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집이 불타고 있다” > 세상, 한 걸음


“우리의 집이 불타고 있다”

이제는 기후재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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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6일, 북미에서는 50도 가까운 날씨에, 폭염으로 조개들이 익어 입을 벌리고 있는 사진이 매스컴 곳곳에 올라왔습니다. 이처럼 현재 극심한 더위로 북미는 조개뿐만 아니라 사람의 사망사고도 연일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캐나다 역시 폭염으로 인해 700여 명이 돌연사하고, 150건이 넘는 산불이 발생하는 일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미국과 캐나다만 이런 것이 아닙니다. 중동 국가 중 가장 덥다고 알려진 이라크는 섭씨 50도 안팎의 날씨가 계속되면서 전력수요가 늘어나 정전까지 일어나고 있고, 이웃나라 일본도 폭우가 지속되어 산사태로 인한 인명피해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뉴스들은 이런 현상을 두고 ‘이상기온’ ‘갑작스런 폭염’이라고 설명하지만 사실 이러한 일들은 적어도 ‘갑작스러운 일’은 아닙니다. 여전히 모르고, 모르는 척하기 바쁘지만 꾸준히, 그리고 미친듯이 올라온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이 가져온 수많은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기후변화에서 기후위기로
앞서 말한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으로 인한 기후의 변화, 재난은 어떤 이유로 발생했을까요? ‘온실가스’ 문제입니다. 그렇다면 온실가스는 어떻게 발생할까요. 온실가스를 발생시키는 가장 큰 원인은 석탄,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의 사용입니다. 석탄과 석유는 아직까지도 지구상에서 사용되는 에너지의 90% 이상을 차지합니다. 전기를 만드는 발전소의 대부분은 석탄과 석유를 이용한 화력발전소, 우리가 사용하는 자동차를 비롯한 교통수단의 연료도 바로 석유가 대부분입니다. 이처럼 전기와 자동차 등을 이용할 때, 석탄과 석유가 연소하며 나오는 연기는 공중의 이산화탄소를 증가시켜 지구의 온도를 계속 높이고 있었습니다. 

그럼 전기를 가장 많이 쓰는 곳들은 어디일까요? 당연히 대기업, 공장단지 같은 곳입니다. 한국에서 1인당 평균 전력 소비가 가장 높은 지역은 울산입니다. 국가산업단지와 일반산업시설이 밀집해 있어 그렇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울산·미포산업단지,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이 자리하는 울산이 다른 지역에 비해 압도적으로 산업용 전력을 많이 소비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온실가스 배출과 기후위기를 심화시키는 전력사용은 주로 거대 자본들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또한 지금까지 ‘화석연료’ 시스템으로 성장하고 발전해 온 곳들도 대부분 기업과 자본가들 입니다. 누군가의 성장과 성공을 위해 희생되고, 파괴되며 만들어진 기후위기에 가장 큰 피해자는 어떤 존재들일까요?
 
기후위기에서 기후재난으로
기후위기의 결과 중 하나인 ‘코로나19’ 부터 살펴봅시다. 팬데믹 이후 사회는 많은 부분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기후위기로 인해 많은 사회환경이 다급하게 바뀌고 있으며, 그 한 가지의 ‘신호’가 코로나19라고 많은 전문가들이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백신 접종이 시작되며 잠잠해지는 줄 알았지만, 다시 4차 대유행의 폭풍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2021년 7월에서 과거로 다시 돌아가보면, ‘마스크 대란’, ‘시설 집단 감염’, ‘재난문자와 지원금’ 등 다양한 일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여러가지 혼란 속에 비춰진 그늘진 얼굴들은 대부분 비슷합니다. ‘집이 없는’ 홈리스와 ‘주민등록번호’가 없는 이주민, ‘시설에 갇힌’ 장애인들과 ‘노동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노동자들... 국가가 사회적 거리두기에 힘쓰라고 강조하며 홍보 전단을 시내 곳곳에 부착할 때, 무방비한 상태로 거리에 방치된 시민들이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제는 잊혀졌지만, 코로나19 확산 초기 청도대남병원 5층 환자 103명 전원 확진 사태는 우리에게 충격을 주었습니다. 결국 개인에게 보장되지 못한 안전한 공간에 대한 권리와 건강권, 사회권은 사회적 약자들에게 모든 피해가 공격적으로 되돌아오게 됩니다. 

