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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힐에서 함께 살고 일하며 배운 것, 서로 사랑하는 마음 가지기

캠프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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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킴버튼에서 만난 사람들. 로스(좌)와 소니아(우). 몇해 전 가을 함께 인근 호수에 놀러갔을 때
 
지난 호에서는 캠프힐 생활의 주요 흐름인 캠프힐의 연간 행사에 대해 소개하고 그중 제가 직접 참여했던 행사에서 느끼고 배운 점들을 소개했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캠프힐 생활 중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또 그들 간의 관계에서 보고 느낀 점들을 나누겠습니다.
 
“She is my coworker!”
킴버튼 캠프힐에는 빌리저와 코워커 그리고 코워커들의 자녀들까지 총 100여 명이 18채의 집에서 살고 있다. 그중 하나인 시카모어 집에는 나 포함 코워커 4명, 빌리저 3명, 코워커의 자녀 1명 이렇게 8명이 함께 산다. 매년 단기 코워커들이 바뀌는 생활에 익숙한 빌리저들은 내가 이사 오는 걸 환영해 주었고 그 뒤로는 나를 다른 사람들에게 My coworker!라고 소개해 주었다. 우리는 같은 집에 산다는 것만으로도 같은 소속감을 느끼며 매일 식사를 함께하고 일상 생활을 나누는 하우스 메이트가 되었다.
 
"Welcome back! My house sister~"
근래 여름 휴가를 다녀온 빌리저 조하나를 맞이하며 다른 빌리저 웬들이 한 말이다. 둘 다 이곳에 온 지 40여 년이 넘어가는 킴버튼 캠프힐이 그들의 삶터인 두 분이다. 특히 웬들은 자주 "She is my house sister, You are my house brother" 라는 말을 한다. 본인의 친누나와 매형이 있지만 그에게 조하나와 다른 빌리저들, 코워커들은 캠프힐에 살며 인연을 맺은 형제·자매 같은 존재일 것이다.
 
“I lived with her 10 years. She knows everything about me.”
첫해에 만난 한 빌리저는 20대 초반에 이곳에 와서 캠프힐에 산지 올해로 48년이 되는 캠프힐러다. 그녀가 10년 동안 같이 살았던 하우스홀더가 있는데 둘은 나이 차이가 열 살 정도라 두 분이 오랜 친구처럼 보였다. 그리고 실제로도 지금은 함께 살진 않지만 매번 빌리저의 생일 때마다 같이 외식을 하러 가거나 빌리저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가기도 하고, 추수감사절이나 크리스마스 무렵에는 하우스 홀더가 그녀를 자기 집에 초대해서 하룻밤을 보내고 갈 수 있도록 하기도 한다.
 
“I am happy because you are here.”
작년 여름 빌리저 빌이 시카모어 하우스에 이사를 오게 되었다. 빌과 웬들은 전에도 오랫동안 같이 살았던 사이인데 다른 집에서 살다가 최근에 빌이 이사 오면서 다시 같은 집에 살게 되었다. 빌은 다시 시카모어 하우스에 오게 돼서 아주 기뻐했고 웬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 내가 사람들에게 나의 최고의 친구라고 소개하는 프랑스에서 온 루씨와 함께 
 
그리고 한 동안 자주 저렇게 말했다. 최근 빌의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빌이 슬픔에 빠져있을 때 엄마를 잃는 건 정말 슬픈 일이라며 누구보다 그의 마음에 공감해 주었다. 그 외에도 빌리저와 빌리저 간에 서로의 상황을 이해하고 공감해 주는 모습을 자주 보았다. 함께 살아온 세월 속에 서로의 마음을 헤아려 주고 공감해 주는 친구가 있다는 건 누구에게나 너무 감사한 일이다.
 
캠프힐 생활 가운데 인상 깊게 여긴 것 중 하나는 이곳에 사는 사람들 간의 다양한 관계 모습이다. 함께 살고 함께 일하면서 코워커와 빌리저, 코워커와 코워커 그리고 빌리저와 빌리저 간에 다양한 모습의 관계가 형성된다. 이들은 같은 집에 살고 매일 식사를 함께하는 하우스메이트이자, 작업장에서 서로 협력해서 일하는 동료이기도 하고 나를 가장 지지해 주는 최고의 친구이기도 하다. 킴버튼에서 만난 코워커와 빌리저 모두 나에게는 새로운 가족이자 동료이고 친구들이다. 거기에는 국적, 성별, 나이, 장애유무는 전혀 상관이 없다. 세계 각국에서 온 코워커들을 만나게 되었고 감사하게도 그중 몇몇 친구들은 서로를 잘 이해하는 좋은 친구가 되었다.
 
