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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자 중심의 성년후견제도는 국민이 선택한 입법이다

[만난 사람] 성년후견제도 입법 담당 법무부 검사 구상엽

본문

   
 

  법무부는 성년 연령을 만 19세로 낮추고, 금치산·한정치산제도 대신 성년후견제를 도입하는 민법 개정안을 2009년 연말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대국민 홍보 및 후견등기제도 등 사회적 인프라 구축을 위해 2013년 7월 1일부터 시행함을 전제로 하며, 이 개정안은 2011년 2월 18일에 국회 본회의를 이미 통과했고 현재 실제법안이 다각도의 검토를 거치면서 만들어지고 있는 중이다.

  성년후견제는 과도하게 법적 능력을 제한하는 금치산·한정치산제도를 본인의 의사와 현존능력을 존중할 수 있는 탄력적 후견제도로 대폭 개선하고, 고령화시대를 맞아 노후를 대비하여 후견인과 후견의 내용을 직접 미리 정할 수 있는 후견계약을 새로 도입하겠다는 점이 주목된다. 또한 법인 및 복수후견인과 후견감독인 제도를 신설해서, 후견의 내실화와 전문화를 도모함이 주된 내용으로 논의되고 있다.

  2013년 7월 시행을 전제로 한다면, 2012년 연말까지는 해당 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집중적 논의와 심의를 위한 과정까지 헤아린다면, 2011년 지금 이 시점에 이미 그 법의 초안은 100%를 향한 90% 이상의 내용적으로 완성되어 있어야 함이 당연하다고 본다. ‘성년후견제도’ 논의를 사회적 공론으로 이끌어온 게 십여 년의 세월로 흘러갔음을 상기한다면, 이 법안이 정말로 만들어지고 있는 건지, 만들어진다면 제대로 된 내용이 들어가고 있는지를 현 시점에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게 됐다.

  그래서 <함께걸음>은 국가 차원에서 성년후견제도 입법을 실질적으로 담당하고 있는 이를 직접 만나기로 했다. 법무부 민법개정사무국의 총괄 검사이자 민법개정위원회 총괄 간사로서, 민법 개정 및 성년후견제도 입법을 전담하고 있는 구상엽 검사가 이번 호 ‘만난사람’의 주인공으로 독자 여러분을 찾아가게 된다. 그동안 각종 세미나와 토론의 장에서 장애우 권익을 위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해 왔던 그였기에, 성년후견제의 확실한 입법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그의 의견을 함께 들어보기로 한다.

 

  무척 바쁜 일정을 보내고 계신다는 걸 알고 있다. 이렇게 시간을 내주셔서 정말 감사드린다. 장애계 입장으로 본다면, 제대로 된 성년후견제 완성을 위해 노력하신다는 데 더욱 더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 많은 분들의 기대가 굉장히 높고 크다는 점을 잊지 않으시면 좋겠다

  아니다. 제가 오히려 감사를 드려야 할 일이다. 여러 많은 분들 덕분에, 더 많은 도움과 조언을 얻고 있다는 점을 잊지 않으며 업무에 임하고 있다.

 ‘성년후견제’라는 용어는 십여 년 가까이 가장 시 급한 화두로 존재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이뤄진 내용이 없었기에 장애우들에겐 막연한 대상이기도 했다. 장애우 당사자들과 그 가족들, 또한 독자 여러분을 위해 ‘성년후견제’라는 제도의 의미를 먼저 설명해 주시면 좋겠다

  한마디로 말씀드린다면, 의사결정이 어려운 분들이 계시지 않은가. 지적장애를 가진 분들이 계시고, 그 범위를 넓힌다면 연세가 높아져서 치매를 갖게 된 분들도 많이 계신다. 사실 치매(癡呆)라는 용어 자체가 좋은 의미는 아니다. (註 : 치(癡) 어리석을 치, 매(呆) 어리석을 매) 그렇게 의사결정이 어려우신 분들 누구든지 후견인의 도움을 받아서 자신의 개인적 사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법적인 제도, 그것이 바로 ‘성년후견제’라고 이해하시면 가장 간단하게 정리될 것 같다.

