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바’의 사회적사업소, 소외계층과 고리를 만들어 이어가다! > 세상, 한 걸음


‘왓바’의 사회적사업소, 소외계층과 고리를 만들어 이어가다!

아시아장애인국제교류대회 ②

본문

2016년 제6회 아시아장애인국제교류대회가 지난 10월 21일부터 25일까지 4박 5일 일정으로 일본 나고야에서 개최됐다. 이번 교류대회는 (사)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와 일본 공동련, 중국 연길장애인연합회, 필리핀 BBMC 총 4개국에서 총 50명이 참가했다. 지난 호에 이어 이번 호에서는 공동련의 회원단체인 ‘왓바’의 사회적사업소를 중심으로 기사를 다룬다.

 

소외계층과 함께하는 공동체, 왓바회

장애가 있는 사람은 산 속의 시설에 격리되고 있었던 시대. 왓바회는 그것을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지역사회에서 모두와 더불어 살 수 있도록 하자는 마음을 모아 1971년 나고야 시내에서 3명의 젊은이가 공동생활을 시작한 것을 계기로 탄생했다. ‘왓바’란 어린이와 같은 순수한 마음으로 고리를 만들어 이어가자는 뜻이다.

다음 해에는 목조 아파트에 공동작업소를 개설하고 산지직송 계란이나 야채 판매, 인쇄, 계란상자 등의 종이 가공을 하고 생활에 필요한 최저한의 수입을 확보, 그 후 활동을 보다 확대하기 위해 스스로의 토지와 건물을 구입하는 ‘왓바 건설운동’ 계획을 세웠다.

1980년대 들어오자 종이 가공 일이 큰 폭으로 감소해, 스텝 한 명이 빵공장에서 반년 간의 무급 견습을 하고, 공동작업소로는 전국 최초의 국산 밀사용 무첨가 빵, 왓빵 제조에 착수했다. 빵이 부풀어 오르지 않는 등의 시행착오를 반복한 왓빵의 제조는 판매호조 덕분에 정상 궤도에 올랐다. 제조와 판매 스태프를 늘리고 공장과 판매점도 나고야 시내 몇 개소에 오픈, 왓빵은 모임의 얼굴이 되는 사업으로 발전해 나갔다. 1990년대에는 재활용과 농업으로 일을 확장시키는 것과 더불어 지역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일반기업 등으로의 취업지원, 생활을 뒷받침하는 활동보조로 넓혀가고 있으며, 2000년대에 들어와서 누구나 함께 일하는 ‘사회적사업소’를 목표로 하며 사회참가 활동의 장도 만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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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을 기반으로 하는 치타사업소

치타사업소는 21명의 장애인과 12명의 비장애인이 함께 일궈가는 농업을 기반으로 하는 곳으로 주요 농업생산물은 쌀, 밀가루, 콩 등이다. 농가의 협력을 얻고,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농원을 운영해 수확물의 일부는 소스나 잼 등을 가공하고 쌀, 야채 등은 지역 택배업자나 생협에 도매하고 있다. 그밖에 이곳 사업소는 장애인 가정을 위한 작은 상담소, 데이케어 센터, 그룹홈 등의 역할을 한다.

30년 전부터 빵이나 과자를 만든 왓바는 신선하고 깨끗한 원재료를 본인들이 직접 가꾸자는 생각에 치타사업소를 시작했다. 그러나 호기롭게 시작된 일은 순탄치 않았다. 아끼코 시마다 대표는 “이 사업에 대한 연구는 1993년부터였으나, 본격적 시작은 2000년으로 준비기간이 상당했다. 그 이유는 직원들이 대체로 정신장애인인데 그 편견 때문에 지역주민의 반발이 컸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치타사업소는 현재 정신장애인 직원을 지역 보건소를 통해 소개받는데, 선발 기준으로 꼽는 첫 번째는 일하고자 하는 의지이다.

 

장애인 당사자가 중심이 되는 AJU

1973년, 휠체어 장애인 동료들(아이티 중증장애인의 생활을 개선하는 모임)과 사랑의실행운동(AJU)이 만나 비장애인과 더불어 누구나 살 수 있는 복지 마을만들기 운동을 벌여 왔다. 1984년 중증장애인의 일터 만들기를 목표로 소규모 작업소 ‘와타치(바퀴자국)작업소’를 개설했고, 그 후 법인 설립과 시설 건설을 거쳐 1990년 ‘AJU자립의 집’이 출발했다. ‘AJU자립의 집’은 중증장애인이 시민과 더불어 지역사회 안에서 풍요로운 생활창조를 실현하기 위해 3가지 기능을 한다.

