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마을 홍동면에서 아름아름 피어나는 교류, <꿈이자라는뜰> > 함께 사는 세상


작은 마을 홍동면에서 아름아름 피어나는 교류, <꿈이자라는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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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건물 대신 푸르른 숲, 자동차 소리 대신 새의 지저귐과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있는 작은 마을 홍성군 홍동면. 곧게 뻗은 소나무 사이 구불구불하게 난 흙길을 따라가면 비밀의 화원처럼 숨겨져 있던 ‘꿈이자라는뜰(이하 꿈뜰)’이라는 농장이 나온다.
 
학교 졸업 후 사회와의 단절 겪는 청소년들
대안 찾고자 시작된 꿈이자라는뜰
 
사회적협동조합 꿈뜰은 학교를 졸업한 후 집에만 머물게 되는 농촌의 발달장애 청소년들을 보며 안타까움을 느낀 지역의 특수교사들이 이러한 현실을 바꿔보고자 2009년에 설립했다. 비장애인을 위한 일자리조차 넉넉지 않아 장애인을 위한 일자리와 인프라를 기대하기란 더더욱 어려웠던 농촌 상황에서 첫 돌파구 찾기였다.
 
각자의 이유로 꿈뜰에 있는 일꾼들
일꾼들이 말하는 꿈뜰
 
현재 꿈뜰에는 5명의 비장애인과 2명의 발달장애인이 함께 일한다. 장애인 일꾼들은 일주일에 3일, 비장애인 일꾼들은 개인에 따라 주 2~5일 근무하고 있다. 출근 일수는 매년 초 회의를 통해 결정하며, 모종을 심거나 수확 등으로 한창 바쁜 시기에는 협의를 통해 조금씩 더 일한다.
 
꿈뜰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를 동료로 여기고 편하게 부르기 위해 별칭 사용한다. 꿈뜰의 조합장인 최문철 씨(40대)는 ‘담배 한 보루’에서 따와 보루로, 장애인 일꾼 강혁준 씨(30대)는 페달에서 ‘팽팽’ 소리 날 정도로 열심히 자전거를 탄다고 해서 팽팽으로, 비장애인인 정선욱 씨(30대)는 평소 쌀쌀한 성격이 스윗하게 바뀌면 좋겠다는 동료 일꾼들의 말에서 영감받아 달달으로 지었다고 한다. 이외에도 꿈뜰의 일꾼 박병관 씨(50대)는 ‘베짱’, 조희주 씨(30대)는 ‘조조’, 김지영 씨(20대) ‘짱돌’, 이재혁 씨(40대)는 ‘요르’로, 각자가 가진 특징과 이름에서 따와 별명을 지었다.
 
(팽팽) “물은 잘 주고 왔어요? 달달?”
(달달) “응”
(팽팽) “그럼~ 당연히 잘 줘야지. 못 주면 안 되지”
(…)
(팽팽) “우리 너무 힘들게 사는 것 같아. 그냥 기계 쓰면 안 돼?”
(달달) “원래 다 힘들게 살아. 팽팽~”
 
△ 꿈뜰의 일꾼들이 보리를 털며 이야기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베짱, 달달, 팽팽
 
팽팽과 달달은 바쁘게 보리를 털면서도 쉴 새 없이 대화를 주고받는다. 바삐 움직이는 손만큼이나 서로의 입도 쉬지 않고 티격태격, 옥신각신 대화가 이어진다. 발달장애인인 베짱은 대화에는 통 관심 없는 듯 조용히 자신의 할 일만 집중하는 것 같다가도, 팽팽과 달달의 대화가 극에 치달으면 옆에서 피식하고 웃는다.
 
장애인 일꾼 팽팽과 베짱은 꿈뜰 농장에서 도보로 20분 거리에 위치한 그룹홈에서 생활한다. 꿈뜰도 그룹홈 담당자의 소개로 알게 되었고, 처음에는 그저 일할 수 있다는 말에 큰 고민 없이 발을 들였다. 그렇게 일하게 된 지도 팽팽은 7년, 베짱은 8년이 되어 둘 다 베테랑이라 불린다.
 
