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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미래를 향한 우리들의 항해가 시작됩니다

함께하는 우리 : 인천 해원고등학교 통합교육지원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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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진 찍어주실 거예요?” “잘 찍어주세요!” “우리 다 잘 나오나요?” 영락없는 사춘기의 고교생들이다. 촬영 후에는 카메라의 촬영 이미지를 직접 확인하면서, 자기 얼굴의 여드름을 후보정(포토샵 작업)으로 지워달란다. 외모에 관심이 많고, 앞으로의 인생에 고민도 많은 10대 후반의 모습들이 교실 안에 그대로 드러난다. 장애 비장애 통합 사진반 운영으로, 얼마 전 ‘아름다운 동행’이란 사진전을 개최한 인천 해원고등학교 통합교육지원실이 이번 ‘함께하는 우리’의 주인공이다. 교실에서 직접 마주 대한 그들에게선 장애 비장애 같은 용어는 불필요했다. 오로지 우리의 젊은 미래만 눈에 띄었던 것이다. 그들의 좌충우돌 꿈의 날개를 함께 바라보고자 한다.

 

세상을 향해 한 걸음씩 다가서기

사진반 활동을 관찰하기 위해 통합교육지원실의 문을 열었는데, 내부는 완전한 커피전문점의 모습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구성원 모두가 바리스타 교육을 함께 받고 있다는 설명에 따르며, 계획에도 없었던 커피 만들기 작업의 참관이 시작됐다.

학교 선생님들께 배달할 커피를 직접 만드는 거란다. 원두를 손수 갈아서 커피를 내리고, 예쁜 찻잔에 따르며 하나의 상품으로 만드는 모든 과정이 능숙한 손놀림으로 진행됐다. “커피 값은 1천원인데, 한 잔에 5백원씩 저희 통장에 적립이 돼요.” 선생님들은 질 좋은 커피를 제자들의 정성으로 맛을 보고, 학생들은 커피 값의 절반을 자신의 수익금으로 올리게 된다는 것, 나름 훌륭한 방식의 운영 같았다.

“오늘은 교장선생님께서 급식실 선생님들께 전해 드리라고 8잔이나 주문해 주셨어요. 교장선생님께서 ‘쏘신’ 거예요.”

커피를 만들면서도 예비 바리스타들의 ‘수다’는 끊이지 않았다. 그래서 커피 제조와 배달까지 마무리한 다음 정식으로 대화를 나눠 보자 했더니, 그때부터는 모두가 입을 굳게 닫고 서로의 눈치만 살폈다. 이럴 때는 기자와 취재원, 교사와 학생, 외부인과 내부인, 이런 딱딱한 입장으로 마주하면 답이 안 나온다. 해결책은 하나다. 똑같은 친구로 어울려야만 막혔던 상황이 손쉽게 해결되는 법! 대화의 순서를 ‘안 내면 진 거, 가위바위보!’로 결정했다. 승패가 정해지고 나니, 그때부턴 닫았던 입을 열고 슬슬 장난기가 발동하기 시작했다.

커피는 언제부터 배웠나? “작년 2학기 때부터 시작했어요.” 커피의 종류도 여러 가지가 있는데,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커피는? “더치커피요.” 커피 만들기 말고도 다른 프로그램이 여럿 있었을 텐데, 왜 바리스타 교육을 받게 됐나? “그게… 그러니까… 선생님이 시켜서요. 하하하!” 커피 말고 잘하는 건? “요리요. 떡볶이 잘 만들어요.” 그럼 가장 자신 있는 요리는? “제육볶음이에요!”

전부 2학년이라는 이들의 합창은 쉽게 끝나지 않았다. 이주홍 군, 김세완 군, 전만영 군, 윤상필 군이 대답의 꼬리를 물고 또 물었다.

만들면서 가장 실수했던 건? “부을 때 커피를 흘렸어요.” 만드는 순서 중에 언제가 가장 즐거운가? “커피 내릴 때요.” 집에서 부모님께도 해드린 적 있나? “네. 잘 만들었다고 좋아하셨어요.” 그럼 바리스타가 장래희망인가? “네, 진짜로 하고 싶어요.” 선생님들께 커피를 배달한다는 게 재미있는 발상인데, 어느 분이 제일 좋아하시는가? “저의 담임선생님 유OO 선생님이에요!” “사진반 김OO 선생님이오!” “이OO 선생님이 가장 좋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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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구체적인 인생의 꿈입니다

인천광역시 청라신도시에 위치한 해원고등학교. 2016년 개교 4주년을 맞이하는 신설 학교이고, 올해 3년차가 되는 해원고 통합교육지원실은 장애학생들의 특성에 맞는 맞춤교육과 통합교육의 모범사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눈높이 맞춤형 교육은 다양한 분야에서 뚜렷한 성과를 일궈내고 있다.

