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나눔과 실천으로 우리는 희망을 이야기한다 > 세상, 한 걸음


작은 나눔과 실천으로 우리는 희망을 이야기한다

푸르메재단 상임이사 백경학

본문

국가가 관장해야 할 부분은 정말 많다. 아니, 거의 대부분이다. 민간에게 맡겨도 될 극소수의 몇몇 영역을 제외한다면, 국가는 최우선적으로 국민 모두의 복지와 안녕을 책임지는 게 마땅하다. 그건 1차적인 행위로 끝난다는 게 아니라, ‘요람에서 무덤까지’의 모든 책임이 국가에게 귀속된다는 21세기형 복지국가의 기본적 전제조건이기도 하다.

그런데 우리가 살아가는 이 땅에서 적극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중요한 부분이 있다. 바로 복지 분야이다. 국민의 눈높이를 똑바로 바라볼 줄 아는 선진국들은 복지 분야를 언제나 최우선 과제로 선정해 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사회와 경제가 어렵다 해도, 복지 분야의 정책이 어떻게 운영되느냐에 따라 특정 국가의 위신이 달라지는 게 전 세계적 추세이기 때문이다.

이런 시점에서 큰 규모의 재활병원을 국가가 아닌 민간에서 짓겠다는 희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전국 각지에 당연히 존재해야 할 재활병원을 민간에서 추진한다는 것, 그건 반가운 소식인 만큼 씁쓸한 여운을 남기며 국가 차원의 정책 수준을 되씹어볼 수밖에 없는 일이다. 그 병원 건립의 총대를 메고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푸르메재단의 백경학 상임이사를 만나, 그 취지와 푸른 미래상을 함께 듣고자 한다.

   
ⓒ 채지민 객원기자
▶ 바쁜 일정을 보내신다고 들었다. 소중한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드린다.
아니다. 이렇게 관심을 갖고 찾아주는 분들이 계신다는 데 더 큰 힘을 얻는다.

▶ 병원 설립이 지금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는가.
우애곡절은 정말 많았다. 어쨌든 큰 줄기는 목표를 향해 가고 있는 중이다.

▶ 병원 계획의 구체적인 내용을 말해 달라.
지금의 계획대로 된다면, 일단 2009년 12월까지 토지 조성을 완료하는 게 1차적인 목표이다. 지금 시(市)에서 사업타당성조사라는, 일련의 내부적 과정을 진행 중이다.

▶ 협약을 하시지 않았나.
협약은 했다. 그걸 했는데도, 그 모든 사항을 가지고 시의회에서 실질적인 예산을 확보하는 과정이 이어지는 것 같다.

▶ 다 끝난 게 아니라는 건가?
모든 게 끝난 건 아니다. 지난번에 시의회에서 통과됐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또 보고서를 내야 하는 등의 과정이 얼마간 더 남아 있는 것 같다. 시는 항상 시의원들이라든가 시민들을 의식해야 하는 게 물론 당연한 일이다. 나중에 이런 추진사항으로 인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 거쳐야 하는 과정이 많은 모양이다. 지금 그런 과정을 밟고 있는 중이다. 우리는 어쨌든 간에 2010년 3월에서 5월 사이에 일단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병원 건립을 진행하는 데는 2년 정도의 기간이 필요할 것 같다.

▶ 추진하고 계시는 병원에 대해서 말씀해 달라. 병원의 규모라든지, 병상이 얼마나 되는 건지가 모두 궁금하다.
(실내 한쪽 벽에 걸린 조감도를 가리키며) 일단 1차적으로는 150 병상 규모의 재활전문병원을 만들자는 게 목표이다. 그런 목표를 향해 가는 과정에서 제일 중요한 건 어떤 병원을 어떤 의미와 구도로 어떻게 가져 갈 것인가가 우선이고, 두 번째는 병원을 짓기 위한 기금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가 핵심사항이다. 더불어 누가 어떠한 주체가 되어서 그 병원을 운영할 건가 - 이런 세 가지가 최대 관건이 된다.

▶ 병원 건립비용이 얼마나 드는 건가.
150 병상을 짓는 게 우리의 목표인데, 일반적으로 한 병상을 짓는 기준이 2억원 정도가 든다고 한다.

▶ 그럼 300억의 예산과 기금이 필요하다는 건가.
기타 부대비용까지 포함해서, 우리가 예산으로 설정한 건 340억 정도이다. 재활병원 하나를 짓는 데 340억 원이 필요하다는 거다. 그런데 340억이라는 게 얼마나 큰돈인가. 지금은 그 큰돈을 어떻게 모을 수 있는가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다. 그런데 중요한 건 이것이 단순한 일개 개인이나 재단의 병원이 아니라, 국민 전체의 병원이라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점이다. 한겨레신문처럼 국민이 주인 되는 병원을 의미한다.