  그럼 법무부의 경우에는 이 제도의 도입 필요성을 어느 부분에서 인지하게 됐는가

   
 
  그 업무를 담당하는 입장에서, 사실 한두 마디로 말씀드리기가 쉽지 않다. 일단 추상적 의미부터 시작해서, 구체적 내용으로 풀어가는 게 나을 것 같다. 기존에는 사회복지의 개념이 공급자, 다시 말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등 공급자 위주의 일방적이고 시혜적 조치가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사회복지의 패러다임이 바뀐 점을 주목해야 한다. 더 이상 기존의 틀을 유지 또는 강요할 수 없는 세상이 됐다. 그래서 ‘수요자 입장에서 자신의 당당한 권리를, 법적인 권리의무관계로써 본인 스스로에게 맞는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지원하자.’ 이렇게 하는 게 바로 사회복지 패러다임의 커다란 변화라고 생각하게 됐다. 그런데 그런 변화의 흐름 속에서 문제의식이 생겼던 건 ‘금치산·한정치산제도’와 관련된 후견제도였다. 일단 ‘금치산·한정치산제도’는 그 용어부터 너무나 부정적이다. 그래서 그건 장애우를 도와주는 제도가 아닌, 장애우를 속박하며 심지어 죽음으로 이끄는 제도임을 확인하게 된 것이다.

  ‘금치산·한정치산제도’라는 용어와 그 인식 자체의 폐해를 말씀하시는 건가

  그렇다. 본인의 의견과 현재 가지고 있는 능력을 존중해야 하는데, 그 제도는 너무 획일적이고 과도하게 법적인 의무를 제한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반성을 하며 다시 바라보게 됐다. 또 하나의 전제로, 그동안의 후견제도는 주로 재산관리에 치중되어 있었다. 사실 살아가는 데는 신상보호에 관한 것이 삶의 질 차원에선 더 중요한데, 그 대목을 바라보며 관리하는 데는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반성을 하게 됐다. 그래서 기존에 있던 후견제도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쳐 보자며 의견을 모으게 된 것이다. 또한 일방적이고 시혜적인 조치가 아니라, 사회복지 영역에서 이것을 법적으로 당당하게 누릴 수 있도록 해야 시대적 정신에 맞는 것이다. 그런데 기존에는 이것이 법적인 영역과 사회복지 영역에서 따로 움직였다. 그러다 보니 정작 필요한 사람들이 이쪽에도 얘기 못하고, 저쪽에도 얘기 못하는 상황만 계속됐다. 그래서 이 두 영역이 통합적으로 가야만 진정으로 수요자를 만족시켜주는 제도가 되지 않겠느냐, 바로 그 중심이 되는 제도가 이 성년후견제도가 아니겠는가, 하는 논의가 이론적인 측면에서 대두됐던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민법개정으로 통과가 됐다 . 그래서 많은 국민이 이 제도에 대해서 잘 모르고 계신 것 같다. 단순히 민법 일부 내용이 개정됐구나 하며 큰 의미를 못 느끼시는 것 같은데, 전체 국민적 차원에서 봤을 때 이 법이 왜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는가

  단순히 민법 일부 내용의 개정이 아니라, 굉장히 근본적인 변화를 이뤄낸 성과라고 보시는 게 나을 것 같다. 일단 이걸 왜 민법으로 했느냐, 그 대 목부터 말씀드려야겠다. 기존의 ‘금치산·한정치산제도’를 법적으로 얘기한다면 ‘법적인 행위능력’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것을 고치지 않고서는 장애우에 대한, 후견제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가 없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민법상 후견제도를 근본적으로 고쳐야만 제대로 된 성년후견제가 도입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는 것이다. 일본과 프랑스, 독일도 역시 성년후견제도를 민법개정을 통해 도입했다. 우리나라도 똑같은 경우에 해당된다. 보다 실질적인 측면으로 말씀드린다면, 우리가 입법 과정을 거치면서 이것을 민법으로 할 건지 특별법으로 할 건지 진지한 논의를 많이 거쳤다. 둘 다 장단점이 있다. 민법으로 할 때는 기존의 후견제도를 근본적인 법적 능력으로 바꿔줄 수 있는 해결책이 되는데, 이것이 기본법이다 보니까 워낙 바꾸기가 어렵다. 그런데 장애아 부모님들은 10년 가까이 이 제도를 추진하시다가 안 되다 보니까, 특별법을 먼저 생각하셨던 게 아닌가. 이걸 법무부가 처음 맡게 된 건 2009년도이다. 민법으로 하게 되면서 법무부가 맡게 됐는데, 후견제의 필요성을 진지하게 느끼면서 열심히 뛴 결과 6개월 만에 법무부 차원의 법안이 나오고 국회에서도 통과되는 성과가 있었다. 그래서 특별법은 아니지만, 신속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법안으로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수요자인 독자의 입장에서 질문을 드리겠다. 검사님은 이 민법개정안을 맡아 활동 해오셨는데, 그동안 어떤 노력을 하셨는지 그 과정과 내용을 듣고 싶다

