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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 안내견을 환영하는 카페, 에디오피아 드랍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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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생활을 어디서 하든, 다른 곳에선 마주치기 힘든 노란 스티커 하나가 눈에 확 들어온다. ‘시각장애인 안내견을 환영합니다.’ 지하 출입구 유리문 앞에 부착돼 있는 이 스티커 하나가 이 매장의 성격과 의미를 있는 그대로 말해주고 있었다. 오시라고, 문이 열려 있다고, 여기가 바로 당신들의 자리라고 말이다.
‘출입금지’에 익숙한 시각장애인 안내견들에게 열린 마음을 전하는 자리가 있어 그 내부를 들여다봤다. 특별한 건 하나도 없다. 똑같다. 단지 ‘마음이 열렸을’ 뿐이다.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 정문 인근에서 운영 중인 카페 에디오피아 드랍스가 이번 만남의 주인공이 된다. 안내견들이 자신들도 익숙한 공간이라서 달려 들어온다는 그 곳, 그 공간의 한 자리에 앉아 차를 마시며 진솔한 대화의 시간을 갖고 왔다.

모든 게 자연스러운 여러분의 공간입니다
“시각장애인 안내견을 그 자체로 싫어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잖아요. 길거리나 지하철에서 만나게 되면 신기하게 쳐다보면서도, 안내견이라는 대상에 거부감을 느끼는 경우는 별로 없을 겁니다. 저의 매장도 마찬가지 의미로 만든 거죠. 안내견이 들어와도 좋다는 거예요. 그걸 공개적으로 밝힌 것뿐이죠.”
에디오피아 드랍스의 강기창 대표는 큰 의미가 부여될 것도 아닌데, 자신의 매장 운영 방식에 관심을 갖는 취재에 부담을 느끼는 듯했다. 이미 몇 차례의 언론 취재가 있었다고 한다. 거의 대부분 ‘시각장애인도 올 수 있는 매장’이라는 화제 중심의 기사에 초점이 맞춰졌던 모양이다. 그런 게 아쉽다는 의미가 강 대표의 표정에도 묻어났다.
실내는 지하 1층 카페 특유의 아늑함이 가득했다. 취재를 위해 방문했던 시점에는 아쉽게도 안내견을 만나지는 못했다. 전체 공간 가운데 4개의 테이블에 고객들이 앉아 있었다. 대학가 인근답게 열띤 토론을 진행하는 젊은이들, 연인이 분명한 장면을 연출하는 20대 초반의 남녀 한 팀, 한국인임이 분명한데도 진지한 영어로 전문적인 시사 토론을 나누는 중년의 남성과 여성, 더불어 구석자리에 앉아 자신이 할 개인작업 같은 일에 몰두하는 여성 1인의 뒷모습이 사방으로 눈에 띄었다.
“대한민국에서 안내견과 함께하는 분들은 여기에 거의 다 왔다 가셨을 거예요. 그분들의 의견이 모이고 또 교차되다 보니까, 저희 카페가 일정한 인지도를 갖게 된 셈이니까요.”
정말로 ‘에디오피아 드랍스’를 말하면, 안내견과 동반하는 시각장애 당사자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반가운 표정을 짓게 된다는 건가? 그럴 것 같다며, 강 대표는 몇 가지 예를 덧붙였다.
“일 년에 한두 번 정도 스마트폰 모임이라고 해서, 시각장애인들의 정보 교환을 위한 자리가 여기서
진행이 돼요. 그때 오시는 분들이 많으니까, 일단 저희 매장 이름은 거의 다 기억하실 것 같고요. 개별 모임을 여기서 진행하는 분들도 계세요. 시각장애를 가진 친구들끼리의 모임이 여기라고 정해질 때가 적잖게 있거든요. 그럴 때면 안내견들이 여섯 마리, 일곱 마리가 동시에 들어와 바닥 자리를 가득 차지할 때도 종종 있어요. 그럴 때는 실내가 꽉 차게 되죠. 다른 손님들도 평소에 보기 드문 그 장면에 신기해 하시니까요.”
 