팽팽이 보리를 털러 막대를 휘두르자 보루가 “팽팽 어깨 조심해!”라고 외쳤다. 팽팽이 올해 초 자전거 사고로 어깨에 통증이 남아 있었고, 서로의 상태까지 자연스럽게 챙기는 것이었다. 이에 보답하듯 팽팽도 쉬는 날 농장에 들러 동료들의 간식을 챙기며 정을 나눈다.
 
△ 쇠 막대로 보리를 털고 있는 장애인 일꾼 팽팽과 베짱
 
보루는 “팽팽이 말은 좀 틱틱대는데 가끔씩 되게 따뜻해요. 비건인 일꾼이 있는데 그걸 기억하고 마트에서 일부러 비건 과자를 사오기도 하고, 스윗하죠.”라며 팽팽을 소개했다.
 
팽팽에게 왜 계속 꿈뜰에서 일하는지 묻자 그는 “꿈뜰에 있는 사람이 좋고, 시골이 좋아서 계속 있어요”라고 말했다.
 
베짱의 대답도 비슷했다. 베짱은 “꿈뜰 오면 이야기도 할 수 있어서 좋지. 종일 일해야 몸이 안 근질근질한데 농사가 그러니까 좋아. 몇 달 전에 전기자전거를 샀는데 그것도 꿈뜰에서 일한 걸로 돈 모아서 산 거야. 뿌듯하고 농사가 재밌지.”라며 이야기했다.
 
△ 장애인 일꾼 베짱이 꿈뜰에서 번 돈으로 산 라디오를 자랑하고 있다.
 
꿈뜰에서 일하는 배경도 사람마다 다르다. 비장애인 달달은 고등학교에서 농업을 배운 후 농사를 지으며 살고 싶어 꿈뜰에 오게 되었다. 짱돌은 환경 운동에 관심을 갖고 생태농업을 실천하기 위해 찾아보다가 꿈뜰을 알게 되어 활동을 시작했다.
 
달달이 말하는 꿈뜰의 장점은 ‘불편을 말할 수 있는 건강한 관계’다. 함께 일하며 작은 불편이 있거나 부탁할 것들이 생기더라도 부담 없이 이야기할 수 있고, 누구도 그런 이야기를 기분 나쁘지 않게 들어준다는 것이었다.
 
장애인 일꾼들에게 꿈뜰은 활동의 의미와 관계의 소중함을 경험하는 공간이라면, 비장애인 일꾼들에게는 배움의 연장선이자 실현의 공간이기도 하다.
 
지역과 함께 하는 허브데이
작은 마을 홍동면에서 아름아름 피어나는 교류
 
꿈뜰은 매년 가을이 되면 홍동면 주민들을 농장으로 초대해 ‘허브데이’라는 축제를 연다. 꿈뜰의 활동을 응원해 주는 주민들에게 작게나마 감사를 전하고자 시작된 행사였지만, 이제는 마을의 큰 축제로 자리 잡았다. 이 행사에서 장애인 일꾼 팽팽은 직접 만든 파스타나 고구마 맛탕을 대접하며 요리 실력을 뽐냈고, 베짱은 어린 손님들에게 종이접기 수업을 열기도 했다.
 
하지(夏至) 무렵에는 ‘하지제’라는 소규모 축제를 연다. 농부들에게 하지는 가을 작물 준비와 잡초 관리로 가장 분주한 때라, 이 시기를 기념하고 응원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하지제는 인근 농업학교인 풀무학교에 개설된 전공부가 요리를 맡고, 꿈뜰은 맥주를 준비하며, 이웃들도 각자 작은 음식을 가져와 축제를 함께 만든다.
 
△ 2025년 하지제 풍경(사진제공. 꿈이자라는뜰)
 
이렇게 지역 주민들과 자주 만나다 보니 장애인 일꾼들에 대한 주민들의 시선도 자연스럽게 달라졌다고 한다. 보루는 “베짱이 평소 말수도 적고 표정도 많지 않아서 처음에는 주민들이 혹시 위험한 분은 아닌지 저에게 조심스레 묻기도 했어요. 그런데 자주 얼굴을 보게 되고, 허브데이처럼 가까이 만날 일이 생기니까 ‘저분도 괜찮은 사람이구나’ 하고 안심하고 지내시더라고요”라고 설명했다.
 
