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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즐거운 조직 꿈꿔요”

한국여성장애인연합 신임 사무처장 신희원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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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연 기자  
 

한국여성장애인연합(이하 여장연)은 2007년 혹독하게 내부를 들여다보며 다시금 여성장애인 인권단체로서 기본적인 부분부터 점검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2년여 동안 운영해왔던 여장연 성폭력상담소(이하 상담소) 부설 여성장애인쉼터에서 쉼터 소장이 피해자를 폭행, 구금한 사건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쉼터 폐쇄를 결정하고, 여성장애인 인권단체로써 다시금 기본을 쌓아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여장연에서 지난 10월 1일 사무처장 직에 신희원 씨(37)를 낙점했다.

상담소 소장을 거쳐 사무처장 직을 맡게된 신희원 사무처장을 만나, 신희원 사무처장이 여성장애인 활동가로서 살아온 이야기, 추후 여장연 활동에 대해 갖고 있는 계획 등을 들어봤다.

- 언제부터 여성장애인 활동가로 일하게 되었나.

상담소에서 상담원으로 2001년부터 활동했다.

- 상담소 소장까지 역임한 걸로 아는데.

그렇다. 여장연하고 상담소가 쭉 연합활동을 하고 있다. 그래서 여장연 일도 같이 활동했고, 상담, 인권활동에 대해서 같이 배워왔다.

- 30대부터 상담소 일을 해왔는데, 그 전에 어떤 일을 했는지.

8년 정도 복지관에서 사회복지사 활동을 했다.

- 상담소에는 어떤 계기로 들어오게 되었나?

복지관 일을 그만 두고 상담소에서 하는 상담원 교육을 듣게 되었다. 교육을 마친 뒤 상담소에서 자원활동을 하다가 상담소에 들어오게 됐다. 시민단체나 장애인권 활동은 그때 처음 시작한 거였다.

- 상담원 일로 처음 인권운동을 접했다면 여러 가지 어려움들이 있었을 것 같다.

많이 혼란스러웠다. (인권운동가로서의) 의식 전환이 필요하잖나. 활동가로서 정체성을 갖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기존에 사회체제에 별 저항 없이 살고 있다가 인권활동을 하면서 사회적 모순에 대해 문제제기를 해야 하니까, 그런 문제의식을 갖는다는 것, 활동가로서의 정체성을 스스로 확립한다는 것이 어려웠다.

동료들, 선배들과 그런 고민들에 대해서 끊임없이 나눴던 것 같다. 서로 다른 경험에서 오는 차이, 서로가 느끼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했던 것이 활동가로서 정체성을 갖는데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

- 상근자들 간의 소통이 많은 도움이 주었던 것 같다.

그렇다. 내가 생각하는 기준에서 이상적인 운동의 실천 모델은 어떤 모습을 갖춰야 할까, 고민이 많았다.
기존 사회구조가 갖고 있는 모순에 이론적으로 문제제기 하면서도 그 바탕에 현장에서의 경험을 살리는 것, 우리가 제기하는 문제들이 듣는 사람들의 내면까지 침투시킬 수 있도록 하는 운동방식은 뭘까 하는.
사람을 살릴 수 있는 운동, 사람들을 기쁘게 하고 감동을 줄 수 있는 운동, 그러한 운동을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의 문제는 여전히 나의 가장 큰 화두인 것 같다.

시민단체 자체가 어떤 사회적 문제에 대해 비판하는 것에 익숙해 있다 보니 그 안에서 일하는 활동가들의 정서가 메말라가는 모습을 적지 않게 목격한다. 어떤 담론이나, 사회구조에 대한 비판이 중심이 되다보니 활동가들의 내면의 문제들이나 고민들이 주변화되고 소외되기 쉬운 것 같은데, 그런 것들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하는 부분도 고민이 된다. 그 부분은 앞으로도 계속 고민하게 될 것 같다.

- 그런 고민들에 대해 잠정적으로나마 답을 내린 것이 있다면?

그런 부분들은 끊임없이 다듬어지고 성숙되어야 한다.
활동가들이 자신이 이뤄가야 할 신념이나 이념 등에 자신의 몸을 맞추느라 정작 그로 인해 발생하는 자기 안의 스트레스와 딜레마들을 소홀히 대한다.
그러면서 에너지가 소진되고, 지쳐간다. 활동가들이 일을 하면서 내면에 난 상처들을 돌보는 것들이 가시적인 업무를 하는 것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중요성을 인식하고 일과 자신의 내면 문제를 함께 가지고 가는 것이 활동가에게나, 단체에게나 긍정적으로 작용할 거라고 생각한다.
그 부분에서 나도 많은 어려움을 겪었고, 여전히 그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이야기를 듣다보니, 상담원으로 활동했던 경험이 사무처장 일을 하는데도 많이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렇다. 상담원으로 일하면서 나름 치열하게 고민했고, 나 스스로와 직면하는 과정을 고통스럽게 겪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상근자들이 지금 처한 위치에서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주의를 기울이려 하고, 그에 맞게 소통하고, 업무분담하려고 노력한다.
좀 속도가 더디더라도 차근차근 관계를 형성해가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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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연 기자  
 
 
- 가부장제 사회에서 성폭력은 여성을 제재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어왔기 때문에 여성의 성폭력은 그만큼 가시화되기 어려운 문제다. 하물며 ‘장애’와 ‘여성’이라는 이중억압을 받고 있는 여성장애인의 경우 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더 많은 장벽을 느낄 수밖에 없고, 가시화되지 않는 충격적인 일들도 많이 접하게 될 것 같다.

