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상호작용하는 사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 사람 사는 이야기


서로 상호작용하는 사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홍성표 씨 이야기

본문

<함께걸음> 3,4월호 ‘사람사는 이야기’에서 소개할 분은 홍성표 님입니다. 그동안 ‘사람사는 이야기’는 인터뷰를 진행한 뒤 이야기 형식으로 글을 썼는데, 홍성표 님의 이야기는 인터뷰를 한 박관찬 기자가 홍성표 님께 편지를 쓰는 형식으로 꾸며서 편집해 보았습니다. 홍성표 님이 미처 말하지 못했던 사실과, 독자들이 조금 더 홍성표 님에 대해 알 수 있도록 박관찬 기자가 최대한 알기 쉽게 편지 형식으로 꾸민 ‘사람사는 이야기’를 만나 보세요. 아이디어를 생각해 낸 이은지 기자님께 감사드립니다.
 
홍성표 님께
언젠가 <함께걸음> ‘사람사는 이야기’에 홍성표 님의 이야기를 꼭 소개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드디어 꿈을 이루게 되었네요. 사실 그동안 성표 님의 소식을 직간접적으로 접해오면서 어느 정도 성표 님에 대해서 알고 있었기 때문에, 직접 만나 인터뷰를 하면서 성표 님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었어요. 그래야 이야기를 구성할 내용이 풍성해질 테니까요.
그래서 직접 만나서 인터뷰를 하게 되었는데, 만나기까지의 과정이 정말 쉽지 않았던 것 같아요. 인터뷰 일정을 잡기 위해 연락을 하는데 저는 시청각장애로 전화가 어려우니까 문자를 통한 연락이 편한데, 성표 님은 손에 장애가 있어서 문자가 쉽지 않죠. 그래서 제가 성표 님께 문자를 보내놓고 성표 님으로부터 하루 뒤에 답이 올 때도 있어서 혹시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닌지(코로나19 시국이니까), 인터뷰하기가 어려운 건지 등 별의별 생각과 걱정을 했던 게 사실입니다. 그래도 다행히 인터뷰를 성공적으로 잘한 것 같아요.
 
주 7일 근무, 괜찮은 걸까요?
저는 인터뷰를 하기 전에는 성표 님의 삶이 소소하고 잔잔한 날들의 연속일 거라고 예상했어요. 인터뷰하면서 실제로 그런 면이 있다는 걸 느끼긴 했는데, 그것보다 더 마음에 와닿았던 게 있었어요. 바로 성표 님이 주 7일 근무를 한다는 겁니다. 주 5일도 아니고, 주 6일도 아닌, 일주일 내내 근무를 한다니요? 하루에 몇 시간 일하고, 어떤 일을 하는지 여부를 떠나서 온전하게 하루를 쉬는 날이 없다는 사실에 너무 마음이 아팠어요.
평일 오전에는 카페에서 일하고, 평일 오후에는 지적장애인의 활동지원을 하고, 주말에는 휠체어 이용 지체장애인의 활동지원을 하는 성표 님. 덕분에 저랑 인터뷰 일정 잡기가 정말 쉽지 않았던 걸로 기억해요. 평일보다는 주말이 더 나은 것 같다고 하셔서 저도 주말에 성표 님을 만나러 가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다행히 운이 좋기도 평일에 만날 수 있었지요. 제가 주말 근무를 안 해도 되니까요. 하하. 하지만 성표 님이 저랑 인터뷰하기 위해 기존의 일정을 미뤘다고 해서 조금 죄송했던 마음도 들었습니다. 긍정적으로 열심히 살아가는 성표 님의 삶에 대해서는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성표 님의 삶이 대한민국에서 장애인이 살아가기 위해 이렇게라도 치열하게 일을 해야 한다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 같기도 해서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았던 것 같아요. 평일 오전에 카페에서 일하고, 활동지원사로서의 근무는 한 명도 아닌 두 명의 이용자에게 활동지원서비스를 제공해야 어느 정도의 수입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단 하루도 쉬는 날 없이 이렇게 일주일 내내 일하는 환경을 꼭 선택해야만 했을까요?
 
