독특한 개성이 풍겨 나왔다.

바다가 좋아서, 늘 좋아하는 바다를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고향 청주를 등지고 98년 2월, 최경숙 씨는 부산으로 거주지를 옮겼다. 애초 장애운동가로의 길을 결심한 건 아니었지만,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하면서 ‘장애인이기 때문에’ 번번히 취업에서 낙방하는 고배를 마신 뒤 여성장애인으로서의 자기 정체성을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대학 때까지 장애인이라는 인식이 스스로에게 없었는데, 취업하려고 보니까 사람들이 저를 몸이 약한 장애인으로만 바라보더라구요. 그때부터 자연스럽게 고민이 이어져 지금에 오게 된 것 같아요.”

그 뒤 최경숙 씨는 부산대학교 사회복지학과에 편입해 본격적으로 장애인, 특히 여성장애인 인권에 관심을 기울이며 고민을 심화시켜나갔다.

장향숙 대통합민주신당 국회의원과 부산여장연 창립멤버로 활동하며 “9년간 모든 에너지를 (부산여성장애인연대 활동에) 쏟아부었”다.

전국 최초로 여성장애인 쉼터(2002년 1월)를 동료들과 함께 만들며 피해 여성들이 상처를 치유해가는 모습들도 지켜봤다.

“여러 근친에게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가 있었어요. 저희 쉼터에 들어와서 다른 피해자들과 같이 밥 먹고, 소풍도 가고, 함께 TV 보며 웃고 떠드는 평범한 일상을 보냈을 뿐인데 며칠이 지난 어느날 울면서 이야기하더라구요. ‘선생님, 전 세상에서 이렇게 좋은 곳이 있는 줄 몰랐어요.’ 소위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일상을 가진다는 것이, 어떤 계층에게는 선택일 수 있지만 소외된 계층에게는 선택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을 수 있잖아요.”

쉼터 활동은 24시간 항상 신경 쓸 수밖에 없고, 법인 사무국 일의 10배 정도의 노력을 기울이는 수고로움을 감수해야 하지만 그 필요가 절실했기 때문에 부산여장연 측에서는 지속시킬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힘들었지만 그만큼 최경숙 씨를 성장시켜준 것이 쉼터 활동이었고, 쉼터 활동을 통해 제도 속에서의, 평범한 일상 속에서의 다양한 여성장애인의 욕구를 구체적으로 체화시켜나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경숙 씨는 이러한 부산여장연에서의 경험들을 바탕으로 국가인권위원회가 부족한 ‘현장 감수성’ 부분을 채워나가겠다고 말했다.

지역활동가고, 여성장애인 운동만을 집중적으로 해왔고,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제정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한 것을 최경숙 씨의 약점으로 꼽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부산여장연에서 함께 활동했던 장향숙 의원의 입김 덕에 상임위원 자리에 오르게 된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들려온다.

최경숙 씨는 “장향숙 의원의 적극 추천이 큰 힘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 장향숙 의원의 힘으로 온전히 그 자리에 내정된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지역 활동가고, 여성장애인 운동을 펼쳐왔다는 점,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을 통제하기 위해 사용되는 ‘성폭력’ ‘가정폭력’ 등의 피해자들과 함께 현장에서 부딪히며 감수성을 키워왔다는 점이 인권위원회 활동에서는 오히려 약점이 아닌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법률에서 보장하는 인권이 아닌 법률의 틈새에서 신음하는 소외된 계층의 인권에 관심을 기울이겠다는 최경숙 씨. 그녀가 현장에서 익힌 자원들이 국가인권위 활동에서 빛을 발하길 기대해본다.

작성자소연 기자  cool_wo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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