  사실 부끄러운 내용의 말씀을 먼저 드려야 할 것 같다. 제가 법무부에 온 시점은 2009년 2월이다. 그 직전까지는 미국에 파견 나가 있었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검사들이 주로 형사업무를 담당하다 보니까, 법무부에 와서 민법개정과 성년후견제도 업무를 맡게 된 당시엔 사실 저도 이 제도라는 것에 대해 잘 몰랐다. 법무부의 확고한 방침이 뭐냐 하면, 어떤 법이나 제도를 만들 때 첫째가 현장중심의 정책개발이다. 그리고 두 번째가 수요자 중심의 입법, 이 두 가지가 법무부가 추구하는 원칙이자 이념이다. 그런데 정작 저 자신이 이 분야를 잘 모르는 상태였다. 그래서 그 때부터 열심히 책을 보며 공부하고 인터넷으로 자료를 찾으며 보건복지부에도 문의하는 등 나름의 노력을 했는데, 이 제도가 정말로 필요하신 분들은 1차적으로 장애우 여러분들이라고 판단을 하게 됐다. 그래서 다시 수소문을 하던 과정에, 제가 정말 운이 좋게 찾고 만나게 된 단체들이 있었다. 오래 전부터 활동해 오셨던 성년후견추진연대를 알게 됐고,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와 한국장애인부모회 등의 여러분들도 알게 됐다. 이 제도를 만드는 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서 무조건 전화부터 했다. 그리고 제가 잘 모르는 부분을 배우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만나 대화를 나누게 됐는데, 조금 조심스러운 표현이 되겠지만 처음에는 저를 의혹의 눈길로 보시는 것 같았다. 왜 검사가 직접 와서 이런 걸 얘기하려고 할까. 무슨 다른 의도가 있는 게 아닌가. 또한 법무부에서 뭔가를 다 만들어놓고서, 이것을 설득하려고 온 것이 아닌가. 개인적으론 이런 느낌을 받게 됐다. 그래서 솔직하게 말씀드렸다. ‘오늘은 제가 말씀드리려 온 게 아니라, 말씀을 들으러 왔다. 법무부는 아직도 정해진 방향이 전혀 없으니까, 여러분께서 말씀을 해주시면 그것을 우리가 충실히 반영하겠다.’ 그렇게 한 번 만나고 두세 번 만나는 과정이 이어지면서부터는, 제가 참 감사했던 게 많은 분들이 마음을 열어주시고 때론 격려도 해주시며 적극적으로 도움을 전해주셨다는 점이다. 저는 검사가 되어가지고 그때처럼 보람 있었던 적이 없었다. 그래서 지금도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일단 만들어진 제도에 대해서 장애계가 크게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다는 점은 잘 만들었다는 반증이기도 할 텐데, 10년 가까이 성년후견제를 추진해왔는데도 그동안 되지 않았던 원인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는가

   
 
  조심스러운 부분이기에, 이 답변은 순전히 저 개인적인 의견으로 말씀드리겠다. 제가 장애계 여러 단체들을 다녀보고 보건복지부와 법원 행정처도 다녀보면서, 관련 기관 단체들을 가능하면 다 방문해서 말씀을 드리고자 노력했다. 그런데 잘 아시다시피 어떤 제도를 새롭게 만들게 되면, 서로의 입장이 다 다를 수 있다. 단적인 예로 이걸 민법으로 할 거냐 특별법으로 할 거냐 등의 여러 가지 입장 대립이 있었기에, 사실 어느 것이 맞다 틀리다고 쉽게 얘기할 수 없는 측면이 있었다. 그래서 법무부에서 입법을 담당한 검사의 역할이 과연 무엇인가를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됐다. 제가 내린 결론은 ‘법무부에서 이렇게 입장을 정했기 때문에, 이것을 이렇게 해 달라’고 하는 건 참 어리석은 일이라는 것이었다. 서로의 입장 차이를 계속 교섭하면서, 대화의 장을 만들고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사실 입법을 하는 데 있어서는, 어느 제도든 간에 이런 교섭과 대화와 합의가 가장 큰 핵심이 되어야 한다.

