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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와 계층을 넘어 바꿈이 세상을 바꿉니다.

세상을 바꾸는 꿈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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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우리 현실에 눈을 맞춰야 한다

지난 17대 정부가 들어서고, 많은 이들은 뼈저리게 느꼈다. ‘세상이 이만큼이나 더 나빠질 수 있구나.’ 하는 좌절과 반성, 그건 많은 이들의 마음을 5년 내내 아프게 만들었다. 그런데 18대 정부가 들어서고, 더 많은 이들이 통렬하게 가슴을 내리친 건 절망이었다. ‘내가 알던 세상이 이렇게까지 추락할 수 있구나.’ 그건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현실이었다. 아니, 어쩌면 더 치열하게 준비하고 대처하지 못한 이들의 방심이 낳은 처절한 업보인지도 모를 일이다.

“시민사회운동이 고사 직전의 상태까지 내몰렸죠. 그래서 뜻이 있는 이들과 만나 의견을 나누다가, 2014년 8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반 년 동안 논의를 했습니다. 월 두 차례씩 만나면서 나눈 토론의 결론은 청년이 중심에 서야 한다는 것이었죠.”

세상을 바꾸는 꿈(이하 바꿈)의 상임이사를 맡고 있는 전진한 알권리연구소 소장은 진보의 틀과 가치가 왜 일그러졌는지, 그런데도 그런 현실을 왜 스스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건지를 먼저 진단했다고 한다. 시민사회단체(NGO)가 너무 나이가 들었다는 것, 그래서 매번 386세대의 언어만 반복한다는 것, 또한 여전히 남성 중심이라는 것, 청년들의 목소리를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표현방식 자체가 과거 지향적이라는 것, 이런 모든 논의가 꾸준히 문제의식으로 지적이 됐다고 한다. 그런데 색다른 대목은 이런 문제를 386세대와 그 이전 활동가들이 먼저 제기했다는 사실이다.

“1987년 민주화를 이끈 386세대의 업적은 분명히 인정하지만, 세상과 세대는 이미 바뀐 지 오래됐는데 그 정신으로 대화하기는 힘든 현실이 됐잖아요. 그래서 386세대들이 모여 자기반성의 의미로 대화를 나눴던 겁니다. ‘논의의 장을 만들어 청년들에게 그 자리를 던져줄 때가 됐다. 이런 틀이 생겼으니까, 있는 그대로 마음껏 토론해 봐라!’ 라는 화두를 던졌던 거죠. 그게 바꿈의 시작이 됐고, 그 바꿈이 청년들의 실제 토론의 장으로 이제 자리를 잡기 시작한 겁니다.”

바꿈은 기존의 모든 걸 현실 그대로 받아들인다. 대신 ‘바뀌어야 할 대상과 지점’이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모색한다. 식민지배와 분단이라는 질곡을 딛고, 응급실을 벗어나 어렵게 생존해 왔던 게 대한민국이다. 산업화세대와 민주화세대의 역할과 가치로 현재의 위치까지 오게 된 것도 맞다. 하지만 문제는 현실이다. 청년들의 눈에서 바라보는 세상은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 해답은 이제 스스로 찾아야 할 상황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정면으로 논의하자는 것이다.

 

숨통 트이는 마음의 대화를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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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꿈은 새로운 기획을 모색하고, 기존의 현실을 타개하는 걸 최우선의 과제로 삼는다. 사회와 정치를 동시에 혁신하는 걸 목표로 삼는다. 공동 논의의 장을 마련해서 집단지성으로 이끌어낸다. 가치 있는 의견들을 발굴해서 명쾌한 메시지로 정리하고 공유하며, 세대 간의 갈등을 조정할 청년 리더십 발굴에 노력한다. 진정한 민주주의가 혁신되기 위해선, 정치개혁이 우선돼야 함을 강조하는 건 물론이다.

“매달 한 번씩 전체 이사회를 열고, 청년 분과는 한 달에 한두 번씩 개별적인 일정에 따라 자율적으로 열립니다. 현재 청년 분과 모임이 열 개의 팀으로 활성화되어 있습니다. 각 분과별로 자유로운 토론과 결과 도출이 가능한 거죠.” 바꿈의 상근활동가 홍명근 씨는 각 분과 활동의 큰 비중에 만족을 나타냈다. 처음 시작할 때는 노동·인간·대학·평화의 4개 분과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여성·평화·정치· 인권·노동/일자리·문화·대학·환경·복지에 더불어 연극 분과가 최근에 추가됐다고 한다.