문을 열었습니다. 모두에게 다

에디오피아 드랍스의 인지도는 다른 부분에서도 확인이 된다. 장애인콜택시뿐 아니라 시각장애인 전용으로 운영되는 차량의 운전기사들도 ‘홍대 앞의 거기?’라고 하면 단번에 이해하신다는 점이다. 여러 마리의 안내견들이 카페 실내에 가득할 때, 뒤늦게 찾아든 안내견은 지상의 입구부터 뛰어 들어온다고 한다. 자기 주인을 ‘진지하게’ 안내할 고유의 임무를 잠시 잊을 만치의 장면이란다. 왜냐, 실내로 들어가면 자기 친구들이 ‘잔뜩’ 있기 때문이다.
“그냥 편안한 환경을 만들어드리고 싶은 거예요. 안내견 출입을 거부한다는 매장이나, 교통수단 이용을 무시하며 지나친다는 얘기들을 우리가많이 듣잖아요. 조금만 마음을 열면 똑같은데 왜 그러는지, 물론 저도 별다른 게 없지만 그래도 답답한 부분들이 많거든요.”
강기창 대표는 언급하지 않으려 했던 마음을 풀며, ‘안내견 출입 환영’의 의미를 있는 그대로 꺼내놓았다. 이제 서른의 나이가 됐고 결혼해서 잘 지내고 있는 큰 딸이 18살 고3의 나이에 큰 사고를 당해 시력 전체를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차량 전복사고를 당했고 동승했던 다른 이들은 다들 멀쩡했는데 하필 자신의 아이만 ‘뼈의 압력’, 그러니까 두개골 함몰에 의한 안구의 손상으로 인해 시력을 잃게 됐다며 잠시 말을 끊었다.
“호주 연수를 마치고 바리스타 자격을 취득한 둘째 아이 때문에, 이 매장을 시작하게 됐다는 측면도 있어요. 원래는 계획에 없었거든요.
기존에 같은 이름으로 운영하던 전 주인한테 이 매장을 인수하게 됐고, 둘째 아이의 꿈을 펼치는 공간을 만들기는 했는데, 큰 아이의 출입이 자유로워야 할 게 아닙니까. 그래서 다른 손님들의 양해를 구하기 위해, ‘안내견 출입 환영’을 내걸었던 거예요. 저의 어떤 사회적 의식? 인식? 이런 개념으로 출발한 건 아니었다는 거죠.”
그런데도 강 대표의 의견이 진솔하게 들릴 수밖에 없는 건, 그 문을 모두에게 열고 실제 현실의 공간으로 만들며 이끌었다는 점이다.
‘모든 문을 열었다’는 의미가 남다른 이유는 그것이다. ‘내 아이만’이었다면, 그 가치가 한 가족의 생활수준에 머물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아이와 같은 모든 이들’이라는 열린 공간을 지향했기에, 이 자리가 많은 이들의 인정을 받는 ‘소중한’ 공간으로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배려는 인성이자 인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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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자로 제작된 메뉴판

