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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복지증진은 시대적 요구이다

[만난사람]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변용찬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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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연금 도입이 가시화되면서 그 규모와 시기, 수급의 범위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2010년 시행이다, 2011년 시행이다 하는 설왕설래가 계속되고, 연금 도입의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한 장애등급 재판정 문제가 기대치만큼의 뇌관으로 자리 잡는 현상도 나타나는 중이다.

장애 판정에 대한 잡음이 매번 끊이지 않고 반복되는 이유는 뭘까? 실질적인 혜택을 받아야 할 장애인들은 뒤로 밀려난 채, 그 가족과 주변인들이 혜택을 누리는 현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수급횡령을 노린 가짜 장애인의 난립과 각종 시설비리가 중복되는 상황에서, 장애인연금이 과연 취지 그대로 정착하는 게 가능할지 여부 또한 진지하게 짚어봐야 할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국가의 담당부처에서는 여전히 두루뭉실한 뜬구름으로 일관하며 정확한 답변이 없는 가운데, 장애인 복지정책의 기초와 기반을 연구하는 정부출연국책기관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견해는 어떤가를 확인하기 위해 취재의 발길을 옮겼다. 국가의 장애인 정책을 총괄하며 실질적 업무를 담당하는 연구기획조정실 실장 변용찬 박사를 만나, 이 땅의 장애인 정책의 첫 걸음이 어떻게 준비되며 연구되고 있는지를 함께 들어본다.

 

   
▲ ⓒ채지민 객원기자
▶ 나라의 모든 장애인 정책이 준비되는 첫 시발점이 바로 이곳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하 보사연)이라고 알고 있다. 보사연의 실무를 총괄하시는 입장에서 볼 때, 현재 우리나라의 장애인 복지는 그 수준이 어느 정도에 와 있다고 볼 수 있겠는가

장애인 복지는 주관적으로도, 객관적으로도 변하고 바뀌었다. 10년 전에 비하면 많이 달라졌고 정말 많이 좋아졌다. 그렇지만 유럽과 비교한다면 아직도 많이 떨어지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 내용은 <함께걸음>이 보다 더 자세히 알고 계시지 않나? (웃음)

 

▶ <함께걸음>은 주로 현장의 소리를 듣고 전달하는 편이다. 장애 분야를 연구하시는 입장에서의 관점이 궁금해진다

개인적인 생각을 우선으로 말씀드리겠다. 내가 평가하기엔 10년 전에 비해서는 대단히 좋아졌다. 장애인들이 스스로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 의견이 100% 다 반영은 되지 않고 있지만, 장애인들의 목소리를 들으려고 정부가 많이 노력하고 있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10년 전에는 그런 게 없었지 않은가. 그건 당시의 열악한 현실이기도 했다.

그런데 오랜 기간 워낙 열악한 상황에 있던 장애인들의 목소리가 한꺼번에 분출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 입장에서는 그 모든 걸 다 수용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그런 문제는 있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정부는 장애인들의 목소리를 가능하다면 많이 들으려 노력하고 있고, 장애인들의 권리 문제라든지 그런 부분에서도 상당히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그동안 정책적인 변화가 많이 있었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장애인들의 욕구를 100% 충족하지 못했지만 질적·양적으로 상당히 좋아졌다 - 그렇게 나는 평가를 한다.

 ▶ 그럼 그때와 지금을 비교해 볼 때, 가장 괄목할 만한 변화라면 뭐가 있을까. 95년이라면 이동권 권리 같은 건 아예 모르던 시절이었을 텐데.

가장 단순한 예로 들 수 있는 게, 당시에는 장애 유형이 다섯 가지밖에 없었다. 그 다섯 가지밖에 안 되던 걸 그 이후로 열다섯 가지로 세분화시켜 넓게 넓혀놓았다. 또한 당시 장애인의 숫자는 내가 기억하는 한도로 본다면 약 92만명 내외였다. 그나마 그것도 추정치였고, 실질적으로는 그것보다는 안 됐을 것이다.