▶ 그럼 국민주 형태로 기금을 마련하겠다는 건가.
굳이 국민주 또는 국민주식이라는 건 아니다. 우리 재단 사무실 아래층인 1층에 보면 치과가 있지 않은가. 이미 많은 언론에 공개된 바 있는 푸르메나눔치과라는 게 그것이다. 푸르메나눔치과는 장애인 치료 전문 의료기관이다. 그 치과의 내부 진행을 먼저 말씀드리고 싶다.

치과에 상근의사가 한 사람 있다. 지금은 좀 숫자가 줄었지만, 열두 명의 자원봉사 의사들이 풀제로 근무를 한다. 보다 쉽게 말씀드린다면, 그 의사들이 자기 시간을 정해가지고, 돌아가면서 자원봉사의 진료를 한다는 거다. 어떤 분은 월요일 오전이라든지, 어떤 분은 금요일 오후라든지 해서, 그분들의 특징과 상황에 맞게 진료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어떤 분은 임플란트 수술만 전담하고, 어떤 분은 보철 같은 것만 하는 식으로 지금 의료 활동을 하고 있다. 물론 상근의사는 환자들과 상담하고, 일반적인 진료를 하는 상시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 채지민 객원기자
▶ 그렇다면 재활병원도 그렇게 운영할 계획이라는 의미인가?
일단 하나의 시범케이스 모델로 그렇게 치과를 운영해 봤다. 지금 이 치과의 병원비가 일반 치과 비용의 절반 수준으로 책정되어 있다. 왜냐하면 지역별 의료수가 즉, 서울 강북지역의 의료수가라는 게 있지 않은가. 거기에 비교를 하며 적정가를 책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역의 일반 치과 의료수가의 80%를 우선적으로 기준수가로 정했다. 장애인 중에서 1, 2, 3급은 거기에서 30%를 받는 거고, 4, 5, 6급은 수가대비 80%를 받는다. 수급자의 경우는 50%를 받고 있으니까, 대략 35% 정도의 비용으로 치과 진료를 지금 현재 받고 있는 것이다.

▶ 그렇게 낮은 치료비를 책정하면서, 어떻게 병원 운영이 가능할 수 있다는 건가.
그런 시범 모델이 가능해지기 위해서는 일단 의사의 인건비가 없어야 한다. 그것으로 최우선적인 경상경비를 최대한 줄였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사항은 치과에 꼭 필요한 재료들이 있지 않은가. 우리는 치과 재료들을 제조·공급하는 분들 및 기업들에게 절반 비용으로 공급해 주기를 요청했다. 이런 공익적 사업에 당신들도 좋은 취지로 동참을 하라고 권유를 했다.

일반적인 수익은 다른 데서 올리고, 공익사업에는 봉사의 차원에서 함께 하자고 한 거다. 틀니 하나만 하더라도 가격이 얼마인가. 그 비용을 절반으로 낮춰서 그 혜택을 많은 장애인들에게 나누자는 것이었고, 그 혜택이 실제 돌아가도록 치과가 운영되게 만들었다.

▶ 다수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아주 좋은 방식이라고 판단된다. 그 시스템이 재활병원에도 실제 도입되는 게 가능할 것 같은가.
규모는 완전히 다르겠지만, 그런 시스템을 이 재활병원에 도입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진지하게 했던 거다. 이 대목은 재단을 후원하는 분들이 얼마나 많은가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지금 푸르메재단을 후원하시는 분들은 약 800명 정도 된다. 우리 재단의 공동대표를 맡고 계신 박원순 변호사님과 강지원 변호사님이 항상 같이 상의하는 건, 그 후원의 숫자를 5천명까지 끌어올리자는 거다. 그러면 적어도 매달 열다섯 명 정도의 정말 어려운 환경의 환자분들한테는, 무료에 가까운 진료혜택을 돌아가게 할 수 있을 것이다.

▶ 무료에 가깝다는 건 완전 무료가 아니라는 건가?
무료라는 게 무조건 좋은 건 아닌 것 같다. 실제 있었던 예를 언급하며 말씀드리는 게 낫겠다. 우리 재단의 푸르메나눔치과에서도 물론 당연히 임플란트 수술을 해드리고 있다. 임플란트 수술이 치아 하나당 보통 250만원에서 300만원 내외로 들지 않은가. 그걸 우리는 100만원에서 80만원 수준에서 해드리고 있다.

물론 처음에는 무료로 해드렸다. 수술을 담당하시는 분은 서울대 치대 교수님이다. 우리나라의 임플란트 수술의 최고 권위자로 널리 알려지신 분이다. 그 교수님이 무료로 시술을 해드렸는데, 이 치료를 받은 분들이 ‘무료’라는 대목에서 의심을 갖게 된 것 같다. 무료니까 싼 것이 아니냐고, 치열에 맞지 않고 너무 불편하다며 아주 많은 불만을 표출하셨다는 거다.