남아있는 기능을 살리는 장소인 ‘바퀴자국 컴퓨터 하우스’, 생활의 거점으로서의 장소인 복지홈 ‘사마리아 하우스’, 동료들과의 교류 장소인 ‘주간서비스 센터’와 ‘사마리아 하우스’로 정리해 새로운 복지를 시도하며 도전하고 있다.

이곳은 시설의 기획으로부터 운영에 이르기까지 장애인 당사자가 중심이 돼 진행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와 같이 ‘AJU 자립의 집’은 장애인 당사자가 복지의 혜택을 받는 입장에 서 있는 것만이 아니라 복지를 만드는 장본인이라는 적극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으며, 비록 침대에 누워 생활한다고 해도 ‘살아 있어서 좋다’고 말할 수 있는 사회를 목표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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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을 통해 자립을 외치다! 와타치 컴퓨터 하우스

와타치(바퀴자국) 컴퓨터 하우스는 사지마비 장애인 중심의 중도장애인이 컴퓨터를 사용해 일하는 곳으로 현재 40명의 장애를 가진 동료들이 일하고 있다. ‘노동을 통해서 자립하고 싶다’라는 마음을 가진 동료들이 결속해 데이터 입력, 가공, 홈페이지 제작, 사무계측 시스템 개발, 설문조사 기획, 집중분석, 행정계획 컨설팅 등 다방면으로 기량을 펼치고 있다.

 

장애인의 하숙집, 사마리아 하우스

사마리아 하우스는 생활의 거점으로서의 장소로 지역사회, 동료들과의 교류 장소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장애가 있는 이유로 가족이나 직원의 ‘보호’ 아래 사는 수동적인 생활이 아닌, 성인으로 주체적인 삶의 방법을 실현하는 ‘장애인의 하숙집’이다.

이곳의 장애인들은 최대 4년 동안 거주하며 여러 가지 생활 경험과 사회 경험을 쌓고 지역에서 자립해 생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건물은 2층 규모로 큰 편인데 방에는 기본적인 가구 외에는 아무것도 비치하지 않았다. 그 이유에 대해 담당자는 “본인이 스스로 방을 꾸미는 것도 즐거움이 될 수 있다. 커튼 색깔까지 본인이 주체적으로 고르도록 하고 있다”고 동기를 전했다. 사마리아 하우스는 무직자에게 5,000엔(한화 53,000원 정도), 컴퓨터하우스 취업자들에게는 12,500엔, 일반회사 취업자들에게는 20,000엔의 월세 및 전기료 등을 받고 있다.

이곳에서 특히 인상적이었던 곳은 ‘자립생활 체험실’로 시설 혹은 부모, 가족과 함께 살았던 장애인들이 지금까지 생활해온 것과 다른 생활을 시험하는 곳이다. 체험실 이용은 짧게는 2박 3일, 길게는 두세 달이 가능한데, 방 안에 작은 미닫이 문 너머로는 활동보조인이 쓸 수 있는 간이 방까지 마련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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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들이 도시락 제조 전 과정에 ‘센트럴키친’

2009년에 개설된 센트럴키친 가스가이는 급식을 만드는 공장으로 ‘장애가 있는 사람도 없는 사람도 더불어 일하는 일터를 실천하며, 넓혀가는 것’을 모토로 한다. 나고야 아이치현 내의 의료시설, 고령자시설에 급식을 제공하며 시설의 과제인 ‘식사의 질을 향상시킨다’와 사회가 안고 있는 ‘장애인의 일자리 확보’와 사업으로서의 경영 확립을 동시에 실현시키는 사회적사업소다. 현재 60명의 장애인이 일을 하고 있는데 지적장애인 50명, 신체장애인 5명, 정신장애인 5명으로 30%가 중증장애인이다. 다른 곳과 달리 전체 과정에서 장애인들이 일하고 있는 센트럴 키친 안에서 직원들은 하루 단일 메뉴로 400개 도시락을 만들어 병원과 요양시설 등 거래처 40여 곳에 납품한다. 시설 안은 상온보다 온도가 낮은 편이었는데, 그 이유는 도시락들이 마치 기내식처럼 뜨겁게 가열된 뒤 급속 냉동된 상태로 납품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일 만든 도시락은 실제 3~4일 후에 식탁에 오르게 된다. 일본도 과거 환자의 식사를 병원 내 주방에서 조리 했으나, 법률이 개정돼 외부에서 만들도록 지침이 바뀌었다. 단 급속 냉동을 해야 한다. 이곳 모든 직원들은 일주일에 5일 근무하고 9시에 시작해서 5시에 일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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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동을 통해 개척하는 삶, 개척학교

졸업 후 자신만의 삶을 개척해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는 개척학교는 나고야시 니시구의 ‘노리타케야 우동’에서 우동 만들기나 음식 서비스의 실무를 체험하면서 직업기술, 일하는 의욕, 사회참가 능력을 높여가는 곳이다. 식품 가공로와 생산 실무로가 있으며, 장애인을 고용하는 기업을 개척해 실습이 끝난 학생의 취직을 실현한다.