▶ 장애인이 그것밖에 없었다는 의미인가

아니다. 등록된 장애인 숫자만을 가지고 말하는 것이다. 등록 인구가 90만명 정도이고, 실태조사로 보면 조금 더 많았다는 자료가 지금도 남아 있다. 그런데 당시에는 등록율도 대략 60% 이내로 추정치가 90만명 정도였고, 실제 등록했던 사람은 40만명 정도였다.

▶ 95년도의 상황이 그랬다는 건 무엇을 뜻하는 건가

당시는 인식 자체가 그랬거니와, 등록하려고 생각도 하지 않은 사람들이 훨씬 많았다. 지금이야 많이 벗어났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도 그런 여운이 남겨지는 것과 같이, 등록을 하면 사회적 낙인이 된다는 인식이 당시엔 훨씬 더 심하고 심각했다는 거다. 그러다 보니까 등록해서 누릴 수 있는 혜택조차 없던 그런 상황에서 굳이 등록하려는 이들이 적을 수밖에 없었다. 그게 불과 15년 전 일이다. 그런데 지금은 엄청난 인식의 변화가 일어난 셈이다.

▶ 그 기간 동안 일어난 또 하나의 발전상을 꼽는다면 이동할 권리, 이게 굉장히 중요한 부분인 것 같다

그렇다. 장애계의 큰 변화라는 것들은 우선 장애 유형이 다양해졌다는 것, 그리고 정책 또한 다양해지고 발전했다는 데 있다. 그렇지만 나는 장애인 복지에 ‘권리’라는 개념이 들어왔다는 걸 가장 큰 변화라고 평가한다. 그래서 장애인차별금지법이라는 커다란 열매를 얻은 게 아닌가.

물론 그 이전에도 이동권과 관련해서 97년에 제정된 편의증진법이 있다. 그런데 편의증진법은 장애인을 위한 법이기 이전에, 장애인과 노인과 임산부 등을 위한 법으로 만들어졌다. 제정 당시의 얘기를 들어보니까, 그때 기준으로는 장애인만 규정해서는 법의 통과가 안 될 것 같아 노인과 임산부를 함께 포함시켰다고 한다. 사실 그 당시만 해도 장애인을 위해 법을 만든다는 것 자체가 좀 낯설다는 분위기가 실제 있었다.

▶ 그럼 박사님은 권리 개념이 들어온 게 가장 크다고 판단하시는 건가

그렇다. 권리라는 개념이 들어온 건 진정으로 대단한 성과라 아니할 수 없다.

▶ 그렇다면 장애인 입장에서 피부에 와 닿는 변화는 무엇이 있을까

이미 피부에 많이 와 닿지 않을까 싶은데… 아닌가? 그 시절만 해도 다니는 것 자체가 불편하고, 주위의 시선 자체가 하나의 굴레였지 않은가. 그런 게 완전히 사라졌다고는 할 순 없지만, 그래도 훨씬 더 자연스럽게 다닐 수 있게 됐고, 휠체어와 전동휠체어가 아주 많이 보급됐다. 교통편의와 엘리베이터 설치 같은 것도 대폭 개선된 것이다.

사실 그 당시만 해도 엘리베이터 같은 편의시설이 설치가 안 됐을 때는 그냥 돌아갈 수밖에 없었는데, 요즘은 왜 설치 안 했느냐고 즉각 주장하고 요구할 수 있지 않은가. 자신의 목소리를 당당하게 낼 수 있다는 것만 해도, 그 기간 동안의 권리 확보를 의미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 ⓒ채지민 객원기자

▶ 장애인 문제를 연구하시다 보면 다른 나라와 비교할 일이 많을 것 같다. 유럽이나 미국, 일본 같은 세계 각국과 비교했을 때 우리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 개인적으로도 늘 궁금했다. 장애인 복지는 어느 수준인가

국가마다 장애인 복지를 보는 관점이 다 다르다. 장애인에 대한 정의도 다 다르기 때문에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다고 봐야 한다. 유럽의 국가들 중에서 특히 독일의 경우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전상군인이 너무 많이 생겨났다.

