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의 삶은 내일의 우리 모습입니다 > 함께 사는 세상


어르신들의 삶은 내일의 우리 모습입니다

함께 사는 세상 : 서울신월노인참여나눔터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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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30일 미국 통계국이 발간한 ‘고령화 세계(An Aging World) 2015 - 국제인구보고서’의 내용은 이번 ‘함께 사는 세상’을 설명할 가장 최신자료라 할 만하다. 2050년에 노인 인구 비율이 일본(40.1%)에 이어 한국이 35.9%로 세계 2위가 될 거라는 전망, 또한 노인 인구 비율이 7%에서 21%로 오르는 데 걸린 기간이 영국과 프랑스는 각각 100년과 157년이나 걸렸지만 한국은 27년으로 세계에서 가장 짧았다는 점이 눈에 띈다. 그러나 심각하게 봐야 할 대목은 따로 있다. 한국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은 49.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2.4%에 비해 4배나 높다는 것, 이건 충격적인 대한민국의 현실 상황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다.
우울한 통계는 책상 가득 쌓여있을 만큼 넘쳐나지만, 우울하다고 한숨만 쉴 수 없는 것 또한 현실이기도 하다. 고령화될수록 고립되고 뒤로 밀리는 이 땅의 어르신 문제를 풀어낼 가장 빠른 해결책은 무엇일까? 정부가 똑바로 정신 차리고 확실한 정책을 시행하는 게 최우선이겠지만, 그걸 기대하는 건 난망한 일이기에 남은 건 당사자들이 일단 직접 움직이는 방법밖에 없다. 해결책을 스스로 찾아내서 실천하고 대안을 찾아가는 움직임의 현장에 함께했다. 역시나 답은 세상 속에 있었다. 한국헬프에이지(HelpAge)에서 직접 운영하는 서울신월노인참여나눔터가 이번에 만나는 우리 곁의, 우리 안의 세상이다.

 