“각 분과별로 치열한 의견 토론을 나누고, 결론이 나지 않을 만큼의 각자의 의견을 나눕니다. 그게 단점일 수 있는데, 그게 오히려 장점이 맞겠다는 답을 얻게 되는 거죠. 아홉 개 분과까지 있었는데, 얼마 전에 연극하는 친구들이 찾아왔어요. 각각의 극단에서 연극의 인생을 살던 친구들이었는데, 소속된 극단에서 소모품처럼 취급되는 젊은 연기자들의 상황을 타파하고 싶다는 것이었죠. 그래서 그 친구들이 한데 모여 새로운 극단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를 바꿈의 책이나 보고서 같은 게 아닌, 사회적 의제를 다루는 연극 무대로 증명하겠다고 동참을 한 거죠. 그래서 생긴 게 열 번째 분과입니다.”

바꿈은 대한민국의 진보가 포괄적인 위기에 빠져 있다는 전제를 놓고, 모든 의제를 열린 마음으로 토론하는 걸 원칙으로 한다. 물론 원칙이 ‘답’을 얻기 위한 규정이 될 필요는 없다. 그것마저도 벗어던져 놓았기 때문이다. 모든 토론이 다 가능하다. 새로운 토론 분야가 필요하면, 공동의 논의를 통해 만들 수도 있다. 연극이라는 분과가 새로 생겼듯이 말이다.

그렇다면 장애의 분과도 충분히 가능한 영역이 되는 게 아닐까? <함께걸음>과의 만남이라서가 아니라, 바꿈 정도의 프로젝트라면 얼마든지 수용 가능한 영역이 ‘장애’가 아닐까 싶어졌기 때문이다. 여성분과를 책임지는 박영민 씨의 답이 반가웠다.

“당연히 가능하죠. 저는 스스로 페미니스트로 살겠다고 마음먹으며 살고 있는데, 밖에 나가서 그 누군가를 만나는 것보다는 훨씬 가까운 마음의 벗을 만날 수 있는 게 바꿈이거든요. 실제로 마음 놓고 얘기할 상대를 만났다는, 그 하나의 이유로 동참하는 친구들이 적지 않아요. 동지를 찾고 싶었다는 거죠.”

바꿈은 특이하다. 5년이라는 기간을 한정하며, 2020년에 해체하겠다는 목표를 앞에 두고 운영하는 단체이자 집단이기 때문이다. 5년? 왜 하필 5년이라는 기간을 선정하는 걸까? 전진한 상임이사가 추임새를 던졌다.

“저희들은 주도권 싸움을 위해 저희 이름을 내세우는 게 아니라, 뒤에 물러나서 연결하고 지원하는 사업에 집중합니다. 당연히 바꿈이 전면에 나설 일이 없다는 거죠. 모든 시민사회단체들은 자신의 단체명으로 힘을 얻고 지속가능한 프로젝트가 진행되기를 원합니다. 그런데 저희는 바꿈이라는 단체명이 지속된다는 것 자체가 욕심이라고 처음부터 판단을 했거든요. 밀알이 되는 걸로 만족합니다. 대신 최선의 역할을 다할 겁니다. 2017년 말 대선에서 큰 역할을 하고 싶고 그 역할을 수행할 것이며, 그 이후의 답을 제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겁니다.”

<함께걸음> 독자 여러분들이 바꿈 안에서 숨을 쉴 인생의 공간을 찾는 게 충분하겠다는 확신이 든다. 젊은 장애당사자들에게는 뜻밖의 해방구 역할을 담당할지도 모르겠다는 기대가 커지기 때문이다. 바꿈에서도 얼마든지 환영하고 반길 준비가 이미 돼 있다고 한다. 세상을 알리는 가장 간단한 방법, 바꿈이 제시하는 방법론에 우리가 동참할 필요는 충분하고, 그런 질서를 갈망했던 게 바로 우리의 요구사항이 아니었을까 싶다. 바꿈의 홈페이지를 남긴다. 홍보의 개념은 아니다. 동참의 의미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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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글과사진. 채지민 객원기자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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