  좋은 말씀이다. 그런데 그동안 서로의 의견이 달라서, 이 제도의 시행이 계속 미뤄졌다는 의미로도 들린다

  물론 그런 부분도 있겠지만, 이견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서로 합의할 수 있도록 중재를 열심히 이끌어내는 추진력이 될 중심체가 그동안 혹시 없었던 건 아닌가 판단하게 됐다. 물론 성년후견추진연대라는 훌륭한 구심점이 있었다. 하지만 일반 수요자와 정부, 국회와 관련기관 전체를 하나로 화합할 수 있도록 하는 그 동력이 일정 부분 부족했던 게 아닌가 하는, 제가 느꼈던 소감은 그렇다.

  2013년 시행을 앞두고 있는데, 실제 시행이 된다면 적지 않은 변화가 가시적으로 드러날 것 같다. 검사님 입장에서 볼 때는 구체적으로 무엇이 어떻게 바뀌고, 사회적 약자들의 삶에 어떤 변화를 줄 거라 예상하시는가

   
 
  이 부분은 추상적이 아닌 구체적인 사례로 예시하면서 말씀드리는 게 훨씬 낫겠다. 첫째로 제일 피부에 와 닿는 건 바로 장애아를 둔 부모님들이시다. 이전까지는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그런 보호 장치가 없었지만, 이 후견제도가 생김으로 인해서 정말 믿을 만한 사람한테 자기 자녀를 맡기고 생을 정리하실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1차적으로는 그게 가장 큰 가치로 등장하겠지만, 더욱 구체적으로 바뀌는 것은 후견인 선정 과정이다. 기존에는 무조건 법원에 가서 이것을 신청해야만 했다. 그러면 솔직히 말
해서 누가 후견인이 될지, 누구한테 어떤 후견을 받게 될지를 본인 스스로 예측하기 힘든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후견제도에서는 그것을 본인이 직접 정할 수 있게 만들었다. 예컨대 장애아 부모님의 판단과 선택으로 미리 정하시는 것이다. 자신이 믿을 만한 어떤 사람을 추천해서 직접 계약을 맺게 되면, 그렇게 해서 언제부터 이 후견이 개시되면 좋겠다는 걸 다 밝혀놓으면, 그걸 미리 공증을 해놓았다가 나중에 법원으로 가서 확인 받으시면 된다. 법원에서 이게 공정하다고 판단을 하면, 그때부터 그 계약이 효력을 발생하도록 하는 제도로 만들었기 때문에, 앞으로는 보다 주도적으로 후견제도를 이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게 아닌가 판단하고 있다.

  혹시 예상되는 부작용은 없겠는가. 이 제도 자체를 악용하는 사례도 발생할 수 있을 텐데, 법무부 차원에서 예측하는 부작용은 어떤 게 있는지 알고 싶다

  후견인을 정하기에 따라서는 기존보다 사무범위가 넓어질 수가 있다. 재산적 행위만으로는 부족하다는 판단 하에, 본인의 신상보호에 관련된 부분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따라서 만약 잘못된 후견인을 만났을 경우엔 피해가 더 커질 수가 있다. 그래서 신상보호, 본인의 생명 신체 프라이버시에 관련된 중대한 것은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안전장치를 만들었다. 그 안전장치를 잘 활용해야만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최근의 사회적 문제를 예로 말씀드리면 훨씬 이해가 쉽겠다. ‘도가니’라는 영화 때문에 상당히 시끄럽지 않았나. 저는 이번의 일련의 사태를 보면서 너무 안타깝고 가슴이 아팠다. 왜냐하면 그게 최근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래 전부터 있었던 일인데, 그동안 몰랐고 관심이 없다가 영화 하나가 만들어짐으로써 문제시된 게 아닌가. 훨씬 이전부터 좀 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했던 게 아닌가. 그런데 사실은 그 도가니 같은 사태를 막기 위해서 만들어진 게 바로 이 성년후견제도이다. 친부모가 계신 분들은 그런 경우가 적겠지만, 이런 사태가 벌어지는 가장 큰 원인은 연고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본인의 의사와 무관한 시설에 수용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인권의 사각지대가 생길 수밖에 없게 된다. 그렇기에 후견인이 선임되고 법적으로 대리할 수 있는 사람들이 생긴다면, 그러한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함부로 사회적 약자들을 대할 수 없게 되는 안전장치가 생기게 된다. 그렇기에 이 제도는 실질적으로도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되는 것이다.