▶ 좋은 치료를 무료로 받으면서도, 정말 ‘인간적인’ 의문을 갖게 되는 미묘한 대목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해결이 됐는가.
그런 과정 중에 이런 일이 있었다. 그 교수님한테 꼭 수술을 받고 싶어 하던 서울 강남의 어느 중년 여성이 그 교수님과의 일정을 잡을 기회가 없다 보니까, 여기에 와서 그 치료를 받게 해달라며 치아 1개당 비용을 300만원씩 내겠다고 진지하게 부탁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여기는 장애인 전문 치과니까 비장애는 치료를 못 받는다고, 그걸 양해해 달라고 말씀드린 적이 있었다. 이런 일이 있은 뒤, 무료 치료에 대해 나름대로의 불만(?)이 많았던 분들한테 이러이러한 경우가 최근에 있었다고 말씀드렸다.

치아 1개당 300만원을 내겠다며, 그 교수님을 찾아 여기까지 달려오는 분들이 계시다고. 그런데 그런 환자도 받지 않으며, 우리는 우리의 체제와 틀을 유지하겠다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환자분한테는 저렴한 비용으로 해드렸는데, 현재 상태는 어떠시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그분이 그 다음날 병원에 찾아오셨다. 그동안 무료에 대한 나름대로의 불만을 가지고 계셨는데, 지금은 아주 잘 맞고 너무 편하다는 칭찬을 해주신 거다.

▶ 단순한 에피소드일 수도 있지만, 그 내용 자체에 많은 현실적 애로사항이 담겨 있는 것 같다. 무료진료정책을 포기하신 건지, 아니면 또 다른 대안을 확립하신 건지 설명해 달라.
‘무료로 해드린다’, ‘무료입니다’ 등의 맹점이 그런 것 같다. 쉬운 말로 ‘공짜’는 ‘싸구려’ 취급을 받고, 정당하게 비용을 지불하면 ‘진짜’ 같은 예와 같다. 그래서 우리 치과도 책정하는 비용을 바꿨다. 일반 치과에 비해서 최소한 30% 비용을 낸다면, 그래도 내가 돈을 지불했기 때문에 만족스럽게 치료를 받지 않을까 하는 기준점을 새로 정한 것이다.

▶ 그래서 재활병원 역시 이런 형태로 운영하실 계획이라는 건가.
우리의 계획과 목표는 그렇다.

▶ 어떻게 본다면 노블레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 ; 높은 신분에 따르는 도의상의 의무)를 실제로 실천할 수 있는, 다른 병원과 완전히 차별화 된 병원이 될 거라는 기대가 생긴다.
맞는 얘기다. 지금 우리 재단을 후원해 주시는 분들은 자신의 월급 1%를 기금으로 내주시는 분들이다. 이런 분들이 5천 명 정도 되는 시점이라면, 조금 전 언급했듯이 열다섯 분 정도는 무료로 치료해드리는 게 가능해질 것이다. 또한 지금처럼 한두 달 정도의 단기치료가 아닌, 장기적으로도 집중적인 재활치료가 꼭 필요한 분들한테 해드릴 수 있을 것 같다.

   
ⓒ 채지민 객원기자
▶ 병원은 화성시에서 부지를 제공하는 것이고, 운영 및 건립은 재단에서 책임지는 걸로 협약을 하신 건가?
나 역시도 병원 건립이라는 시스템에서 잘 몰랐던 부분이 있었다. 병원 자체만 필요한 게 아니라, 이 병원을 짓기 위한 기반시설들이 다 함께 갖춰져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상하수도와 도로 같은 걸 의미한다. 그런 모든 걸 경기도에서 도와주기로 했다. 기반시설의 범위는 정말 넓고도 큰 대목이다. 진입로, 전기공사 등 모든 게 기반시설에 포함된다.

▶ 병원의 위치는 어디인가.
경기도 화성시 향납읍 상신리 지역이다.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다면, 서해안고속도로에서 10분 정도의 거리이다. 위치는 참 괜찮은 곳이다.

▶ 그 부지가 국유지였나?
아니다. 화성시가 이번 프로젝트에 동참하면서 돈을 주고 산 것이다. 평당 100만원 내지 120만원을 주고 사서, 토지조성공사까지 다 하고 나면 500억 원 정도가 소요된다고 한다.

▶ 금액의 규모나 해당 면적에 대한 설명을 듣다 보면, 기존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대단한 면적의 프로젝트인 것 같다.
나름대로 화성시에서도 정말 큰 투자를 한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처음부터 제안했던 것은, 형식적으로는 기부체납의 방식을 취하겠다는 것이다. 우리가 그 땅을 빌려서 건물을 짓고, 그걸 다시 화성시에 기부를 하는 거다. 그 대신 20년 동안 우리가 맡아서 관리를 하는 형태이다.