아쉬운 건 카페의 위치가 ‘지하’라는 점이다. 강기창 대표는 모두에게 문을 열었지만, 물리적인 여건의 제약으로 출입이 어려운 이들이 더 많다. 전동휠체어가 대표적인 예가 된다. 강 대표도
그 점이 못내 아쉽다고 한다. 그래서 지상에서 매장을 운영하는 많은 이들이 문턱을 낮추고, 모두에게 문을 여는 마인드를 갖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한다.
젊은 시절 음악인의 삶을 살았다는 강 대표는 대한민국 최고 젊음의 거리인 홍대입구의 문화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자신은 밖으로 돌아다니지 않아, 실제 거리와 골목의 문화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잘 모른단다. 오래 전 지하철역 인근으로 청기와주유소 하나만 눈에 띄던 시절이 오히려 또렷하다는 것이다. 그래도 카페라는 공간에서 매일 마주치는 게 젊음 그 자체의 면면들 아닌가.
“글쎄요, 개인주의 성향이 너무 강하졌다고나 할까요? 예전 제가 젊었던 시절에 우선시됐던 유대감 같은 건 거의 안 보이고, 개인 중심으로 생각하며 생활하는 게 두드러져요. 어떤 면에서는 위험하다 싶은 수준도 눈에 보이죠. 대학생이라면 최소한 가장 기본적인 건 지켜줘야 하는데, 이젠 그 범주마저도 가볍게 여기는 건 정말 안타까운 문제입니다.”
가장 간단한 예를 한 가지 언급하고 싶다고 했다. 강 대표는 에디오피아 드랍스라는 카페를 운영하는 대표이다. 카페 운영과 환경 유지를 책임지고, 자신의 안정적 수익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주인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혼자 찾아온 대학생이 카페 자리에 앉아, 자신이 해야 할 일만계속 한단다. 너무 오래 주문을 안 하기에 가서 물어보면, 그 대학생은 아주 당연한 어투로 빤히 쳐다보면서 대답한단다. 자기는 주문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할 일이 있어서 여기 잠깐 앉은 것뿐이라고. 그것도 못하게 하느냐고 반문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런 학생들이 한둘이 아니라는 겁니다. 최소한의 기본예절이라는 게 있어야 하잖아요. 자신들이 하고 싶은 대로 하면 그만이라는 건데, 타인에 대한 배려, 이해, 공공의식, 이런 게 전혀 없는 모습들로 보입니다. 예전에 우리는 먹지 않을 곳은 아예 들어가지 않았잖아요. 그런 부딪침이 계속되다 보니까, 어느 순간부터는 대여섯 명이 몰려와서 차 한 잔만 시키고 마냥 앉아 있더라고요. 여섯 명이 한 잔. 그래서 지적을 하면, 이렇게 주문하지 않았느냐고 오히려 화를 냅니다. 이게 대학생들의 문화, 젊은 지성의 사고방식이라는 건가요?”
그래서 강 대표는 확고한 방침을 정했단다. ‘1인 1메뉴.’ 이 자리에 들어오는 이들이라면, 누구든 1인당 하나의 메뉴를 주문해야만 고객이 되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매상을 위한 게 아니란다. 최소한의 기본 질서는 만들어놓아야, 불필요한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것 같아 공지를 했다고 한다. 그 방침을 이젠 어지간한 인근 대학생들은 다 알게 됐을 거라 한다. 그런 ‘질서’의 효과 때문일까? 실내로 들어온 고객들은 가방을 내려놓자마자 메뉴판부터 확인한 뒤, 주문을 위해 강 대표 앞으로 제일 먼저 다가섰다.
그런 경우가 어디 한두 가지뿐일까 싶지만, 이 글의 중심이 그 대목은 아니기에 주제를 첫 지점으로 돌린다. 에디오피아 드랍스에는 다른 매장에선 볼 수 없는 또 하나의 문화가 있다. 에디오피아 드랍스만의 상징이기도 하다. 바로 ‘점자메뉴판’이다. 비장애의 시선으론 신기하다. 싶은 잠시의 관심으로 지나칠 일이겠지만, 그 카페에서 가장 필요한 구성요소의 첫 번째가 바로 점자메뉴판인지도 모른다.
“안내견들과 함께 온 고객들이 이 공간을 자신들의 자리로 반기게 되는 첫 느낌이기도 하죠. 일부러 점자메뉴판 전체를 다 살펴보는 분들도 적지 않아요. 반가움 때문이겠죠. 취재가 아니더라도, 다음에 여기서 모임이 있을 때 한번 찾아와 주세요. 여러 안내견들이 주인 곁에 위치하면서, 안내견들끼리 서로를 반기는 훈훈한 장면을 목격하시게 될 겁니다. 일정이 되시면 꼭 방문해 주세요!”

 

작성자글과 사진 채지민 객원기자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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