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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가능성이 하나씩 실현되고 있습니다

함께 걷는 우리 : 연리지장애가족사회적협동조합 세차사업팀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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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각지에서 풀뿌리 형태로 조직되는 단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단순한 동호회나 동지적 연결이 아닌, ‘무언가’ 확실한 대안과 대상을 설정해놓고 구체적인 활동을 전개하는 단체들이 활성화되는 것이다. 물론 사회적협동조합의 도입이 큰 계기가 되긴 했지만, 중요한 건 구상만 하는 차원에서 벗어나 실제 움직임을 전개하는 실천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모두가 동등한 사회의 일원으로 삶의 현장에 나선다는 긍정의 효과가 발생함은 물론이다.

중증장애인들의 직업개발과 일자리 창출을 목적으로 설립한 사회적협동조합 중에서도 우수사례로 꼽히는 이들이 있어 이번엔 대전광역시로 향했다. 연리지장애가족사회적협동조합이 그들이고, 물(水)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세차방식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세차사업팀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팀을 책임지고 있는 한만승 팀장과의 대담을 통해, 세차사업팀의 첫 출발과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전 과정을 들어봤다. 그 내용을 이 자리에 옮긴다. 새로운 단체나 수익형 사회적협동조합을 꿈꾸는 이들에게 타산지석의 좋은 도움과 조언이 되리라 기대한다.

 

사회적협동조합으로의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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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승 팀장

함께걸음(이하 함께) 한겨울에 실내가 아닌, 이렇게 외부에서 작업을 한다는 게 많이 힘들 것 같다

한만승 팀장(이하 팀장) 실외에서 하는 일이라는 게 다 비슷하지 않은가. 하루 종일 바쁘게 움직이다 보면 추운 줄 모른다.

 

함께 연리지장애가족사회적협동조합(이하 연리지)은 조직 구성의 범위가 어느 지역까지 포함하는 건가

팀장 대전광역시 중심이다. 대전 지역의 발달장애인 청년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설립됐다. 세차사업팀 또한 모두 발달장애를 가진 청년들로 이루어져 있다.

함께 보통 청년 일자리 창출이 목적인 경우는 부모회가 중심이 돼서 조직 설계를 시작하는 예가 많은데, 연리지도 마찬가지인가

팀장 그렇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조합을 처음 발기하고 설립에 동의한 조합원의 절반 정도가 당사자 부모들이었다.

함께 첫 출범은 언제 했나

팀장 이제 곧 만으로 3년이 된다. 2013년 4월에 첫 발걸음을 내딛었다.

함께 시작하기까지 시행착오도 적지 않았을 텐데,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듣고 싶다

팀장 고용노동부에서 해마다 전국 차원의 소셜벤처경진대회를 개최한다. 그래서 지금 하고 있는 이 세차 아이템을 가지고 2012년에 처음 참가를 했었다. 충청지역 예선은 통과를 했는데, 본선에 오른 뒤에 입선은 하지 못했다. 입선하면 상금이 나오고 창업지원도 해준다고 해서 모두 기대했었다. 하지만 뜻밖에 결과가 좋지 않아서 어떻게 할까 고민하던 중에,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하면 어떻겠는가 하는 의견과 제안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함께 제안이라는 게 연리지 내부의 목소리로 언급이 된 건가

팀장 내부의 의견도 물론 있었지만, 사회적협동조합을 지원하고 인큐베이팅을 하는 지원기관이 모든 광역시도마다 다 있는데, 대전의 그 기관에서 제안을 한 것이다. 실제로 처음 소셜벤처경진대회 출전을 권유했던 곳도 그 지원기관이었다.

함께 그럼 구체적인 밑그림이 나오기 시작했다는 건가

팀장 그때까진 아니었다. 창업자금을 어떤 식으로 해야 할지 의견이 분분할 때 협동조합 형태로 제안이 들어오자, 우리는 일반협동조합 말고 사회적협동조합으로 해보자며 의기투합을 할 수가 있었다. 어쨌든 우리는 사회적 미션이 명확하지 않은가. 연리지가 전체 사회적협동조합 중에선 두 번째로 창립됐고, 고용노동부 차원에선 1호로 설립된 케이스라고 알고 있다.