물론 우리나라도 6·25를 겪었지만, 당시엔 의료시설이나 사회적 제도 자체가 없었다고 보는 게 나을 것이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 각국들은 전쟁을 겪고 나서 장애에 대한 시각이 많이 바뀌었다. 정부가 직접 장애인 관련 분야에 적극적으로 투자를 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스웨덴 같은 북유럽 국가들은 워낙 사회적인 연대가 잘 되어 있는 나라들이기에, 우리와 비교를 한다는 것 자체가 힘들다.

▶ 직접적인 비교가 어렵다 해도, 그 나라들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는 알 수 있는 것 아닌가

유럽의 선진국들은 이미 1930년대와 40년대부터 국가적인 복지정책이 추진되면서, 장애인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복지수준이 높아졌다. 그런데 그런 나라에서도 가장 마지막에 국가적 관심도가 높아진 부분이 장애인 분야라고 한다.

복지와 관련해서 1차적으로 중심이 됐던 건 노인 분야였고, 우선순위로 볼 때는 장애인이 뒤쪽이었다는 거다. 우리의 경우는 20세기 중반에 들어서도 농경사회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기에, 정체되어 있는 지역사회 안에서 장애인 문제는 방치되다시피 했던 게 과거의 현실이다.

▶ 그럼 유럽의 장애인 복지정책은 모든 게 완성되어 있다고 보는 게 맞는 건가

그들이 생각하는 복지정책의 눈높이가 무엇인지를 알게 됐던 일화가 있다. 유엔장애인권리협약 같은 회의에 가서 복지 선진국 관계자들을 만나 얘기해 보면, 그들은 아직도 자신들에게 미흡한 부분이 있고 그걸 개선해야 한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있었다. 우리가 보기에는 장애인 복지가 엄청나게 발전한 그들의 나라인데도, 정작 그들은 자신들에게 부족한 점을 계속 반성하며 고쳐간다는 것이다.

▶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은 대목인 것 같다. 그렇다면 일본과의 비교는 어떠한가. 가장 가까운 나라니까, 또한 우리보다 경제력이 좋으니까 비교하기 좋은 대상인 것 같은데

일본하고 우리는 자주 비교할 만하다. 일본은 정부 예산이나 관련 부분에서 우리보다 훨씬 많은 비용을 쓰고 있다. 연금과 자립지원법 같은 제도적인 것과, 그 이외의 국가적 서비스를 다양하게 시행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복지 수준 자체는 우리보다 높다.

그런 대신에 일본에는 아직 권리 개념이 들어오지 못했다. 그런 단점이 있지만, 그래도 정부가 시혜적인 차원에서 시행하는 다양한 서비스는 우리가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가 아직까지는 거기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 지금 일본의 예를 잘 말씀해 주셨는데 우리나라도 그런 것 같다. 장애인을 위한 여러 법 제정 및 시행으로 인해 법적으로는 권리가 어느 정도 보장된 것 같은데, 그런데도 장애인들한테 실제적으로 와 닿는 게 별로 없다는 얘기가 계속 나온다

법이라고 하는 게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진 않는다. 법이 있으면서 사례 같은 게 필요하고, 법원에 가서 소송도 하면서 사회적 관심도의 규모가 커져야 한다. 그런 과정 속에서 국민들한테 전파가 되어 나아가야 피부에 와 닿는 거지, 법 하나를 툭 만들어놓아도 국민들 대부분은 그런 법이 있는지도 모르는 게 현실 아닌가.

장애인 사회 역시 일정한 법만 통과가 되면 모든 것이 단번에 확 바뀔 거라 기대하고 있지만, 법이라는 존재와 생리는 그런 게 아니다. 다시 말해서 법이라는 건 기본적인 틀을 갖추어놓는 행위이다. 그 틀을 이용해서 편의와 권익의 범위를 넓혀나가는 건 그 다음의 과제가 되는 것이다.