참여와 나눔을 직접 실천한다
선입견이 단번에 깨지는 순간은 당황스러움만큼이나 반전의 묘미를 안겨준다. 그게 아니라는 것,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 직접 마주하기 전에 짐작부터 하지 말라는 자각 또한 뒤따르게 된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조금은 우울한, 제각기 편을 나눠 앉아서 끼리끼리 얘기하고 누군가는 혼자 동떨어져 있는, 군중 속의 고독은 여전할 거라는, 비슷한 공간에서 봐왔던 그런 모습들 그대로일 거라는 생각을 애써 감추며 서울신월노인참여나눔터(이하 신월나눔터)의 문을 열었다.
어? 이건 대반전이다. 굴러가는 낙엽만 봐도 깔깔댄다던 여고시절 같은 웃음소리가 실내 가득 울리고 있었다. 불쑥 찾아든 낯선 이의 등장을 이렇게 반겨주는 곳은 이번이 정말 처음이었다. 뒤이어 한 분 한 분 문을 열고 들어서는 어르신들을 맞이하는 장면들도 색달랐다. 명절 때 형제자매가 오랜만에 만나도 이만큼 반갑게 맞이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도대체 이 나눔터가 어떤 곳이고 어떻게 운영되고 있기에, 이런 열린 마음으로 여럿이 함께 존재하는 게 가능할까?
한국헬프에이지는 헬프에이지 인터내셔널(HelpAge International)의 자매기관으로, 1982년에 설립된 사회복지법인이다. 이미 익숙한 명칭인 한국노인복지회의 영문명이라고 부연하면, 훨씬 이해하기 쉬워질 것 같다. 2016년 봄 현재 서울, 인천, 부천, 성남, 군산, 부산, 창원 등 전국 16개소의 노인참여나눔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450여 명의 회원들이 함께 모여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노인참여나눔운동은 저소득층 노인이 경제적, 사회적 소외를 스스로 극복하기 위해 자치공동체를 조직해서 노인의 빈곤 타파, 소외 극복, 건강 증진 및 차별철폐를 실천하도록 시민과 함께하는 운동이다. 한마디로 노인들이 지역사회에 직접 참여하여 나눔을 실천하는 교류의 장을 만드는 것이다.
각 나눔터는 자치공동체의 기치를 그대로 발휘한다. 회장과 부회장, 총무와 모임 장을 선출해서 자발적인 회의를 진행하고 행사 계획을 수립한다. 프로그램 또한 다양하다. 활발한 노년 생활을 위한 체조교실, 한글교실, 노래교실, 카메라 조작과 촬영법을 익히는 미디어교실 등이 운영되고 있으며, 봉사를 중심으로 하는 대외 소모임 활동도 활발하다. 외로운 독거노인들이 많아지는 현실을 반영하여 함께 식사하는 ‘밥상모임’을 꾸준히 열고 있고, 더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한 바자회 활동도 곳곳에서 열고 있다. 전국 16개소의 임원들이 한데 모여 교류를 나누는 임원연대모임을 개최하고, 나들이와 송년회 등 다양한 연대활동도 펼친다. 말 그대로 ‘참여’와 ‘나눔’을 직접 실천하는 어르신들의 자발적 움직임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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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바로 우리의 부모님이다
“대학 시절 동아리 활동을 했는데, 재개발 단지 원주민들의 생계를 마련하고 지원하는 프로젝트가 중심이었어요. 재개발 단지의 주민들은 거의 다 어르신들이었죠. 그 어르신들과 관계형성을 해가면서 우리가 노인에 대한 문제에 관심이 너무 적다는 생각을 갖게 됐고, 이후 노인과 관련된 단체에서 활동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한국헬프에이지와 함께하게 돼서 3년차가 됐고, 지금은 신월나눔터의 활동가로 일하고 있습니다.”
방선영 활동가는 어르신들이 변화되어가는 모습을 보는 게 가장 큰 보람이라고 한다.
“처음부터 이렇게 말씀 잘하시고 밝은 분들이 아니셨거든요. 집에 혼자서 소외되고 혼자 독거를 하시다 보니까 슬픔을 갖게 되고, 사람을 만나는 걸 꺼려하시던 분들이 대부분이에요. 그런데 이렇게 공동체 생활을 하게 되면서, 눈에 띄게 밝아지는 모습을 보여주시는 거죠. 개인적인 희망사항이 있다면, 어르신들이 활동가 없이도 자체적으로 이 공동체를 운영해 나갈 수 있는 그런 환경이 어서 마련되는 거예요. 젊은 사람들의 도움 없이, 어르신들 스스로 계획하고 결정하고 실천하는 시스템이 정착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함께 근무하는 박경미 활동가는 다른 비영리단체에서 활동하다가, 작년 10월에 한국헬프에이지에 입사하면서 신월나눔터와 함께하게 됐다고 한다.
“기존에 하던 일은 개인적인 만족이 굉장히 컸던 일이었는데, 아이를 낳고 키우다 보니까 가치관이 많이 변하면서 다른 사람들을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많아지게 됐어요. 제가 엄마가 된 뒤부터 저의 엄마, 저의 할머니를 떠올리게 된 거죠. 그래서 자연스럽게 노인 복지 분야로 발을 들여놓게 된 것 같아요.”
박경미 활동가는 이 일을 정말 잘 선택한 것 같단다. 입사 후 반년 정도밖에 안 지났지만, 어르신들의 달라지는 모습을 확인할 때마다 큰 기쁨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다른 모임에선 왠지 모를 불편함이 많았는데, 신월나눔터엔 그런 게 전혀 없어서 너무 좋다고 다들 이구동성으로 말씀하신단다.
“분위기가 좋아진다는 점만큼 한편으로 아쉬운 건, 갈수록 몸이 안 좋아지시는 게 느껴진다는 점이에요. 겨울 한 번 지나는 동안 몸의 변화가 눈에 보여요. 계단을 올라오는 데도 숨이 차는 게 예전과 다른 모습이죠. 신체적 나이를 무시하지 못한다는 거예요.”
그래도 일단 만나면 살아있는 느낌 가득한 분위기로 실내가 되살아나고, 하루하루 일과뿐 아니라 대외적인 활동계획수립 등 적극적인 참여의 장이 펼쳐진단다. 마침 진행된 체조시간은 지도강사의 움직임보다 더 능동적인 몸놀림으로 모두가 커다란 동작을 익숙하게 표현하며 반복했다. 뒤에 이어진 정기회의 때는 누구 하나 뒤로 물러나는 모습 없이 각자의 의견을 열심히 꺼내놓았다. 이어진 간식 시간은 서로에게 과일을 권하며 만개한 웃음꽃의 절정을 드러냈다. 수동적인 모습이 하나도 없다는 점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어르신들 모두가 능동 그 자체였던 것이다.
“보통 어르신이라 하면 사회의 부담처럼 얘기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건 절대 아니에요. 여기 계신 분들이 그걸 증명해내고 계시죠. 정말 열심히 봉사활동을 하시고, 어르신이 할 수 있는 역할에 충실하세요. 한부모가정의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가졌을 때는, 그 아이들한테 할머니의 정 같은 걸 느끼도록 정말 따뜻하게 맞아주셨거든요. 어르신들만이 할 수 있는 부분들이 분명히 있어요. 그런데 그걸 어떻게 해야 되는지를 몰라서 못하는 거지, 저희가 이렇게 자리만 조금 도와드리면 어르신의 가치가 무엇인지는 직접 보여주시거든요. 그런 부분들을 더 열심히 찾아서 실천한다면, 훨씬 더 나은 사회가 될 거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박경미 활동가의 설명이 가슴에 와 닿는 건 ‘어르신들만이 할 수 있는 부분’이란 표현이 커다란 울림으로 맴돌았기 때문이다. 헬프에이지 인터내셔널이 2014년 10월에 발표한 ‘세계노인복지지표(Global AgeWatch Index)’를 보면, 대한민국의 실제 현실이 어느 수준인지가 여실하게 드러난다. 대한민국 정부와 언론은 우리가 OECD 회원국임을 항상 자부심으로 내세운다. 하지만 세계노인복지지표는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에서 소득보장 영역의 최하위권에 맴도는 대한민국의 민낯을 보여준다. 조사대상 96개국 중 80위라는 것이다. 또한 OECD 회원국의 노인 취업률은 평균 12.3%이다. 국가가 제도적으로 보장을 하기 때문에, 굳이 취업을 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60세에서 64세의 취업률은 57.2%(통계청 2014 통계)나 된다. 일을 해야만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일이라도 해야만 살 수 있는 나라, 일을 하지 않으면 턱없이 부족한 최소한의 연금으로 생존해야 하는 나라, 어떻게든 먹고 살려고 무슨 일이라도 해서 작은 수입이라도 얻으면 곧장 기초생활수급대상 자격을 박탈하는 나라…. 이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고, 어르신들의 이 현실은 나머지 국민 모두의 내일이 어떤 모습일지를 낱낱이 증명하고 있다. 제도가 만들어내는 사회적 약자가 바로 우리의 부모들이라는 것, 이건 선거 때만 내세우는 화려한 공약의 말장난이 얼마나 끔찍한 건지 심각하게 되짚어야 할 화두를 우리 모두에게 던져놓는다.