함께 창립과 동시에 세차사업팀이 시작된 건가

팀장 아니다. 당시 대전 시장의 일자리특보로 계시던 분과 계속 의견을 나누고 있었는데, 정무직이던 그 분의 아이디어와 기존의 공무원들과의 의견차이가 해소되지 않았다. 일자리특보의 제안은 시청의 시설팀이나 총무팀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문제제기가 이어졌고, 결과적으로는 일자리특보와 구상했던 사회적협동조합의 모습과는 조금 다른 형태로 타협안이 도출되게 됐다. 현재와 같이 차량을 가지고 나와서, 시청 주차장의 일정 주차 면적을 사용할 수 있는 자격 정도로 결론이 난 것이다.

함께 대전광역시청의 이 넓은 주차장에 가득한 차량들의 숫자만 계산한다 해도, 상당히 좋은 조건에서 일을 시작하게 된 게 아닐까 싶은데

팀장 바로 그런 생각이 우리의 문제였다. 지금 돌이켜보면 너무 쉽게 판단한 아마추어였던 셈이다. 주차장에 상주하는 차량대수가 워낙 많다 보니, 우리가 이 자리에 붙박이로 있다 보면 수익창출의 수요 정도가 안 나오겠는가 하며 가볍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게 아니었다. 그래서 같은 해 하반기부터 다른 출장 장소를 알아보면서, 이동세차가 가능할 차량 한 대를 더 마련하게 됐다.

함께 쉽게 표현해서, 앉아서 기다리지 말고 찾아가는 서비스를 하자는 의미인가

팀장 그렇다. 수요가 별로 없는 자리를 마냥 지키고 있는 건 어려운 일 아닌가. 물론 대전광역시청의 주차장 공간을 영업장소로 확보했다는 상징성은 유지할 필요가 있었기에, 이 자리 영업을 위한 차량은 계속 상주시키고, 새로 마련한 차량으로 이동세차의 지역을 넓혀간 것이다.

이제 우린 재구매율이 높아진 세차사업팀이다

함께 세차사업팀의 구성은 어떻게 되어 있는가

팀장 현재 팀장인 저를 제외하고 일곱 명이 직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그동안 여러 변수로 인해 내부적인 변화가 있었다. 팀장도 두 명이었는데 한 명이 정리를 했고, 차량 두 대를 운영하는 게 방만하다고 판단되던 시점이 있어서 한 대로 다시 줄이기도 했다. 직원으로 일하는 친구들의 근무시간도 주 20시간으로 통일시켰다. 인원감축도 있었다. 사회적협동조합이기에, 최소한의 손익구조를 맞춰야 하는 불가피함이 뒤따랐던 것이다.

함께 그 불가피함이 지금도 여전한 상태인가

팀장 이젠 조금씩 수요가 넘치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팀장을 새로 한 명 더 뽑고 잠시 멈춰두었던 차량 한 대도 운영을 재개해서, 3인 1조 개념으로 두 팀이 움직이는 방식이 곧 준비될 것 같다. 본격적으로 두 팀의 체제로 움직이면서 열심히 영업한다면, 최소한의 수익구조는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함께 세차시스템에 대한 질문을 드리고 싶다. 세차라고 하면 호스 끝에서 세차게 뿜어나는 물줄기부터 떠올리게 되는데, 물이 거의 사용되지 않는 세차라는 게 어떤 방식인지 궁금하다.

팀장 아주 적은 양의 물을 입자 상태로 분사시키는 특수한 세차 장비를 사용한다. 왁스도 다른 매장보다 비싼 제품을 사용하기 때문에, 세척과 동시에 이물질 제거가 가능하면서 표면 코팅까지 마무리되는 시스템이다. 일반적인 물 세차장에서 물로 먼저 씻은 다음 왁스를 발라주는 방식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차 내부 작업에는 항균제까지 섞어서 진행하기 때문에, 내부 환경을 훨씬 쾌적하게 만드는 효과까지 완수하게 된다.

함께 수익창출을 위한 영업의 기본이라 해야 할 단골고객이 많은지 여부가 궁금해진다

팀장 재구매율은 꽤 높은 편이다. 사실대로 말씀드린다면, 세차를 맡겼던 분들이 계속 맡기신다.