▶ 일면 복잡한 과정을 거친 것 같은데, 왜 그런 방식을 택한 건가.
그 부분이 우리가 힘들게 움직여야 했던 내용과 일맥상통한다. 우리가 법안을 가지고 몇 개월 동안 정부 각 부서와 경기도하고 수없이 많은 협의를 진행했다. 문제는 재활병원을 위해서 민간한테 땅을 빌려줄 수 있는 법적인 근거가 정부나 지자체한테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방법은 하나로 모아졌다. 기부체납 - 즉, 건물을 기부 받는 조건으로 운영권을 내주는 방식이 있던 것이다. 그래서 그런 형식으로 일단 계약을 체결했다.

▶ 이제 결실이 맺어진 것 같은데, 그동안의 우애곡절 같은 건 무엇이 있었는지 얘기를 듣고 싶다.
우리는 처음부터 확고한 전제조건이 있었다. 바로 우리 재단 차원에서 ‘땅을 직접 사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재활병원이라는 건 국가에서 책임져야 할 사업이다. 일종의 사회간접자본이고 사회적 투자인데, 그것을 민간이 하겠다는 건 그만큼 국가에서 관심이 없다든가 그 필요성에 대해 못 느끼고 있다는 의미가 아닌가. 그래서 우리가 병원 건물을 짓되 정부나 지자체에서는 땅을 내놓고, 민간 차원에서 시민과 기업이 기금을 모아 그런 병원을 지어 같이 운영하자는 것이었다.

▶ 기금의 규모가 얼마나 되어야 원활한 운영이 가능해질 것 같나.
조금 전 말씀드렸던 대목과 일치하는 부분인데, 핵심적인 세 가지 특징이 필요하다. 첫째로 시민들의 수입 1% 기부를 기금으로 모아 일정액이 되어야 정말 어려운 환자들을 돌본다는 건데, 박원순 변호사님이 언급하는 5천명 기준의 의미가 그것이다.

지금 현재 아름다운재단의 후원자인 3만1천명이 월급의 1%를 내고 있다. 그것이 물론 어린 학생들이 낸다면 소액이 되겠지만, 방송인 유재석 씨 같은 경우는 매달 5백만 원씩 기부하고 있다 한다. 그렇게 차별화 된 각각의 시민들 기금이 모이는 게 1년에 120억 원 정도가 된다는 것이다. 매달 10억 원 내외의 시민들과 민초들의 후원금이 모이는 게 아닌가.

▶ 시민단체의 일원인 입장으로 볼 때, 현실적으로는 그런 후원금이 적립된다는 게 정말 부러운 부분이기도 하다. 푸르메재단에서는 그런 후원금이 모인다면, 그걸 어떤 방식으로 활용하겠다는 건지 설명해 주시면 좋겠다.
그래서 우리 재단도 생각하고 있는 건 시민의 사회운동으로써의 사회적인 필요성, 그런 의료운동을 펼치자는 게 최우선의 과제이자 목표이다. 두 번째로는 현실적 상황을 먼저 언급하며 풀어야겠다.

여태까지 병원이라는 곳은 모든 환자의 간병과 간호를 개인에게 맡겼다. 병원 자체가 아닌, 가족이나 간병인에게 환자의 도우미 역할을 떠안겼다는 의미이다. 예를 들어 한 가정의 아버지가 다쳐서, 아내를 중심으로 한 가족들 모두가 간병을 한다고 치자. 그렇다면 가족 전부가 부지불식간에 관여를 해야 하기에, 결과적으로 가정의 생계가 유지되지 않는 게 아닌가. 그렇게 간병에 매달린다는 건, 다른 의미로는 가정이 서서히 붕괴한다는 뜻과 같은 것이다.

▶ 그건 사회 전반에서 오래 전부터 진행되어 왔던 장애인 가정의 현실에 이미 노출되고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 대안이나 해결책은 무엇인가.
그래서 우리가 판단하는 건, 환자에 대한 간호와 간병 모두를 병원에서 다 맡으며 책임지는 시스템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걸 해결할 이들은 누구인가. 병원에서 채용한 간호사나 간병인일 수 있다. 또한 지역사회나 종교기관에서 정말 충실한 자원봉사활동을 하겠다고 준비된 마음과 자격을 가진 이들 중심으로, 자원봉사풀제 운영이 가능해진다는 게 두 번째 대안이 된다.

▶ 재활병원의 위치가 서울과 같은 도심 주변이 아닌, 화성시로 결정된 이유가 있는가.
재활병원을 이용할 환자 개개인의 눈높이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서울 한복판에 병원을 짓는다면 모든 게 편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땅값을 비롯한 필요이상의 비용을 지불할 당위성은 없는 것이다.

