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동적 복지국가는 국민의 요구이자 선택이다 > 함께 하는 세상


역동적 복지국가는 국민의 요구이자 선택이다

[만난사람]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 이상이 제주대 의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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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불안, 보육 및 교육 불안, 주거 불안, 노후 불안, 건강 및 의료 불안’ - 이것이 ‘민생의 5대 불안’이라고 강조하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메아리친다. 현재 사회생활을 하고 있거나 해야 할 성인의 입장이라면, ‘5대 불안’의 틀 안에 예외조항이 없다는 냉혹한 현실을 재확인하게 된다. 여기에 추가돼야 할 심각한 사항 또한 몇 가지가 남아 있다. 사회적 약자들, 특히 생존권 차원의 제도 확립과 이동권 보장 같은 내용은 반드시 추가돼야 할 과제임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2010년 현 시점에서 대한민국의 대다수 구성원인 서민들은 ‘5대 불안’이 아니라, ‘민생의 7대 불안’ 내지 ‘10대 불안’의 테두리 안에서 숨 막히게 신음하며 절망하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완연한 봄이 마땅한데도 폭설이 쏟아지고 저온(低溫)의 큰 피해가 발생하는 건, 낮이 가장 길다는 하지(夏至)를 불과 50여 일 앞둔 이 땅의 정치경제사회 현실을 대변하는 거울과도 같이 느껴진다. 현 정부를 이끌고 있다는 ‘자칭’ ‘타칭’ 핵심인물들, 그들은 사회적 약자로서 힘겨워하는 국민들의 현실을 단 한 번이라도 눈여겨 본 적이 있을까? 사회적 약자들의 눈높이가 뭔지 아느냐고, 또한 장애인들이 처한 극한의 좌절감이 어떤 상황인지를 알고 있느냐 묻고 싶은 건 비단 개인만의 의문사항이 아닐 것이다.

공허한 문답을 나누기엔 이미 남겨진 시간마저 촉박한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단도직입적인 해결책과 그 대안을 찾아내고자, 사단법인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이자 제주대학교 의과대학 의료관리학교실 주임교수인 이상이 박사를 만났다. 이젠 실질적인 대답이 필요한 시점이 됐고, 남겨진 시간이 거의 없다는 것 - 이번 대화의 시급성은 우리 모두의 숨 막힘과 같은 의미를 남긴다.

   
▲복지국가 소사이어티 공동대표 이상이 교수 ⓒ채지민 객원기자
- 역동적 복지국가 도입을 위한 교수님의 적극적 활동에 독자 여러분들을 대신하며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우리 사회에서 무상급식이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데, 그렇게 될 수밖에 없던 이유 같은 게 있었는지를 먼저 여쭙고 싶다
“과거에는 무상급식이라는 걸 국민들이 굳이 요구해야 하는지를 미처 몰랐다. 무상급식을 국가나 지방정부에게 요구할 수 있는지, 그 자체를 국민들이 모르고 있었다는 의미가 된다. 다시 말해서 그것이 ‘자기 권리다!’ ‘국민의 당당한 요구이다!’라는 사실을 모르며 지내왔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국민은 우연한 기회를 통해 그 권리의 존재를 깨닫게 됐다.”

- 우연한 기회라는 게 어떤 걸 의미하는가
“가깝게 본다면 김상곤 경기교육감의 등장 덕택이다. 그가 경기도 내에 있는 모든 초등학생들과 중학생들한테 2012년까지 무상급식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가난한 학생이나 부자 집안 학생 가리지 않고, 모든 학생들을 위한 무상급식을 공약했던 것이다. 이것이 본질적인 보편적 급식이고 보편적 복지인데, 그 누구도 편을 나누지 않고 그 혜택을 똑같이 공유하도록 만들겠다고 선언했던 바 있다.”

“‘선별적 복지’라는 건 누구와 누구를 가려내겠다는 것 아닌가. 자산이나 소득을 엄격하게 조사해서, 아주 가난한 사람들을 따로 골라내며 선별하겠다는 게 선별적 복지의 전제가 된다. 그렇게 골라낸 사람들한테만 복지를 주겠다는 것에 반해서, 모든 국민들에게 보편적인 복지를 공평하게 나누겠다는 거, 사실 이것이 본질적인 복지의 정의가 아니겠는가.”

