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차법 시행에서 가장 중요한 건 국민들의 의식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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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차별금지법이 드디어 지난 4월 11일 시행됐다. 이 법과 관련해 국가인권위원회는 핵심적 위치라 할 수 있는 차별시정기구를 맡았다. 그래서 이 법의 성패가 국가인권위의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인권위는 이 법의 제대로 된 시행을 위해 어떤 구상을 가지고 있는지, 중추적 역할을 맡고 있는 장애차별팀의 조형석 팀장을 만나 입장을 들어보았다.
▲ 국가인권위원회 장애차별팀 조형석 팀장 ⓒ김형숙 |
장애인차별금지법(이하 장차법) 시행과 관련해 우리가 준비할 것이 두 가지 정도 있었다. 첫 번째는 우리 위원회도 시행기관이자 대상기관이기 때문에, 대상기관으로 내부에서 장차법에 적용받는 것이 무엇이 있는지 검토하고 준비하는 기간이 있었다.
또 하나는 장차법이 시행되면서 저희 위원회가 시행기구가 됐다.
그래서 인권위 내에 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장애인 차별 소위원회를 구성해야 했고, 그동안 이를 준비해 왔다.
또 4월 11일 장차법이 시행되기 전 장차법과 인권위 법과 관련해 서로 수정해야 할 부분이 있었다. 예를 들면 장차법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이 국가인권위원회 법에 안 들어가 있는 경우도 있었고. 국가인권위원회 법에 따르면 할 수 있는 일이 장애인차별금지법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 되기도 했다. 이런 법률들에 대한 구별과 정리 작업을 계속해 왔다.
그리고 장차법 시행과 관련해 무엇보다 제일 중요한 것은 법을 국민들에게 홍보하는 작업이었는데, 대상 사업자들과 대상 교육기관에게는 장차법에 대한 인지가 거의 없는 상태였다. 그래서 대상 사업자들에 장차법을 홍보하는 작업에 주력해 왔다. 설명회를 갖고 홍보용 소책자와 리플렛도 만들고 포스터도 만들어 1,100여 군데 사업장과 단체에 배포하는 작업을 해왔다.
이야기를 듣다 보니 완벽한 준비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 장차법이 시행됐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일단 시행령이 너무 촉박하게 마련됐다.
일련의 상황을 지켜봤으면 알겠지만, 장차법 발효 전 주에 시행령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애초 우리 입장은 시행령이 완벽히 나오면 준비하자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는데, 시행령이 너무 늦게 마련되는 바람에 우리의 계획에 차질이 빚어졌다.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장차법에 대한 국민홍보 부분이었고, 우리는 시행령이 마련되기 전 1월부터 지속적으로 홍보 작업을 진행해 왔다.”
법무부가 장차법 시행령과 관련해 문제 제기를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 부분은 법무부에 물어보는 게 가장 정확할 것이다. 시행령에 들어가 있던 17조부터 24조 부분이 법무부 파트였는데, 그 중에 18조부터 24조가 삭제되고 17조가 수정 보완이 됐다. 18조에서 24조 부분은 교정작업이라든지 형사소송법에 있어서 수형자들 피해자들의 문제였는데, 이 부분은 법무부가 형소법으로 해소가 된다고 하여 수정이 이루어졌다. 그 부분은 법무부의 이야기를 들어봐야 할 것 같다.
장차법 시행과 관련해 인권위 내부에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궁금하다.
우선 장애 2팀이 신설됐다. 그리고 의사지원팀이 생겨야 하는데, 이 계획은 신규 인력 20명이 충원된다는 전제 하에서 마련된 계획이다. 하지만 현재 인력 충원은 전혀 진행이 되고 있지 않다. 행정안전부에서 20명 충원을 허락해야 신규인력을 선발할 수 있어서, 계속 행정안전부에 인력 충원을 요구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행정안전부 입장은 원점에서 인력증원에 대해 생각해보자는 유보적인 입장이기 때문에, 인력 충원 문제는 조금 더 경과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인력 충원이 안 되면 내부 인력을 조정해서 장차법 시행에 주력할 수 없는가.
