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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는 치료만이 전부가 아닙니다

시소감각통합상담연구소

본문

 
자녀가 장애를 가지게 될 경우, 대개 부모는 어린 자녀에게 어떤 조치를 취할까?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것은 병원 방문이다. 결코 틀린 답은 아니지만, 발생한 장애에 대해 ‘치료’만을 생각하고 하루종일 병원에서 검사와 치료만으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은 방법은 아닐 수 있다. 그래서 장애를 치료의 대상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바라보고 접근하는 곳을 소개하려고 한다. 장애를 의료적 모델보다 사회적 모델로 인식하는 필요성을 감안한다면 이 기관이 좋은 답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SISO감각통합상담연구소가 바로 그곳이다
 
시소는 어떤 곳인가?
SISO감각통합상담연구소(아래 시소)는 우선 명칭부터 조금 생소하게 다가온다. 얼핏 ‘감각을 활용’하는 곳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자세히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어떤 곳인지 잘 모를 수 있다. 그래서 우선 용어의 정의를 통해 시소가 어떤 곳인지부터 소개를 해야 할 것 같다. 먼저 명칭의 가장 앞에 붙는 알파벳 ‘SISO’을 읽으면 ‘시소’가 된다. 놀이터에 있는 시소를 떠올릴 수 있는데,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 걸까? 지석연 소장이 그 의미를 설명했다.
 
“먼저 ‘감각통합’이라는 뜻의 영어가 ‘sensory integration’이고, 여기서 ‘감각이 통합된 결과물’이 ‘sensory integration toward social and occupational’이거든요. 여기서 알파벳 s, i, s, o를 모아서 SISO라고 하게 되었어요. 이 단어 뒤에 ‘감각통합’이라는 단어가 또 나오니까 이중성이 있긴 한데, 시소라는 단어를 붙이니까 좀 더 기억하기에도 좋고 친근하게 와닿는 것 같아요.”
 
뭔가 많은 고민을 하고 지은 이름 같다. 그러면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감각을 통합하는 것을 상담하는 연구소’라는 뜻을 담고 있는 걸까? 어떤 의미의 감각통합인지, 그리고 어떤 계기로 시소를 만들게 되었는지 궁금해진다.
 
“원래 처음부터 감각통합으로 시작했던 건 아니고요. 작업치료사가 재활치료를 하는 전문가인데, 보통은 신체장애가 있거나 뇌손상이 있는 그런 사람들을 주로 치료했었어요. 뇌성마비나 뇌졸중이 있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는데, 제가 작업치료사가 되고 나서 시간이 지나면서 자폐성장애가 있는 아이들을 많이 만나게 되었어요. 그때는 자폐성장애에 대한 치료방법이 그리 많지 않았는데, 자폐성장애인은 사회성이 어렵지만 많이 움직이거나 하는 점들이 기존의 작업치료와는 다른 거예요. 그래서 여러 가지 공부를 하면서 감각통합이라는 중재방법이 있는 것을 배우게 되었죠. 움직임이 너무 많을 때 감각이 너무 힘들 수 있고, 감각이 보통 사람들과 다르게 전달되기 때문에 나타나는 행동의 결과물도 다른 거예요. 그렇게 감각통합의 공부가 시작이 되었던 거고요. 그러면서 감각통합을 더 깊이 공부하려고 했던 작업치료사들이 모여서 2009년 시소를 만들게 되었어요.”
 
그럼 작업치료사에 의한 ‘치료’를 주된 업무로 하는 곳이라는 뜻인데, 실제로 시소는 현재 지 소장을 포함해 총 9명의 작업치료사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복지관이나 다양한 곳에 있는 심리치료실이나 작업치료실이라는 명칭과 다르게 왜 ‘감각통합’과 ‘상담’을 함께 나열하고 있을까?
 
“치료사와 아이들이 만나서 즐겁고 의미있는 시간을 보내는 것만 치료가 되는 건 아니거든요. 좋은 치료는 아이들이 활동하는 어린이집이나 학교 이런 곳들과도 연결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개별적인 하나의 치료로 끝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충분한 상담을 하고 지식을 전달하는 부분에 특히 중요성을 두고 있어요. 그래서 상담연구소라는 이름으로 만든 거죠.”
 