기본적인 교과목 중심으로 ‘실생활 중심의 교과교육’을 진행함이 우선 눈에 띈다. 입시 대비가 우선하는 비장애 중심의 교실 교육이 아닌, 통합교육이 필요한 학생들의 실제 생활에 꼭 필요한 능력을 갖추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자신의 생각을 말과 글로 표현하는 국어교육, 기본적인 수리능력과 실생활에 꼭 필요한 셈법을 공부하는 수학교육, 사회생활에 필요한 지식 중심의 사회교육, 정보화시대에 맞춘 생활 중심의 영어교육이 주를 이룬다.

‘사회적응교육’ 또한 중요하게 진행되고 있다. 현장체험형 ‘사회적응교육의 날’을 지정해서 은행, 우체국, 주민센터 등의 공공기관의 이용 방법을 실제 체험으로 반복 학습한다. 박물관, 미술관, 과학관 등의 현장에서 진행하는 살아있는 교육, 전철과 버스 등 수도권 대중교통의 원활한 이용을 위한 경험 또한 체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부모와 함께하는 힐링 문화체험’도 호응을 얻고 있다. 마음을 열고 부모와 소통하는 방식을 함께 익히고, 테마를 정한 당일 또는 1~2박의 여행을 통해 지역의 문화를 체험하기도 한다.

‘체육교육 활성화’는 학생들이 가장 즐기는 분야이기도 하다. 장애인체육회와 연계해서 전문 지도자가 직접 방문해서 교육을 진행하고, 각종 체육대회에 선수로 출전해서 좋은 성과를 얻기도 한다. 인천시교육감배 체육대회와 장애학생 전국체전에선 금메달 수상자가 이들 중에서 탄생했을 정도로 탁구와 볼링, 야구와 수영 등 다양한 분야에서 체육활동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진로·직업교육 활성화’는 사회인이 되기 위한, 사회적 자립을 이루기 위한 실질적 교육을 중심으로 한다. 바리스타 교육이 대표적이다. 인천평생교육관에서 직접 바리스타 교육을 받았고, 교내 활동을 통해 실생활에서 직접 결실을 얻는 예비 바리스타의 체험을 지속적으로 쌓아가는 중이다.

‘예술교육 활성화’는 단순한 여가생활뿐 아니라, 정서함양과 함께 직업인으로서의 가능성을 탐구하기 위한 교두보 역할을 한다. ‘통합동아리 사진반’ 활동이 가장 큰 성과를 얻고 있다. 장애 비장애 통합교육이라는 건 그만큼 교육의 질을 강화하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통합교육에 참가한 비장애학생들은 사진가를 꿈꾸는 사진학과 지망생들이다. 당연히 높은 수준의 창작을 지향하고, 그에 걸맞는 결실을 얻고 있다는 것이다.

“사진을 전공하고 싶었는데, 학교에 사진반이 있어서 들어오게 됐어요. 중학교 때 아버지가 DSLR(렌즈 교환식 전문 카메라)을 사주셔서,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사진을 전공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게 됐어요. 목표를 이루기까지는 힘든 과정이 많겠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요. 무작정 공부만 하면 따분하고 성공할 가능성도 잘 모를 것 같은데, 스스로 좋아하는 일을 하면 성공할 가능성이 훨씬 높아질 것 같아요. (1학년 신효석 군)”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스마트폰을 통해 사진 촬영에 익숙해졌고 매력을 느꼈어요. 처음엔 풍경을 찍는 게 좋았는데, 점점 하다 보니까 추상적인 이미지를 촬영하는 게 좋아지고 있거든요. 학교 도서관에 ‘내셔날 지오그래픽’이라는 세계적인 사진 전문 월간지가 있어서, 그 내용을 탐독하면서 세상의 많은 어려운 사람들을 알리는 사진 작업을 하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됐어요. 사진학과가 목표이고요. 지금은 지구온난화의 흔적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싶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2학년 오세원 군)”

사진가의 꿈을 구체적으로 갖고 있는 통합동아리 사진반이니까, 사진 촬영의 가장 기본이 될 사항 하나를 조언으로 남겨놓아야겠다. 사진 이미지의 사각형 모양을 프레임(frame)이라고 한다. ‘사각의 틀’이란 뜻이다. 좋은 사진과 나쁜 사진의 차이는 비싼 카메라와 저렴한 카메라의 차이가 아니다. 프레임 안에 담길 내용에 따라, 좋은 사진과 나쁜 사진으로 구별되며 나눠지는 것이다.

좋은 사진이란? 핵심이 되는 ‘그것 하나’에 집중하고, ‘그것 하나’가 가장 두드러지게 잘 묘사된 사진이 좋은 사진이다. 더 많은 걸 담으려 하지 말고, 핵심이 되는 것 이외엔 다 빼버리겠다는 마음자세가 좋은 사진을 만든다.