- 그 공약이 획기적으로 들렸다는 건, 역설적으로 우리에게 당연하게 제시돼야 할 권리가 부재(不在) 중이었다는 반증이 아닐까 싶다. 그 공약과 추진이 경기도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던 건 분명하게 인정해야 할 일이라고 본다
“국민들은 처음엔 그게 무슨 소리인가 하며, 그 실제 의미를 몰랐을 것이다. 왜 몰랐느냐 하면, ‘복지’라는 건 원래 가난한 사람들한테만 주는 걸로 우리의 인식에 주입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모든 국민들에게 복지혜택을 나누겠다고 하니까, 다소 어리둥절했던 면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 공약이 일순간 전체 사회의 쟁점으로 부각되지 않았던가.”

- 정말 놀라운 일이었던 게 맞다. 전국적인 쟁점이 되면서, 무상급식을 보편적 방식으로 확대해 나가겠다는 공약이 서민들 가슴에 직접 와 닿는 호소력으로 작용했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경기도의회와 현직 도지사가 절대적인 반대를 들고 나왔다. 모든 사람들에게 밥을 공짜로 주는 거, 그게 사회주의적인 게 아니냐고 공격하거나 ‘포플리즘’이라는 용어까지 덧붙이지 않았나. 거기에 ‘좌파’라는 단어까지 더하며 ‘좌파포플리즘’이라 몰아가고 공격하면서 예산 전액을 삭감해버렸는데, 이런 식으로 대립구도를 형성하다 보니 민심의 이반이 드러나게 된 것이다.”

- 그런 대립과정을 통해 우리 국민이 깨닫게 된 건 무엇이라 평가하시는가
“대립하는 두 의견이 첨예하게 부딪치면서 쟁점을 형성하게 됐고, 우리 국민들은 그 쟁점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알게 됐다는 게 중요하다. 국민은 최후의 심판자이기에, 누가 옳은가를 판단하며 살아가게 된다. 그런 국민이 누구 편을 들었는가? 이미 밝혀진 바와 같이 김상곤 교육감을 압도적인 표차로 선택했다. 왜 그랬던 걸까? 과거에는 아주 가난한 소수의 사람들만 복지의 혜택을 받는 걸로 인식되어 왔다. 일반 국민은 국가에게 어떤 복지든 요구할 권리가 없는 줄 알며 살아왔다. 그런데 김상곤 교육감의 문제제기로 인해 ‘본질’이 무엇인지를 알게 된 거다. 그래서 지금 국민은 공통의 요구를 확고한 신념으로 갖게 됐다. 우리한테도 똑같은 복지를 달라고 말이다.”

   
▲ ⓒ채지민 객원기자
- 그렇다면 이 흐름을 보편적 복지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는 건가?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이는 게 옳은지 알고 싶다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게 맞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보편적 복지라고 얘기할 만한 건, 국민의 97%를 포괄하고 있는 기존의 국민건강보험 정도가 그나마 보편적이었다. 기초생활수급자들에게 3%의 의료보호제도가 별도로 시행되고 있으니까, 표면적으로는 100% 국민이 의료보장제도의 틀 안에 있다는 보편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것 자체도 큰 결함이 있다는 게 사실이다. 아시는 바와 같이 치료비를 100% 무료로 해주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환자가 부담해야 할 치료비 비중이 전체 의료비의 38% 정도 되는 게 현실이 아닌가.”

