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원하는 대로 무엇이든 할 수 있다” > 세상, 한 걸음


“내가 원하는 대로 무엇이든 할 수 있다”

한국메타버스연구원

본문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많은 것을 비대면으로 하는 게 일상처럼 여겨지고 있는 요즘, 그 비대면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새로운 시대가 빠른 속도로 우리 곁에 자리 잡고 있다. 그것은 바로 ‘가상 공간’을 의미하는 메타버스다. 이제는 이 메타버스라는 것을 활용하여 직접 만나지 않아도 입학식과 졸업식은 물론 회의와 교육 등도 진행되고 있다. 그래서 <함께걸음>에서도 준비했다. 메타버스에 대해 연구하고 우리 사회에 메타버스를 알리고 있는 ‘한국메타버스연구원’이다.
 
가상, 초월 + 우주 = 메타버스
 
메타버스(Metaverse)는 ‘가상’, ‘초월’ 등을 뜻하는 단어 ‘메타’(Meta)와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현실 세계와 같은 사회·경제·문화 활동이 이뤄지는 3차원 가상세계를 일컫는 말이다. 비대면이 활성화되고 있는 코로나 팬데믹에서 메타버스가 시작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메타버스는 지금으로부터 30년 전 이미 언급되었다. 1992년 미국 SF 작가 닐 스티븐슨(Neal Stephenson)의 소설 <스노 크래시(Snow Crash)>에서 처음 등장했다.
 
메타버스는 아바타를 활용하여 가상 공간에서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정도로만 생각했던 과거의 시각에서 벗어나, 현재는 초고속·초연결·초저지연의 5G 상용화와 함께 가상현실(VR)·중간현실(AR)·혼합현실(MR) 등을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이다. 즉 쉽게 말해서 코로나 감염을 우려하여 많은 사람이 참여하여 진행하기 어려운 학교의 입학식이나 졸업식과 같은 행사를 메타버스라는 가상 공간에 아바타를 활용하여 ‘실제로’ 진행하는 것이다. 이렇게 주목받고 있는 메타버스를 연구하고 있는 한국메타버스연구원의 안유미 수석 연구원으로부터 메타버스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봤다.
 
“저희 연구원이 처음부터 메타버스로 시작했던 건 아니고요. 최재용 원장님이 2006년부터 소셜미디어진흥원으로 유튜브나 SNS(사회관계망서비스)나 미디어 관련 강의를 하면서 운영했어요. 그러다가 메타버스가 대세로 떠오르기 시작하니까 공부를 해서 작년부터 한국메타버스연구원을 출범하게 된 거죠. 저도 작년부터 메타버스 강사로 활동하기 시작했고, 그전에는 EBS 강사였어요. 지금 저희 연구원들은 저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했던 분들이 많습니다.”
 
인터뷰하는 자리에서 안유미 연구원이 작년에 연구원에서 쓴 책 <메타버스, 즐기는 자가 먼저다>를 선물했다. 안유미 연구원에 의하면 이 책을 쓴 게 6개월 전인데, 그 6개월이라는 기간 동안 메타버스가 엄청나게 큰 변화가 있었다고 한다. 시간이 지나면 많은 것이 변화하기 마련인데, 다른 것들의 변화 속도 기울기가 30~40도라면 메타버스는 탄도가 다르다고 해야 할 정도로 아주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몇 개월 사이에 수많은 메타버스 플랫폼이 생겨날 정도로 사회적으로 매우 큰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이다.
 
 
“요즘 생겨나는 메타버스 플랫폼들의 캐치프레이즈들이 메타버스의 장점을 잘 드러내고 있어요. ‘내가 원하는 상상의 모든 것이 다 이루어진다’, ‘내가 원하는 대로 무엇이든 될 수 있다’ 등입니다. 현실 세계에서 장애를 가지고 있거나 불편한 일들이 있는데 메타버스에서는 나의 아바타가 내가 되고 싶었던, 그러니까 비장애인도 될 수 있고 내가 해보고 싶었는데 현실에서 하지 못했던 것도 해볼 수 있게 되는 거죠.”
 