▶ 결국 최대 관건은 소득보장이 아닌가 싶다. 그게 피부에 와 닿는 궁극적인 잣대가 될 것 같다

그렇다. 소득보장이 제일 중요하다. 소득보장이 되어야 하는데, 그것 역시 결국엔 예산 문제와 연결된다는 게 화두로 남는다.

   
▲ ⓒ채지민 객원기자
▶ 정부의 그런 정책을 연구하고 제안하는 곳이 바로 여기 보사연이라고 알고 있다. 지금은 추진 방향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보건복지가족부와 토론회를 하고 언론에 발표도 하며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내년 시행을 위해 준비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고, 우리 또한 실제로 준비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역시 예산이 제일 중요하다. 아무리 준비가 잘 되어 있어도 예산이 확보 안 되면 안 되니까, 지금 현재 사각지대에 있는 장애인들에게 실질적 도움이 될 제도 도입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 그런데 정부의 방침은 소득이 낮은 장애인들을 우선한다는 얘기로 들린다

정부는 그렇게 갈 수밖에 없다. 정부 차원에서는 저소득 장애인들에게 우선적으로 혜택이 가게 해야 된다. 소득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국민들을 설득하기가 참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 하지만 장애인들 입장에서는 전체 장애인에게 혜택이 가는 걸 원하고 주장하는 현실이다. 일본 같은 경우는 전체 장애인들에게 주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나도 그렇게 알고 있다. 물론 그것도 소득 수준에 따라 액수가 조금씩 다르다. 일본은 1986년 전후로 그 제도를 도입했던 걸로 기억된다. 당시 일본은 경제가 굉장히 좋았을 때다. 국가적으로 엄청난 호황이었고, 쉬운 말로 돈이 남아도는 시기가 바로 그때였다.

그러다가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불황의 10년에 빠져버렸다. 장애연금을 도입할 당시는 경제거품이 터지기 바로 직전이었다. 가시적으로 자금이 넘쳐나던 시절이었기에, 일본의 경우는 기초장애연금을 전체 장애인 대상으로 하는 게 가능했을 것이다.

▶ 우리나라는 지금 상당히 안 좋은 상황인데, 부정적 영향이 생겨나지 않을까 우려된다

그렇기에 예산 문제가 자꾸 언급되는 것이다. 정부는 경제위기 때문에 예산을 삭감하려고 하는 입장에 있다. 그래서 각 기업이나 정부부처한테도 인건비 삭감 등을 요구하는 것이다. 전반적으로 지금 상황이 안 좋은 건 사실이다. 그래도 워낙 이 분야가 중요한 정책이기 때문에, 정부로서는 계획대로 추진하지 않을까 전망하고 있다.

▶ 장애인 연구 분야에 오래 계셨으니까, 개인적으로 고민하는 부분을 질문 드리고 싶다. 일자리에 대한 사항인데, 장애인의 일자리 해결을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정부측 언급이 명확하지가 않다

일자리는 굉장히 아니, 가장 중요하다. 내가 독일에 갔을 때 우리 식으로 얘기한다면 보호작업장 같은 곳을 갔던 적이 있었다. 한눈에 보더라도 굉장히 중증인데도, 혼자서는 아무것도 하기 힘들 정도의 중증인데도 열심히 일을 하는 장애인들을 봤다. 거기서 일을 하면 비록 낮은 금액이지만 임금을 받고, 또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고 연금을 받는 것까지 전체적으로 합치면 소득이 높아지는 시스템이었다.

▶ 노동에 대한 임금과 정부의 지원, 거기에 연금까지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시스템은 신선한 예가 되는 것 같다

그래서 나의 의견 또한 마찬가지다. 일이라고 하는 건 나이가 많아지고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는 연령이 되는 게 아닌 한, 젊은 장애인들은 일을 해야 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물론 우리나라의 장애인들이 일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가 신체적으로 힘든 것도 있지만, 인적자본이라고 할 수 있는 일반교육과 평생교육이 안 됐기 때문인 경우도 많다고 본다.