- 환자 본인 부담금이 38%나 된다는 건가? 그동안 진료비를 지불할 때마다 그 부분은 심각하게 헤아리지 못했던 것 같다
“건강보험으로 해결하는 건 62% 내외가 전부이다. 그러니까 아직도 그만큼 부족하다는 반증이 된다. 하지만 보편주의 자체의 틀로 본다면 그나마 갖춰놓은 건 맞는데, 그걸 제외하면 다른 것이 없다는 게 문제가 된다. 만약에 무상급식이 전국적으로 시행된다면, 복지 차원의 실질적 보편주의가 달성되는 첫 번째 단초가 될 것이다. 가난한 아이, 중산층 아이, 부잣집 아이 가릴 것 없이 하나의 사회적 권리로써 무상급식권을 전면적으로 보장하는 것, 이것이 바로 국가가 책임져야 할 최우선의 기본정책 아닌가.”

- 그렇다면 무상급식 다음의 보편적 복지는 무엇이 우선되어야 하는가. 개인적으로는 보육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교수님 의견은 어떠신지 함께 듣고 싶다
“그렇다. 보육이 그 다음으로 중요한 과제가 된다. 보육 자체도 보편적 보육으로 가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의 보육은 가난한 집안 애들, 빈곤한 서민 계층에게 보육료 일부를 정부가 보태주는 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걸 ‘차등보육료지원’이라고 말하는데, 그런 방식이 바로 현 정부의 대표적인 선별주의 정책이라 말할 수 있겠다.”

- 그런데 무상급식이 이렇게 큰 호응을 받는 이유 중 하나가, 국민의 삶이 너무 힘들어져서 그 대안을 찾고 요구하려는 실질적 몸부림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아주 예리한 질문을 하셨다. 바로 그 부분이다. 무상급식이 왜 지금 각광을 받고 있느냐에 대해, 나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본다. 앞서 언급한 대로 국민의 권리인데도 그걸 모르고 있었다는 거, 그걸 알게 됐기 때문에 이제는 사회권적 기본권으로써 보편적 복지를 달라고 요구한다는 게 첫 번째 이유이고, 또 하나는 지극히 현실적인 대목으로 드러난다. 사실 우리 국민, 특히 중산층 서민들이 여유롭게 잘 살고 있다면 5만원 남짓, 비싸야 7만원 하는 그 급식비가 뭐 그리 부담되느냐 하며 절절하게 목을 맬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지금은 그 돈도 아쉬워진 거다. 우리 서민들이 5만원에서 7만원 지출해야 하는 그 액수 자체마저도 힘겹고 아쉬워졌다는 뜻이다.”

- 사회현상 모든 부분에서 양극화 문제가 항상 대두되는데, 얼마나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수치상으로 말씀해 주실 수 있는가
“우리가 과거에 한때 잘 살 때는 중산층 비중이 전체 국민의 70%까지 갔던 적이 있었다. 우리 국민의 70%가 중산층으로 분류되던 시절이 불과 얼마 전까지 있었다는 뜻이다. 지금은 55% 수준이다. 중산층이 확 줄어들었다. 그렇다면 그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는가. 물론 아주 극소수는 부자가 됐을지 모르겠지만, 대부분 밑으로 떨어지며 가난한 사람으로 추락해버린 게 현실이다. 그렇게 우리 사회의 중간지대가 점점 더 좁아지면서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데, 중산층에서 가난으로 내밀려간 서민들의 숫자가 그만큼 많다는 건 중요하고도 심각한 문제가 된다.”

- 국민의 15%가 단기간에 계층 간의 이동을 했다는 건 정말 심각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양극화가 그만큼이나 가시적으로 벌어지며 심화됐다는 의미인가
“그렇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잔여적 복지(註:신자유주의 양극화 성장체제의 부작용 또는 그 부산물을, 사회정책과 복지의 공여를 통해 ‘사후적’으로 치유하는 복지정책)’에 의하면 국민기초생활보장은 3%의 국민에게만 주고 있고, 무상급식은 현재 10% 아이들한테만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가난한 국민은 50%가 넘는다. 현실이 그렇기에 중산층에 해당되는 사람들도 사실은 5만원 10만원 자체가 아쉽게 된 거다. 그래서 사회 전반적인 경제적 양극화 때문에 보편적 복지에 대한 서민과 중산층의 수요가 커졌고, 이것이 바로 무상급식으로 대표되는 보편적 복지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된 계기가 됐다고 본다.”