지역에서 계속해서 관계를 이어 나가자
인근 초·중·고등학교와 생태수업 진행
 
장애인 일꾼들이 퇴근한 오후 시간, 꿈뜰 농장에는 어린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인근 초등학교의 발달장애 학생들이 생태수업을 위해 찾아왔다. 아이들은 흔들 의자에 앉으려 두세 명이 자리 경쟁을 하기도, 선생님의 손을 뿌리치고 환하게 핀 꽃을 구경하러 가기도 한다.
 
△ 꿈이자라는뜰 농장에 모인 학생들(사진제공. 꿈이자라는뜰)
 
이날은 감자를 캐는 날이었다. 올 초 아이들이 직접 심은 감자를 호미로 조심스레 파내자 알맹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손가락 한 마디 크기의 작은 감자에도 아이들은 기뻐하고, 주먹보다 큰 감자가 나오면 ‘선생님!’하고 크게 불러 자랑하기에 바빴다.
 
꿈뜰이 학생들을 대상으로 생태수업을 하게 된 배경에는 장애인 학생들이 학교 외에도 마을에서 관계를 맺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꿈뜰의 설립에 함께 했던 특수교사를 비롯해 지역 학교 교사들과 협의해 정기적인 텃밭수업을 개설, 이를 통해 일주일에 한 번, 동네 초·중·고등학교에 다니는 발달장애 청소년들이 농장을 찾아와 농사를 짓는다. 초·중등부 수업은 조조와 짱돌이, 고등부 수업은 보루가 진행 및 인솔을 맡고 있다. 지역 안에서 초·중·고를 모두 진학한다면 12년 동안 꿈뜰과 관계를 이어갈 수 있게 되었다.
 
△ 한 학생이 호미로 감자를 캐내고 있다.
 
재정적인 어려움이 가장 크다
현재는 곳곳의 후원 덕에 유지, 안정적 운영 위해 노력해야 해
 
그러나 꿈뜰은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혀 있다. 꿈뜰 자체적으로 허브 솔트·차 판매, 모종 판매, 텃밭수업 등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는 있지만, 2024년 기준 자체적인 수입은 전체의 약 45%에 불과해 외부 후원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보루는 “일꾼을 더 채용하면 급여 부담이 늘어나니 운영을 최소화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이 조심스러워지는 굴레에 빠지게 됩니다. 지역의 장애인들과 더 함께하고 싶다가도 주저하게 돼요. 지난해 지원 사업에 선정되어 다소 여유가 생기기도 했지만, 그 사업도 내년이면 끝나서 다시 방법을 찾아봐야 해요.”라고 설명했다.
 
“저희가 번 돈이 전체 운영비의 51%를 넘겨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목표예요. 바깥에서 주시는 도움이 너무 고맙고 큰 힘이 되지만, 조합의 유지를 위해선 자체적인 생산성을 조금씩이라도 높이는 게 좋겠죠.”
 
외부인과 주민이 편하게 찾아올 수 있는 공간
‘마을 사랑방’ 역할 하고파
 
재정적인 어려움으로 당장은 어렵지만, 자체적인 수입을 늘리는 방법으로 꿈뜰은 마을 안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공간, 일종의 ‘사랑방’을 만들어보려고 하고 있다.
 
△ 최문철 대표(보루)가 이야기하고 있다.
 
보루는 “책방이나 카페, 게스트하우스처럼 외부인이 찾아올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더 많은 사람들이 꿈뜰을 방문하고 장애인들과 마주치며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보려고 해요. 장애인뿐만이 아니라 모두가 안전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있어요.”라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꿈뜰은 추가적으로 수익을 창출해 낼 수 있고 마을 안 교류도 넓힐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작성자글과 사진. 동기욱 기자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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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뜰님의 댓글

꿈뜰 작성일

안녕하세요, 꿈이자라는뜰 대표일꾼 보루입니다. 꿈뜰 이야기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고마워요.

자기다운 모습으로 어울린다는 것은 무엇일까? 함께 일하고 배우는 농장을 어떻게 만들어갈 수 있을까? 스스로를 살피고 서로를 보살피는 법을 어떻게 연습하면 좋을까? 우리에게 좋은 삶이란 과연 무엇일까? 라는 질문을 품고, 동료들과 함께 이런 저런 시도를 계속해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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