코로나19 이외에도 작년 들이닥친 54일간의 역대 최장 장마는 농민들과 야외노동자들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기도 했습니다. 이 긴 장마 역시 지구온난화로 ‘제트 기류’가 느슨해지면서 발생한 기후위기의 결과였습니다. 평균적으로 20일만 잘 버티면 되었던 장마는 두배 이상 길어지면서 사과는 탄저병에 걸렸고, 무와 배추도 물에 잠기고, 고온다습한 환경에 견디지 못해 썩어갔습니다. 야외노동자들은 이어지는 극한의 날씨에 일할 기회조차 차단당해서 그만큼 벌이도 줄었습니다. 농민들은 수확물을 잃고, 소비자들은 밥상의 변화를 겪어야 했으며, 노동자들은 당장의 생계문제를 걱정하게 되었습니다. 
 
↑김혜미 간사(사진제공. 김혜미)
 
기후위기 대응, 어디까지 왔을까 
위에서 나열한 사례들만 보아도 지금 이 기후위기는 모든 위기와 위험을 극대화시키고 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자명합니다. 그러나 여전히 정치권과 유력 정치인들은 탄소중립과 탄소중심조차 구별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청소년 기후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의 말처럼 이미 “우리의 집은 불타고 있다”는데도 말입니다. 

이런 중에 지난 5월 말, 한국 서울에서 큰 행사가 하나 열렸습니다. ‘P4G(Partnering for Green Growth and the Global Goals 2030)’라는 것으로 세계기후정상들이 모여 지속가능발전 목표와 파리협정 이행을 가속화하기 위한 내용을 공유하는 자리였습니다. 이를 두고 정부는 멋들어진 홍보영상과 아름다운 홈페이지를 공개하며 자랑했습니다. 한국의 수도, 서울에서 기후정상회담이 열린다고 크게 알렸습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기후정책, 기후위기 대응에 대해서는 창피한 수준의 약속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약속을 지키기 위한 로드맵도 구체적으로 발표하지 않아서 타국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동안 일명 ‘기후악당’ 국가로 분류되기도 했습니다. 

한편 P4G가 열리기 직전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 ‘발전 부문 탈탄소를 위한 협력’, ‘2050 온실가스 순배출 제로 달성’에 부합하도록 2030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2021년 10월 초까지 발표하기로 협정을 맺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국제사회 전체가 한국의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해 관심이 큰 상황에서 여전히 국내에서의 관련 논의는 지지부진하기만 합니다. 이에 시민들은 P4G가 열렸던 행사장 앞에서 긴급시위와 정당연설회 등을 벌이기도 하였습니다. 

해외는 벌써 온실가스 순배출 제로화를 위해 재생에너지 비율을 크게 확대하고, 기존 화석연료 중심의 경제시스템 노동자들의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까지 실행하고 있는데, 한국 정치권은 여전히 너나 할 것 없이 ‘핵발전소’만이 대안이라고 하니, 암울함이 더욱 커지기만 합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책 <그리드>에 의하면 “에너지원을 바꾸면 (아무런 경고도, 아무런 자비도 없이 파괴적인 결과를 몰고 오는) 석유 유출, 폭발 사고, 인공 지진, 광산 붕괴 사고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고 하면서 전기 공급 체계가 보다 지속 가능한 형태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 2020년 9월 12일 기후위기비상행동 회원들이 서울 중구 만리동광장에서 ‘우리는 살고 싶다’ 기후위기 행진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출처: 한겨레) 
 
모두를 위한 기후위기 대응?
이러한 현실 속에서 ‘정의’와 ‘평등’의 가치가 지워지는 것은 계속 반복되고 있습니다. 앞서 여러번 언급한 것처럼 지구가 불타게 된 원인, 지구온난화로 인해 나타나는 이상기후로 인한 사회적 혼란은 주로 기업과 자본가들에게 이유가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이곳에 책임을 묻는 것을 정치권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멋지고 아름다운 국제 행사를 유치하는 것에만 초점을 둔 보여주기식 정치만 팽배합니다.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기후위기를 발생시킨 부정의를 바로잡고, 기후위기로 발현되고 있는 불평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입니다. 결국 더 작고, 더 다양한 민주주의가 지금 한국에 필요합니다. 기후위기로 인해 일자리를 잃고 생계의 위협을 느끼지 않기 위해서, 인간의 난개발로 다양한 생명들의 터전, 보금자리가 훼손되지 않기 위해서 보장되지 않은 주거권과 사회권으로 감염질환 공포에 떨지 않을 수 있도록 자본이 아닌 생명을 지키는 정치가 우리에게 필요합니다. 

정의롭지 못한 성장 중독이 아닌,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한 전략과 로드맵이 지금 우리에겐 너무나 필요합니다.  
작성자김혜미/세상을바꾸는사회복지사 간사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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