- 그렇다면 앞으로 그 요구를 막을 순 없는 거 아닌가. 정치권에서 아무리 포플리즘이니 대중영합주의니 뭐라 해도, 결국 막지 못할 게 앞으로의 과정이라고 보는데
“국민의 요구는 못 막는다. 나는 그걸 확신한다. 정말 들불처럼 그 요구가 번져올 것이다. 왜냐? 국민이 원하면 거기에 반응해야 하는 것이 정치 아닌가. 정치권 일각의 보수층에서 아무리 ‘야, 너희들은 좌파야!’ ‘너희 서민들 주장은 포플리즘이야!’ 이렇게 폄하하더라도, 국민들이 ‘그건 우리의 권리다!’ ‘우리의 보편적 권리를 요구하는 거니까, 그 권리를 충족시켜 달라!’ 외치는데 정치권이 그걸 어떻게 막겠는가. 이 욕구는 점점 더 확대될 수밖에 없는 기본권의 문제인 것이다.”

- 그렇게 된다면 사람들이 가장 흔히 제기하는 문제처럼 재원문제를 고려해야 할 텐데 그 가능성은 어떻게 보시는지, 또한 재원마련에 대한 대안 같은 걸 생각하신 게 있는지 듣고 싶다
“당연히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데, 사회운동이 필요하다는 반증은 바로 이 대목에서 드러난다. 사회운동이 필요하고 정치권을 움직여야 한다. 정치를 움직이는 힘은 어디에 있는가. 유권자 운동에 있다. 유권자 운동으로 국민 다수가 원하면 정치를 움직이게 되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절반은 소득수준이 낮거나 소득이 아예 없기 때문에, 근로소득세든 사업소득세든 간에 직접세로써의 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고 있다. 낼 돈도 없다는 게 현실의 모습이자 상황일 것이다. (註 : 개별적 물건 구입에 포함되는 간접세를 제외한, 직접소득에 부과되는 소득세는 개인 소득이 국가가 제시하는 일정수준을 넘어야 부과함.)”

“그럼 소득세를 내는 국민은 얼마인가. 전체 국민의 50%, 그러니까 50%의 국민이 자기 소득 수준에 맞게끔 세금을 더 내야 한다. 그러면 아주 부유한 사람들이 세금을 많이 내게 될 것이고, 재원마련에 필요한 대부분의 자금은 여유가 많고 고소득인 사람들이 내도록 틀이 갖춰질 것이다. 거기에 덧붙여서 일정한 소득이 있는 사람들 또한 부분적이라도 십시일반의 돈을 내야 한다. 그리고 요구하는 거다. 뭘 요구하느냐? 보편적 복지를 요구하는 건데, 그 복지는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나 똑같이 누리게 된다. 중산층에게도 크게 도움이 된다. 왜냐하면 뭔가가 잘못되더라도 보편적 복지로 도와주면 되니까, 삶에 안정감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 우리가 기본적으로 우리 복지에 대한 현주소를 찾아나가야 할 것 같다. 우리나라 복지에 사용되는 전체 금액이 얼마인지, 우리 국민의 1년 총 소득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몇 %가 사회복지에 사용되고 있는지 알고 싶다
“우리나라는 지금 7.5% 정도 된다. 겨우 7.5%만 사회복지에 돈을 쓰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현 정부가 매번 자랑스럽게 강조하는 게,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되어 있다는 점 아닌가. 그럼 OECD 평균은 얼마인가. 20% 정도 된다. 프랑스와 같은 선진국들은 GDP의 25%를 쓰고, 북유럽의 복지국가인 스웨덴은 28%를 사용하고 있다. 우리는 얼마라고 했는가. 7.5%밖에 안 된다고 했다. 결국 선진국들에 비교하면 4분의 1밖에 안 되고, OECD 평균에 비교하더라도 3분의 1 수준밖에 안 되는 거다.”