장애는 치료만이 전부가 아니라 좋은 지원을 받아야 한다
“시소에서는 발달장애를 가진 분을 많이 만납니다. 자폐성장애도 있지만, 발달장애라고 하는 것은 꼭 어떤 자폐성장애만 의미하는 건 아니고요. WHO(세계보건기구)에서 분류하기로는 지적인 발달장애가 있는가 하면, 약간 주의력 결핍이나 어려움이 있는 ADHD라든지, 움직임에 어려움이 있는 사람도 있어요. 어눌하게 움직이는 사람도 있고, 학교에서 조금 늦거나 정리를 잘 못한다거나, 어지러워 한다거나 지적인 부분과 상관없이 어느 한 영역의 발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요. 그리고 학습영역에서 특정하게 어려움이 있는 경우도 있고요. 또 학회에서는 의학적으로 신경발달장애(neurodevelopmental disorder)라고 정리한답니다.”
 
발달장애인은 현재 「발달장애인 지원에 관한 법률」에 근거하여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장애인복지법」에 근거하여서도 제도적인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지 소장이 언급한 시소에서의 감각통합과 상담의 대상자는 이러한 제도적인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경우도 모두 포함하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유형의 대상자를 감각통합 및 상담하면서, 시소는 궁극적으로 어떤 결과를 지향하고 있는 걸까?
 
“장애가 있다는 것은 그 사람이 치료를 받아서 개선이 된다는 의미보다는, 그 사람에게 약한 부분, 즉 장애가 있는 부분에 좋은 지원을 받아야 한다는 의미거든요. 예를 들어 저시력인 시각장애인은 확대된 문서를 제공받거나 독서확대기 등과 같은 보조공학기기를 지원받으면 정보를 받아들일 수 있게 되죠. 또 체육시간에 선생님이 우향우 좌향좌라고 하면 순간 방향을 헷갈려하는 경우도 있거든요. 이러한 약간의 어려움이 있는 분의 자기인식을 도우면서 그 사람이 할 수 있는, 성공할 수 있는 과제를 통해 잘 조정하면 감각의 무질서함들이 조금 질서를 잡아가기도 해요. 그래서 감각의 기능에 개선이 되는 경우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사실 지 소장의 말이 맞는데, 기자에게는 조금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아직 대한민국에서‘장애’라고 하면 전반적으로 ‘치료’의 대상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녀가 장애를 가지게 되어 병원에 데려간 부모는 자녀의 장애가 치료될 수 있는지, 비장애로 되돌릴 수 있는지를 가장 궁금해 한다. 하지만 시소에서는 장애인에게 놓여 있는 보편적인 환경적 상황도 파악하면서 동시에 어떤 활동을 할 때 남아있는 기능으로 최적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도 소위 치료라고 하는 부분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그래서 감각통합이 대상자로서 장애 정도가 중간 이상인 사람은 그 사람을 바꾸거나 개선하는 것이 치료가 아니라,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장애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언제 더 크게 어려움이 나타나는지 등의 정보를 조금 더 정확하게 판단한다고 한다. 그래서 환경과 활동이 너무 자극적이지 않게 조정하는 방법들을 연구하고, 그것을 장애당사자와 보호자, 교사 등 관계있는 분들과 네트워크를 하는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치료라기보다는 의사소통의 ‘중재’라고 하는 게 더 적합한 표현이라고 지 소장은 말한다
 
