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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장애인생애지원센터

본문

글. 박관찬 기자 ⊙ 사진. 채지민 기자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으로, 실내는 물론 외출할 때 마스크는 필수품이 됐다. 그런데 감염을 막기 위해 코와 입을 가리는 마스크 착용으로 의사소통에 적지 않은 불편함을 겪는 이들이 있으니, 바로 청각장애인이다. 구어나 수어를 할 때, 입 모양을 비롯한 얼굴 표정이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불편함을 조금이라도 해소하기 위해 립뷰마스크를 제작하는 등, 청각장애인과 그 가족들이 대한민국에서 삶에 대한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제공해주는 곳이 있다. ‘청각장애인생애지원센터’를 <함께걸음>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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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생원 이야기 1. 궁금한 것은 이곳에서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필요한 의료(또는 보조)기기로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게 보청기와 인공와우다. 하지만 청각장애인이 보청기를 착용하거나 인공와우 수술을 받는다고 해서 반드시 잘 들리게 되는 건 아니다. 데시벨(decibel, dB)도 정확하게 측정하여 청력의 상태가 어느 정도인지 알아야 한다. 이러한 검사를 어디에서 받아야 하는지, 보청기나 인공와우 수술을 한다면 비용은 얼마나 들고 어디에서 지원받을 수 있는지 등에 대한 정보를 청각장애인과 그 가족이 충분히 알아내기란 쉽지 않다. 

예비사회적기업 청각장애인생애지원센터(아래 청생원)는 이렇게 정보 접근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는 청각장애인에게 상담을 통해 필요한 서비스와 정보를 제공하고, 청각장애인의 생애주기별로 삶에 대한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합리적인 선택의 방향 제시와 현명한 소비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곳이다. 2018년 11월 법인을 설립하고 같은 해 12월 사업자등록을 하여, 이제 2년차 예비사회적기업인 청생원의 설립 과정에 대해 조성연 대표는 이렇게 설명했다. 

“공식 법인 설립은 2018년 11월이지만, 청생원의 시작은 2017년 1월 11일 ‘청각장애인들의 공감과 소통’이라는 청년 커뮤니티 조직이에요. 통계적으로 보면, 현재 우리나라에 15가지 장애유형 중 청각장애인이 두 번째로 많아요. 그리고 계속 증가하고 있는 추세인데, 국가적으로 난청 예방 사업은 부재하고, 청각장애보조기기의 종류는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생애주기별·영역별 지원이 부족한 실정이에요. 그래서 청년들의 커뮤니티를 통해 당사자에게 필요한 지원과 서비스에 대해 고민하고 소통하면서 조직을 운영해왔던 게, 지금의 청생원에 이르게 된 거예요.”

청생원이 청년 청각장애인 당사자들의 조직으로 시작했다기에, 처음에는 청년 청각장애인들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취업’에 대한 지원이 주된 사업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취업은 그 사업의 일부일 뿐, 청생원은 청각장애인의 듣는 것에 대한 가치와 목표설정을 돕고, 전 생애에 걸쳐 균형 잡힌 청력 관리 계획을 수립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곳이다. 또한 청각장애인과 가족을 대상으로 역량강화교육을 통해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회원들 간에 교류하는 자리를 만들고 있다. 작년 11월 ‘당신이 모르는 보청기 & 인공와우의 모든 것’이 그 시작이다.

“역량강화교육은 매년 1회 시행할 계획인데, 작년 11월이 그 첫 번째였어요. 나한테 보청기가 왜 필요한지, 내 청력이 어느 정도인지, 그에 따른 보청기의 형태를 선택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보청기를 어떻게 사용하고 언제 활용할 수 있는지, 인공와우와 관련해서 국내에는 어떤 회사가 입점해 있는지, 나에게 진짜 필요한 게 맞는 건지 등, 단순히 ‘보청기’나 ‘인공와우’라는 단어로부터 파생되는 궁금증이 엄청 많아요. 그런 궁금증을 알고 싶음에도 마땅히 알아볼 곳을 모르고 있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이런 자리를 통해서 질의응답을 하고 사례를 들어보거나, 동영상을 시청해 보기도 해요. 그래서 인공와우를 한다면 수술 이후에 재활과 가족의 참여가 얼마나 중요한지 같이 이야기를 나눠보기도 하고, 실제로 제품을 보고 필요하신 분께는 따로 상담을 해 드리는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했어요.”