 ▶ 재가(在家) 장애인의 경우 교육과 사회 활동 측면에서 거의 격리된 생활을 해왔기 때문에 어려운 점이 많다. 그 문제는 보사연에서 정책 연구를 할 때도 중요하게 다뤄 주시면 좋겠다

많은 분들이 잘 알고 계시는 서울대학교 이상묵 교수님의 경우는 그 분이 장애를 입기 전에 이미 교육을 충분히 받은 상태였고, 연구 및 교육 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기 때문에 지금도 아주 왕성한 연구를 하고 계신다. 다른 장애인들도 그렇게 사회적 활동을 할 수 있을 만큼의 환경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성에 맞는 교육이나 훈련을 통해서 능력을 갖추고 역량을 키워야 한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문제로 남는 건 지적장애인과 발달장애인의 경우이다. 일정 부분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지만, 이 분들한테 평생 동안 노동에서 예외가 되라고 얘기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그러니까 그 분들에게 맞는, 물론 이 대목에서는 함부로 잣대를 갖다 댈 수 없는 현실적 문제가 분명히 존재하지만, 그 분들에게 맞는 그 어떤 직업을 찾고 만들어서 함께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월급이 얼마다 하는 부분을 떠나서라도, 결국 사람은 일을 통해서 실현시킬 수 있는 가치가 매우 크기 때문에 간과해선 안 될 중요한 사항이라고 판단한다.

▶ 그런데 시장에서 문제점으로 지적하는 건 경쟁력 문제와 생산성 문제, 이런 걸 들고 나오지 않겠나. 조금 전 독일의 예를 말씀하셨지만, 투명하고 안전망이 될 보호 장치가 어느 정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 주위의 복지관을 가보면 중증장애인들이 일을 하고 있다. 월급이 미미한 수준이라는 건 이미 알고 있다. 그런데 그 분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상대적으로 자신들이 행복한 케이스라는 얘기를 자주 한다. 그 말에 내포된 뜻이 뭔가. 복지관과 같은 곳에서는 더 많은 일을 벌여야 한다.

지금 이 시간에도 전국의 중증장애인 대부분은 집 또는 시설 안에서 외출도 없이 지내고 있을 것이다. 복지관이든 종교 시설이든 국가의 지원이든 무엇이든 간에, 이들을 사회 속으로 나오게 만들어야 한다. 아주 작은 몸짓이라도 일을 하게 만들어줘야 한다. 함께 일을 한다는 건 일을 통해서 사회성이 길러진다는 의미가 된다. 사회성이 길러지면 삶의 보람 또한 느끼게 되는 긍정적 상승효과가 분명히 발생하게 되기 때문이다.

▶ <함께걸음>에서 집중적으로 취재하고 판단하며 결론내리는 내용 또한 마찬가지다. 집과 시설의 문을 열고 사회로 나오게 만들자는 것이다. 그렇게 실천하기 위한 실질적 방법론을 제시하고 실행에 옮겨도, 장애인들의 닫혀 있는 문을 열기엔 아직까지도 어려움이 많다. 물론 그 문을 굳게 닫고 있는 건 장애인 당사자가 아닌, 시설의 책임자와 가족의 일원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의 복지관 숫자가 얼마 안 된다. 전국적으로 160곳 내외인 걸로 아는데, 복지관 숫자가 적고 직업재활시설도 적다 보니 발생하는 문제는 뻔하다. 받아들일 만한 장애인을 입맛에 맞게 선별해서 받아들인다는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하는 것이다. 정부가 앞장서서 장애인들을 위한 직업재활센터를 신속하게 확충하고 늘여야 한다는 건 정말 중요한 당면과제이다. 

   
▲ ⓒ채지민 객원기자

▶ 답답한 우리의 현실을 되짚어볼 만한 외국의 사례 같은 게 혹시 있는지 궁금하다

가까운 일본의 예로 충분할 것 같다. 일본 역시도 얼마 전까지는 생활시설 안에다가 직업재활시설을 만들어놓고 운영했다. 시설의 장애인들을 그 안에서만 머물게 했다는 건데, 지금은 이 틀을 깼다고 듣고 있다. 시설에서는 개인 생활만 하고, 일을 하는 작업장을 시설 외부로 옮겼다는 거다. 그래서 작업장까지 버스를 타고 가든지, 다른 수단을 이용하든지 하게 만들어서 일과 개인 생활을 분리하게 했다는 점은 우리에게 많은 걸 시사해 준다.