재활의 의미가 무엇인가. 초원과 같은 숲이 있다든가, 자연 속에서 개별적인 산책이 가능하다든가 하는 식으로, 재활환자들에게는 꼭 필요한 시설이 따로 있는 법이다. 그들에게는 심리적인 안정이 제일 중요한 게 아닌가. 그런 심리적 안정 상태에서 재활에 전념할 수 있다는 의지를 다져야 하는 건데, 콘크리트와 먼지 소음 덩어리 속에 매달려 있다면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결과가 될 거다. 우리가 택한 화성시 그 부지는 최적의 선택이다.

▶ 거리상의 문제 때문에 환자 가족들이 불편을 겪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런 환경이 갖춰진다면 가족들도 올 필요가 없다. 일주일에 한 차례 정도만 오면 된다. 무슨 의미냐 하면, 환자가 가족들한테 의지하려는 심리를 없애야 한다는 거다. 스스로 집중해서 빨리 치료를 받고 훈련을 받아서 완치된 몸으로 나간다는 생각을 해야 하는데, 24시간 가족이 곁에 있다 보면 모든 걸 가족에게 의지하려는 심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가족들 또한 환자가 집중적인 치료를 받도록 자립의지를 북돋아 줘야 하는데, 안타까운 마음과 인지상정 같은 여운 때문에 재활이 늦어지게 하는 결과를 낳는 것이다.

▶ 그런데 국립재활원이라든가, 새로 생긴 재활병원이 몇 군데 있지 않은가. 그런 곳들과의 차이점은 어떻게 되는가.
기존의 큰 병원과 민간 차원의 몇몇 병원이 최근에 생긴 걸 알고 있다. 그런데 내용을 들여다보면, 재활병원이라기보다는 노인요양병원의 형태라는 게 대부분의 현실이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유명 대학병원의 재활센터 및 재활병원 역시 적자인 상태이다. 왜 적자인가 하면 일단 의료수가가 낮고, 과도한 인건비 때문에 적자를 면할 수 없는 구조로 지탱하기 때문이다.

▶ 병원 운영에 있어서 인건비의 비중이 어느 정도인가.
병원 운영의 70% 이상이 인건비라고 보면 된다. 이건 실제로 어느 대학병원의 원장한테 직접 들은 얘기이다. 쉬운 예로 간호사 한 사람이 병원에 들어와서 20년을 근무했다면, 그런 간호사들의 월급은 상당한 고액인 게 사실이다. 그런 분들의 숫자가 적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근무 형태를 살펴보면 구조적인 문제점이 드러난다.

우리나라 병원의 간호사들은 외국처럼 환자들을 위해서 시트를 새로 깔아주고, 몸을 씻겨주는 등의 진료활동을 하지 않는다. 그런 건 전부 다 간병인의 몫으로 넘겨버리지 않는가. 무엇무엇을 하라고 지시만 하고, 약을 직접 먹여주는 일도 하지 않는다. 우리가 계획하는 병원에서는 그런 것들을 모두 다 변화시켜서, 정말 처음부터 전혀 다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려 한다.

▶ 의문점이 한 가지 있다. 대기업 같은 곳에서 이런 계획과 시도를 한 번에 해결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왜 그런 기획이나 시도가 활성화되지 않았을까.
사실 그런 점이 아쉬운 건 사실이다. 그런데 이번 푸르메 재활병원 건립에서는 두 군데 대기업이 참여해서, 자신들의 기업 이름을 붙인 건물을 건립하기로 했다. 대학 캠퍼스를 보면 대기업 이름이 들어간 건물들이 많이 늘어나지 않았던가. 그런데 우리의 경우는 그냥 자금을 대고 건물을 짓는 것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그 기업 구성원들이 자신의 이름이 붙여진 동(棟)에 대해서는 임직원들이 함께 와서 자원봉사 활동을 한다든가, 무슨 연주회를 연다든가 하는 시스템으로 책임을 지겠다는 제의가 들어온 상태이다.