인권위는 내부 인원이 많은 편이 아니라, 인원을 쪼개 쓰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 지금 장애차별팀은 업무량이 대폭 늘어났는데, 인원은 고작 한 명이 더 충원돼 총 7명인 상황이다. 이 인원을 가지고 차별 진정 조사도 나가야 하고, 2008년 인권위 사업인 정신장애인보고서도 만들어야 해서 업무가 과부화 된 상황이다. 이외에도 장차법에 대한 홍보와 교육업무도 장애차별팀 소관이다.
안타까운 것은 장차법이 목표하는 것 자체가 장애인이 차별을 당했을 경우 신속한 권리구제를 하는 것 또한 장애인들의 요구에 인권위가 부합해야 하는 일인데, 조사관이 6명뿐이고 6명이 장차법 관련 업무뿐만 아니라 나머지 인권위 업무까지 모두 담당하는 상황이라서, 장차법의 목표인 신속한 권리구제가 얼마나 가능할지 구조적으로 의문인 상황에 있다.
▲ ⓒ함께걸음 자료사진 |
진정이 인권위 인권상담센터로 들어오면, 접수를 해서 총괄팀을 통해 조사관들에게 배분된다. 배분은 즉시 이뤄진다. 배분 후 조사관들은 상담에 대한 개요보고서를 작성하고, 진정인과 피진정인에게 전화를 걸거나 실질적인 조사를 나가게 된다. 피진정인에게 소명의 기회를 줘야 하기 때문에, 문서 등을 받는 작업을 하게 된다.
한 사건을 조사하는데 대략 2주 정도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장차법이 시행되기 전의 구제와 시행되고 나서의 구제가 어떻게 다른가.
예전에는 장애를 사유로 하는 사건의 경우, 우리가 결정을 내리고 결정된 내용을 차별시정소위원회로 올렸다. 그런데 장차법이 시행되면서 인권위 내에 기존의 차별시정위원회 외에 장애차별시정소위원회가 생겼고, 이제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행위와 그리고 장차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인권 침해행위는 모두 다 장애차별시정소위원회에서 위원 세 사람이 2주에 한 번씩 판별하게 된다.
장애차별시정소위원회는 어떤 사람들로 구성돼 있나.
장애를 가지고 있는 최경숙 상임위원이 위원장이고, 또 다른 두 사람의 상임위원이 위원이다.
장애차별시정소위원회에서 전적으로 차별이다 아니다를 판단하는 건가.
우리가 내린 의견에 각하, 기각, 인용 결정을 내리는 곳이 소위원회다. 그래서 엄밀하게 말하면 장차법 법률 해석권은 우리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위원회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다시 장차법 얘기를 해보자. 주무 팀장으로서 장차법이 우리 사회에서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나.
여러 가지 의미가 있겠지만, 먼저 시행령은 정부에서 만들었지만, 법 자체는 장애인 당사자들이 만들었다는 것에 의의를 둘 수 있을 것 같다. 법 제정 절차를 보면 당사자들이 정부합동준비단에 함께 하여 법을 만들었고, 법에 당사자들의 의견이 많이 반영됐다.
그리고 장차법이 장애인차별에 대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과, 추후에 사회적 약자를 위한 입법 활동에 있어 모델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장차법을 높이 평가한다. 우리나라도 조만간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에 가입한다. 국제 사회 장애인 협약의 국내 이행에 있어서 장차법이 하나의 축이 될 것이다.
