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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작가의 노동권, 우리가 지킨다!

방송작가유니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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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앞 1인시위(MBC 작가 근로자성 인정 촉구, 현 지부장)
 
 
특정 TV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높거나 시청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다양하게 있지만, 그중 하나는 소위 ‘믿고 보는’ 유명 방송작가의 작품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TV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멋있고, 우아한 방송작가는 극히 일부일 뿐이다. 실제로 다수의 방송작가들은 근로자로서 기본적 권리라고 할 수 있는 노동권조차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 채 서면이 아닌 구두계약, 계약기간이 남았는데도 뚜렷한 이유 없이 일방적으로 해고를 당하는 등 불안정한 노동환경에 놓여 있다. 이처럼 방송작가들이 처한 열악한 노동환경과 처우를 개선하고, 노동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활동하고 있는 ‘방송작가유니온’의 활동을 소개한다. 방송작가유니온의 풀네임은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이며, 김한별 지부장, 김순미 사무국장, 박선영 작가가 인터뷰에 함께 했다.
 
방송작가가 하는 일 : 원고 작성+a
방송작가가 어떤 직업인지 아는가? 대본 집필을 하는 사람? 노트북 옆에 커피를 두고 분위기 있게 앉아서, 원고 한 문장 한 문장을 위해 고뇌하는 직업? 실제 「국립국어원 우리말샘」에 의하면 방송작가의 개념도 ‘라디오나 텔레비전 방송에서 프로그램의 대본을 쓰는 일을 담당하는 작가’이다. 하지만 방송작가가 하는 일을 용어상으로만 해석하고 지레짐작하는 것은 매우 비현실적인 착각이다.
드라마 부문, 비드라마 부문, 외화 번역 부문 등 방송작가들이 활동하는 분야가 다양한데, 그 다양성 만큼 모든 방송작가들의 처지가 균질적이지 않다. 절대다수의 방송작가들은 ‘고유 업무’인 대본을 쓰는 일(원고 작성) 뿐만 아니라 출연자를 섭외하여 방송에서 그 출연자의 어떤 면을 부각시킬 것인지, 어떻게 재미 있는 자막을 만들 것인지, 어떤 내용을 중심으로 편집할 것인지, 스튜디오 토크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 등을 위해 끝없는 회의와 업무의 연속이다. 결국 방송 프로그램의 제작부터 끝까지 방송작가의 손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지어 피디(PD)의 잔무까지 방송작가가 처리하는 경우도 있다. 

박선영 “사실 방송작가라는 직업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조금 독특한 직군인 것 같아요. 미국의 경우에는 방송작가가 없고 우리로 치면 CP(chief Producer) 개념의 PD, 편집 전문 에디터(editor), 취재 담당 저널리스트(journalist), 석박사 학위가 있는 전문 리서처(researcher) 등으로 철저하게 분업화해서 일하고 있거든요. 우리나라는 미국이라면 최소 4명이 해야 할 일을 PD와 방송작가가 모두 소화하고 있으니까 열악한 업무 환경 속에 놓여 있는 거예요.”

대한민국도 처음부터 방송작가가 1인 다역으로 과도한 업무를 했던 노동환경은 아니었다고 한다. 애초에 구성과 집필에만 집중되었던 방송작가의 역할이 매체가 다변화되고 방송 시장이 성장할수록 이상하게도 방송작가의 역할이 늘어나게 됐다. 방송사에서 필요한 만큼 인원을 늘리기보다 업무 숙련도가 높은 작가에게 제작, 연출, 심지어 행정의 역할까지 떠넘기면서 ‘모든 제작에 작가가 참여해야 한다’는 명제 아닌 명제가 만들어진 것이다. 그래서 90년대의 방송작가 업무보다 2000년대 방송작가의 업무가 많고, 2010년대 방송작가의 업무는 10년 전과 20년 전에 비해 훨씬 더 늘어나고 있는 ‘나쁜 흐름’을 지금이라도 바로잡기 위해 2017년 11월 11일 출범한 노동조합이 바로 ‘방송작가유니온’이다.

김한별 “대부분 방송작가들은 프리랜서처럼 일을 해요.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하기 전 기획부터 마무리 되기까지 거의 모든 과정에 다 참여한다고 보면 되는데, 프리랜서니까 딱 정해진 임금만 주고 끝이에요. 예를 들어 일을 더 하는 경우에는 수당을 준다거나 퇴직금을 받는다던지 그런 게 있잖아요. 그런 임금테이블 같은 게 정확하게 되어있지 않으니까 임금도 오르지 않고 방송작가들에게는 별 효용이 없는 계약인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별다른 이유없이 해고를 당했는데도 불구하고 크게 문제가 되지조차 못하는 문제가 지속되어 왔던 거예요. 그냥 방송작가는 글을 쓴다는 이유로, 자유롭게 시간을 쓴다는 이유로 프리랜서로 지칭하는 게 선입견 같기도 한데, 이런 인식에서도 구조적인 문제가 발생하는 것 같아요.”
 
