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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따뜻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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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12월에 결혼할까?”
길을 걷다 말고 동현은 세은을 보며 말합니다.
“지금이 12월이잖아.”
세은은 무슨 프러포즈를 이렇게 하냐며 퉁퉁거리다 웃어버립니다.
“내년... 12월에 하자.”
동현은 세은의 손을 잡고 다시 새하얀 거리로 들어갑니다.
 
다음 날 아침.
세은은 만난 지 100일도 안된 동현의 프러포즈 같지 않은 프러포즈를 떠올리며 그에 대해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더 많지만, 100일 가까운 시간 함께 하며 늘 한결같은 그의 모습에 어쩌면 남은 시간을 그와 함께 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미소를 짓습니다.
동현을 생각하며 포근한 이불 속에서 꼼지락거리던 세은은 카톡을 보고는 벌떡 일어나 외출 준비를 서두릅니다.
수학학원을 하는 세은이 같은 건물 영어학원을 하는 민지와 만나기 위해 찬바람 부는 쌀쌀한 거리로 나옵니다.
 
따뜻한 커피향이 가득한 카페 안은 다른 세상인 것처럼 거리와 다른 온도로 사람들의 얼어붙은 손과 발을 녹여 줍니다.
 
세은의 옆 테이블에 앉은 동수의 폰이 요란하게 울립니다. 사람들의 시선이 동수를 향합니다. 동수는 폰을 보고는 그냥 끊어버립니다.
 
 
잠시 후 또 전화벨이 울렸지만 동수는 말없이 또 끊어버립니다.
세 번째 전화벨이 울리자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세은과 눈이 마주칩니다.
세은은 동수에게 다가가 혹시 도움이 필요한지 물어봅니다.
동수는 세은에게 문자를 보입니다.
“저는 청각장애인입니다. 제가 전화를 받을 수 없으니 죄송하지만 기사님께 전화 좀 해주시겠어요?”
계속 전화 거는 상대에게 문자 보낸 것을 세은에게 보여 줍니다. 그 순간 또 전화가 옵니다.
세은은 동수의 폰을 받아들고 대신 전화를 받습니다.
전화기 너머에서 화가 난 아저씨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아니 차를 불렀으면 전화를 받아야지 왜 전화는 안 받아요? 전화 받고는 말도 없고.”
세은은 기사님께 지금 상황을 설명해드립니다.
세은은 동수를 차에 태워주며 여전히 화가 나 있는 기사를 향해 청각장애인이라 그런 것이니 이해해달라는 말을 하고 목적지까지 잘 태워주기를 부탁했습니다.
“장애인콜택시라는 것도 있네요.”
동수가 가는 것을 지켜보고 다시 카페로 들어온 세은을 보며 민지가 말합니다.
“네, 장애인들이 이용하는 택시예요.”
“세은 선생님은 어떻게 아셨어요?”
“공무원이신 저희 삼촌께서 명퇴하시고 지금 장애인콜택시 기사로 일하고 계세요.”
“아 그렇군요. 좋은 일 하시네요. 그런데 좀 전에 그 사람은 무슨 일이었어요?”
장애인콜택시를 문자로 불러놓고 기다리면 차가 배차가 되고 문자로 차량번호와 함께 배차되었다는 것을 알려주는데, 문자가 오고 기다리면 기사가 전화를 해서 정확한 위치를 다시 확인을 합니다.
조금 전 그 청년은 청각장애인이라 문자는 확인하는데 전화를 받을 수 없어서 기사에게 문자를 남겼지만 미처 확인하지 못하고 그런 상황이 일어났다고 했습니다.
“그럼 청각장애인들은 문자로 콜을 부르면 되는 거네요. 그런데 청각장애인에게 전화를 걸면 어떡해요? 전화를 못 받는데...”
민지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말합니다.
“그러게요. 콜센터에서 접수할 때 청각장애인이라는 것을 기사에게도 전달이 되어 기사들도 문자를 하던지 하면 좋을 텐데... 전화를 받아줄 동행자가 없으면 청각장애인들은 혼자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하기 힘든 거죠.”
세은도 안타까운 듯 말합니다.
“아까 기사가 화가 많이 나신 것 같던데...”
“네 그러게요. 아마 시간에 쫓기다 보니 그러신가 봐요. 듣기로는 장애인콜택시 기사의 급여가 월급제가 아니어서 시간에 쫓기다 보니 그러시는 분도 있을 것 같아요. 많은 장애인을 태우면 그만큼 더 받게 되니까 좀 예민해지기도 하고... 사실 이용자도 불편한 게 있지만 기사들도 나름 힘드신 게 많다고 들었어요. 삼촌도 얼마 전에 백화점 앞에 장애인콜택시 전용 승강장이 있는데 그곳에 주차를 하고 손님을 기다리려고 하는데 일반 자가용과 일반택시가 주차를 해서 차 좀 빼달라고 했더니 오히려 삼촌에게 욕을 하고 화를 냈다는 거예요.”
“어머 몰라서 그랬겠죠. 저처럼 장애인콜택시가 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도 아마 많을 거예요.”
“네 모르셔서 그러시는 분들이 대부분이겠죠. 설명해드리면 미안하다고 몰랐다고 좋게 말하며 차를 빼주시는 분들이 대부분인데, 그날은 설명을 해드렸는데도 화를 내고 욕까지 하며 장애인이면 다냐고 그래서 삼촌이 많이 속상하셨나 봐요,”
“쉬운 게 없네요. 사회 곳곳에 개선돼야 할 부분이 참 많네요. 그런데 아까 그 택시기사는 좀 그래요. 세은 씨가 설명하는데도 계속 화를 내시고.”
“일을 하다 보면 화가 나기도 하겠지만 그런 경우는 좀 아니다 싶기도 하죠? 사람 마음이 다 같을 수는 없으니까...”
 
