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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는 없고, 무대 위엔 무용예술의 감동만 남습니다

함께 함께 걷는 단체들 ⑩ 빛소리 친구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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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 정리부터 먼저 해야겠다. ‘스포츠댄스’ 또는 ‘댄스스포츠’라고 일상적으로 언급하는 장르는 스포츠 분야가 맞다. ‘휠체어댄스’ 또는 ‘휠체어무용’은 예술의 분야에 포함된다. 하나는 운동이고, 하나는 무용인 예술이다. 더 간단하게 한마디로 정리한다면, 스포츠댄스는 실내체육관에서 ‘경연’을 하고, 휠체어무용은 예술의전당에서 ‘공연’을 한다고 구분하며 이해하시면 될 것 같다.

‘휠체어댄스’ ‘휠체어무용’이라는 표현이 낯선 분들도 많으시겠지만, 세계 최고의 실력으로 지구촌 곳곳을 감동으로 물들이는 팀이 우리나라 팀이라는, 바로 우리의 휠체어무용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훨씬 더 적은 것 같다. 이번 호엔 그 팀을 여기 이 지면에 소개한다. 사단법인 빛소리 친구들, 그들이 다음 공연의 객석 자리에 독자 여러분을 초대하는 손짓을 내민다.

사단법인 빛소리 친구들은 예술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장애인들에게 가치와 존엄성을, 편견 대신 새로운 기회의 길을 열어주는 문화적 권리를 대변하기 위해 설립된 단체다. 장애라는 틀에서 벗어나서 무용과 음악의 공연예술을 즐기고 함께 표현하며, 지구촌 모든 사람들과 함께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멋진 공연을 만들고자 노력한다.

기본적인 움직임에 대한 연구와 예술적인 소양을 기르는 이론교육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뜻을 같이하는 안무가들과 함께 작품 활동을 하면서 휠체어무용가들의 기량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휠체어만의 독특하고 역동적인 움직임, 부드러움과 고난이도의 다양한 동작들을 활용하여 표현력이 극대화된 작품을 연이어 기획 발표하고 있다.

빛소리 친구들의 목표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예술가들의 ‘난장판’이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빛소리 친구들은 최고의 장애인 문화예술 프로그램 개발, 함께할 수 있는 예술동반자(Art-partner) 발굴, 또한 최고의 장애인 문화예술공연을 펼치는 단체가 되고자 한다. 그 누구라도 예술가가 될 수 있는 즐거운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으며, 우수한 작품 공연을 통해 장애인 문화향유권을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빛소리 친구들이 그동안 활동해 온 연혁만 들여다봐도, ‘얼마나 큰’ 역할을 담당하면서 ‘얼마나 영향력 큰’ 무용예술인들의 팀으로 만들어졌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1996년 10월에 첫 발족한 이후 담금질의 긴 기간을 거쳐 장애인의 날 기념식 개막공연(2010), 제7회 부산국제무용제 폐막식 공연(2011), 서울세계무용축제 공연(2011), 일본 오키나와 키지무나 페스타 초청공연(2012), 일본 후쿠오카 아사쿠라시 하키축제 초청공연(2012), 핀란드 초청공연(2015) 등, 국내외를 넘나드는 최고의 무용예술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선보이는 공연의 내용 또한 갈수록 풍성해지고 있다. 5분 분량인 ‘생동하는 힘’과 6분 분량인 ‘두 개의 시선’처럼 상대적으로 짧은 길이의 작품들도 있지만, 20여 분 분량인 ‘당신의 페르소나는 꿈꾸고 있는가?’ ‘동상이몽’ ‘화랑, 검의 노래’ ‘경희의 꿈’ 같은 작품들과 함께, 공연시간 40분에 이르는 한국무용의 대작 ‘산다는 건’까지 공연의 레퍼토리 또한 충실하게 쌓아가고 있는 중이다.

