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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을 바라보는 관점, 우리 내면의 실체를 드러낸다

난민인권센터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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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 도착한 예맨 난민들 때문에, 사회 전체가 극도의 의견대립으로 몸살을 앓았던 2018년 한해였다. 그런데 이번 취재를 진행하면서, 뜻밖에 무거워진 마음을 내내 지울 수가 없었다. 대한민국 국민들이 바라보는 ‘난민’이라는 존재, 그것은 비장애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 땅의 ‘장애’라는 대상과 다를 바 없는 대동소이한 관점이자 환경이라는 현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나하곤 상관없는 대상, 무관심, 있어도 없는, 말을 할 필요도 없는, 그 대신 함께하는 공존은 무조건 거부하겠다는 이기적인 자기방어, 무엇 하나 다를 게 없었다. 모두를 향한 자문자답의 질문을 던지게 된다. ‘우리가 정말 이래야 할까?’ 대한민국에선 투명인간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는 그들에게 손을 내밀고, 그들의 인권과 생존을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이들을 만났다. 난민인권센터의 문을 두드렸다.

 

OECD 35개국 중 몇 등? 34위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난민협약)’에 규정된 난민(難民, refugee)의 정의부터 요약한다. ‘인종, 종교, 국적, 특정한 사회집단의 구성원 신분,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박해를 받고 있다는 충분한 근거가 있는 공포로 인해 국적국(國籍國) 바깥에 거주하고 있는 자(者)로서, 그 국적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그 공포로 인해 국적국의 보호를 받는 것을 원하지 않는 자’를 난민이라고 부른다. 단순한 도피가 아니라, 그 나라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생존 자체가 불확실함이 인정되는 객관적인 위험상태에 놓인 이들이어야 한다.

난민협약을 채택하고 발효한 난민협약국은 2018년 8월 기준 총 142개국이고, 이들 협약국들은 자국으로 들어와 난민신청을 하는 모든 이들에게 즉시 난민신청자로서의 권리를 인정해 줘야 한다. 신청 이후 확인절차를 해당국가가 수행할 뿐, 난민신청은 불법입국이 아닌 신청자의 권리로 보장받는다. 이는 모든 난민협약국이 공통으로 책임져야 할 의무이며, 어떠한 경우라도 난민신청자들의 인권이 국가의 공권력이나 해당 주민들로부터 훼손돼선 안 된다. 대한민국도 1992년 11월 국회가 비준에 동의했고 1993년 3월에 정식 발효를 했기 때문에, 전 세계 난민협약국들과 맺은 난민의 인권보장 약속을 당연히 지켜야 한다. 하지만 과연 지키고 있을까?

“가장 절실하게 체감하는 건, 난민의 인권을 침해하는 주체가 바로 대한민국 정부라는 거예요. 특히 작년 예맨인들의 경우는 과격한 반대여론에 편승해서, 자국민의 이익과 국가안보라는 이유로 정부가 정책적으로 난민 당사자들한테 정말 못할 짓을 많이 했습니다. 대표적인 게 바로 출도제한(제주라는 섬 바깥으로 나가지 못하게 금지시킨 것)이었죠.”

전 세계 난민협약국들의 평균 난민보호율은 38%이고, 세계 평균 난민보호율은 50%에 육박한다. 독일의 경우 최근 5년 동안 100만 명에 가까운 난민들을 보호했다. 그렇다면 한국의 실제 현실은 어떠할까? 2017년의 국내 난민현황만 살펴봐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 중 34위라는 국가의 초라한 위상이 확인된다. 2017년 한 해 동안 우리나라엔 총 9,942건의 난민신청이 접수가 됐다. 이 중에서 난민의 지위를 인정받은 사람은 121명이다. 2017년 한 해의 난민 인정률이 1.51%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그나마 121명 중 30명은 ‘재정착민’이라고 해서, 해외에서 이미 국제기구를 통해 인정된 난민을 정부가 국내로 들어오게 한 사례로 포함된다. 그들을 제외한다면, 대한민국이 난민으로 인정한 이들은 1년 동안 91명에 불과하다는 답이 나온다.

“난민으로 불인정이 되면 일단 보호소에 구금되는데, 그 구금 환경을 끝내 견디지 못하고 출국하게 되는, 다시 말해 비자의적 강제출국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적지 않아요. 갈 수 있는 곳은 본국밖에 없거든요. 여기서 구금된 채 지내는 상황과 본국에서의 위중한 상황이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며, 자진출국을 결정한 분의 경우도 봤어요. 목숨을 걸고 고국을 탈출했는데, 가장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다가 결국 죽음만 기다리는 본국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끔찍한 일이 계속 벌어지고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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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적 인권’이란 개념 자체가 없는 나라

난민인권센터는 2009년에 창립된 비영리 민간단체다. 줄여서 ‘난센’이라는 애칭으로 더 많이 불리고, 그 영문 표기인 ‘NANCEN’은 난민신청자들을 비롯한 국내거주 외국인들에게 이미 익숙해진 단체명이 됐다. 난민인권센터는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난민들에게 법률 및 사회적 지원을 제공하고자 창립됐고, 단순한 지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난민들이 한국사회 안에 스스로 자립할 환경을 만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 가장 중요한 활동은 난민지위인정을 신청한 난민신청자들을 위한 상담과 법률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다.