성표 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죠.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이 딱히 없었다고요. 그래서 지금의 일을 하기 이전에도 성표 님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이 한정되어 있으니까 무조건 자격증 위주로 많이 따보자고 마음먹었다고 하셨죠. 성표 님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도전하는 게 아니라, 주어진 환경에 성표 님이 맞춰야 하는 현실인 것 같아서 이야기를 듣는 저도 공감이 되면서도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어쩌면 성표 님만 그런 게 아니라, 우리나라의 많은 장애인이 그렇지 않을까 생각해요. 좀 더 극단적으로 생각해 본다면, 아예 취업의 기회조차 제대로 주어지지 않은 장애인도 적지 않을 테니까요.
 
취업 후의 결정, 수급권 탈락 신청
제가 성표 님을 처음 알게 된 건 다른 미디어에 성표 님이 등장했을 때입니다. 당시 기초생활수급권자였던 성표 님은 카페에 취직하게 되면서 주민센터를 방문했죠. 기초생활수급권 자격에서 탈락시켜 달라고요.
당시 주민센터 직원이 깜짝 놀라는 반응을 보였던 걸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기초생활수급권자가 되면 정부로부터 일정 금액의 수급비를 지원받을 수 있죠. 이 수급비를 계속 받기 위해서는 일정 수입이 보장되는 일을 하면 안 되는 등 ‘수입’이 제한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일정 수입이 보장되는 직업을 가지게 되면 수급권 자격에서 탈락할 가능성이 커지게 되죠. 이 때문에 수급권자들은 일하고 싶어도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일하더라도 수급권자의 신분을 유지하려고 보수를 현금으로만 받는 경우(쉽게 말해 일을 하고 있다는 거래내역을 남기지 않기 위해)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부정적으로 바라본다면 그만큼 수급권자에 대한 지원과 장애인의 노동권 보장이 얼마나 열악한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인 것 같아요.
 
그러니까 예를 들어 취업해서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만큼의 보수가 보장된다면 굳이 수급권 자격을 유지할 필요가 없겠죠? 그렇지만 장애인은 비장애인과 동일한 조건으로 근로계약을 하기가 쉽지 않고, 또 최저임금조차도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그래서 취업해도 정부에서 지원받는 수급비보다 오히려 더 적은 보수로 근로계약을 하게 될 수도 있으니까 차라리 수급비와 근로계약으로 인한 보수를 모두 수령하는 게 그나마 나을 거라는 게 우리의 현실입니다.
그런데 성표 님은 카페에 취업하게 되었을 때, 그것도 당시에는 활동지원사를 하지 않고 카페 일만 했기 때문에 수입이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주민센터를 방문해서 수급권 자격을 취소해달라고 했던 거죠. 소위 말해 요즘 보기 드문 청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미디어에 성표 님이 등장했던 거고요. 그런 성표 님이 카페 일에 더해 활동지원사로도 근무하고 있다는 사실에 참 멋지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장애인의 노동권 보장?
일상이 먼저 보장돼야 한다
그렇게 ‘누구보다도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라는 수식어가 잘 어울리는 성표 님이 일하고 있는 카페가 곧 문을 닫게 된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게 되었어요. 그럼 당분간 활동지원사로만 근무하게 되니까 또 다른 일을 찾아봐야 되겠죠? 뇌병변장애와 언어장애를 중복으로 가지고 있는 성표 님에게 맞는 일은 어떤 게 있을까요? 인터뷰하는 내내, 또 이 글을 쓰는 내내 저도 생각해 보고 고민해 보았지만 “이거다!” 하면서 번쩍 떠오르는 생각이 아직은 없는 것 같아요.
심지어 성표 님은 중복장애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활동지원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장애인이지만, 오히려 성표 님이 활동지원사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특히, 다른 활동지원사가 안 하려고 하는 ‘힘든’ 활동지원을 성표 님이 하고 있죠. 성표 님은 충분히 만족하고 있다고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안 하려고 하는 일을 성표 님이 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안타까웠던 것도 사실입니다.
 
