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촌 성매매, 되물림 되는 피해 막아야 한다 > 함께 사는 세상


기지촌 성매매, 되물림 되는 피해 막아야 한다

함께 함께사는 세상 : 미군기지촌 여성 상담소 ‘두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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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 미군기지의 철조망 얹힌 벽을 따라 코너를 돌면 아담한 ‘두레방’이 보인다. 입구 머리 위에는 한복을 입은 여성들이 줄을 지어 어디론가 향하는 그림이 오밀조밀하게 그려져 있고 문은 복도가 훤히 보이도록 열려 있다. 들어서자마자 나이가 지긋한 할머님의 목소리가 복도를 울렸다. 두레방에서는 ‘언니’로 불리는 성매매 피해 당사자였다. 누구에게나 열린 시골 정자 그늘처럼 활기찬 목소리가 오갔다. 기지촌 성매매 여성들의 인권을 위해 싸우는 활동가들은 그 사이에 함께 가족처럼 섞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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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지촌 성매매 조장했던 국가

1950년대, 한국 영토 내에 미군이 주둔하기 시작했다. 의정부, 평택 등의 지역은 미군 기지를 중심으로 일대가 여느 평범한 한국 지역과는 다른 문화를 형성해 나갔다. 미군들은 이른바 ‘기지촌’에서 모든 생활을 해결했다. 공적인 것 뿐 아니라 사적인 부분까지 해결하길 원했던 미군의 욕구에 맞춰 기지촌에는 미군들을 대상으로 하는 성매매가 활성화됐다. 하지만 일반적인 성매매 지역과는 달리 미군기지촌의 성매매는 국가의 철저한 관리 아래에서 공공연하게 이루어졌다.

‘두레방’은 의정부와 동두천 미군부대에서 일을 하던 문혜림 여사가 만든 단체다. 문 여사는 선교 활동을 하던 도중 기지촌 성매매 여성들의 인권 하락을 목격했고 관련한 일을 해나가야겠다고 결심했다. 이후 1986년, ‘두레방’이 만들어졌다. 두레방은 이제 설립 30년을 앞두고 있다.

이제는 50대에서 80대가 된 한국 피해여성들은 두레방과 함께 양지로 나와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벌이는 중이다. 기지촌 성매매 문제로 국가 소송을 제기한 것은 세계 최초다. 두레방 김태정 상담실장은 당시 기지촌이 국가가 성매매를 조장하고 독려하는 곳이었다고 설명했다.

“가난해서 어쩔 수 없이 기지촌에 온 여성들이 대부분이라고 하는데, 사실 지역에서 가정부 등의 일을 하기 위해 서울로 올라왔다가 직업소개소의 거짓말에 속아 기지촌에 팔려오는 경우도 많았다. 기지촌에 들어와 본인이 원하던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도 빚을 얹혀 나가지 못하게 해 결국 자리를 잡게 했다. 헌데 이런 상황에서 당시 정부가 사회적으로 이 여성들이 그곳에서 나올 수 있게 도와주기는커녕 미군들의 안전하고 만족스러운 성매매를 위해 여성들을 관리 감독했다”

성매매 여성들을 관리 감독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두레방이 확보한 실제 피해여성들의 증언에 따르면 먼저 대대적이고 지속적인 ‘성병관리’가 있었다. 정부는 한국에 주둔한 미군에게 깨끗한 여성을 주기 위해 일주일에 두 번씩 성병 검사를 실시했다. 성병이 없으면 그것을 증명하는 보건증을 줬고 그것을 지참해야 했다.

이 강력한 관리는 강제적이었고 예외가 없었다. ‘토벌’이라고 불리는 일이 잦았다. 보건소, 공무원, 경찰, 미군들까지 동원돼 기지촌 길거리를 다니며 여성들에게 보건증 제시를 요구했다. 보건증이 없으면 보건소로 강제 이송해 강제 성병검사를 실시했다. 보건소라고 이름 붙였지만 지역내에서는 성병관리소라고 지칭할만큼 기지촌 보건소의 존재 이유는 오직 성병 관리였다. 성병 외 질병 문제로 기지촌 보건소를 이용한 이는 전무했다.