역량강화교육에서 청각장애인과 그 가족이 궁금해하는 것들은, 조 대표가 앞서 나열했던 내용들이 전부는 아니다. 청각장애인 본인의 청력 상태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하고, 그에 대한 검사를 받더라도 검사 결과가 대부분 전문적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해석이 쉽지 않다. 또한 검사를 받는 과정과 검사 결과에 대한 의료진의 설명에 있어서 소통이나 통역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청각장애인이 그 내용을 100% 이해하기도 어렵다. 이비인후과에 본인의 청력을 검사하러 간 청각장애인이 검사 결과를 스스로 만족할 만큼 잘 이해하는 경우는 과연 얼마나 될까? 이렇게 청각장애인들이 가지고 있는 정보에 대한 궁금증과 욕구를 조금이라도 해결하기 위해, 청생원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청생원 이야기 2. 립뷰마스크

요즘은 학교에서 대면 수업을 하더라도 마스크 착용은 필수다. 그런데 교사나 수어통역사도 마스크를 착용하게 되면서, 마스크에 일부 가려지는 얼굴 표정 때문에 청각장애학생이 수업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어려움이 발생한다. 그뿐만 아니라 지하철과 같이 많은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청각장애인과 원활한 대화를 위해 잠시 마스크를 내려야 하는 위험한 상황도 발생한다. 이렇게 청각장애인들이 겪는 의사소통의 불편함을 해결하고, 청각장애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하면서 마스크 본연의 기능도 함께 유지할 수 있도록 제작한 것이 바로 립뷰마스크다.

‘소리가 보이는 마스크’라고도 불리는 립뷰마스크(LIPVIEW MASK)는 마스크의 입 부분을 가리지 않고 투명하게 제작한 것으로,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이 구어나 수어를 구사할 때 얼굴표정을 볼 수 있어 청각장애인과의 의사소통에 큰 도움이 된다. 립뷰마스크는 청각장애 전문재활센터인 하늘샘치료교육센터에서 개발한 것으로, 11번가에서 후원하고 사랑의 달팽이와 청생원에서 함께 제작했다. 현재 신청을 받아 무상으로 배포하여, 청각장애인들에게 다방면에서 ‘소리가 보이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저희 청생원에서 5월에 먼저 립뷰마스크 2만 장 정도 제작하여 무상 배포를 했고, 그 이후 사랑의 달팽이, 11번가와 함께 24만 장을 추가 제작하여 전국에 무상 배포 수행 중이에요. 청각장애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할 수 있는 마스크로 립뷰마스크가 알려지고, 또 이를 통해 청각장애인이 의사소통을 수어로만 하지 않고 다양한 방법이 있다는 인식을 사람들에게 심어줄 수 있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다만 가능한 한 많은 분께 립뷰마스크를 보내드리고 싶은데, 저희가 자원봉사자 분들과 함께 직접 립뷰마스크를 만들어서 보내드리다 보니 시간이 오래 걸리고, 그만큼 신청하신 분들이 기다려야 하는 시간도 걸리는 점이 아쉬워요.”

립뷰마스크 세트 하나에는 입 모양이 보이는 립뷰마스크 1매, 립뷰마스크 보관 백 2매, 립뷰마스크 교체용 마스크 14매, 잠금밴드 1개로 구성되어 있다. 교체용 마스크가 14매인데, 립뷰마스크의 플라스틱 마스크와 재단 마스크의 벨크로 부분을 분리하고, 플라스틱 마스크와 교체용 마스크의 벨크로 부분을 맞닿게 하여 그 부분을 손가락으로 살짝 눌러서 고정시켜주면 교체할 수 있다. 마스크에 플라스틱 부분이 있지만 무겁지 않고, 교체를 통해 계속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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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명 플라스틱의 테두리 부분에 벨크로(찍찍이)가 부착돼 있다. 천으로 제작된 마스크를 교체해서 장기간 다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청생원 이야기 3. 청각장애인의 권리 실현

청생원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제공받기 위해서는, 먼저 회원가입을 해야 한다. 가입 후 어떤 서비스를 원하는지 신청하면 되고, 요청이 있거나 필요한 경우에는 현장에 파견하여 지원하기도 한다. 앞서 소개했던 보청기나 인공와우에 대한 정보나 상담 지원, 전 생애주기별로 다양한 지원을 해주는 것 외에도 문자통역지원 등을 제공하고 있다.

“성인 청각장애인의 경우, 최근 법정의무교육으로 된 직장 내 장애인식개선 강사로 활동하고 싶어 하는 친구들이 있어요. 청각장애인이 강사를 준비하려고 할 경우,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서는 주로 강사양성 교육과정에만 문자나 수어통역을 제공해요. ppt(PowerPoint, 각종 프레젠테이션에 사용하는 문서)를 제작하거나 강의에서의 기술 등은 청각장애인만을 위한 편의제공이나 정보가 부족하거든요. 그래서 실제 직장 내 장애인식개선교육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분을 초청하여, 강의를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지원해주고 있어요.”

청생원은 청년 청각장애인이 단순히 강사로서의 ‘자격’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강사로서의 ‘역량’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그래서 강의를 준비하는 법, 강의안 제작법 등 이론교육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내용들을 배우면서, 조금이라도 더 나은 강사가 되도록 지원해주는 것이다. 이렇게 청각장애인들의 다양한 관심분야와 욕구에 맞는 강사를 초청하던 중, 청각장애인들로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낸 시점이 있었다고 한다.