▶ 굉장히 좋은 경우를 듣게 된 것 같다. 우리가 줄기차게 원하며 주장했던 걸 이미 실천하고 있다는 게 아닌가. 그런데 일본의 경우는 그 사회적 비용 증가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가

비용이 훨씬 많이 드는 건 당연한 사실이다. 더 들지만 정부가 장애인들한테 투자해야 하는 게 바로 이런 부분 아닌가. 비장애와 마찬가지로 출퇴근을 한다는 것에 대한 의미는 간단하면서도 분명하다. 세상과 함께 한다는 것이다. 출근할 때 오가는 사람들과 수많은 거리의 모습을 보고, 퇴근할 때도 이 세상의 움직임 속에 직접 머무르면서 자신의 공간으로 되돌아간다는 거다. 이게 바로 진정한 ‘정상화’의 개념이다.

▶ 보사연 존재 자체가 정부가 하는 일의 밑그림을 완성하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인 국책기관이라고 알고 있다. 새 정부가 들어서고 일정한 시간이 지났는데, 정책적인 측면에서 지금의 장애인 복지에 대해선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

현 정부의 기조 자체도 일자리 창출이다. 장애인 문제 역시 도 그 방향에 가장 많은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냉정하게 판단해야 할 부분이 있다. 일자리라고 하는 것은 크게 봐서 ‘근로능력이 있느냐, 근로능력이 없느냐’에 따라 전혀 다르게 나눠진다. 그래서 이러한 근로능력 부분을 우리가 매우 깊게 중시하는데, 이것도 굉장히 주관적인 개념이다.

비장애 입장이라는 가정 하에 봤을 때, 지금 이 자리에 안 계신 분을 자꾸 예로 들며 언급해서 정말 죄송한데…, 이상묵 교수님의 경우 과연 근로능력이 있는가? 우리가 단순판단으로 봤을 때는 그런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 분은 그 누구보다도 왕성한 생산적 근로 활동을 하고 계신다. 굉장히 높은 수준의 근로를 하시고, 비장애와 차별점마저 없는 연구를 진행하고 계신다.

바로 이 부분에서 근로능력이 있고 없다는 유무판정을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가에 대한 화두와 딜레마가 형성되는 것이다.

▶ 가능한 한 많은 분들한테 일자리 창출이 이뤄지는 게 궁극적인 복지로 승화될 것이다. 그런데 일자리와 관련해서 구체적으로 나온 게 없지 않은가. 무슨 특별한 대책이라도 존재하고 있는 건지 궁금하고 또한 답답하다.

지금까지는 사회 시스템적인 일자리들, 그런 일자리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임금이 얼마 되지 않는다 해도, 그렇게라도 해서 많이 나오게 하는 장치인 셈이다. 물론 더 많은 투자가 이뤄지고 진행되어야 하겠지만, 실내에 머무르는 장애인들을 나오게 만들고 지역사회 안에서 직접 생활하게 함으로써, 스스로의 역량이 개발되게끔 이끌어야 하는 게 이 사회의 의무과제이다.

역량이라는 건 가만히 있으면 아무것도 개발되지 않는 것이다. 장애인들도 지속적으로 역량을 개발해서, 자기 스스로를 개발해야 하고 주위에서도 그렇게 되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 말이 나온 김에 질문을 드리겠다. 장애등급 재판정에 대해서 보사연에서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정말 많은 장애인들이 초미의 관심사를 보이고 있는 대목이라서, 거기에 대한 진솔한 답변 내지는 견해를 듣고 싶다

재판정이라는 것의 키워드가 바로 근로능력이라고 나는 판단을 한다. 현행의 의학적인 장애판정기준이 아닌, 새로운 기준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지금껏 진행해 왔던 건 의학적인 판단에 따른 손상의 정도를 가지고 결정을 했었다. 그런데 신체적인 손상만 가지고는 근로능력하고 올바른 연결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할 필요가 있는 시점이 된 것이다.