예를 들어 현실에서는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이지만 메타버스에서는 건장한 비장애인으로 현실에서 꿈꾸지 못했던 축구선수가 된다. 또 현실에서는 50대의 중년이지만 메타버스에서는 꼬마로 활동할 수도 있다. 물론 현실에서의 ‘나’와 같은 아바타를 만들어 메타버스에서 활동할 수도 있지만, 가상 공간이라는 특징을 최대한 활용하여 메타버스에서는 현실과 다른 나만의 캐릭터 ‘아바타’를 만들어서 활동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그래서 메타버스 강의에서 ‘아바타 꾸미기’를 하면 크게 두 가지더라고요. 한 가지는 현실과 아바타를 동일하게 하는 거죠. 내가 현실에서 단발머리에 안경을 썼으면 메타버스에서도 그렇게 하고, 현실에서 청바지에 운동화를 즐기면 아바타도 그렇게 꾸며요. 다른 한 가지는 현실과 다른 아바타를 꾸미는 거예요. 현실에서는 뚱뚱하고 못생겼는데, 아바타는 늘씬한 몸매를 가진, 그러니까 워너비로 되고 싶은 아바타로 꾸미는 거죠.”
 
장점만큼 위험성도 뚜렷한 메타버스
“메타버스는 디지털 기기를 활용해야 하기 때문에 접근이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아무래도 격차의 문제가 생길 수 있겠죠. 이 부분은 앞으로 계속 개선해 나가면 되는데, 더 큰 문제점은 ‘메타버스 다크니스’라고 하는 거예요. 가상 공간이다 보니까 사기나 성추행과 같은 범죄가 일어날 수 있는 거죠. 가상 공간의 특성상 익명성이 보장되고 서로 누구인지 모르잖아요. 그런 점을 악용하는 문제가 실제로 일어나고 있어요.”
 
안유미 연구원이 실제로 접한 사례는 이렇다. 어른이 메타버스에서 아이에게 접근해서 여자인지 인증하면 특정 아이템을 선물해 주겠다고 한다. 그리고 메타버스에서 그 아이의 위시리스트(Wish list, 구매할 예정이거나 원하는 물건을 목록화시켜서 적어 놓은 것)에 있는 것을 선물해 주고,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는 그 아이템으로 메타버스에서 아바타를 꾸미며 재밌게 활동한다. 나중에는 전화번호를 알려주면 기프티콘을 보내준다고 하는 방법을 통해 전화번호를 받게 되는 순간, 그 아이의 신원이 노출되고 그때부터 협박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정말 무서운 접근이다.
 
“그래서 저희 연구원에서도 메타버스 교육을 할 때 아이들에게 조심해야 하는 부분을 꼭 강조하고 있고요. 이런 문제점 외에 게임처럼 메타버스에 과몰입할 수 있는 문제도 있어요. 하지만 메타버스가 이런 단점이 있다고 해서 안 갈 곳은 아니에요. 제가 10여 년 전 스마트폰이 한참 붐일 때 서울시교육청에서 어떤 포럼에 참여한 적이 있는데, 한 부모가 그러더라고요. 우리 아이가 고등학생인데 게임만 할 것 같다고. 그런데 담당 선생님이 꼭 스마트폰을 사주라고 했어요. 앞으로 스마트폰 없이는 안 될 테니까요. 단지 쓰는 데에 문제가 있다면 규칙을 정하고 아이와 합의해서 문제를 통제할 방법을 찾아야지 피한다고 될 일은 아니라는 거죠. 10년이 지나니 어때요? 스마트폰이 없으면 줌(ZOOM)을 통한 수업이나 회의 참여도 못 하고 식당 인증도 못 하죠. 메타버스도 마찬가지입니다.”
 
요즘 인터넷 다음 버전이 메타버스라고 하는 것처럼 메타버스가 지닌 문제점이 있더라도 메타버스를 안 하기보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6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메타버스가 가파르게 변화하고 있는 흐름을 감안한다면, 어쩌면 스마트폰의 붐보다 더 빠르게 우리의 삶에 메타버스가 자리 잡을 수도 있을 것이다. 안유미 연구원의 표현을 빌리자면, 메타버스로 인해 1~2년만 지나도 허공에서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 모습을 보게 될 거란다. 그만큼 메타버스를 활용하는 삶이 일상이 된다는 것이다.
 
“그래도 메타버스에서 이뤄지는 범죄에 대한 규제가 하루빨리 이루어지도록 메타버스 관련한 법체계가 정립될 필요성이 있어요. 예를 들어 메타버스에서 폭행을 할 수 있죠. 그런데 정확히 표현하자면 메타버스니까 아바타를 때린 건데, 실제로 폭행을 당한 건 아니지만 자기 아바타가 맞으니까 기분은 나쁘죠. 이런 점에 대한 처벌 기준이 명확하지 않으니까 이런 문제점들이 생기지 않도록 법적인 규제가 필요해요.”
 