나도 한마디 - “우리 나눔터는요!”

어르신 1
처음에는 이 나눔터가 뭔가 했어요.
그냥 노인들이 모여서 노는 곳인가 보다 했는데, 여기를 다니며 보니까 첫째 이 나눔터에는 의지가 있어요. 사랑이 있어요. 길에서 만나면 그냥 지나쳤을 텐데, 여기에 오면 형님 아우, 오셨냐고 반기며 누구나 다 반색을 해요.
이것도 큰 공부라고 생각해요. 내 것 네 것 없이 마음을 주고받는 여기 나눔터가 우리 쉼터예요. 우리 노인들이 가장 즐겁게 노는 곳이 이 나눔터라고 생각합니다.

어르신 2
나는 이 동네 40년 넘게 살았는데, 여기 나눔터를 몰랐어요. 오고가며 얼굴만 봤지, 서로 반길 일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여기 나와서 보니까 너무 편해요. 토론도 하고 운동도 하고 체조와 노래도 같이 하고, 또 음식을 마련해 식사도 같이 하니까 서로의 친절감이 들고 너무 좋습니다.

어르신 3
여기 나오니까 노인네들 다 서로 한 식구 같아요. 운동도 하고 여러 가지 뭐든지 나눠 먹고, 이렇게 하는 게 전부 다 참 좋아요.