거의 대부분 시급히 탈출했기 때문에, 가진 거라곤 말 그대로 ‘몸 하나’뿐인 이들이 대부분이다. 한국어 자체를 모르고 신분을 증명할 방법도 없기 때문에, 완전히 생소한 문화 환경 속에서 그들은 철저하게 이방인이 된다. 실제로 제주도에 예맨인들이 찾아들었을 때, 어린 아이들과 엄마를 포함한 많은 이들이 노숙상태로 방치됐었다고 한다. 그들에게 손을 내밀고 잠자리를 마련해 준 건, 정부나 지자체가 아닌 천주교 사제들과 제주도민들이었다.

“너무나도 행정편의적으로 대처했어요. 제주라는 섬의 공간, 제주특별자치도라는 행정체제 안에 모든 책임을 다 미뤄버렸던 거죠. 무비자제도로 관광의 이익을 봤을지는 모르지만, 사실 지자체는 난민정책을 운영할 만한 아무런 제도가 없거든요. 모든 걸 중앙정부가 관리하면서도, 정작 예맨난민들의 문제에 대해선 지자체에 그냥 떠맡겨버린 거예요. ‘출도제한’이라는 극히 무리한 정책은 그렇게 나왔던 거죠.”

1차 난민심사에서는 거의 대부분 난민 불인정 사유서를 받는다.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심사의 내용은 고작 A4지 반 장 분량뿐이다. 그마저도 하지 않았던 말, 사실과 전혀 다른 형식적인 내용이 전부인데, 그 사유서에 새겨진 언어는 한글로 돼 있다. 당사자들은 자신이 왜 불인정 됐는지 알 길이 없다. 구체적인 불인정 사유를 확인할 수 없으니, 이의신청 또한 구체적으로 밝힐 대안이 없다.

접수된 이의신청으로 2차 난민심사를 하는 난민위원회는 뒤늦게나마 38명으로 심사관이 늘어났다는데, 정작 그 심사는 2017년 기준으로 고작 여섯 번 개최됐다. 한 차례 심사가 진행될 때마다 적게는 470건, 많게는 1,077건이 한꺼번에 처리됐다고 한다. 난민신청자들 개개인의 모든 인생이 걸린 절박한 사안인데도, 심사가 진지해질 여건 자체가 조성되지 않는 것이다. 난민인권센터의 법률지 원을 책임지고 있는 김연주 변호사는 이번 취재 바로 전날의 사례를 언급했다.

“아랍권에서 온 한 가족의 난민심사에 같이 동행했어요. 난민이 가지고 온 증거자료라는 건 정말 귀하거든요. 그래서 아무리 작은 자료라도 철저하게 살펴야 한다는 국제적인 해석기준이 따로 있어요. 그런데 이 분은 정말 꼼꼼 하게 증거자료를 많이 정리해서 준비해 왔어요. 독재국가 에서 반정부활동을 했던 게 유튜브 같은 인터넷 화면 안에 남아 있었던 거죠. 그렇게 남들과 다른 직접적인 내용으로 준비를 해서 갔는데도, 심사관은 아랍어로 된 신청서를 한국어로 번역해 오지 않으면 보지 않겠다는 거예요. 난민들은 자신들의 언어를 쓸 수밖에 없잖아요. 게다가 아주 구체적으로 확인된 유튜브 영상들이 존재하는데도, 자신들의 컴퓨터로는 볼 수 없으니까 그걸 씨디(CD)에 담아 가지고 다시 오래요. 이건 제가 직접 동행했으니까 그나마 최소한의 설명이라도 듣게 된 거지, 본인들이 개별적으로 혼자 갔을 때는 안 되는 이유마저 들을 길이 없다는 거죠.”

수많은 면접조서들이 허위로 작성됐다는 사실이 이미 밝혀졌고, 심지어 많은 이들의 조서가 복사하듯 똑같은 내용으로 기재된 위법도 폭로된 바 있다. 면접과정은 민주적으로 진행될까? ‘너희가 나가면 돼’, ‘출국하면 되잖아’, ‘우리가 너를 가둬놓는 게 아니야’ 정도는 정말 극진한(?) 대우에 속한다. ‘너네 나라로 당장 돌아가!’, ‘예스(yes)와 노(no)만 대답해’, ‘이 O끼야, 너한테는 난민인정 안 해줘’, 게다가 신청사유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질문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한다. 심지어 면접과정에서 아예 질문 자체가 없는 채 조서들이 작성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도대체 어느 나라에서?’ 바로 앞 물음표에 대한 답은 독자 여러분의 일반상식에 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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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권은 취사선택의 대상이 아니다!