  이 제도가 장애우를 비롯한 사회적 약자들의 삶으로 다가온다는 건 확실해진 것 같은데, 법무부는 이 제도의 성공적인 시행을 위해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가. 또한 남은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가

  이 민법 개정에 대한 것은 굉장히 큰 의미가 있지만, 정말 넓게 본다면 첫 걸음에 불과하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실행될 수 있도록 절차적인 부분도 정비가 돼야 하고, 구체적인 지원 장치도 마련이 돼야 한다. 법무부에서는 이것도 철저한 사후관리가 필요하다 생각하기 때문에, 이미 작년 9월에 성년후견법령정비위원회를 만들어서 운영하는 중이다. 거기엔 여러 판사님들이 계시고, 저명한 교수님들도 함께 활동하고 계신다. 법무부에서는 여러 가지 관계 법령을 정비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것 몇 개만 말씀드리겠다. 절차과정에서 결국은 본인의 의사, 본인의 능력을 존중할 수 있는 의사반영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그런데 기존의 가사소송절차에 의하면 본인의 의사, 본인의 진술을 듣는 것이 임의절차로 되어 있었다. 그러니까 안 들어도 되는 것이었다는 의미이다. 이번에 법을 고치면서, 그것을 법률상 명백히 필수적인 걸로 바꾸려고 하고 있다. 따라서 법원에서 판결을 내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본인의 의사를 확인하게 된 것이다. 본인의 선택권이 훨씬 강화되는 것이기에, 자기의사존중장치를 법 안에 마련하고 있다. 더불어 이 제도의 성공적 시행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양질의 후견인들이 많이 확보돼야 한다. 제도 정비
를 위해서 문제가 되거나 상충되는 부분을 수정하기 위해 계속 연구하며 노력하고 있는데, 난제는 법무부 소관 법령 이외의 것들이 너무나 많다는 점이다. 그래서 그런 사항들을 다른 부처하고 일일이 협의를 해야 하는데, 과연 해당 부처가 적극적으로 찬성 또는 합의를 해줄 것인지, 그 부분은 커다란 숙제로 남아 있다.

  검사님과 나눈 대화를 독자들이 읽다 보면 이런 질문이 나올 것 같다. <함께걸음>의 독자 여러분이 바로 주된 수요자 대부분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이 제도가 실제 시행된다면 어떤 과정을 거쳐서 어떻게 이 제도를 직접 활용할 수 있는지, 그 혜택을 어떤 절차를 통해 받을 수 있는지, 그 순서에 대한 언급이 아무데도 없는 것 같다. 어디서 뭘 신청하고 무슨 서류가 필요한지 등의 설명을 말씀해 달라

   
 
  너무 날카로운 지적을 해주셨다. 민법에는 큰 틀만 들어가 있고, 절차가 들어 갈 수가 없다. 그건 절차법에 따로 들어가야 한다. 지금 질문하신 내용은 가사소송법에 들어가게 되는데, 그 가사소송법을 개정하기 위한 준비를 작년부터 하고 있다. 그래서 신청을 위해 어디에 가서 어떤 서류를 첨부해서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의 내용을 지금 열심히 만들고 있다. 적어도 올해 말이나 내년 초까지는 법안의 윤곽이 나올 것 같다. 그런데 18대 국회가 끝나가기 때문에, 더 이상 심의가 안 되는 상황이다. 그래서 미리 완성해놓고 장애 관련 단체와 법원, 보건복지부까지 협의를 다시 마친 뒤, 19대 국회가 시작되자마자 제출해서 연말까지 통과되게 하면, 6개월 후인 2013년 7월경에 시행하는 데는 무리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제도가 시급히 필요한 사람들도 많을 텐데, 처음 신청한 이후로 얼마의 기간 내에 최종 결정이 나오게 되는가

  지금으로서는 예상해서 말씀드리기가 좀 조심스럽다. 왜냐하면 법무부만의 문제라기보다는 가정법원의 현재 인력구조, 그 다음에 물적인 조사시스템과 같은 여러 가지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이건 조직예산이 수반되는 거라서, 지금 확답을 드리기는 어렵다. 대신 최대한 국회와 기획재정부를 설득해서 충분한 예산인력을 확보하고, 이것이 가능한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게끔 해야 되겠다는 것이 저의 목표이기도 하다. 그 다음에 후견의 유형도 새롭게 정비했다. 대표적인 게 후견제 이용을 위한 신청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후견에 공백이 발생할 수도 있지 않은가. 그래서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그 사이에 임시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제도가 추가로 도입됐다. 그것을 ‘특정후견’이라고 하는데, 특정한 사안이나 일시적인 공백을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거라 생각된다.