“우리의 복지비용이 이렇게 적다. 그러니까 보편적 복지에 쓸 돈이 없게 되고, 시혜적인 선별적 복지 차원에 머무를 뿐이다. 국민이 세금으로 돈을 냈는데, 이 돈을 가지고 아주 가난한 사람들한테만 쓰고 나머지 전체 국민의 복지를 위해 쓸 돈이 없다 하면, 세금을 내야 할 대다수 국민이 세금을 내고 싶겠나? 당연히 안 내고 싶어지는 거다.”

- 그렇다면 어느 면으로 보나 이번 무상급식에서 희망을 볼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다. 그게 정착된다면 국민 전체가 보편적 복지에 아주 큰 관심을 갖게 될 것 같은데
“바로 그 점이 중요하다. 국가와 지방정부는 국민 모두에게 희망을 줘야 한다. ‘아, 이런 복지라는 걸 국가가 국민을 위해 주는 것이구나!’ 이걸 국민이 경험해 봐야 한다. 경험이 굉장히 중요한 건데, 우리는 국가로부터 복지를 받아본 경험이라곤 초등학교 중학교 의무교육 학비를 대주는 것밖에 없었다. 그런데 국민은 그걸 별로 고마워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국가가 자기 필요에 의해 하는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자식을 군대 보내고 군대에서 하루 세끼 밥 주는 걸 고마워하는 국민이 누가 있는가. 차라리 군대를 안 가는 게 낫다고 판단하며 편법을 동원하는 까닭은, 도대체 국가가 국민에게 뭐든 해준 게 없다는 인식이 깊게 자리 잡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 ⓒ채지민 객원기자
- 교수님도 잘 아시는 사항이겠지만, 최근 들어 장애인들이 굉장히 힘들어졌다는 게 두드러질 만큼 눈에 띄고 있다. 기초복지비용을 줄이려고 장애판정을 다시 하라고 하지 않나, 이름만 바꾼 변칙적인 연금이나 수당 실시 때문에 특히 중증장애인들이 굉장히 힘든 현실에 내몰리고 있다. 이런 끔찍한 일들이 현 정부 들어서 최소한의 소통조차 없이 벌어지고 있는 이유를 장애인들한테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는가
“이명박 정부가 사실은 돈이 없어서 그러는 거다. 실제로 돈이 없는데, 부자감세를 너무 크게 했기 때문에 초래한 사태이다. 부자들을 위해서 너무 무모한 감세를 감행하지 않았나. 현 정부 5년 동안 90조원을 감세했다. 이렇게 감세를 크게 해놓고 보니까, 자기네들도 지금 겁이 난 것이다. 그래서 법인세 등의 감세를 일부 유예해놓았다. 원래 90조원 적자가 나도록 되어 있던 걸 70조원에서 75조원 정도로 줄어놓았다. 5년 동안 국고로 걷어야 할 이 엄청난 돈을 감세라는 이름으로 공중에 날려버렸다.”

“지금 또 4대강 개발한다고 20조에서 25조의 돈이 사라지게 되어 있다. 이걸 합치면 사실상 이명박정부 기간 동안 100조원의 돈이 없어져 버리는 결과를 낳게 된다. 경제가 어려워서 세금은 적게 걷히게 되어 있고, 100조원은 공중으로 날아가버렸고, 그렇다면 그 만큼의 빈 자리를 어디에서 줄여서 채워야 하는가? 방법은 두 가지밖에 없다. 첫 번째로 빚을 내는 거다. ‘국채’라는 걸 통해 현 정부는 이미 2년 동안 100조원을 빌려 썼다. 그런데 앞으로 임기 내에 100조원 정도를 더 빌려 쓰게 되어 있다. 부자감세를 해주고 그 부족분을 국가채무로 돌려버리겠다는 것이다.”