김태정 상담실장은 “한국 피해여성들은 농담처럼 ‘토벌 나왔을 때는 일반 가정주부들까지 보건증이 없다는 이유로 잡혀가서 남편들이 헐레벌떡 달려와 데려갔다’고 한다. 성병 관리가 얼마나 철저했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보건소로 끌려간 여성들은 검사 결과가 나쁘면 선택의 여지 없이 성병 치료에 들어갔다. 성병이 완치될 때까지 감금, 감시됐고 기준 이상의 투약으로 고통스러운 치료 과정을 거쳐야 했다.

또한 여성들을 대상으로한 정신교육도 이뤄졌다. 증언에 의하면 이는 일종의 애국교육으로, 여성들의 성매매가 달러를 벌어들이는 애국행위이며 기지촌 성매매 여성은 애국자로서의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교육으로 성매매를 합리화 시킨 것이다. 두레방은 소송을 통해 성매매를 조장한 국가에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필리핀 여성에게 되물림된 피해

기지촌 성매매 피해는 한국 여성에서 외국인 여성, 그 중에서도 비교적 쉽게 한국으로 들어올 수 있는 필리핀 여성에게로 되물림됐다. 과거 한국 여성과 마찬가지로 인신매매와 성매매에 노출된 상태지만 표면적으로 기지촌 필리핀 여성들은 ‘가수’의 신분이다. 이들은 가수임을 증명하는 비디오를 제출하고 E-6-2 비자를 받아 기획사를 통해 한국으로 입국한다. 하지만 입국 후 기지촌 클럽에서 그녀들이 겪는 일은 일반적인 가수의 업무가 아니다. 그녀들은 클럽에서 할당량의 음료 판매를 위해 미군들을 상대한다. 통상 ‘주스’라고 불리는 음료는 사실상 음료를 산다기보다는 그녀들을 음료 가격만큼의 시간동안 대여하는 것에 가깝다. 한 미군이 여성에게 100달러짜리 맥주를 사준다면 그에 상응하는 시간동안 여성은 미군의 곁을 지키는 것이다.

성매매 문제는 이 ‘주스’ 판매에서 발생한다. 예를 들어, 한 클럽 업주가 근무하는 여성에게 한 달에 100포인트의 주스를 팔라고 했지만 여성이 50포인트 밖에 판매하지 못한 경우, 모자란 포인트를 채워야한다는 이유로 성매매를 강요하는 것이다. 포인트를 채우지 못하면 휴가를 주지 않거나 판매한 50포인트에 대한 돈을 주지 않는 등 불이익이 있다. 이 과정에서 협박과 감금, 감시가 병행된다. 포인트를 벌지 못하고 버티면 여성은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다른 클럽으로 보내지게 된다.

김태정 실장은 “포인트를 제대로 벌지 못하면 클럽 측에서는 이들에게 부산이나 턱거리로 보낸다는 협박을 한다. 여성들 사이에서 부산과 턱거리는 악명 높은 지역이기 때문에 그곳으로 보내버리겠다는 말은 큰 두려움을 준다. 필리핀 여성들이 한국에서 만나는 한국 사람은 클럽 사장과 기획사 측이 전부인데 이들 사이에서 인신매매가 이뤄져 여성들은 어떤 결정력도 행사할 수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현실은 한국으로 들어오기 위한 준비 과정에서 필리핀 여성들이 꿈꿨을 생활과는 달랐을 것이다. 때문에 열악한 환경에서 매일을 견디다 도망치는 여성들도 적지 않다. 피해자로서 도망친 후에도 안전은 보장되지 않는다. 클럽 측에서 ‘이탈자’ 신고를 하면 여성들은 바로 본국으로 돌아가야하는 신분이 된다. 더불어 이탈자 기록이 남기 때문에 다시 한국에서 일하기도 어렵다.

E-6-2 비자로 한국에 들어오는 필리핀 여성의 수는 2천명 이상이다. 이탈자 신고도 적지 않은 상황이지만 정부의 문제 파악 및 관리 감독 의지는 찾아보기 힘들다. 클럽에서 도망친 후 두레방과 연결돼 피해자로서 출입국사무소를 찾아도 뾰족한 수가 없다.