▶ 그렇게 된다면 부담이 훨씬 줄어들 것 같은데, 매우 생산적인 제안이자 기획이라고 생각된다.
그렇다. 일반 시민들이 낼 수 있는 기금의 규모는 사실 제한적이고, 어떻게 보면 국가가 할 일을 시민들한테 강요하는 모습으로 보일 순 없는 일 아닌가. 요즘 사회공헌기금 같은 기부금이 거의 다 공동모금회 같은 곳으로 모이곤 한다. 그게 다 세금감면 때문에 그런 것인데, 우리 병원처럼 대기업이 직접 투자를 하고 임직원의 자원봉사활동까지 책임지는 약정을 맺는다는 건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 또 다른 한 기업과는 내년까지 협의를 진행하기로 했기 때문에, 내년 중으로 좋은 결론이 또 하나 탄생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 채지민 객원기자
▶ 민감할 수도 있는 질문을 하겠다. 병원이라고 하면 우리나라 상황에선 최고로 자본력을 가진 이들의 집단으로 사회적 인식이 고정되어 있다. 그런데 병원을 짓겠다고 후원해 달라는 것, 그것도 민간병원을 짓는 데 동참을 요청하는 것에 이해하지 못할 사람들도 많을 것 같다. 그런 현실 앞에서 일을 추진하시는 데 애로사항이 적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맞는 지적이다. 재단 차원의 병원 건립에 사회적 동참과 후원을 요청한다는 건 그렇게 받아들여지는 면이 적지 않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하나의 예를 들고 싶다. 내가 독일에 3년 반 동안 있던 시절의 경험담이다. 프랑크푸르트에서 한 시간 거리인 어느 도시에 우연히 갈 일이 있었는데, 거기에 재활전문병원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 방문해 보니까 정신장애전문 재활병원이었다. 프랑크푸르트라는 대도시 인근에 왜 이런 정신장애 재활병원이 있는 건지 궁금해서 물어봤더니, 2차세계대전이 끝나고 상이군인들이 모두 고향으로 돌아온 시절로 얘기가 거슬러 올라갔다.

생존한 군인들이 고향에 돌아왔는데 이 사람들이 정신적으로 너무 황폐해져 있어서, 심각한 전쟁 후유증을 치료하기 위한 정신병원이 절실하게 필요했단다. 그래서 병원을 지어 운영했던 것이고, 시간이 지나면서 정신장애는 그만큼 수요가 줄어들었기에 교통사고 전문병원으로 그 병원의 운영을 전환하던 시기였다.

사고가 많은 프랑크푸르트에 인접해 있었기에 병원 시스템을 바꾸려 하긴 했지만, 시설이 너무 낙후된 상태라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런 와중에 당시 헬무트 콜 수상의 부인이 그 병원을 우연한 기회로 방문하게 됐단다. 단순한 방문이었는데 병원 시설이 너무 열악한 것을 보고, 더욱이 2차대전 직후에 지어진 건물과 시설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는 데 충격을 받아서, 그 부인은 자신이 유산으로 받은 재산을 그 병원에 모두 다 내놓았다고 한다.

▶ 당연한 얘기처럼 들어야 하는데, 상당히 신선하고 감동적인 기부라고 느껴지는 게 오히려 이상해진다. 우리의 기부문화와 전혀 다른 모습이기 때문인 것 같다.
물론 당시 기준으로 현직 수상의 부인이고, 나름대로 먹고 살만한 입장이었을 것이다. 유산이라는 게 집 한 채 정도일 거라고 개인적으로 추측하지만, 당시 금액으로 이백만 파운드, 우리 환산으로는 12억 원 상당의 유산을 조건 없이 내놓은 거다. 그 소식이 알려지자, 당시 집권당이었던 기민당 소속 국회의원의 부인들도 일제히 십시일반의 기부를 내놓았단다.

거기에 일반 시민들의 기부 동참까지 이어져서, 50억 원을 들여 그 병원 전체를 완전히 리모델링했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그런 걸 보면서, 지식인들이 사회적인 어떤 힘든 상황 앞에서 자신의 기득권을 선뜻 내놓는 걸 참으로 인상 깊게 받아들이게 됐다.

▶ 노블레스 오블리제의 전형적인 사례를 듣게 된 것 같다. 우리에게는 턱없이 부족한 모범 사례로 기억할 만한 좋은 예라고 판단된다.
내가 보기엔 이런 것 같다. 사회공동모금회 같은 곳에서도 물론 좋은 일을 많이 하지만, 눈에 보이는 것들을 헌신적으로 만들어 놓고 몇 년이 지나면 다 없어져버리지 않나. 공부방 수십 개를 만드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단 열 개라도 ‘제대로’ 만들어서 시설을 계속 유지하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 이 대목의 핵심은 이것이다. 본질적으로 정부의 역할이지만, 정부에게 뜻과 의지가 없다면 민간에서 먼저 해보자는 것이다. 돈을 주고 그냥 끝나는 게 아니라, 관심을 갖고 끝까지 함께 갈 수 있는 걸 하고 싶다는 거다.