대한민국에서 ‘난민’이라는 용어가 국가정책 안에 본격 등장한 건 1994년이니까, 2019년 현재까지 단순계산으로 헤아리면 26년차에 해당된다. 그럼 우리나라는 그동안 얼마나 많은 난민들을 국가 차원에서 수용했을까? 1994년부터 2017년까지 접수된 누적 난민신청은 총 32,733건이다. 세계 평균이 50%에 육박한다고 했으니, 난민협약국인 이 땅에서 새로운 제2의 삶을 살게 된 이들은 16,000명 정도 돼야 마땅할 일이다. 그렇다면 실제로 난민지위를 인정받은 사람들은 그동안 전부 얼마나 될까? 792명이다.

“난민신청이 일단 이뤄지면 아이디카드라는 걸 받아요. 최소한의 신분이 증명되는 거죠. 여권이 없고, 있어도 유효기간이 지났고, 그렇다고 해서 해당 국가의 주한대사관에 가서 재발급 받을 방법 자체가 없고, 그러니 어디서든 임시로 취업을 할 수는 있지만, 그 사이에 아기가 태어나도 등록할 데가 없는 완전한 투명인간이 돼요. 불인정되면 통장 개설과 휴대전화 개통이 불가능하고, 병원 같은 의료보험 체계의 혜택은 꿈도 못 꾸죠. 그냥 종이 한 장, ‘너의 출국기한을 유예하겠다’는 종이 한 장에 모든 인생을 걸고, 기한 없이 난민심사를 기다리고 또 기다리면서 견뎌야 하는 거예요.”

언론사마다 구체적인 수치를 밝히지 않고 ‘500명 넘는’, ‘600명가량’이라고만 표기하던 예맨 난민신청자들이 ‘549명’이라고 한 언론사는 밝히고 있다. 그들 중 상당수가 지난 해 말 인도적 체류지위를 받고 출도제한이 풀리면서, 지금은 대부분 육지로 나온 상태라고 한다. 그런데 기존의 언론에서는 접하지 못했던 뜻밖의 사실을 김 변호사한테 듣게 됐다. 그들을 환대하며 남모르게 지원한 제주도민들이 따로 있었다는 것이다.

“예맨인들이 제주도로 몰려들었을 때, 초기의 분위기는 제주도에 거주하는 젊은 세대들의 반대가 굉장히 심했다고 해요. 그런데 연로하신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이 그들에게 적극적으로 도움을 전했다고 들었어요. 한국전쟁을 경험하셨잖아요. 그리고 제주도민들이 절실하게 공유할 수밖에 없는 ‘제주 4·3사건’이라는 처절한 역사를 직간접적으로 체험한 분들이시라는 거죠. 그 참상의 기억과 마음이 표출됐다는 거예요. 내전이라는 전쟁을 피하려고 탈출한 난민신청자들이 처한 상황에 공감하는 심정을 그대로 전해주셨다는 거죠. 한 세대 두 세대 전에 우리가 겪었던 동족상잔의 전쟁과 군부독재의 실제 기억 때문에, 난민들이 처한 상황을 훨씬 더 안타깝게 여기셨다는 거예요.”

난민들의 처참한 현실을 들을 때마다, 김연주 변호사는 불과 얼마 전이었을 우리나라의 과거사를 떠올리게 되며 ‘소름’마저 돋는 실감을 반복하게 된다고 한다. 대한민국의 현대사가 민중들에게 겪도록 만들었던 현실이, 지구상의 ‘그 어딘가’에선 지금도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다는 게 끔찍한 일이라는 것이다. 난민인권센터가 해야 할 과제들은 앞으로 더 훨씬 많아질 거라면서, 그는 장애인권을 위해 활동한다는 모든 단체들한테 묵직한 숙제 한 가지를 내놓았다. 센터 차원에서 구체적인 자료들을 조사하다 보니, 장애인권 관련 단체들이 절대 묵과해선 안 될 내용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입국을 금지하는 사유가 분명하게 규정돼 있는데요. 법무부가 임의로 정한 기준일 뿐인 이 조항에 대한 논의가 그동안 전혀 없었던 것 같아요. 이런 조항 자체가 버젓이 존재한다는 건 한국이 얼마나 비인간적인 법률규정을 가지고 있는 국가인가의 잣대가 되는 것 같아, 많은 관련 단체들의 논의를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해당되는 그 조항을 아래에 원문 그대로 옮긴다.

 

출입국관리법

제11조(입국의 금지 등)

① 법무부장관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외국인에 대하여는 입국을 금지할 수 있다. <개정 2015. 1. 6.>

5. 사리 분별력이 없고 국내에서 체류활동을 보조할 사람이 없는 정신장애인, 국내체류비용을 부담할 능력이 없는 사람, 그 밖에 구호(救護)가 필요한 사람.

작성자글과 사진. 채지민 객원기자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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