세은은 그날 수업을 마치고 학원 아래 카페에 온 동현을 만납니다.
“오늘 쇼핑 잘했어?”
“응.”
“내 선물도 샀겠네.”
“하여튼 가만있음 될걸...”
“이번 주 토요일 저녁에 약속 없지? 아니 있어도 다음으로 미뤄.”
“동현 씨 만나는 약속 말고는 주말에 약속 안 잡잖아^^ 당연히 만날 건데 왜?”
“집에 놀러 오라고.”
“부모님 뵈러 오라는 거야?”
“부담 갖지 말고 그냥 친구 집 간다고 생각하고 오면 돼.”
 
토요일 이른 아침부터 세은은 이 옷 저 옷을 꺼내 입어
보기도 하며 하루종일 들떠 있었습니다.
오후 설레는 걸음으로 동현의 집으로 향합니다.
반갑게 맞아주는 동현의 부모님 그리고 동현의 동생이라며 동현이 소개해주는 동수를 보고 세은은 깜짝 놀랍니다.
동현의 동생은 며칠 전 카페에서 만났던 청각장애인 동수였습니다. 동수도 동현의 뒤를 따라들어오는 세은을 보고는 깜짝 놀랍니다.
“아니 그 고마운 누나가 바로 세은 양이었어요?”
동현의 엄마는 세은의 손을 잡으며 카페에서 만난 누나가 고마웠다고 하는 동수의 말을 들었다며 반가워합니다.
“세상은 넓은 것 같은데... 이렇게 좁네요.”
아버지도 세은을 보며 활짝 웃으십니다.
동현도 카페에서 동수를 도와준 누나가 세은이라는 사실이 놀랍고 아주 많이 고마웠습니다.
“동수 말 들으며 세은이만큼이나 착한 여자가 있나 보다 했는데...”
세은을 바라보는 동현의 눈빛이 더 깊어집니다.
 