김태정 실장은 “피해자임을 밝혔을 때 출입국 직원의 첫 마디가 그래서 언제 나가시냐는 것”이었다며 “병원도 가야하고 해서 한 달은 걸린다고 답했더니 그럼 그때 나가라고 말했다. 원래 출국까지 2주의 시간을 주는데 먼저 신고 했으니 한 달까지도 봐준다는 투였다”고 말했다. 피해자로서 일말의 지원을 바라며 찾은 출입국 측은 피해 여성을 그저 이탈자로만 봤다.

클럽을 벗어난 뒤 피해 사실을 근거로 소송을 결심해도 과정은 만만치 않다. 일단 경찰의 인식부족이 조사 과정에서 피해 여성을 지치게 한다. 두레방에서 진행한 성매매 피해에 대한 소송 과정에서 한 경찰은 피해 여성에게 한국 체류를 목적으로 소송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수차례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통역도 매끄럽지 않다. 스페인어, 타이어 등의 통역을 요청하면 경찰은 경찰에 등록된 통역사를 불러주는데 그들의 실력이 충분하지 않아 일의 진척이 느려지는 것. 또한 등록된 통역사에 대한 인식교육이 소홀해 통역 과정에서 해당 언어로 성매매 사실에 대해 꾸짖어 진술을 번복하게 하는 등의 문제도 발견됐다. 또한 정부 측에서도 소송이 끝날 때까지 기타 비자로 시간을 벌어줄 뿐 그 외의 어떠한 피해자 지원도 보장하지 않는다. 소송 결과가 어떻든 소송이 끝나면 피해자는 쫓겨나듯 무조건 본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이다.

 

문제는 ‘여성’ 아닌 ‘사회구조’

두레방이 원하는 것은 정부 차원에서 문제를 관리하고 감독하는 것이다. 김태정 실장은 “우리가 오랫동안 문제제기한 뒤 변화된 것이라면 여성을 제한하려는 움직임 뿐”이라고 지적했다. 필리핀 여성이 들어올 때 그 여성이 진짜 라이브로 노래하는 것이 가능한지 체크하는 등 문제 상황이 여성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관점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실장은 “여성들이 들어올 때 확인하는 사항들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들어온 뒤 어떤 환경에서 지내는 지에 대한 감독이 필요하다”며 “대안 마련을 위해 정책 연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레방은 변호사, 활동가 등이 모인 ‘E-6 비자 네트워크’를 구성했다. 처음에는 사례를 공유하고 법적 대응에 대해 논의하고자 만들었지만 현재는 근본적 대책 마련을 위해 정책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구체적인 방안이 논의되면 정부에 이를 제안할 예정이다.

 

떠나는 미군, 함께하는 두레방

두레방은 단순히 기지촌 여성들을 지원하는 곳이 아니다. 여성들과 함께 편견과 싸우고 부당함에 맞선다. 성매매 여성에 대한 인식이 바닥을 치던 시절에 기지촌 여성들의 자활을 위해 빵을 팔면서 “더러운 여자들이 만든 빵을 어떻게 먹냐”는 말과 함께 마주했고 이제는 대한민국 유일의 외국인 여성 쉼터를 운영하면서 법률적으로 피해 사실을 밝히고 정당한 보상을 받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의정부에 위치한 두레방은 2016년 의정부 기지가 나가는 것을 앞두고 고민이 깊다. 김태정 실장은 “기지가 사라진 후, 기지가 잔존하고 있는 지역으로 거처를 옮길지 결정하지 못했다”며 “의견이 나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지금까지도 우리를 찾아오는 언니들(피해 여성들)이 우리를 떠날 때 우리가 떠나는 게 맞지 않냐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의정부에 있으면서 두레방은 함께 해 온 피해 여성들과 운명 공동체로서 존재해 온 것이다. 두레방은 기지가 나간 이후를 제2막으로 앞으로도 기지촌 여성들의 피해 사실을 수면 위로 올리기 위해 전력질주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작성자조은지 기자  simhye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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