▶ 그게 어떻게 구체화가 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새로운 판정 기준에 대해 상당한 후폭풍과 반작용도 뒤따를 거라 예상되는데, 조금 전까지 예로 언급했던 이상묵 교수님의 경우는 그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그 분을 지금의 기준으로 본다면, 신체적 손상이 최중증으로 판정이 된다. 앞으로는 근로능력과 관련된 측면으로 판단하면서, 장애를 갖게 된 분의 사전교육이라든지 잔존능력이라든지, 이런 걸 추가로 참조하게 된다고 보시면 될 것 같다.

▶ 그럼 지금의 판정 기준과 구체적으로 어떻게 달라진다는 건가

그건 장기적인 과제이다. 일단은 지금 우리 연구원과 의학회하고 컨소시엄 형태로 진행하고 있는데, 의학회 쪽에서는 장애유형 간의 형평성 문제를 주로 거론한다. 예를 든다면, 청각장애인이 두 귀 모두 안 들린다 해도 판정으로는 1급이 없다. 그런데 시각장애인의 경우는 1급이 있다는 말이다. 그런 형평성 측면에서 신체를 보는 기준에 대해 미국의 의학판정기준을 참조하면서, 우리의 의학판정기준을 만들어내는 작업을 지금 진행하고 있다.

이건 굉장히 장기적인 과제이다. 1년 2년 사이에 확 바뀌기도 어렵고, 현재의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우리나라 장애인 복지정책의 틀 자체를 단번에 근본부터 바꾼다는 건 엄청난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 ⓒ채지민 객원기자
▶ 장애판정을 내리는 기준에 대해서도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시는가

지금의 장애판정시스템이 매우 불합리하다는 건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실 것이다. 장애유형과 형평성 문제라든지, 또한 판정시스템 상으로 볼 때는 의사가 자기 혼자 판정해 버리면 끝나는 그런 시스템인 게 현재의 모습이다. 그러다 보니까 객관적으로 걸러주는 데가 없게 된다. 결국 환자 또는 장애인이 심하게 요구를 하면, 장애등급이 더 높은 걸로 바뀌는 게 가능하다는 현실을 초래한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잘못된 오류가 나오는 건 당연한 일이다.

▶ 그런 시스템 상의 오류를 고치자는 게 가장 큰 판단의 기준이 되는가

그래서 도입되는 게 근로능력의 적합유무이다. 그래야 장애연금을 줄 때, 한 개인의 근로능력이 있는지 없는지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단순히 소득수준만 가지고 결정하는 것보다는, 보다 합리적인 기준으로 이런 제도를 실행하는 게 올바른 판단법이라고 본다. 외국에서는 이미 다 그런 과정을 거치며 판단과 결론을 내리고 있다.

▶ 근로능력이라는 걸 구체적으로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 건가

학력 같은 부분도 일부분 고려대상이 될 수도 있지만, 우선적으로 크고 간단하게 말씀드린다면 어떤 일을 할 능력이 있는 건지를 판단해야 한다는 거다. 어떤 일을 할 수 있는가. 중도장애를 예로 든다면, 과거 장애를 입기 전 자기가 했던 일을 할 수가 있는가. 그게 만약 안 된다면, 지금은 어떤 일이라도 할 수 있는가. 이와 같이 기준 자체를 일할 능력으로 심플하게 구분하며 판단하자는 거다.

또 다른 예를 들어 언급한다면, 휠체어를 타시는 분들 같은 경우에 손이 괜찮으면 이런 분들은 근로능력이 굉장히 높다고 나는 본다. 그런데 그런 분들이 휠체어를 타고 있기 때문에, 등급 상으로는 최중증인 1급으로 되어 있다. 그런 분들이 ‘앞으로는 일 안 하고 수급만 하겠다’ 하는 건 좀 불합리한 게 아닌가, 그런 측면에서 지금 검토 과정에 있는 거다.