예쁜 꽃 한 송이를 묘사하기 위해 화단 전체를 찍으면, 정작 ‘그 꽃’은 단번에 보이지 않는다. 예쁜 아기를 찍고 싶은데, 아기 주변에 아기 물건 수십 가지를 펼쳐놓았다면 아기는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꽃이면 꽃, 아기라면 아기 하나에 집중해야 좋은 사진인 것이다. 꿈을 향해 도전하는 해원고등학교 통합교육지원실 친구들의 푸른 미래를 기대한다. 꿈 하나만 바라보며 간직하면 된다. 그게 성공이다.

 

인터뷰 _ "더 많은 이해와 참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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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원고등학교 통합교육지원실 교사 김효송

 

 

해원고의 통합교육지원을 담당하고 계신데, 교직에서 통합교육을 계속 해 오신 건가

전공은 특수교육의 국어 담당이다. 특수학교에 십여 년 넘게 있었고, 일반 학교에서도 근무를 했다. 공립은 5년마다 이동할 수 있기 때문에, 신설된 해원고에 부임하면서 통합교육지원실을 새로 만들어 운영하게 됐다.

 

 

특수학급 운영에 있어서 어떤 점에 주안점을 두고 계신가

우선 여러 장비들을 갖추는 데 중점을 뒀다. 우리 애들의 장애상태와 개별능력이 워낙 다르다 보니까, 일반적인 수업도 중요하지만 그 이외의 사회적응교육과 애들한테 맞는 예체능교육에 집중해야겠다고 판단했다. 지원실 안에는 세탁기와 취사도구들도 다 갖춰져 있다. 생활 전반의 실생활교육이 다양한 직접 체험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학생들이 바리스타의 꿈을 매우 진지하게 꾸고 있는 것 같다. 커피를 특화시킨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커피 제조 기술을 익히는 자체도 중요하지만, 저는 크게 두 가지 의도를 갖고 시작을 했다. 첫째로는 우리 애들이 선생님들과 더 가깝게 친해지기를 바란 것이다. 선생님들의 칭찬을 들으면, 그 좋은 기억이 오래 남게 될 연령대 아닌가. 직접 배달을 가게 되면, 선생님의 칭찬과 격려를 직접 듣게 되면서 친해질 수 있게 된다. 특히 수업을 듣지 않았던 분들과도 친분을 새롭게 만들 수 있다. 그게 가장 큰 의도이고, 두 번째로는 이런 직업교육을 통해서 직업에 대한 관념을 쌓아가기를 원했던 것이다. 기대보다 긍정적인 효과를 얻고 있는 것 같다.

 

이러한 특수교육의 커리큘럼이 정부나 교육청 차원에서 일정하게 정해져서 내려오는 건가

물론 기본적인 교육과정은 어느 정도 정해져 있긴 한데, 특수교육 부분에서는 제가 보기엔 아직까진 자유로운 지점이 있다. 그래서 우리 애들한테 맞게 이런 부분을 늘려야겠다 하면, 예를 들어 체육수업을 좀 더 늘려야 한다면, 저의 판단에 따라 자율적으로 조정이 가능하다. 어떤 학생이 있는데 그 학생에게는 개별지도를 좀 더 많이 해야겠다 한다면, 그렇게 수업 일정을 정할 수 있는 자율권이 있다. 애들 능력에 맞춰서 교사가 수립할 수 있는 재량권이 남아 있는 것이다.

 

해원고 특수교육지원실의 긍정적인 교육환경을 직접 관찰하게 돼서 기쁘다. 그런데 일반적인 대다수 특수교육 현장에선 아직까지도 미흡한 점이 많을 것 같은데, 선생님의 오랜 경험으로 볼 때 무엇이 가장 미진한 부분인 것 같나

사실 처음 도입됐던 초기단계에서는 특수교육에 대한 이해가 많이 부족했다. 그래서 현장학습을 나가려 해도, 사고가 난다며 교장선생님이 못 나가게 했던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또한 예산도 많이 부족했다. 그게 특수교육 자체를 힘들게 만들곤 했다. 교육권연대의 활동 등을 통해 예산을 늘리고, 부족했던 많은 부분들을 어느 정도 해결한 성과가 현재의 모습이다. 통합교육은 특수교사 혼자서 해도 될 사항이 아니다. 전반적인 교직원들과 교육청, 학부모와 일반 시민들의 전체적인 의식구조가 변해야 한다. 아직까지는 많이 부족하다. 보다 열린 마음으로 적극적인 의견개진과 더불어, 모두가 소중한 공동체의 일원이라는 인식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점을 진지하게 말씀드리고 싶다.

작성자채지민 객원기자  cowalk1004@dan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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