- 도무지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데, 이런 현실이라면 복지에 쓸 돈은 사실상 없다고 판단해야 하는 건가
“빚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으니까, 복지에 쓸 돈부터 우선적으로 줄여야 하게 됐다. 국민기초생활보장예산마저 줄이도록 지금 계획이 세워져 있다. 참으로 답답한 일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예산이 무엇인가. 그건 매년 대폭 늘어나야 할 가장 기본적인 예산 아닌가. 인위적으로 늘이는 게 아니라 자연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는 예산이라는 것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대상자의 대부분이 누구인가. 노인 아닌가. 물론 장애인도 포함되지만, 장애인은 그 숫자가 갑자기 늘어나는 대상은 아니기에 매년 비슷비슷한 숫자통계로 유지되고 있다. 반면 고령화사회로 접어든 이후 노인들은 대폭 늘어나고 있다. 그 늘어난 노인들 중에서 국민기초생활보장대상자들이 속출하며 증가할 텐데, 오히려 예산총액은 확 줄어들게 예정되고 있다. 이건 정말 끔찍한 일 아닌가.”

“국민기초생활대상자라는 그 어려운 사람들에게 투입해야 할 그 자금마저도 줄이려고 계획을 세워놓은 현 정부가, 마찬가지 논리를 대며 장애인들에게 가야 하는 최소한의 복지비용도 최대한 아끼려고 시도하는 게 현 정부의 정책논리이다.”

- 솔직하게 말씀드린다면…, 말씀을 듣다 보니 너무 가혹하다는 말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실제로 가혹하다. 그 ‘가혹하다’는 표현에 100% 동의한다. 최소한 전임 대통령은 보편적 복지를 하진 못했지만, 그래도 온정적 복지 내지는 시혜적 복지에서는 관대한 편이었다. 그런데 현 대통령과 현 정부는 사회적 약자들에게 너무 가혹하고 온정적이지 못하다는 점을 재차 확인하게 된다.”

- 최근 들어서 장애등급 재판정을 통해 활동보조인서버스를 받지 못하게 등급을 떨어뜨리는 일이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다. 심사기준을 확 바꿨다. 혼자서 밥 못 먹고 용변을 못 보는 사람들만 해주겠다는 것이다. 서비스를 받으며 지내던 1급 장애인이 난데없이 2급으로 재판정이 되어 활보서비스를 받지 못하면 외출은 불가능해진다. 이런 게 어떻게 가능하게 된 건지, 어떻게 최소한도의 도움마저 박탈하려는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인권에 대한 개념이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사실 이건 인권의 문제이다. 그 보행권이라는 게 당사자한테는 얼마나 중요한 인권인가. 사람을 집 밖에 나가지 못하게 한다는 건 사람이 할 짓이 아니지 않은가. 집에 있던 사람을 밖으로 나오게끔 도와줘도 모자랄 판에, 나왔던 사람을 도로 집에 묶어두겠다는 건 참으로 답답한 정책이 아닐 수 없다. 다시 재원문제로 돌아오는 건데, 이게 바로 장애인들한테 쓸 돈이 없다는 명백한 증거가 된다.”

“결과적으로 냉혹하게 얘기하자면, 현 정부는 장애인들에게 가야 할 그 돈, 국민기초생활수급자들에게 가야 할 그 돈을 아껴서 효율화한답시고 재조사하며 인권유린까지 자행하고 있다. 생각해 보자. 그렇게 재조사를 당하는 사람 기분은 어떻겠는가. 참혹하지 않은가. 그런 걸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 돈을 아껴서 결과적으로 누구한테 퍼줬는가. 부자들 감세하는 데 퍼준 게 아닌가. 나는 인권의 차원에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단적으로 말씀드려서 부자감세, 그건 빨리 철회해야 한다. 부자감세만 철회한다면, 그 대안의 비용으로 장애인과 사회적 약자들의 복지를 대대적으로 확충시킬 수 있다. 말도 안 되는 부자감세는 반드시 철회해야만 한다.”