“2018년에 청각장애인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노동법 관련 교육을 진행했는데, 정말 폭발적인 인기가 있었어요. 본인이 현재 어떤 근무환경에서 일하고 있는지조차 제대로 모르고 있는 분들이 많았어요.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근로계약을 맺을 때부터 차별을 받는 경우가 있을 텐데, 그런 경우 근본적인 해결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알지 못하는 거죠. 그래서 노동법 관련한 교육을 준비했던 건데, 야간근로나 휴일근로, 연장근로에 대한 궁금증, 그리고 근로지원인 제도 등 어떻게 보면 근로자로서 정말 기본적이고 당연히 알아야 하는 정보를 모르고 있는 경우도 많았어요. 그러니까 근로계약을 하거나 근무를 할 때 청각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또는 청각장애가 있으니까 잘 모를 거라고 생각해서 부당하게 대우받거나, 서비스가 있음에도 제공받지 못했던 경우가 흔했던 거예요. 우리 청각장애인 근로자들도 누려야 하고 주장할 수 있는 권리는 당연히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하니까, 지난 노동법 관련 교육처럼 청각장애인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유익한 정보가 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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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에서도 입 모양을 보이게 하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왼쪽은 해외의 사례, 오른쪽은 청생원이 제작한 립뷰마스크를 착용한 모습이다.


청생원 이야기 4. 복합커뮤니티의 꿈

청각장애학생에게 문자나 수어통역을 지원해주는 모습은 대학에서의 강의가 우선 연상되지만, 초중고등학교에서는 얼핏 잘 떠올려지지 않는다. 아직까지 청각장애학생에게 어떠한 지원이 있는지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알고 있더라도 통역 받는 모습을 다른 학생들에게 보이는 걸 부끄러워하는 등 ‘인식’도 아직은 많이 부족한 현실이다.

“실제 초등학교에 장애인식개선 교육을 가서 청각장애학생에게 문자통역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는데, 거기 있던 청각장애학생이 그런 지원이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더라고요. 지원이 있는데도 모르고 있었다면, 그동안 얼마나 불편하고 어려운 환경에서 학교에 다녔을까요? 그런데 정작 당사자(청각장애인) 학생은 이 지원을 받으면 놀림을 받는 건 아닌지 미리부터 걱정하며 부끄러워하는 생각을 하기도 하고, 비장애학생들은 이런 지원을 ‘신기’하게 바라보는 시선도 강했어요. 그래서 나이가 어릴수록 서비스와 지원의 존재에 대해 잘 모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 대한 홍보가 많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절실히 느꼈어요.”

청생원은 이렇게 청각장애인이 대한민국에서 보다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전 생애에 걸쳐 맞춤형 지원을 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듣는 것에 어려움이 있는 사람이라면, 굳이 장애등록이 되어 있지 않아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복합커뮤니티’를 운영하는 미래를 꿈꾸고 있다. 

“제가 아일랜드에 있는 데프빌리지(Deaf village)에 가보았거든요. 여기엔 바리스타 양성 프로그램도 있고, 한 건물 내에 비영리민간단체, 코다(CODA, Children Of Deaf Adult, 농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청인 자녀) 관련단체, 보청기와 인공와우 관련 단체도 입주해 있고, 동네에 있는 주민도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는 편의시설, 영화관, 체육시설도 다 갖춰져 있었어요. 여길 보면서 우리나라에도 청각장애인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복합시설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대한민국은 특수학교나 장애인복지관을 건립한다고 하면, 해당 지역 주민들이 거세게 반대하는 경우가 빈번할 정도로 장애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부족하다. 그래서 아일랜드의 데프빌리지 같은 곳이 우리나라에도 생긴다면 장애인뿐만 아니라 비장애인도 함께 이용하며, 더욱 편하면서도 비장애인이 장애에 대해 좀 더 이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도 있게 되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청생원에서 하는 활동을 반드시 ‘청각장애’인만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으로 바라보지 않고, 한 인간 생애에 대한 맞춤형 지원을 구체화하는 쪽으로 인식하는 시선이 자리잡기를 기대한다.

“정확한 지식은 청각장애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선택 그리고 건강한 삶으로 나아갈 수 있는 지름길입니다. 본 센터는 청각장애인 생애지원 분야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각 항목의 전문적 서비스를 통해, 청각장애인 여러분들의 건강한 삶을 위해 ‘함께’ 나아갈 것입니다. 여러분들의 꿈과 행복이 싹틔울 수 있는 ‘생애주기별 지원의 토양’을 일구는 데, 저희 센터가 도움을 드릴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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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각장애인들의 공감과 소통의 송년회에 많은 당사자와 활동가들이 함께한 모습 - 사진 제공. 청각장애인생애지원센터

작성자박관찬기자  p306k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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