 
“예를 들어 어떤 아이가 손으로 책상을 지속적으로 두드리는 행동을 편안하게 느끼는 경우가 있거든요. 이런 행동을 하는 것 밖에 활동이 없는 경우도 있어요. 만약 아이가 혼자 있는 곳이라면 그 행동을 계속해서 해도 별 문제가 없는데, 그 상황이 수업을 하는 교실이라면 그 아이의 두드리는 소리 때문에 함께 수업을 듣는 다른 아이들에게 불편함을 줄 수 있죠. 수업 진행이 어려울 수도 있고요. 그런 경우 전동칫솔기 비슷한 진동기가 있는데, 아이가 두드리는 자극으로 편안해 하는 게 진동 자극이라면 그 진동기를 아이가 손에 쥐고 있게끔 하는 거예요. 그럼 그 아이는 진동을 받으면서 편안해 할 수 있고, 다른 아이들은 두드리는 소리를 지 않고 수업에 집중할 수 있으니까 교실에 같이 있을 수 있게 되죠. 그러기 위해서는 교사와 다른 아이들이 이 아이에게 어떤 것(진동과 자극)이 있어야 하는지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어야되겠죠. 그래서 환경개선이라고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거예요. 그래서 결과적으로 장애로 인해 발생하는 증상을 없애는 게 주된 목적이 아니라, 증상을 이해하면서 어떻게 하면 사회적으로 참여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다각적으로 연구한다는 거죠.”
 
그런데 지 소장이 언급한 감각통합을 위한 환경개선의 과정은 말처럼 쉽게 되는 게 아닌 것 같다. 특히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경우에는 대상자가 어떤 증상이나 특성이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도 쉽지 않다. 그래서 어눌하거나 이상하게 보이더라도 어떤 특정한 행동이 함께 있는 누군가에게 해가 되지 않는다면, 조금 기다려주고 이해하는 사회인식도 무척 중요하다고 지 소장은 강조했다. 한 개인에게는 모든 사람이 다 특정한 진동기가 아니라 어느 사람은 부드러운 진동일 수도 있고, 또 어떤 사람은 크게 뛰는 진동일 수도 있는 것처럼 스펙트럼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개별차이에 따라 개인마다 어떤 감각의 환경이 도움이 되는지 시간적·공간적·도구적으로 분석하는 것도 시소에서 하는 일이라고 한다. 
 
지속적인 네트워킹이 이뤄지길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시소’라는 단어가 정말 많이 언급된다. 이 지면을 통해 소개하는 곳인 만큼 언급이 많이 되는 것은 아주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현상인데, 아무래도 이 ‘시소’가 놀이터에서의 기구를 자꾸 떠올리게 되는 경향도 무시하지 못하게 되는 것 같다. 기자의 솔직한 생각에 지 소장도 웃으면서 시소에 담겨져 있는 또다른 의미도 설명했다.
 
“우리 연구소의 이름인 ‘시소’ 때문에 아이들이 시소에 오면 그네는 있는데 왜 시소는 없냐고 하기도 해요. 시소라는 단어 자체가 처음에는 정말 좋게 와닿았거든요. 사실 당사자가 본인이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한 건 맞지만, 그 장애라는 것을 명칭으로 계속 언급하면 왠지 그 존재가 장벽으로 느껴질 수 있잖아요. 그래서 굳이 장애라는 존재를 드러내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측면에서 고민하다가 작업치료와 감각통합을 할 때 다양한 도구를 사용하는데, 그 중에서 그네나 시소, 미끄럼틀을 타기도 합니다. 여기서 시소가 이미지도 간단하고 외우기도 쉽고 균형을 의미하기도 하니까 정말 좋은 이름이라고 생각했어요. 시소가 너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다는 의미도 담을 수 있으니까, 그래서 먼저 한글로 시소라는 이름을 짓고 거기에 맞춰 영어 이름도 만들었어요.”
 
앞서 소개했듯이, 시소는 작업치료사들이 모여 시작한 곳이다. 그렇지만 기존 작업치료와는 조금 다르게 ‘감각통합’을 전문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러한 콘텐츠가 국내에는 뚜렷한 선례가 없기 때문에 그만큼 다양한 대상자들을 감각통합과 상담으로 연구하는 과정에 많은 어려움이 뒤따르게 될 것 같다. 지 소장도 고개를 끄덕였다.
 
 
“특히 만 6세 이전의 아이들은 이후의 상황이 잘 예측되지 않기 때문에 실패하는 경험이 많아요. 여기서 실패라는 것은 이런 의미입니다. 가족 구성원 중 누군가 장애를 가지게 되면 가족들은 그 장애가 있는 구성원에 대해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 다 나을 수 있다는 막연한 희망이 있잖아요. 그런데 그게 사실과 다를 때 그 희망이 불합리한 관계를 만들고 서로 원망하게 되거나 관계가 건강하지 않게 될 수 있다는 것을 말합니다. 정확하게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대신에 지금은 살 수 있다고 받아들이는 과정이 힘은 들지만, 그 과정이 꼭 필요하거든요.”
 