개척학교 학생 대부분은 지적장애인으로, 중학교 졸업 후 입학한다. 정원은 25명으로 고1 10명, 고2 10명, 그 외 5명이다. 지적장애인이 2년, 정신장애인이 1년을 훈련받는데 집에서 통학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이고 나머지 2명은 그룹홈에 거주한다.

훈련의 70%는 우동제조와 판매를, 나머지 30%는 금전관리 사회생활 등 체험하고 훈련기간 동안 수당은 10만~11만 엔이다. 개척학교의 신입생은 입학시험을 통해 선발되는데, 경쟁률은 1.5대 1정도이며 시험은 배우겠다는 의지와 우동을 만들기 위한 기본적인 손 기능을 평가한다.

개척학교 졸업생 중에는 자신의 일터에서 8년, 10년 근속하는 이들도 많다. 실제 정착률은 90% 가까이 된다. 자신이 선택한 일에 잘 동화되도록 개척학교는 취업 후 1년간 졸업자들과 정기적인 미팅을 갖고 한 달에 한 번씩 학생과 취업자와의 교류의 시간을 갖게 한다.

개척학교가 직업 훈련으로 우동을 선택한 이유는 일본에서 대중적인 음식이며 인근에 쉽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우동을 찾는 노동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가게 손님은 하루 평균 5,60명이다.

 

‘왓바’의 얼굴, 왓빵

왓바회라는 조직명보다 알려져 있는 왓빵. 1984년에 출발해 국산 밀 무첨가 빵으로 정착한 왓빵 공장이 나고야시에 있다. 1988년 설립된 왓빵 공장에서 만들어진 700여 종류의 맛있고 신선한 빵은 직영점 경영과 택배 외에도 역 앞이나 공공시설 근처에서 판매되고 있다. 식빵의 경우 하루 판매고가 200개 이상이다.

절반 정도의 장애인 직원을 포함한 전체 직원 50명은 오전 8시 반부터 오후 5시 15분까지 근무하고 이들의 급여수준은 거의 동일하다. 왓바회에서는 장애가 있는 사람, 없는 사람이 소위 갑을 관계가 아닌, 대등한 입장에서협력하면서 하루하루의 일을 수행하고 있다.

게다가 모든 사람이 분배금이라는 이름의 급료를 받고 생활하고 있는데, 분배금 제도는 능력차별로 연결되는 성과주의를 일절 배제한다. 아무리 무거운 장애가 있는 사람도 상응하는 일을 하는 것으로써 누구나가 최저한의 자립생활이 보장되고 분배금을 받을 수 있게 돼 있다.

왓바의 다양한 사회적 사업소를 둘러봤지만 개인적으로 한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왓빵에서 휠체어를 타는 한 중복장애인이 손바닥으로 반죽을 굴리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그가 그 일을 온전히 해내기 위해서 다른 두 동료의 도움이 필요했다. 한 명은 반죽 덩어리에서 반죽 한 움큼을 떼서 그의 손에 쥐어 주고, 또 다른 한 명은 그가 반죽을 손바닥으로 잘 굴릴 수 있도록 손목을 지탱해주고 있었다.

누군가는 이 장면을 보고 대단히 효율적이지 않다고 난색을 표할지도 모른다. 사실 그 일을 비장애인이나 다른 누군가가 맡았다면 세 사람의 몫을 혼자 해냈을 테고 순식간에 동그란 반죽을 만들었을 테니까 말이다. 아니, 이제는 기계가 그 역할을 뚝딱 해치운다.

그러나 난 거기에서 내 생애 가장 맛있는 빵을 먹었다. 조금 더디지만 사람들의 연대를 통해서 만들어진 빵은 이미 식어 있었지만 따뜻했다. 빵 속 결결이 마치 하얀 날개 하나하나가 쌓이고 덮여 만들어진 것 같은 포근함이랄까.

그 맛은 나고야시의 왓빵을 통해 직접 체험해보기를 바라며, 장애가 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배제당하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일하며 이어지고 있는 ‘왓바’의 아름다운 고리가 더 길어지고 단단해지기를 바란다

 

 

작성자글과 사진. 김은정 기자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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