▶ 그런데 전체 장애인들을 재판정한다는 게, 그게 예산부터 보통이 아닐 것 같은데 실제로 추진할 건가

그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 같다. 연금 수급 등 사회적 서비스가 꼭 필요한 분들을 우선으로 하여 한 단계씩 재판정을 해야지, 전체 장애인들을 모두 재판정한다는 건 불가능이고 말 자체가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장애연금은 어차피 도입하게 될 테니까, 연금 도입 시점에 맞춰서 적정하고 합리적인 판단과 후속조치들이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 그럼 앞으로 남은 건 정확한 판정을 우선하겠다는 건가

그렇다. 장애에 대한 판정이 보다 정확하게 된다면, 그래서 그 사람에게 맞는 욕구들이 서비스로 주어지게 된다면, 국민들도 장애인 복지에 투자하는 비용에 대해 반발을 안 하실 거라 생각한다.

그런데 극소수의 적은 숫자이지만, 가짜 장애인이라든지 이런 일들이 발생하는 게 국민들의 의식 속에는 자신의 세금 낭비를 떠올리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그런 오해의 파급이 결국 어떻게 전개되는지는 자명한 일이다. 장애인 복지 예산이 제대로 늘어날 방법마저 없어지는 결과를 낳게 되는 게 아닌가.

 그런 인식들이 바뀌는 게 바로 본질적인 장애인식개선이 될 수가 있다. 그래서 내가 강조하는 가장 중요한 사항은 정확한 판정이다.

   
▲ ⓒ채지민 객원기자

▶ 그러한 변화를 말씀하셨는데, 장애인 등록 인구가 이렇게 갑자기 늘어날 줄은 우리 또한 예상치 못했다. 그만큼 인식이 좋아졌다는 반증도 되겠지만, 현실적으로 그만큼 사회적 혜택이 있다는 걸 의미하는 게 아닌가

당연히 혜택이 있다고 생각을 하게 된 거다. 보편적 복지가 도입됐던 게 바로 LPG 정책이었다. 그게 가장 큰 계기를 마련했다고 볼 수가 있다. 가족한테까지 혜택이 돌아가게 하지 않았던가.

그런 보편적 복지가 실행됨으로써 장애인 등록 숫자가 획기적으로 늘어나게 됐고, 그 이외에도 각종 세금 감면·통신료 감면·교통비용 감면과 같은 메리트가 이어지니까, 그동안 무관심했던 가족들이 자꾸만 등록을 하도록 만든 원동력이 된 것이다.

물론 엄밀히 따지고 본다면 그 혜택은 가족들에게 더 많이 돌아가고 있지만, 복지 서비스가 이만큼 나아졌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거다. 서비스 수준이 낮다고 하면 누가 등록을 하려 하겠는가.

▶ 오늘 정말 좋은 말씀 많이 들었다. 장애인 정책의 흐름을 십 년 넘게 관찰하신 박사님이 보시기에, 우리나라의 장애인 복지가 제대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시는지를 마지막으로 여쭙고 싶다

미약하지만 나는 제대로 가고 있다고 본다. 지금처럼 이렇게 가야지, 한꺼번에 혁신적으로는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예를 들어서 미국의 케네디 대통령의 가족 케이스(註 : 대통령 동생이 장애인였음) 같은 게 있다면 모를까. 그렇다면 장애인에 대한 관심이 확 좋아지지 않겠나. 현실적으로는 그런 계기 같은 게 필요하다는 것 또한 사실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영향의 결론은 항상 미흡하게 끝나버리는 특징이 있다. 한 걸음 한 걸음이라도 조금씩 나아가는 게 발전이 되는 거다. 물론 단번에 다 좋아지는 것 이상 확실한 게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제도라는 것, 사회라는 것은 단번에 바뀌는 걸 받아들이지 않는 시간적 과정을 요구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작성자채지민 객원기자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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