장애인도 메타버스에서는 비장애인이 된다
메타버스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 반드시 물어보고 싶은 게 있다. 메타버스로 인해 현실을 비관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 않느냐는 우려다. 특히 심한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현실이 아닌 메타버스라는 가상 공간에서 비장애인으로 활동할 수 있게 되는데, 장애인이었기 때문에 할 수 없었던 활동들을 메타버스에서 실현할 수 있게 된다. 대리 만족을 할 수도 있지만, 어떻게 보면 메타버스에서 현실로 돌아왔을 때, 메타버스와 현실 사이의 괴리감으로 인해 현실을 비관적으로 생각하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면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메타버스의 장점을 최대한 잘 활용하면 좋겠어요. 장애로 인해 회사로 출근해서 일하는 게 어렵다면 메타버스 크리에이터 양성과정을 이수해 보는 걸 추천드려요. 그래서 멋진 맵(map, 지도)을 만드는 메타버스 크리에이터로 활동한다면 현실에서 가보지 못했거나 하지 못했던 것들을 메타버스에서 이룰 수 있고, 또 새로운 일자리로 창출할 수도 있어요.”
 
 
그래서 안유미 연구원은 장애인들에게도 꼭 메타버스를 권하고 싶단다. 직접 해보면 다른 세계가 열릴 수도 있다고. 실제로 새로운 비즈니스의 기회가 생길 수도 있다고. 교육이나 회의 등 많은 것들이 이미 메타버스에서 이루어지고 있는데, 앞으로 더 활성화될 것이라는 흐름을 가늠해 본다면, 그만큼 메타버스를 활용한 일자리도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메타버스에서 움직이는 아바타를 관리할 인력이나 맵을 관리하는 인력도 필요한 것처럼 말이다. 쉽게 말해 현실에서와 마찬가지로 메타버스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관리할 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장애가 있는 경우 현실에서는 할 수 있는 일과 그렇지 못한 일로 나뉘지만, 메타버스에서는 재능만 있으면 뭐든지 도전할 수 있어요. 관심과 의지만 있다면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장치가 아직 제대로 개발되어 있지 않은 등 장애인의 메타버스에 대한 접근성이 충분히 보장되진 않았어요. 앞으로 장애인도 메타버스에 잘 접근할 수 있고 또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발과 연구가 필요하겠죠. 특히 작년 장애리더스포럼에서 발달장애인의 치료나 직업훈련에 메타버스 활용이 큰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했거든요. 그래서 장애인들의 접근을 위한 방향으로도 메타버스는 반드시 개발되고 발전할 거라고 믿어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우리 사회를 강타했을 때, 장애학생의 교육권을 비롯하여 장애인의 일상은 비장애인의 그것보다 어려움이 많았다. 장애 감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대책이 원인이었다면, 메타버스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처럼 장애 감수성을 ‘나중에’ 고려하지 않고 ‘함께’ 고려하며 발전해 가야 할 것이다. 메타버스가 ‘이미 와 있는 미래’라고 표현되는 것처럼, 장애인도 미래에 더 나은, 더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메타버스 역시 장애 감수성을 고려하며 나아가야 할 것이다.
 
“사실 학자마다 메타버스에 대한 개념이 조금씩 달라요. 각자의 관점에서 다르게 평가를 할 수 있으니까요. 그렇게 기준이 조금씩 다르고 나라마다 다른 점도 있어요. 어떤 분은 메타버스가 게임 아니냐고 하거든요. 하지만 실제로 ‘메타버스’라는 용어를 꼭 사용하지 않더라도 상당 부분 진행된 곳이 많습니다. 의료의 경우 병원이 전 세계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메타버스를 활용하여 폐암 수술을 한 적이 있고, 건설 쪽에서도 ‘디지털트윈’이라는 것을 활용하여 이미 메타버스가 진행 중입니다. 교육의 경우에도 안전교육을 할 때 가상 공간을 활용하여 이런 상황이 생겼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교육하는 등 메타버스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메타버스는 더 이상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우리 곁에 와 있습니다. 그러니 메타버스에 관심을 가지면 좋을 것 같아요.”
작성자글. 박관찬 기자 ⊙ 사진 제공. 한국메타버스연구원  p306k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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