- 보편적 복지를 한다면 장애인복지는 어떻게 되는 건가. 따라서 같이 향상된다는 건가. 좀 더 구체적인 설명을 듣고 싶다
“당연히 다 같이 높아지는 것이다. 미국의 예를 들어보겠다. 미국의 의료제도는 잔여적의료복지제도이다. 아주 가난한 미국인들 14%를 골라서, 그들한테는 정부가 공공의료시설을 통해 의료서비스를 제공해 준다. 그리고 나머지 국민은 시장에서 민간의료부분을 구입해서, 개개인의 경제적 능력에 따라 돈 많은 사람들은 특별병원에서 치료받고 돈 없는 사람들은 평균치 내외의, 쉬운 표현으로 ‘그렇고 그런’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다. 미국의 의료보험회사가 수없이 많고 보험 상품의 종류도 다양한데, 어떤 보험에 가입하면 한 달에 500만원에서 700만원씩의 거액이 들어가기도 한다. 하지만 일단 병에 걸리면 존스 홉킨스나 하버드 처럼 아주 좋은 대학병원 같은 데서 최고 양질의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시장논리에 따라 자기 능력에 따라 치료를 받는 것이다.”

- 우리가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의료민영화 도입의 실제 증거가 바로 그런 모습 아닌가
“맞다. 가난한 14%의 미국인들은 정부 지원으로 공짜치료를 받기 때문에, 의료서비스의 질이 형편없다. 질적인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난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그럼 복지국가의 예를 살펴보자. 보편적 의료복지를 시행하고 있는 유럽 대부분의 선진국들, 특히 스웨덴 같은 나라는 모든 국민에게 똑같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 그것이 바로 보편적 의료복지의 실증적 증거가 된다.”

“자, 그렇다면 이 의료서비스에 대해서 중산층이나 돈 있는 사람들도 만족해야 할 게 아닌가. 그러니까 자연스럽게 서비스의 질이 높아지게 된다. 안 그렇다면 중산층과 부유층에서 난리가 날 테니까, 전반적인 서비스의 질이 상향평준화되어 운영된다는 것이다. 상향평준화된 이 의료서비스는 보편주의 원칙에 따라 이용하게 되니까, 장애인이든 가난한 사람이든 이민자든 누구든지 다 똑같은 혜택을 받게 된다. 그러니까 이 정책은 사회적 약자처럼 가진 게 없는 사람들에게는 천국이 되고, 장애인복지도 자연스럽게 다 같은 혜택으로 질이 높아지는 것이다.”

- 이론만으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실질적인 복지와 의료시스템이 그만큼 원활하게 움직이는 나라들이 진짜 선진국이라는 사실은 부러움과 더불어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만든다. 말로만 복지를 떠들고 실제 현실은 퇴행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참다운 복지가 실현되기 위해선 어떤 준비들이 우선되어야 하는지 말씀해주시면 좋겠다
“보편적 복지가 굳건하게 운영되어야, 중산층과 돈 있는 사람들에게 세금을 내야 할 이유가 생긴다. 그 세금이 많이 들어와야 전반적인 보편적 복지의 질도 높아지면서 장애인복지와 같은 특수복지, 그리고 국민기초생활복지와 같은 잔여적 복지 분야도 더 높은 질적 수준을 요구할 수가 있는 것이다.”

“돈 없이는 질을 높일 수 없다. GDP의 7.5%인 우리나라 사회복지비를 OECD 평균인 20%까지 끌어올리고 북유럽 복지국가들처럼 28% 이상 만들기 위해선, 복지비를 지금보다 3배에서 4배 이상 더 많이 투입해야 실현이 가능해진다. 그 돈이 어디에서 나오는가? 국민이 낸 세금이다. 직접세는 50%의 중산층과 상위층이 내는 건데, 이들이 세금을 내야 할 이유를 만들어줘야 한다. 보편적 복지는 거기서부터 시작되고, 그 혜택은 전체 국민이 골고루 나누는 대한민국을 만들 수가 있게 된다.”

“방법과 해결책은 이미 다 나와 있다. 다만 실천하지 않고 퇴행하고 있을 뿐이다. 극소수 부자들의 자산증식을 위해 사회적 약자들에게 가야 할 복지비마저 대폭 삭감한다는 거, 이건 상식이 통하는 국가에서는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이걸 시급히 바로 잡아야 한다. 현실을 직시하는 국민의 시선, 그리고 유권자로서의 선택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은 이 대목에서 증명되는 것이다.”
작성자대담: 이태곤 기자 정리: 채지민 객원기자  a3527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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