▶ 우리가 장애계에 몸담고 있기 때문에, 그런 프로젝트가 말은 쉬워도 실제로 그런 일을 추진한다는 건 전혀 쉽지 않음을 잘 안다. 재활병원을 추진하고 설립해 가는 내적인 동력은 어떤 게 작용하고 있는가?
나의 옛 직업은 기자였다. 영국에 갔을 때 교통사고로 아내가 장애를 갖게 됐다는 건 잘 아실 것이다.
(註 : 언론인 출신인 백경학 상임이사는 언론사 기자 시절에 언론재단에서 선정한 해외연수자로 선발되어, 당시 시청 공무원이었던 아내와 함께 독일에서 연수를 받았다. 귀국 전에 영국 여행을 하던 중, 두통약을 과대복용한 뒤 정신을 잃은 한 운전자가 시속 100km가 넘는 속도로 백경학 이사의 차를 뒤에서 들이받는 사고를 당했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나기는 했지만, 두 달간의 혼수상태와 세 차례의 수술 끝에 아내는 다리를 절단하게 되었다.

시설이 열악했던 스코틀랜드의 지역병원보다 훨씬 좋은 시설인 서울의 한 대학병원 재활전문센터로 옮겨 치료를 계속했지만, 말이 통하는 한국의 병원에서 지내는 게 더 힘들었다고 한다. 간호시스템의 미비와 환자의 재활과 간병을 가족들에게 내맡기는 제도상의 맹점 등, 모든 게 허점투성이였다는 것이다. 그때부터 환자의 아픔을 인간적으로 이해하는 전문병원의 건립을 목표로 세우며, 푸르메재단 설립과 함께 그 목표를 현실화하는 데 분주하게 움직이는 중이다.)

그 사고가 계기가 된 건 맞다. 그런데 우리의 장애인 분야가 외국하고 비교한다면 이제 시작이지 않은가. 최근 몇 년 사이에 양적으로, 또한 질적으로도 정말 많이 성장하기는 했다. 그런데 내 판단으로 본다면 우리가 앞으로 맞이할 가장 큰 문제는 장애인 정책과 복지 문제이고, 또 하나는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교육 문제인 것 같다. 교육이라는 게 2세 자녀들이 한국사회에 정착하는 내용뿐만 아니라, 당장 1세대인 부모들이 한국사회와 문화에 적응하고 그 사람들을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것도 시급한 현안이지 않은가.

▶ 맞는 지적이다. 사회적 약자의 범위를 넓게 본다면, 전 국민을 동시에 바라봐야 할 만큼의 국가적인 당면과제이기도 하다.
수많은 장애인들이 지금까지는 어찌됐든 간에 ‘갇혀 있는’ 입장이었다는 게 사실이다. 그러다가 최근 들어서 본격적으로 사회 전반에 나오기 시작했는데, 이들이 나올 만한 이 사회의 준비가 안 되어 있다는 게 문제이다. 물론 당사자들도 준비가 안 되거나 덜 되어 있고, 사회도 안 되어 있는 게 지금의 현실적 구조이다.

이것이 무슨 문제인가 하면, 누구나 갑자기 준비 안 된 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는 것이다. 높은 자리에 앉아 있고 가진 게 많다는 이들도, 오늘 당장 뇌졸중으로 쓰러지면 장애인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 누구도 거기에 대한 준비가 안 되어 있다는 게 큰 문제점이다. 장애인 환자가 수만·수십만 명 있다는 점보다, 그런 환자가 수십·수백만이 될 수 있는 현실적 상황을 아무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 이런 재활병원의 건립이 이제야 추진된다는 게 안타까운 대목이기도 하다. 수요와 공급 차원에서 너무 심한 불균형이 드러나고 있지 않은가.
이 병원의 의미와 의의를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이번 건립 사업이 잘 진행돼서, 지방자치정부가 땅을 내놓고 기금으로 병원을 설립하는 게 성공적이었다고 치자. 그렇다면 그 다음에는 땅만 내놓는 게 아니라 집(건물)까지 지어줄 것이고, 화성시의 성공사례가 전국적인 관심을 이끈다면 다른 시도에서도 그런 시스템을 자체적으로 준비하고 실행하게 될 것이다. 각 지역별로 자치정부 차원에서 추진을 하고, 현지 경제인들의 기부와 행정 수립 및 시민들의 후원이 모인다면 전국 어디서나 가능한 일이 된다. 십 년 정도가 지난 후에 이런 긍정적 평가를 받는 병원이 여럿 세워진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 결국은 자치정부 및 중앙정부의 복지정책과 그 마인드 변화가 가장 중요한 전제인 것 같다.
지금처럼 경쟁적으로 공연문화시설을 거대하게 지어놓고, 또한 지자체마다 그런 걸 짓겠다고 자화자찬의 홍보에 열을 올리는 게 현실이지 않은가. 나름 의미 있는 행사들도 열리고 있지만, 문제는 규모나 건물 숫자에 비해서 그 이용률이 현저하게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나는 늘 이런 생각을 한다. 뜻이 있는 어느 목사님이 커다란 교회 건물을 아주 잘 지었다고 한다면, 그 건물을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는 병원으로 이용할 수 있게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일요일은 예배시간 이외의 시간에 교인들이 그 환자들을 모시고, 근처에 산책을 간다든지 가까운 곳으로 소풍을 가는 일도 충분히 가능하지 않겠는가. 거대한 건물일수록 비효율적으로 참 아까운 시설과 공간들이 낭비된다는 생각을 진지하게 한다는 것이다.