어르신 4
여러분, 저기 노인참여나눔터의 활동수칙이 있죠? 저것을 단순하게 보면 안 돼요. 어디를 가도 저런 비슷한 내용들이 있지만, 이 나눔터의 저 수칙은 다릅니다. 우리 노인네들을 위한 내용만 딱 해놨으니까, 여러분은 저걸 마음속 깊이 생각하면서 읽어야 돼요. 그럼 여기서 문제가 날 수가 없습니다. 우리 모두 이렇게 와서 서로 형님 동생이라 생각하고, 우리의 모든 걸 남한테 나눠주는 게 또 우리 입장 아닙니까. 저 수칙 그대로 우리가 지내면 되는 겁니다.

어르신 5
여기에 와서 보니까 형님 동생으로 지내고, 그러니까 모든 게 부드럽고 친절하고
참 좋습니다.

어르신 6
좋은 얘기를 다 해서 난 할 게 없네.
하하하. 느낀 거야 진짜 많지. 여기 처음 왔다 갔다 했던 게 3년 넘었나 봐. 오래 됐어. 그런데 처음에 왔을 때는 들어오기가 불편했어요. 다리가 안 좋아서. 그래서 잘 안 나오게 되다가 요즘 다시 와 봤는데, 계단에 손잡이를 너무 잘 만들어놨어. 또 올라와서 들어오면 속이 확 뚫리는 것처럼 참 기분이 좋아.
금방 친해지게 되고 환경도 너무 좋아졌어. 서로 다 친절하고 항상 악수를 나누고 해서, 여기에 오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어르신 7
마냥 좋고 마냥 웃고 그래요.
여기가 편안해서 좋아요. 선생님도 좋고 모두 형제처럼 지내는 게 제일 좋아요.
다른 데처럼 괜히 남의 말만 하고 괜히 헐뜯고 이런 게 없는 게 최고예요. 나는 여기를 늦게 알게 됐지만 정말 좋아요.
이렇게 여럿이 모여서 네 것 내 것 없이 진짜 친하게 지낼 수 있다는 게 진짜 고맙고, 여기를 정말 잘 왔다고 늘 감사해요.

어르신 8
처음엔 그냥 나와 봤는데 참 좋아요. 여러 친구들도 만나게 되고 이렇게 모여 얘기하고
놀 수 있으니 참 재미있어요.

어르신 9
처음엔 서로의 마음도 잘 모르는 채로 그냥 있었는데, 지금은 마음도 잘 알게 됐고 항상 즐겁게 지내게 되니까 진짜로 좋습니다. 앞으로 빠지지 않고 꼭 참석하며 지내겠습니다.

어르신 10
여기 오니까 재미있어요. 안 빠지고 나와서 미리 청소도 하고 함께하는 게 참 좋습니다.

어르신 11
여기가 참 좋아요. 즐거운 단체생활이 보기 좋고, 서로서로 음식을 가져와서 서로 나눠먹는 게 너무 좋더라고요. 너무 좋은 나눔터예요. 감사합니다.

어르신 12
여기선 내가 가장 오래된 사람 같은데, 나는 여기서 집도 멀어요. 그런데 와 보면 너무 좋아서 다 잘해 주고, 그래서 자주 오려고 하긴 하는데 오는 게 너무 힘들어. 그래서 안 나오려고 하는데도
그래도 이렇게 자꾸 오게 되네요. 오면 참 좋아요.

어르신 13
나는 처음 왔을 때 말을 안 했어. 웃는 것도 생전 안 해봤거든. 말하는 것도 그랬지. 그래서 첫날은 참 이상하고 쑥스러웠는데, 그래서 말도 못했는데 마음이 풀리고 조금씩 더 웃게 돼요. 오늘 세 번째 왔어요. 세 번째인데 이젠 내 몸을 위해서라도 내가 여기 와서 더 많이 웃고 대화하고 그래야겠다고 많이 생각해요. 계속 나올게요.

어르신 14
저는 3년을 여기에 나왔거든요. 오면 좋아요. 다 좋아서 아주 즐겁게 여기를 오게 돼요.

  
 

 

작성자글·사진 채지민 객원기자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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