(일을 하다보면) 정말 분노를 느끼게 된다. 충격적인 사건과 매일 마주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설이나 병원, 학교 등등 정말 여러 곳에서 성폭행 사건이 발생한다. 교장이 9살 짜리 지적장애 아동을 성추행하지 않나, 시각장애인 학교에서 남자 교사가 남학생을 성폭행 하지 않나, 수도 없다.
상근한 6~7년 간 그런 사건들을 일상적으로 접했다.

- 사회의 장애인차별감수성의 성장 속도가 워낙 느리다 보니, 비슷한 사건이 수년간 뾰족한 해결책 없이 반복해서 발생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혹시 그런 것들을 바라보며 지친다는 느낌을 받은 적은 없는가?

장애여성에 대한 폭행 사례를 접하게 되면 분노하게 되고, 그 분노로 또 싸우게 된다. 그렇지만, 당장 사회변화가 빠르게 진행되지 않는다고 해서 조급함을 갖지 않으려 한다. 긴 인류 역사로 봤을 때, 지금의 시기는 변화를 위한 한 단계의 시간이니까, 느긋하게 마음먹으려 한다.

여성장애인들이 여성이고 장애인인데다 성폭력까지 당했으니 얼마나 힘들까, 하고 생각해서 더 활동하는 사람이나 피해 여성들이 무기력해지기 쉽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피해 여성장애인들을 만나보면 알 것이다. 그들이 얼마나 많은 힘과 가능성, 변화에 대한 욕구를 가지고 있는지를. 강한 자립의지를 가지고 있다. 그들을 보며 나 또한 활동의 힘을 받는다.

- 장애문제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인식이 조금이라도 변했다고 느낄 때가 있다면?

아직도 갈 길이 멀긴 하지만, 법정에서 장애인권활동가를 대하는 것이 처음 활동을 시작했던 6년 전과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재판이 벌어질 때 예전에 활동가들이 법정에 동석하겠다고 하면 판사가 ‘너희가 뭔데’ 식으로 나왔는데, 이제는 장애관련 사건이 터지면 법원이나 검찰, 경찰에서 함께 해달라고 연락이 온다. 상담원이 전문화된 영역으로 인정이 됐고, 여성장애인 관련 사건을 대할 때는 특수한 전문성이 있는 사람이 동석하지 않으면 조사, 수사, 재판 상에 착오를 빚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거다.

장애인권 활동가들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랫동안 문제제기하며 싸워왔고, 법원이나 검찰, 경찰들도 경험하면서, 관련 전문가들이 동석하지 않으면 진행에 어려움을 겪게 되고, 장애인에 대한 차별행위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기 시작한 것 같다.
이런 것들이 피부에 와 닿는 변화들인 것 같다. 십년이 지나면 더 나아질 거라 기대한다.

- 여장연의 올해 주 활동은 무엇이었나?

올해 중점 사업은 교육권이랑 빈곤이었는데, 쉼터 사건이 터지면서 중점 사업이 조직력 강화로 넘어갔다.

쉼터 사건을 한 사회복지사의 문제로 보기보다 여장연 조직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내부적으로 이야기가 되었다. 여장연 조직이 커지면서, 여성장애인 인권단체로써 기본적이고, 근본적으로 지켜야 할 부분들에 대해 우리가 놓고 간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가 발생한 것이 아닐까, 섬세하게 접근해야 하는 부분에 대해 등한시한 게 아닐까 하는 반성을 하게 됐다.

그런 문제들과 한계들을 인식하고, 고쳐나가기 위해 반성하는 시간들로 올 상반기를 보냈고, 하반기 역시 그럴 것 같다.

- 다시 한 번 조직 활동에 대해 점검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렇다면 내년에는 어떤 사업을 주 사업으로 펼쳐나갈 계획인가?

조직력 강화 부분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을 것 같다. 지부, 지역 회원단체들과 연대를 강화해가면서 조직력을 구축해가려 한다.
그리고 여성장애인의 생존권, 빈곤에 대한 이야기를 할 예정이다. 아직 조직적으로 내년 사업안이 결정된 것이 없고, 좀 더 의견을 수렴해야겠지만.

- 마지막으로, 활동을 하면서 가지고 있는 신조가 있다면?

어떤 조직이건, 공동체건 힘 있는 몇 사람에 의해 단체가 굴러가는 건 좋지 않다고 본다. 어느 한 사람의 의견도 소외되지 않고, 구성원들 각각이 힘을 가질 수 있는 집단, 구성원 모두가 행복감을 가지고 활동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기 위해 힘쓰고 싶다. 그게 나의 실천 목표이자 신념이다.

작성자소연 기자  cool_wo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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