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6명이 만든 탁구장, 지역 주민들의 ‘방앗간’이 되다 - 스카이탁구클럽
함께 사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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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어느 주말. 관악역 인근의 한 탁구장에는 일주일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사람들이 모여 있다. 영상 기온을 간신히 웃도는 날씨지만, 탁구대 앞에 선 사람들의 목과 등에는 땀이 ‘송글송글’ 맺혀 있다.
탁구대 위에서는 ‘핑퐁핑퐁’ 공이 쉴 새 없이 오갔다. 스매시를 내리꽂는 기합 소리와 점수를 따낸 뒤 터지는 웃음이 공간을 가득 채웠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함께 탁구 치는 공간
경기도 안양시에 위치한 ‘스카이탁구클럽’은 여느 탁구장과 크게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조금만 더 시선을 두면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장면들이 눈에 들어온다. 휠체어를 탄 지체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랠리를 주고받고, 팔을 고정한 채 몸의 회전으로 공을 받아치는 뇌병변장애 당사자도 옆에서 동호인과 함께 탁구를 치고 있다.
처음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저 사람을 믿고 공을 맡겨도 될까’, ‘제대로 공을 받아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하지만 몇 번 공을 주고받다 보면 그런 어색함도 금세 사라진다고…. 비장애인 회원들이 장애인 회원들과 자연스럽게 랠리를 이어간다.
△ 스카이탁구클럽의 회원들이 탁구를 치고 있다.
비장애인 회원 이창숙 씨는 “여기가 좋은 게, 언제 와도 같이 쳐줄 사람이 있다는 거예요. 다른 데 가면 친한 사람들끼리만 치는 경우도 많잖아요. 그런데 여기는 초보라도 늘 같이 해주고, 말도 걸어주고, 반겨줘요…. 이제는 어디 모임 끝나면 탁구채 들고 자연스럽게 들러요. 집안일 하다가 시간 좀 나면 또 오고요. 거의 ‘방앗간’처럼 다닌다니까요.”라며 웃으며 설명했다.
장애인에게 탁구 배우며 실력도 향상
‘북적북적’ 함께하며 마음 나누는 동네 사랑방
옆에서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비장애인 회원 송순복 씨도 “저는 여러 군데 탁구장을 다녀봤지만, 정말 이곳의 분위기는 좀 달라요. 참 따뜻하다고 해야 하나? 장애인탁구 선수분들도 오시는데 그분들한테 많이 배우고요.. 이런 공간이 오랫동안 유지되었으면 하는 마
음이에요.”라고 덧붙였다.
그는 “탁구를 통해서 ‘내 주위에 장애인이 이렇게 많았구나.’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살면서 주변에서 장애인을 볼 기회가 거의 없었으니까요. ‘내가 지금까지 이렇게 몰랐구나…’하고 되돌아봤던 것 같아요”라며 말했다.
이런 분위기 덕분인지 송 씨는 인천에서 이곳까지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찾아온다. 탁구도 탁구지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낙에 또 한 번 먼 길을 나선다고.. 언제 찾아가도 반겨주는 분위기, 그 점 덕분인지 스카이탁구클럽은 회원들에게 마치 동네 사랑방처럼 친근한 곳이 되어가고 있다.
접근성, 주차공간, 층 높이 등 장애인도 이용하기 편한 탁구장 찾고자 노력
스카이탁구클럽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하는 곳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많은 탁구장들이 임대료를 낮추기 위해 지하층이나 2층 이상의 장소나 건물 높은 층에 자리 잡는 것과 달리, 스카이탁구클럽은 아파트 단지와 가까운 대로변 1층 상가에 위치하고 있다. 상가 외벽은 하늘색으로 한눈에 들어온다.

△ 스카이탁구클럽 전경
스카이탁구클럽의 설립자 정진미 씨는 “기존의 많은 탁구장들이 지하거나.. 가장 높은 층에 많다 보니까 분위기가 우중충하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최대한 산뜻하고, 사람들이 찾아오고 싶은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었죠. 그래서 1층 건물을 골랐고, 색도 밝은 걸 쓰게 됐어요.”라고 설명했다.