세은이 어릴 때 부모님이 교통사고로 일찍 돌아가셔서 삼촌과 숙모께서 친딸처럼 키워주셨다는 말에 동현의 부모님은 마음 아파하시며 세은을 딸처럼 대해 주셨습니다. 동수도 세은을 친누나처럼 따르며 좋아합니다.
세은 삼촌이 장애인콜택시 기사라는 말에 동현 아버지는 나중에 퇴직하면 그곳에서 일하고 싶다며 세은에게 자세히 물어봅니다.
“1차 이론시험인데 교양과 안전 관련에 관한 것이고 합격하면 2차 필기시험입니다. 합격하면 3차 면접이 있어요. 필기시험은 일반 자동차 필기시험보다는 조금 더 까다롭다고 들었어요. 아무래도 장애인콜택시는 일반 차보다 좀 더 크기 때문에 코스 자체는 비슷하지만 좀 까다롭게 느껴지고 시간도 짧다고 들었어요. 범법 사실이 없어야 하고 5년 이상 지역 거주자에 한해 택시 자격증이 있어야 합니다. 삼촌이 시작하실 때는 그랬는데 지금은 어떻게 또 변했는지는 모르겠어요.”
“어이쿠 그냥 하고 싶다고 다 하는 건 아닌 것 같네. 삼촌을 한 번 만나서 자세히 여쭤봐야겠네요.”
“아버지 그럼 상견례가 되는 건데요.”
“하하 그렇게 되는 거냐? 뭐 상견례든 뭐든 만나는 게 중요한 거지 하하.”
 
그리고 얼마 후 아주 친한 가족모임처럼 동현 가족과 세 은 가족이 만났습니다.
가족 모두가 코로나 2차 접종까지 마쳐서 조금 더 편하게 만날 수 있었습니다.
동현은 동수에게 수화로 가족들의 대화를 전해주며 모두가 따뜻한 시간을 보냅니다.
“저도 퇴직하면 이 일을 해보고 싶습니다. 장애를 가진 자식이 있다 보니 더 관심이 갑니다.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으신지요?”
“어려움보다는 보람이 더 큽니다. 그래서 이 일을 시작하고 매일 감사하는 마음도 깊어지고요. 다만 중증장애인들을 태울 때 특별히 조심하지만 운전하다 보면 차가 흔들리기도 하는데 어떤 분은 다쳤다고 치료비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어요. 상습적으로 그러시는 걸 보면 아주 극소수이지만 그럴 때는 회의감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아... 그런 경우도 있군요. 다른 아쉬운 점은 없나요?”
“지금 바라는 것은 완전 봉급제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렇게 되면 기사들이 시간만 때우는 식으로 하지 않을까 염려하는 분들도 계시는데, 센터 관제장비로도 기사들의 이동 상황을 다 볼 수 있고 관리가 가능하기 때문에 그럴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오히려 봉급제가 되면 과속하는 부분도 줄어들 것이고 여유롭게 장애인들의 이동을 도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며칠 전 동수 군에게 화를 냈다는 기사도 빨리 태워서 모셔다 드리고 다른 분을 태워야 하는 것 때문에 아마 더 화를 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용자에게도 또 직접 현장에서 장애인들의 이동을 돕는 기사들에게도 좀 더 편리하게 이용하고 수고만큼의 대가를 받으면 좋겠네요. 저희는 동수를 키우다 보니 이용하는 입장에서 주로 생각했는데 이렇게 만나 뵙고 보니 기사들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하는 기회가 되었네요. 저도 회사를 그만두고 제2의 직장으로 이 일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장애인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장애인을 돕는 일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더불어 살아간다는 것은 많이 특별한 일도 아닙니다.
내 가까이에 있는 장애인에게 그들이 불편해하는 것을 도와주고 차별이 아닌 다름을 인정하며 함께 어우러질 때 특별하지 않은 이웃으로, 친구로, 가족으로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하는 장애인들과 이동을 돕는 콜택시 운전자 모두가 만족하는 서비스가 되면 좋겠습니다. 
 
 
작성자글/그림 최선영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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