예술의 진리를 향한 노력과 삶은 장애와 비장애의 구분이 전혀 없음을 빛소리 친구들이 증명하고 있다. 오히려 장애가 있기 때문에 더 큰 감동과 더 큰 도전의 성취를 이룰 수 있음을 이들은 생생한 공연예술무대를 통해 지구촌 모든 이들 앞에 드러내고 있다. ‘예술적인 끼’가 확실하다고 믿는 그대(독자)라면, 사단법인 빛소리 친구들의 출입문에 힘찬 문두드림(노크)을 하고 들어가셔도 될 것 같다. 다음 공연무대의 주인공은 바로 당신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 빛소리 친구들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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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묵 사단법인 빛소리 친구들 대표

모든 일이 그렇듯이 새로운 문화운동의 시작은 힘들었을 것 같다

우리 단체는 장애인의 문화예술 가치를 중심으로 시작했다. 설립 초기부터 다양한 예술분야가 포함됐지만, 무용의 경우는 김용우 씨처럼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실력과 인지도를 가진 이가 함께했기 때문에 방향성을 잡는 데 큰 도움이 됐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현실적인 토양은 척박하기만 했다. 그래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으며 교육활동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었다.

 

확실한 발화점이 없으면 불은 꺼지고 만다. 어떻게 불씨를 살리게 됐는가

대구로 교육을 갔을 때의 일이다. 교육을 받으러 온 한 친구가 휠체어를 탄 뇌병변 중증장애인이었다. 그런데 교육 도중에 휠체어에서 튕겨져 나와 바닥에 떨어지는 게 아닌가. 정말 난감했다. 돌발적인 사고가 분명하고 큰일이 벌어진 상황이 된 건데, 그 친구는 자신이 뭔가를 보여주고 싶은데도 휠체어에서 내려오지 못하니까 그냥 뛰어내렸다고 했다.
 

자발적으로 휠체어에서 몸을 던졌다는 의미인가

그렇다. 자신의 몸으로 춤을 추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늘 움직이고 싶었다는 것이다. 집에서는 부모님이 그러지 말라며 움직임을 금지시키기만 했기에, 그는 집에 오면 방문을 잠그고 물구나무서기 같은 동작을 혼자 계속 연습했다고 했다. 방송에 나오는 몸동작도 자기가 하고 싶은 걸 따라하면서 다양한 연습을 반복했다는데, 그 친구가 우리에게 이런 말을 남겼다. ‘춤은 장애인들의 잠들어 있는 몸을 깨우는 것’이라고 말이다. 나름의 확신을 가지고 시작했던 장애인 휠체어무용이었지만, 절대적인 어떤 부분에서 최종적인 확신을 전해준 건 바로 그 친구였다.

 

매우 인상적인 내용을 듣게 된 것 같다. 그 당사자분은 지금도 무용 활동을 하고 계신가

대구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계신다. 지금도 좋은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빛소리 친구들은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더 크게 호응을 얻는 것 같다

이미 세계 최고의 수준이라고 인정을 받고 있다. 지난 3월에 핀란드 공연을 다녀왔는데, 현지 관계자들의 반응 역시 최고의 찬사였다. 보편적 복지는 가장 앞서가는 유럽이지만, 이렇게 뛰어난 장애인예술을 경험하게 된 건 그들에게도 문화적 충격이었다고 했다. 그래서 장기적인 교류를 하기로 약정을 맺는 성과를 거두고 왔다.

 

국내에서의 저변확대는 어떻게 준비하고 계신가

내년부터 시작되는 대한민국 국제장애인무용제 개최가 최종 결정됐다. 참 많은 노력과 움직임을 우리 스스로 기울인 결과로 얻게 된 열매이기도 하다. 비장애로 무용하시는 많은 전문가들도 우리의 휠체어무용을 주시하며, 자기들이 다루지 못했던 몸동작과 즉흥무용에 대해 정말 큰 기대를 하고 계신다. 가장 단순한 예가 되겠지만, 대한민국 예술의 총본산이라고 할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안에서 우리가 연습을 하고 그들과 함께 공연 준비를 한다는 게 우리의 발자취와 위상을 드러내는 기준이 되지 않겠나.