많은 연구를 했을 텐데, 외국의 장애인차별법과 비교해 우리나라 장차법의 장단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우리나라 장차법을 다른 나라 장차법과 비교해 보면, 상당히 진보적인 법률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영국의 DDA나 미국의 ADA법에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는 상당히 진보적인 법이 우리나라 장차법이다. 물론 각론으로 들어가면 영국이나 미국에 비해 법에서 규정하는 사업장의 범위가 협소하다는 등 몇 개 분야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전체적인 면에서는 선진국의 장차법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없는 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장차법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을 말해 보면, 장차법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가 정당한 편의 제공 문제인데, 장애인에게 정당한 편의라는 것은 반드시 예산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전제가 따른다. 여기서 예산이 수반된다는 의미는 장애인에게 불편하지 않은 환경이나 인프라를 갖추라는 것인데, 영국이나 미국 같은 경우는 장애인이 편리한 인프라가 구축된 상황에서 법이 시행된 반면에, 우리나라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기 때문에 법 시행에서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리고 앞으로의 장차법 과제는 아무리 좋은 법이라도 제대로 시행되지 않으면 실효성을 가질 수 없기 때문에, 법이 왜곡되지 않고 제대로 시행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비정규직 문제를 예로 들면, 2년 고용하고 나면 정규직으로 전환된다는 애초의 좋은 뜻이 사업장에서 2년이 되기 전에 고용을 파기하는 것으로 악용돼서 나타난 것처럼, 장차법도 고용된 장애인들에게 모든 편의를 제공하도록 하고 있으나, 이 조항이 오히려 사업주가 장애인 고용을 외면하게 되는 조항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밖에도 여러 가지 우려되는 사항이 있기 때문에, 이 법의 시행으로 당장 장애인이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대표적인 차별금지법인 미국 ADA는 고용에 중점을 두고 있다. 우리의 장차법은 어떤가.
우리의 장차법은 장애인과 관련된 모든 부분을 다루고 있다. 우리나라 장차법의 경우 강력하게 권리구제를 할 수 있는 기관이 있다는 장점이 있다. ADA의 경우는 권리구제를 할 수 있는 기관이 모두 파편화 되어 있다.
장차법이 시행되면서 우선 방송 부분, 구체적으로 23조 부분이 논란이 되고 있는 것 같다.
방송국의 모든 프로그램에 수화와 자막 처리를 해야 하는 것이 방송국, 그 중에서도 작은 케이블 방송국 입장에서는 많은 비용이 드는 부분이라 논란이 되는 것 같다. 그래서 방송국들이 과도한 부담과 현저히 곤란한 사정을 내세우며 시행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부분이 장차법의 가장 큰 우려점이기도 하다.
시행 대상이 되는 기관이나 회사들이 모든 것을 과도한 부담이나 현저히 곤란한 사정이라고 밀어붙일 경우, 장차법 시행이 아예 가능하지 않을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것이다. 이런 부분에 대해 합리적이고 단계적인 대안을 만들어야 하는데,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고 이 부분을 장차법 입법 과정에서의 미비점이라고 꼽을 수 있겠다.
방송 부분에 대한 조항은 수정을 위해 방송통신위원회와 함께 개정작업에 들어간 상태이다. 단계적으로 방송에 자막을 먼저 넣고 다음에는 수화까지 들어가는 단계를 거칠 것으로 보인다.
장차법이 시행되면 장애인 차별이 근절될 수 있을 것으로 보나.
장차법이 시행되면서 장애인의 인권옹호와 관련해서 과장된 부분이 분명히 있다. 정부 부처의 보도자료를 보면 장애인을 차별할 경우 징역 3년이라는 중한 처벌을 할 수 있다고 대대적으로 언급하고 있는데, 이건 오히려 장차법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만 키울 수 있는 소지가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장애인에 대한 악의적인 차별에 대해서도 그 악의를 어디까지 봐야 하는지 여부가 문제가 되는데, 개인적으로 봤을 때 앞으로 장애인을 차별했을 경우 내릴 수 있는 처벌은 대부분 벌금형 처벌이 주가 될 것으로 보인다. 3년 징역형은 아주 예외적인 경우에 적용되는 것이지, 일반화 할 수 없는 처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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