▶ 병원이라고 하면 우리의 머릿속에는 기진맥진한 환자들의 어두운 표정과, 기력도 없는 몸짓 그리고 환자복과 주사바늘 등이 연상된다. 재단이 추진하는 병원과 기존 병원과의 차별성이 무엇인지를 단적으로 말씀해 주실 수 있나.
세세한 사항 모두를 말씀드리는 게 옳겠지만, 하나의 외국 예를 드는 것으로 대신하고자 한다. 외국의 주요 병원에는 병원 차원의 작업장이 있다. 재활을 위한 의미도 있지만, 취업을 위한 준비의 역할도 담당한다.

내가 가장 의미 깊게 봤던 건 의족에 관한 시스템이었다. 사고를 당해서 의족을 차는 경우, 한국에서는 그냥 와서 맞춰 보고 신고 가는 게 전부가 아닌가. 그런데 독일에서는 일주일 동안 입원을 한다. 입원을 해서 하루하루 격렬한 작업을 반복한다. 대장장이처럼 망치를 치며 일하는 행위 등을 계속하는 것이다. 마침 더울 때라서 전부 다 반바지 차림이었는데, 그들의 다리는 전부 다 의족이었다. 한 사람과 얘기를 해봤는데 독일어교사 즉, 그 나라의 국어교사라고 했다.

자신이 오토바이 사고로 의족을 했는데, 몇 년 만에 이것을 바꾸러 왔다 한다. 그런데 정말 자신의 몸에 맞는지를 테스트하기 위해, 일부러 가장 힘든 일을 반복적으로 해 봐서 몸에 정말 맞는지를 꼼꼼하게 확인한다는 것이다. 가장 편한 의족으로 생활하기 위해서, 가장 어려운 환경을 만들어 본다는 거다. 우리가 준비하고 간직하는 목적과 목표는 단순하다. 환자의 눈높이에 맞는 실질적인 진료와 치료를 계획하고 실천하겠다는 데 있다.

▶ 벽에 걸려 있는 조감도를 보니, 저 병원이 어서 건립되어 많은 이들에게 만족스러운 의료혜택이 돌아가면 좋겠다는 기대를 갖게 된다.
화성시에 병원을 짓기로 하고 설계를 했는데, 모든 건물의 높이를 4층 내외로 했다. 그걸 보는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똑같은 말을 했다. 20층짜리 큰 건물을 지어 운영하면 되지, 저렇게 낮은 높이로 굳이 할 이유가 있는 거냐고. 재활환자가 자기 방에서 나와 계단을 내려와 잔디를 직접 밟을 수 있는 것하고, 20층 높이의 병실 창가에서 아래만 바라보며 외출도 못하는 채 지낸다는 건 근본부터 틀린 게 아닌가. 그런 발상부터 전환이 되면 모든 과정은 물론 결론까지 다른 게 되는 것이다.

▶ 소중한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드린다. 마지막으로 푸르메재단이 목표로 하는 십 년 후의 미래상이 어떤 모습으로 구현되리라 기대하시는지 말씀해 달라.
우리가 정말 투명하게 잘 만들고 운영해서 재활병원 사업이 잘 진행된다면, 화성시에 들어설 병원 같은 종합시설이 세 군데 정도 더 건설되면 좋겠다고 기대한다. 하나는 지적장애 전문으로, 다른 하나는 교통사고 전문으로, 또 하나는 뇌졸중 전문 재활병원으로 운영하는, 그렇게 분야별로 특화된 서너 개의 병원으로 질적인 확대를 구상하고 있다. 더불어 우리가 준비하는 또 다른 과제가 있다.

우리는 본질적으로 장애인단체가 아니다. 장애인이 대상이 되는, 장애인에게 도움과 혜택이 돌아가는 사업을 중점적으로 하는 단체이다. 그런데 실제 일을 하다 보니까 장애인 인권이나 문화, 복지 등의 전 분야에서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은 것 같았다. 모든 게 해야 할 일들이다.

사회공헌이라는 게 거창하게 생각하면 아무것도 시작하지 못하는데, 가장 작은 일부터 시도하면 어떻게든 긍정적 효과를 내는 법이다.
이 병원은 단지 시작일 뿐이다. 국가적으로도 큰 재산이 될 것이고, 국민 모두에게도 훌륭한 안식처의 역할을 담당하게 되리라 믿는다. 모든 사업이 보다 더 효과적으로 원활하게 시행되고 성공할 수 있도록, 많은 분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도움을 기대하고 싶다.
작성자이태곤 기자  a3527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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