운전을 하는 비율이 높은 지체장애인 특성상 주차공간이 많아야 했고, 화장실이나 입구 턱 역시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도록 개조할 수 있어야 했다. 스카이탁구클럽을 만들기 위해서는 건물 개조의 자유도 중요한 조건이었다.
장애인 탁구 선수·동호인 6명이 모여 설립한 탁구장
누구나 마음 편히 탁구할 수 있는 공간 원해
스카이탁구클럽은 장애인 탁구선수이자 동호인인 이경숙 씨, 정진미 씨, 김명학 씨, 박평철 씨, 이현규(가명) 씨 5명의 지체장애 당사자와 발달장애 당사자인 김창기 씨가 공동 투자해 만들었다.
기존의 탁구장들은 엘리베이터가 없거나 턱이 있어 접근이 어렵고, 가령 이용이 가능해도 대놓고 쳐다보고 수군대는 다른 동호인들의 시선이 신경쓰였다. 이런 상황을 ‘불평만 할 게 아니라 우리가 직접 탁구장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라는 누군가의 제안에 6명이 함께 탁구장을 만들게 됐다.
출입구, 화장실, 공 줍는 도구 등 직접 고치고 만들다
당사자이기에 더 신경 쓴 흔적들

△ 스카이탁구클럽의 출입구 경사로, 공 줍는 도구, 선반
스카이탁구클럽 곳곳에는 이들이 기존 탁구장을 이용하며 느꼈던 불편을 하나씩 고쳐 놓은 흔적들이 있다. 허리를 깊이 숙이기 어려운 회원을 위해 탁구공을 집어 올리는 도구를 만들었고, 공을 담는 선반은 휠체어 높이에 맞춰 새로 제작했다. 출입문 손잡이에는 고무줄을 달아 휠체어를 쓰는 장애인도 편하게 문을 여닫을 수 있게 했다.
탁구장 출입구 역시 휠체어 이용을 고려해 경사로를 설치했다. 또 화장실은 본래 장애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환경이었지만, 벽을 허물고, 경사로와 지지대를 설치해 이용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공간 개조부터 페인트칠, 거치대 제작까지 여섯 설립자의 손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 스카이탁구클럽의 화장실 경사로, 지지대
탁구를 매개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하는 공간
스카이탁구클럽을 지역 공동체이자 사랑방으로 희망
현재 스카이탁구클럽은 약 50명의 회원을 두고 있다. 이 가운데 10명가량이 장애인 회원이고, 나머지는 비장애인이다. 동네 주민도 있고, 지인의 소개로 찾아온 사람도 있다. 지역 주민 비율이 높지만, 인천, 용인 등 먼 지역에서 일부러 시간을 내 찾아오는 회원도 있다.
△ 공사하는 모습, 정진미 설립자가 페인트칠을 하고있다.(사진제공. 스카이탁구클럽)
△ 스카이탁구클럽의 설립자. 이경숙 씨(윗줄 왼), 정진미 씨윗줄 우), 이명학 씨(아랫줄 왼), 박평철 씨(아랫줄 우)
비록 50명이란 회원이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수지만 스카이탁구클럽은 50명의 회원에 만족하지 않는다. 보다 많은 장애인들이 운동을 통해 건강한 삶을 유지하고 비장애인과 함께 운동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 위해 장애인 스포츠 강좌 이용권을 사용할 수 있는 기관으로 등록, 장애인들에게 참여의 문턱을 낮추고 있다.
스카이탁구클럽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운동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 앞으로도 꾸준히 운영하는 것이 목표다. 그래서 앞으로도 ‘지역의 공동체이자 사랑방의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박평철 씨는 “점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공동체들이 사라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 저희가 탁구장을 만든 건 단순히 ‘탁구만을 하기위해서’는 아니에요. 탁구를 매개로 비장애인들과 어우러질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 그렇게 작은 노력들을 기울이는 것.. 그게 저희의 목표예요.”라고 설명했다.
여섯 장애인이 만든 탁구장, 오늘도 이곳에서는 수없이 오가는 공만큼이나 다양한 사람들의 안부도 오가고 있다.
작성자글과 사진. 동기욱 기자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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