  이 제도를 이용하고자 기다리는 분들은 대부분 부모 세대일 것이다. 그런데 새로운 제도가 나온다 해도, 관청에 대한 기존의 선입견이라는 게 있지 않은가. 뭔가를 새롭게 신청하려 하면 일단 서류가 많고 관청의 문턱은 높으며, 간다 해도 뭘 가져와라 뭘 준비해라, 게다가 시간은 얼마나 걸리고 언제 문제 해결이 되는 건지 마냥 기다려야 하는 지루한 과정이 뒤따른다. 기대치가 아무리 높다 해도, 절반은 미리부터 포기하는 경향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문턱을 낮추고 준비해야 할 서류가 가능한 한 적게 하여, 신속하게 결정이 나는 시스템이 수요자들을 위해서도 준비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맞는 말씀이다. 현장 중심의 정책개발과 소비자 중심의 입법이기에, 우리가 내세운 테마는 ‘제도의 공정성과 접근성 향상’이다. 지금 말씀하신 게 바로 그 대목을 지적하신 건데, 오늘 전해주신 내용들은 제가 꼭 기억하고 기록을 해서 그 위원회에 갈 때 반드시 다시 한 번 강조하도록 하겠다.

   
 

  검사님의 진솔한 답변에 감사드린다. 그동안 가지고 있던 법무부의 이미지와는 달리, 우리 사회에서 약자로 존재하거나 소외된 분들을 위한 실제 입법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대화를 마무리하는 의미에서, 입법과정의 소회를 말씀해 주시면 좋겠다

  아주 개인적인 게 하나 있고, 법무부 차원의 과제라 생각하는 것도 하나가 있다. 개인적인 소회부터 먼저 말씀드린다면, 사실 저한테는 장애를 갖고 살다가 돌아가신 사촌누님이 계셨다. 제가 태어나기도 전에 장애가 생기셨다고 해서 정확한 병명은 모르겠는데, 크게 열병을 앓아 정신적 성장과 신체적 성장이 딱 멈췄다는 정도의 내용만 들었다. 그래서 언어도 정확하지 않고 몸 움직임도 잘 안 됐기에, 명절 때 큰아버님 댁에 갈 때마다 언행이 불편하신 누님을 마주한다는 게 어린 마음으론 좀 많이 무서웠던 모양이다. 그래서 일부러 피해 다니던 기억이 나는데, 어느 순간 돌아가셨다는 말씀을 듣고 나서야 살아계신 동안 손 한번 따뜻하게 잡아드리지 못했다는 게 정말 큰 후회로 남겨지게 됐다. 그런데 이 성년후견제도를 추진하면서, 그 누님 생각이 정말 많이 떠올랐다. 그래서 그때 못해드린 것을 지금 이것을 통해서라도, 제가 대신 반성하는 의미로 열심히 해야 되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 그게 저 개인적인 동기이자 소회라고 할 수 있겠고, 두 번째는 공적인 의미로 말씀드려야겠는데 이 법이 완벽하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든 법의 단초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했던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개선할 점 또한 많이 남아 있다. 그런데 저는 법의 완성도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만들어지는 그 과정을 국민 여러분들께 알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게 법무부만의 판단을 담은 게 아니라, 여러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탄생된 일종의 타협의 산물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방적으로 법이 이렇게 됐다는 게 아니고 이게 왜 이렇게 됐는지를 말씀드리고, 앞으로도 이걸 같이 토의하며 고쳐나가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제가 이 업무를 언제까지 할 수 있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담당하는 동안에는 그렇게 끊임없이 소통하고 함께 만들어가면서 국민 여러분께 그 내용을 하나하나 알리는 것이 큰 과제라고 생각한다.

 

작성자대담 이태곤 기자 | 정리·사진 채지민 객원기자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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