 
↑ mbc 방송작가의 근로자성 인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 
 
 
박선영 “방송작가가 단순히 원고만 쓰지는 않거든요. 간단히 이야기하면 방송 프로그램의 기획, 섭외, 구성, 취재, 대본, CG(영상에 첨부되는 그래픽)에 의뢰할 내용들까지 담당하고요. 어떤 경우에는 홍보 보도자료를 쓰기도 하고 자잘하게는 회사의 시스템에 방송의 소재를 입력하거나 출연자의 주차관리, SB(station break, 방송 프로그램 중의 짧은 광고나 선전) 의뢰도 방송작가가 하는 경우도 있어요.”
 
김순미 “그냥 피디가 시키는 일을 다 해야 한다고 보시면 돼요. 방송작가가 프리랜서로 여겨지더라도 실제로는 방송사에 나와서 상근을 하는 경우가 대단히 많거든요. 그래서 방송작가가 프리랜서라는 이유로 표준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 경우도 있고 김한별 지부장의 말처럼 부당하게 해고를 당해도 제대로 문제를 제기하지 못하는 억울한 경우가 많았어요. 하지만 최근 mbc 방송작가가 부당해고를 당해서 제기한 소송에서 방송작가의 근로자성을 인정받았어요. 그동안 방송작가를 ‘노동자’라고 인정하는 판례가 전혀 없었거든요. 그래서 올해 3월에 난 이 판결은 방송작가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하는 첫 번째 판결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큰 것 같아요.”

‘방송작가’가 근로자든, 프리랜서든 방송작가로서 프로그램의 대본(원고)을 작성하는 고유한 업무가 있다는 것은 서두의 용어설명을 굳이 하지 않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렴풋이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어감상으로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세 사람의 이야기만 들어봐도 정말 ‘이상한’ 구조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진정 자기가 해야 할 일이 아님에도, 계약상의 내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 일을 하고 있는데, ‘더 이상한’ 구조는 그 일을 하는 것에 대한 정당한 보수나 혜택도 주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김한별 “우선 피디가 하나의 방송 프로그램을 총괄한다고 보면 되는데, 여기서 피디가 방송작가를 채용해요. 자기와 맞는, 마음이 맞는 사람을 구하는 거죠. 마음이 맞는 사람과 같이 일한다는 건 어떻게 보면 좋을 수 있어요. 하지만 이 구조는 피디가 방송작가의 생활권을 쥐게 되고 이러한 부분이 껄끄러워지면 피디가 방송작가를 해고해 버리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어요.”
 
결혼이나 출산이 해고 사유?
김순미 “제가 사무국장을 하면서 상담을 많이 받는데, 자주 언급되었던 문제가 원고료 등의 임금체불과 계약해지입니다. 몇 가지 황당했던 사례를 언급하자면, 한 지역방송국에서 한 방송작가가 결혼을 하게 되었는데 그걸(결혼) 이유로 해고를 당한 경우도 있었어요. 또 방송작가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니까 피디가 ‘너 당장 그만둬라’는 식으로 계약이 해지되는 경우도 있었어요. 이렇게 황당하면서도 여러 가지 문제들이 있지만 그럼에도 사실 소송을 통해 해결하기가 쉽지 않아요. 소송을 제기하면 해결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것도 있지만, 소송을 하면 방송사나 제작사 등 관련 업계에 금방 소문이 나서 일자리를 구하기가 어렵게 되죠.”
 
 
↑ 왼쪽부터 김순미 사무국장, 김한별 지부장, 박선영 작가 
 
 
이러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분명히 해두기 위해 필요한 것이 표준계약서다. 노동자로서 근로자성을 보장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이면서 동시에 당연한 조건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러한 조건이 갖춰져 있더라도, 방송 프로그램이 중도에 폐지되는 등의 변수로 인해 계약서상에 없는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계약해지가 되거나 해고를 당하는 경우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또 한 가지 부당한 문제는 방송작가가 여성인 경우, 업무 특성상 프리랜서라는 이유로 근로기준법상 당연히 보장되어야 하는 임산부 등에 대한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김한별 “보통 임신을 하면 육아휴직을 하잖아요. 임신이나 출산을 하면 그렇게 법적으로 보호되고 보장되는 게 분명히 있는데, 프리랜서라는 이유로 이런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어요. 그래서 방송작가들이 말도 안 되는 이유로 해고를 당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이유’ 중 임신과 출산이 많이 포함되어 있어요. 그래서 여성 방송작가가 임신을 하면 일 그만두라고 종용을 하는 건 그렇게 놀랍지도 않아요.”
박선영 “저도 임신을 해서 출산을 앞두고 있는데 출산휴가가 없었어요. 그래서 아이를 낳기 2시간 전까지도 병원에서 원고를 써야 했습니다. 출산 후에도 아이를 돌보면서 계속 원고를 쓰며 일했어요. 그래서 방송작가들에게 모성권이나 보육에 대한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는 걸 절실히 느꼈어요. 이런 걸 보면 아마 방송사에서는 결혼하기 전의 여성들만을 방송작가로 쓰려는 경향이 큰 것 같아요.”