아무래도 중도장애인이 되면 누구나 겪게 되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이 반드시 힘든 과정인 것만은 아니란다. 원래부터 신경이나 뇌 자체가 정말 우수하게 타고난 아이들도 있는데, 이런 경우 조금 집착해서 자폐성향을 보이게 된다. 그래서 이들에게 조금 개입을 해서 인지능력이 좋도록 자극을 주면, 그 아이가 청소년기를 지나면 스스로를 이해하고 굉장히 좋은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가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그런 경우는 치료를 잘 하고 환경적으로 열심히 했다기 보다는 원래부터 뇌와 신경이 정말 좋게 타고났던 거예요. 하지만 여기서 약간 무질서함이 있었던 거고, 시소에서 감각통합과 상담을 통해서 도약하는 성장의 과정을 겪으면서 개선이 되기도 하거든요. 그런데 이런 경우가 너무 부풀려져서 장애자녀를 둔 부모가 우리 아이도 장애가 없어진다거나, 정상이 될 수 있다거나 막연한 희망을 갖게 하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해요. 저는 이런 오해를 사지 않도록 하려면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강점과 약점을 잘 이야기하고 서로 이해를 하면 좋을 텐데, 이런 부분에서 제가 실패를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지 소장이 ‘실패’라는 단어를 언급하는 게 우리 사회의 장애에 대한 아쉬운 인식이 깔려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장애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게 되고, 자녀가 장애를 가지고 있으면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것이다. 그래도 오랜 시간 시소를 운영하면서 긍정적인 사례도 분명히 있었을 텐데, 기억에 남는 긍정적인 사례를 하나 들려달라고 했다.
 
“부모가 아이의 장애를 극복해야 한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아이가 가진 장애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경우가 정말 긍정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 아이도 즐겁게 다양한 도전을 할 수 있고 건강한 성장을 할 수 있거든요. 예를 들어 어떤 아이가 양말을 거꾸로 또는 뒤집어 신어요.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좌우구분을 못 하는 이유도 있죠. 여기서 계속 연습하고 노력을 하다 보면 어느 날은 될 때가 있거든요. 여기서 아이와 같이 고민하다보면 아이가 좋아하는 캐릭터가 뭔지 알고 그 캐릭터 스티커를 양말에 붙이는 거예요. 그럼 아이가 그 캐릭터를 보면서 양말을 신기 때문에 앞뒤 구분은 안 되지만 앞뒤를 바꿔신지는 않게 되죠.”
 
그래서 일상생활에서 다양한 것을 함께 하면서 시도하고 또 기다리다 보면 도움을 받다가도 그게 조금씩 줄어들고, 어제보다 오늘 조금 성장하고 있는 부분을 행복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너(자녀)에게 장애가 있어도 너의 발달을 함께 즐기고 너의 존재를 사랑한다’는 메시지가 아이에게 잘 전달되는 그 과정이 부모에게 긍정적으로 지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게 지 소장의 바람이다. 그렇지만 이런 과정을 지원해줄 수 있는 것 자체가 현재 우리나라에는 없는 게 현실이라고 한다. 
 
지역사회에서 학교, 부모, 병원 등과 꾸준히 네트워킹을 하며 긍정적인 사례를 위해 노력하는 시소와 같은 기관이 앞으로 많이 생겨나길 기대한다. 다양한 지역에 시소가 있다면, 적어도 장애자녀가 방과 후 온종일 병원이나 치료실에서만 시간을 보내는 일은 없을 것이다. 부모도 꾸준한 상담을 통해 자녀의 긍정적 발달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장애를 가지고 있어도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건강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는 시소의 활동을 <함께걸음>도 함께 응원한다. 
 
작성자글. 박관찬 기자 ⊙ 사진제공. 시소감각통합상담연구소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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