 

빛소리 친구들의 존재를 한마디로 규정한다면 무엇이라 표현하시겠는가

제가 늘 강조하는 대목이 있다. 단순히 장애인의 율동, 휠체어의 무용이 아니다. 우리에게 휠체어는 김연아 선수가 빙판 위를 날 수 있게 만드는 스케이트와 같다. 휠체어는 그 예술을 표현하는 수단인 것이다. 몸을 쓸 수 없다고 치부되던 사람들이 몸으로 승부를 한다는 데서, 이 휠체어무용은 특히 지체장애인들에게는 최고의 도전이 될 분야가 아닐까 판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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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람 스탠딩(비장애) 무용

언제 어떤 계기로 함께하게 됐는지 듣고 싶다

빛소리 친구들과는 2013년 8월부터 함께했다. 무용학과 졸업을 준비하면서, 졸업 작품에 대한 고민이 굉장히 컸다. 그때 떠올렸던 게 휠체어였고, 휠체어무용과 관련된 작품을 구상하게 됐다. 그런데 생각만으로 고민하던 중, 어느 휠체어댄스스포츠대회에서 빛소리 친구들의 공연을 보게 됐다. 댄스스포츠가 아닌 무용이었다. 신체의 움직임과 표현방식이 완전히 달랐다. 나름 불가능이라 판단하며 포기하려던 졸업 작품이었는데, 이게 무용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확신을 이들에게서 얻을 수 있었다.

 

직접 눈으로 본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는 건가?

그렇다. 휠체어무용을 직접 제 눈으로 경험한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아, 가능하구나!’ 그때 받은 감동으로 인해, 개인적으로 도전의식을 많이 느끼게 됐다. 그래서 이 팀의 동작을 혼자 많이 따라하며 연습하기도 했고, 이 팀과 작업을 같이 하고 싶다는 기대를 갖게 되기도 했다. 그런 와중에 이 팀의 큰 공연을 다시 한 번 직접 보게 된 기회가 있었다. 무용작품의 움직임이나 내용 모두 정말 괜찮았다. 그 자체로 가치가 느껴졌던 것이다. 그래서 이들과 함께하겠다는 결정을 하게 된 거다.

 

그럼 졸업한 지 얼마 안 된 건가

졸업하자마자 바로 빛소리 친구들에 들어왔다.

 

전속 개념인가

사단법인 빛소리 친구들은 아직까지는 비영리단체로 운영된다. 공식적으로 소속이 되며 월급이 지급되는 틀이 아닌 것이다. 하지만 제 마음은 이 팀의 전속으로 지낸다.

 

일반 세상의 입장으로 굳이 구분한다면, 무용학과 출신으로 ‘비장애’ 영역의 활동도 충분히 가능했을 텐데, 왜 빛소리 친구들이 자신의 자리라고 판단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일단 함께 연습하면서 가장 어렵고 힘들 거라는, 불가능할 거라고 판단했던 동작들을 해낼 때의 기쁨이 정말 컸다. 그건 내부적인 느낌이고, 공연하는 입장에선 공연을 바라보는 객석의 반응에서 가장 큰 희열을 얻게 된다. 휠체어무용이기 때문에 장애인, 그중에서도 중증장애를 가진 분들 앞에서 공연할 때가 많은데, 그 분들이 저희 공연을 보고 나서 큰 용기와 삶의 힘을 얻는다는 게 느껴질 때가 가장 보람된 순간이다.
 

그 ‘느낌’이라는 게 실제로 느껴지는가? 주관적인 판단일 수도 있을 텐데

아니다. 분명하게 느껴진다. 물론 주관적인 판단은 맞다. 하지만 ‘공연을 너무 잘 봤어요!’ 하시는 한마디 한마디에서 가슴으로 느껴지는 무언가가 있다. 우리의 공연을 직접 마주보시고 나서 ‘굉장히 큰 삶의 위로를 받는 분들이 계시는구나.’ 이런 느낌을 얻게 될 때가 가장 큰 보람으로 남겨지게 된다.