또 인터뷰하면서 아무렇지 않게 성표 님께 던졌던 질문들 속에서 우리 사회가 얼마나 장애인을 고려하지 않는 비장애인 주류사회인지를 깨닫게 되었어요. 마침 성표 님을 인터뷰하던 날이 사전투표 기간이라서 투표를 했냐고 질문했는데, 솔직히 한 번도 투표를 해본 적이 없다고 하셨죠. 아무래도 성표 님이 손이 불편하니까 투표를 하는 과정이 쉽지 않을 거라는 예상이 들어 질문했는데, 선거 때마다 이슈가 되는 장애인의 투표에 대한 문제에서도 성표 님과 같은 유형의 장애인에 대한 지원이나 문제점은 접해보지 못했던 것 같아요.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로 된 투표지나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어통역 제공, 휠체어 이용자를 위한 투표소 접근성 보장 등이 주요 쟁점이었으니까요. 유권자로서 당당히 성표 님만의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도록 <함께걸음>에서도 중복장애를 위한 투표 환경 개선을 고민해 봐야 할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초 청년희망적금을 신청하지 못했다고 하셔서 씁쓸함을 감출 수가 없었어요. 성표 님도 자격이 되니까 꼭 신청하면 좋았을 텐데, 근무시간에 휴대폰으로 신청을 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솔직히 다른 신청자들도 대부분 근무시간에 잠시 몇 분을 투자해서 신청했을 텐데, 성표 님은 손으로 휴대폰을 조작하는 과정이 다른 사람들보다 쉽지 않으니까 신청하는 데에 시간이 더 걸리겠죠? 금융 관련 개인정보니까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그렇고요. 정부에서 청년희망적금과 같은 제도를 시행하는 건 정말 좋지만, 성표 님과 같은 환경에 있는 장애인을 좀 더 고려하는 ‘감수성’이 너무 부족한 것 같아 아쉬워요.
 
동기부여, 상호작용, 더불어 사는 사회
성표 님이 해주시는 이야기에 우리나라에서 장애인이 겪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느끼면서도 마냥 우울하지만은 않았던 것 같아요. 저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마칠 때마다 어색한 듯하면서도 밝게 웃는 성표 님의 미소 덕분입니다. 매사에 감사하면서 긍정적으로, 또 열심히 살아가는 성표 님의 에너지는 바로 그 미소에서 나오는 게 아닐까요?
성표 님이 해주신 이야기 중에서 저에게 가장 인상적으로 다가왔던 단어가 두 가지 있는데, 바로 ‘동기부여’와 ‘상호작용’입니다. 성표 님이 불편한 손으로 자전거와 자동차 운전을 안전하게 하려고 열심히 노력하고, 또 늘 미소를 잃지 않으며 열심히 살아가는 성표 님의 모습이 주변의 많은 사람에게 동기부여가 된다는 거죠. 또 성표 님이 주변의 많은 분을 도와주고 함께하는 것처럼, 성표 님이 손이 불편해서 어려움이 있는 부분에 주변 사람들로부터 도움을 받으며 상호작용을 하고 있다는 사실도 정말 감동적으로 와닿았어요.
우리는 이렇게 살아가야 하는 게 아닐까요? 꼭 장애인이라서가 아니라 모든 사람이 더불어 함께 살아가고, 부족한 것을 서로 채워 주면서 말입니다. 그래야지 배제되거나 소외되는 사람 없이 건강한 대한민국 사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성표 님의 긍정적이고 선한 영향력이 우리 <함께걸음> 독자들과 많은 사람에게 따뜻한 봄의 기운과 함께 큰 선물이 되면 좋겠습니다.
바쁘신 일정 속에 소중한 시간을 내어 <함께걸음> 지면을 빛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성표 님의 다음 직장은 꼭 주 5일로 근무할 수 있고, 보수와 근무환경도 만족할 수 있는 곳이면 좋겠습니다. 늘 성표 님을 응원합니다.
 
<함께걸음> 박관찬 기자 드림.
작성자글과 사진 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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