함께 일면 그럴 것 같다. 일단 손맛을 봤던 고객들이 다시 찾게 될 것 같다. 작업하는 이들이 장애당사자들이라는 선입견이랄까, 그런 현실 때문에 신규고객의 접근이 주저되는 면도 없지 않을까 싶다.

팀장 맞다. 그런 면이 있기는 하다. 대신 단골이었다가 다른 기관으로 발령받은 고객의 경우, 자신이 위치한 지역으로 출장세차가 가능한지 여부를 묻는 분들도 여럿 계신다.

함께 아하, 그 정도라면 거의 충성고객 수준이 아닌가

팀장 고마운 분들이다. 작업을 직접 하는 입장에선 두 달에 한 번 정도는 왁스와 항균작업까지 포함한 이 세차를 꾸준하게 받으시는 게 차량 성능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그런데 우리의 일반적인 습관은 일단 눈으로 봤을 때 지저분해진 다음에 세차를 떠올리지 않는가. 그게 좀 아쉽기도 하다.

함께 그렇다면 대정광역시의 어디까지 출장이 가능한가. 고객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갈 수 있다는 건가

팀장 고객의 요구에 따라 가기는 하는데, 이왕이면 현지에 가서 하루 내내 작업이 가능한 곳을 먼저 선정하고 있다. 여러 관공서나 시민대학, 특수학교와 예술의전당 같은 곳들이 하루 작업의 현지매장으로 지정된 상태로 진행하고 있다.

함께 그 의미는 ‘우리 세차팀이 오늘 여기에 왔다’ 하는 사전예약 같은 게 맺어지고 있다는 건가

팀장 (스마트폰 화면으로 연리지 홈페이지의 한 화면을 보여주며) 한 달의 세차 스케줄이 이렇게 잡혀 있다. 대부분의 방문 장소에선 우리 팀을 담당하는 현지의 직원이 미리 사내방송 등을 통해서 예약자 명단을 작성해 준다. 그 지역에 우리가 가는 걸 알고, 외부에서 직접 찾아오시는 분들도 계신다. 새해 들어 우리 연리지 세차사업팀이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는 계기가 계속 만들어지면 좋겠다.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자는 다짐을 되새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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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형준 (22세, 작업당사자)

함께 이 일을 한 지 얼마나 됐나

안형준 일한 지는 만 2년이 다 되어간다.

함께 일을 하면서 가장 기분 좋고 보람이 있는 건 무엇인가

안형준 장난치고 웃을 때다. 일하는 동안 즐거움을 만들려고 한다.

함께 그렇다면 일 하는 동안 짜증이 나는 순간도 있는가

안형준 성질이 나고 욕이 나올 때도 있다. 그런데 참는 연습을 많이 하게 된다.

함께 매서운 겨울 한파가 계속된다. 일하는 건 괜찮은가

안형준 많이 힘들긴 해도 참고 일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함께 일은 계속 하고 싶은가

안형준 그렇다. 계속 하고 싶다. 하다 보니까 적성에 맞는 것 같다. 자신감이 생긴다.

 

장희성 (25세, 작업당사자)

함께 이 작업을 얼마나 했나

장희성 햇수로는 3년 됐다.

함께 일이 적성에 맞는 것 같은가

장희성 아직까지는 보통이다. 가끔 싫을 때도 있지만, 일단 할 때는 열심히 하려고 한다.

함께 일하다가 ‘이게 참 힘들다’ 하는 순간이 있는가

장희성 겨울에 눈이 올 때다. 눈은 쏟아지는데, 차는 깨끗하게 만들어야 하지 않나.

함께 그럼 계절 중에선 역시 겨울이 가장 힘든 건가

장희성 여름도 마찬가지다. 장마가 계속될 때는 난감하다.

함께 날씨 이외의 어려운 점은 따로 없는가

장희성 작업을 하기 위한 발전기가 고장이 날 때, 그럴 때는 아무것도 못할 때가 있다.

함께 앞으로도 이 일을 계속 하고 싶은가

장희성 그건… 고민 중이다. 팀장님이 듣게 될 텐데, 이런 말을 해도 되는가? 하하하!

 

글·사진 채지민 객원기자

 

작성자채지민 객원기자  cowalk100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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