김순미 “그래서 저희 방송작가유니온에서 매년 말이 되면 꾸준히 의제 제안을 해요. 방송작가에게 최저임금도 안 되는 급여를 주고 장시간 노동을 시키는 그런 실태를 조사하여 공개하고, 계약서상의 불공정한 조항은 없는지, 또 열악한 처우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는 등 주로 노동권 이슈에 관계된 것들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들이 1년 사이에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기 때문에 보편적으로 방송작가를 근로자로 보지 않는 인식이 여전히 강한 것 같아요. 그래서 올해 3월에 판례가 난 것처럼 앞으로도 계속 활동할 예정입니다.”

결국 핵심은 방송작가에 대한 인식의 전환 필요성이다. 방송사나 제작사에서 방송작가를 프리랜서로 인식하고 있다면 프리랜서에 맞게 계약만을 하는 게 아니라, 업무도 계약서상과 인식에 따라 프리랜서에 맞게 제공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방송작가를 프리랜서로 인식한다면서 업무는 프리랜서가 아닌 근로자처럼 담당하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근로자로서의 업무를 담당하게 하는 게 목적이라면, 방송작가가 프리랜서가 아닌 근로자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2017년 11월 11일 방송작가유니온 출범 
 
 
노동에 가치를 높이 두자
몇십 년 전만 해도 3개(KBS, MBC, SBS)의 방송사가 전부였지만, 이젠 방송사도 다양해지고 각 방송사마다 기획하고 제작하는 프로그램도 천차만별로 늘어났다. 스마트폰으로 상징되는 미디어산업이 일상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방송작가라는 직업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방송작가를 꿈꾸고 도전하고자 하는 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김순미 “저는 방송작가를 하려는 친구들이 많이 가입해서 함께 활동해 주면 좋겠어요. 방송작가의 근로자성이 계속 강조되고 있지만, 실제 저희 방송작가유니온은 노동조합이니까 방송작가가 편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개선하기 위한 활동도 하고 있어요. 그러기 위해서 방송사와 교섭도 시도하고 있습니다. 저희 방송작가유니온이 생긴 뒤 방송작가의 현실이 확 좋아졌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에전보다 전반적인 구조가 바뀔 수 있도록 같이 목소리도 내고 있어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고 시간도 많이 걸리겠지만 많은 분들이 함께 해주시면 좋겠어요.”

박선영 “방송작가유니온에 와서 제가 얻은 가장 큰 수확이 ‘노동에 대한 가치’예요. 방송작가가 하는 일도 많고 또 여러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해야 하는 업무 특성상 그만큼 본인의 근로 실태에 대해서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되고, 요구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노동의 가치는 어떠한지에 대해서 분명히 알아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어요. 요즘 방송작가를 준비하는 젊은 친구들이 많은데, 방송작가로서 노동의 가치, 그리고 근로를 하는 만큼 정당한 보수를 받아야 하는 근로자성을 꼭 기억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김한별 “방송작가들의 노동권 보장과 처우 개선을 위해 해야 할 일이 많지만, 원고료를 인상한다거나 그러한 요구는 혼자보다 함께 목소리를 내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꼭 방송작가가 아니더라도 저희처럼 어려운 환경에 있는 직업군도 분명히 있겠죠. 일을 한다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근로의 권리를 절대 포기하지 마시고 본인이 가진, 그리고 지금 주어진 노동에 대한 가치를 높이 가지고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노동 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열심히 활동하면 좋겠습니다.”

현재 대한민국 방송사는 지상파와 종편, 케이블채널이 있고 각 방송사마다 셀 수도 없이 수많은 프로그램이 제작·방송되고 있다. 각각의 프로그램마다 담겨있을 방송작가들의 피땀을 우리는 그냥 지나치지 않았을까? 화려하게만 보이는 배우들의 연기나 감독의 연출에만 주목하지 않았을까? 프로그램이 기획되고 완성되기까지 열악한 환경에서 고군분투하는 방송작가들, 그리고 그들의 노동권 보장과 처우개선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방송작가유니온. 일상에서 방송프로그램을 보고 듣는 우리들은 이들의 존재를 꼭,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다. 
작성자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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