△ 왼쪽부터 웬들, 마이크, 빌. 이들 서로는 20년 넘게 캠프힐에서 동고동락하며 의지하는 친구들이다
 
모자이크 작업장은 아카데미 실습의 한 파트이기도 해서 내가 4년 동안 계속 꾸준히 참여했다. 그러다 보니 마지막에는 꽤 큰 작품을 만들게 되었는데 작업장 리더 주디스는 나보다 더 완성을 기뻐해 주고 작업의 가치를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어 했다. 그녀를 통해서 많은 걸 배웠는데, 무엇보다 같이 일하는 동료들 코워커와 빌리저들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고 본인이 갖고 있는 모든 기술과 정보들을 늘 아낌없이 나누어 주었다. 좋은 동료를 만난 덕분에 나도 그런 성취를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에게 지난 4년 동안 가장 많은 사랑을 표현해 주고 늘 “I love you”라고 하며 안아주던 빌리저가 있다. 그녀는 자주 여기에서 한국 갔다가 다시 돌아올 만큼 너를 사랑한다고 야기해 주었다. 물론 나에게만 그러는 것은 아니다. ^^ 워낙 사랑이 많고 사람을 좋아하는 분이다. 그녀와 나는 이곳에 와서 처음 2년 동안 같은 집에 살았고, 프로젝트를 하면서 매주 일요일에 같이 실로폰 연주를 연습했었다. 또 모자이크 작업장에서 같이 일을 하면서 서로 많이 알아가는 시간들이 쌓여 서로에 대한 신뢰와 애정이 생긴 것이다. 그녀가 있어서 내가 사랑을 사람들에게 더욱 표현하고 따뜻한 마음을 주고받는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 프랭클린하우스에서 함께 살았던 캐롤라인, 디디, 클라우디아. 근처 타운에 놀라갔다가 건널목을 건너는 중.
이 사진을 볼때 마다 이곳에 서 만난 사람들과 동행하는 것이 내가 하고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이 부분이 캠프힐 삶의 모습에 대해 내가 가지고 있던 의미를 새로운 눈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 주었다. 캠프힐에 가기 전에 내가 생각했던 캠프힐의 삶은 코워커로서 그곳에서 만나는 빌리저들에게 필요한 도움을 주는 일을 하는 것이었다. 어찌 보면 나는 도움을 주는 사람, 빌리저들은 일상적 생활에 도움이 필요하기에 도움을 받게 될 사람이라고 단정지어 생각하고 생활 전반의 모습을 매우 좁게 보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직접 캠프힐에 와서 경험하면서 그 인식이 완전히 다르게 바뀌었다. 그 안에서 생겨나는 서로 간의 상호작용, 다양한 관계의 모습을 직접 경험하면서 캠프힐의 삶에 나에게 더 많은 의미를 갖게 되었다. 물론 같이 살고 일하는 관계이기 때문에 서로 간의 의견 대립으로 인한 갈등, 일을 해결하는 방법의 차이로 인한 어려움 등도 당연히 존재한다. 근본적으로 우리는 모두가 각기 다른 개성들을 갖고 있기에 서로를 통해서 배워가야 할 일들이 있다. 그리고 캠프힐 사회생활에서 또 하나 인식의 전환점이 되었던 일이 있다.
 
 
△ 모자이크 작업장에서 같이 일하는 동료들 
 
나의 첫 캠프힐이었던 영국 마운트캠프힐에 도착한 뒤 첫 2~3달 동안 꾸준히 멘토와 주기적인 만남을 했다. 대부분 캠프힐에서 단기 코워커들이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다양한 형태로 멘토링을 하고 있다. 그때 A4 용지 2-3장 정도 되는 분량의 체크리스트가 있었는데 멘토링 막바지에 멘토가 나에게 물은 질문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녀의 질문은 네가 여기서 지내는 1년 동안 어떤 것을 배우고 싶고 어떤 부분을 발전시키고 싶냐는 것이었다. 그것이 꼭 1년 안에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괜찮다고 했다. (예를 들어 책 5권을 읽겠다고 했지만 그것이 안 되어도 괜찮다고 ^^)
 
다만 이 질문의 목적은 네가 이곳 커뮤니티에서 지내는 1년 동안 너 스스로에게도 성장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라기에 이 부분을 생각해 보고 같이 나누면 좋겠다고 했다. 사실 이 질문을 받고 큰 감동을 받았다. 그때 당시 내가 생각했던 캠프힐은 빌리저의 의미 있는 삶을 위한 곳, 발달장애인들이 그들의 독립적이고 안정적인 삶을 해나갈 수 있도록 코워커들이 서포트하는 곳이라고 생각했지 코워커로서 개인의 성장, 개별적인 삶에 대한 존중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지 않았었기 때문이다. 나의 발전을 응원하고 그 계획을 지지한다니... 그때 멘토의 말은 꽤나 충격이었고 또 이런 질문을 해주어서 무척 감사했다. 그러고 나서 캠프힐에 좀 더 머물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곳 캠프힐에 사는 모든 구성원들의 존재 하나하나가 소중하고 그들의 삶이 이곳에 녹아들어 있다. 그리고 캠프힐은 그것을 물리적으로 또 정신적으로 품어주는 곳이다.
 
 
△ 나에게 집안 살림법을 많이 가르쳐준 조하나와 봄날 목련나무 아래에서
 
성인기 캠프힐인 킴버튼에는 갓 태어난 장기 코워커의 자녀부터 80세가 넘은 빌리저와 코워커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함께 살고 있다. 그렇기에 새롭게 커뮤니티의 가족이 된 어린 생명의 탄생을 함께 기뻐하기도 하고 또 오랜 시간 우리와 함께했지만 떠나보내야 하는 상실의 슬픔이 함께하기도 한다. 특히 몇 번의 장례를 치르며 이별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많은 걸 배웠다. 비록 더 이상 그들을 육안으로 만날 수 없지만 그들이 우리에게 남기고 간 발자취들을 함께 떠올리고, 늘 우리와 함께한다고 생각하며 작별 인사를 나누는 모습은 슬픔의 또 다른 면을 볼 수 있어서 무척 인상적이었다. 이 일들은 우리가 함께 어울려 살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렇기에 우리가 흔히 말하는 삶의 희로애락을 많은 사람들과 함께 느끼며 그 안에서 슬픔을 나누고 또 더욱 큰 사랑을 느끼며 삶의 영양분을 담아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 호는 이번 연재의 마지막 캠프힐 이야기로 그간 미처 하지 못했던 이야기와 제가 생각하는 캠프힐의 의미 그리고 또 현재 진행형인 저의 캠프힐 이야기를 담도록 하겠습니다.
 
작성자글과 사진. 김희남 킴버튼 캠프힐 단기 코워커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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