이름이 보람 씨라서 계속 ‘보람’을 느끼시는 것 같다. (웃음) 한 가지 더 질문을 드리겠다. 무용학과를 같이 다녔던 동료 또는 선후배들이나, 사회적 관계로 만나는 무용인들이 많을 것이다. 그들에게 ‘내가 휠체어무용인들과 함께하다 보니, 이런 긍정적인 면이 나를 여기로 이끈다’는 의미로 메시지를 남겨주시면 좋겠다

장애인무용은 직접 보기 전의 반응이라는 게 거의 엇비슷하다. ‘장애인무용?’ ‘그게 가능해?’ 아니면 그냥 손과 팔의 율동 정도로만 떠올리는 게 매번 눈에 보인다. ‘굉장히 좋은 일 하네?’ 하며, 뭔가 시혜적인 낮은 관점으로 치부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직접 휠체어무용을 본 이들의 반응은 똑같이 감동과 감탄으로 화답한다. 휠체어는 비장애인의 두 다리와 또 다른 새로운 몸이기 때문에, 그 새로운 몸만이 나타낼 수 있는 특별한 아름다움이 있다. 그런 경험은 또 다른 기쁨과 희열로 다가온다. 휠체어무용에 관심이 있다면, 언제든지 마음을 열어놓고 함께 작업할 기회를 많은 무용인들이 만들어 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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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창호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실기과 교수

핵심 위주로 안무하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무용을 전공하면서 휠체어무용이라는 걸 언제 처음 접하시게 됐나

예전에 영국에서 공부할 때, 한 무용단을 통해 휠체어무용이라는 게 존재한다는 걸 처음 알게 됐다. 그러다가 전문 무용단의 공연을 직접 보게 됐다. 장애인 중심의 무용단이었는데, 휠체어무용수들이 있었고 심지어 하반신이 없는 무용수들도 있었다. 경이로웠다. 그때까지만 해도 저는 무용수나 일반인이나 다 마찬가지로, 장애를 가지면 움직임을 해야 하는 직업은 못할 거라고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정반대였다. 생각의 전환으로 장애를 어떤 다른 형식으로 극복하는 걸 보면서, 움직임의 제한이 아니라 오히려 확장될 수도 있겠다는 큰 가능성을 떠올리게 됐다.

 

그럼 휠체어무용인들과 직접 작업하게 된 건 빛소리 친구들이 처음인가

그렇다. 처음 시도하는 거라서, 첫 작품은 약간의 탐색 비슷한 과정으로 진행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떻게 사회 구성원 속에서 섞일 수 있나, 그런 내용을 무용의 형식으로 시도해 봤다. 지금이야 워낙 잘 알게 됐고 움직임의 범위도 확실하게 알게 됐기에, 조금 더 강한 동작과 내용을 포함시키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게 됐다.

 

전공 교수 입장에서 ‘여기까지 표현하고 싶은데, 이건 좀 한계가 있구나’ 하는 부분들이 있는지 궁금하다

일단 현대무용은 플로어 즉, 바닥에 내려가서 빠르게 이동하는 동작을 많이 묘사한다. 물론 장애인무용인 중에서도 플로어 동작을 잘 소화하는 분들이 계신다. 휠체어가 기본이 되기 때문에 휠체어에 앉은 몸동작으로 안무를 구상하고, 부분마다 함께 토의하며 수정하는 과정을 계속 거친다.

안무 지도를 하는 입장에서 빛소리 친구들을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평소에 간직하던 솔직한 의견으로 듣고 싶다

실력과 완성도는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그냥 개인적으로 솔직하게 느꼈던 바를 그대로 얘기한다면, 제가 만약에 장애를 가지고 있었다면 굉장히 부정적이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이 분들은 굉장히 긍정적이고, 모든 움직임 자체를 순수 그 자체로 받아들이시는 게 두드러지게 돋보였다. 긍정적이고 순수하다는 거, 덧붙여서 누구보다 열정적이라는 게 빛소리 친구들의 실제 모습인 것 같다.

 

혹시라도 이들과 이런 무용을 시도해 보고 싶다고 구상하시는 게 있는가

요즘의 현대무용 방법론 중에서 렉처(lecture)댄스라는 게 있다. 인문학적인 강연을 하듯, 무용수가 자기에게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하면서 인생극과 같이 구성되는 무용이다. 이 팀과 그걸 구상하고 구성할 수 있다면 한번 시도해 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충분히 완성도 있는 작품이 펼쳐질 거라고 확신한다.

작성자채지민 객원기자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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