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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현실로 만든 그의 아름다운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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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만난 한가로운 휴일, 관찬은 tv 앞에 앉아 영화를 봅니다.
화면 속에 보이는 한 남자에게 시선을 빼앗긴 그는 일시정지 버튼을 누르고 그를 바라봅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요..
그는 다시 재생 버튼을 누르고 남자 주인공의 첼로 연주에 집중합니다.
‘굿바이’라는 영화의 주인공은 첼리스트였습니다.
그가 속한 오케스트라가 해체되면서 실업자가 되어 고향으로 내려와 새 일자리를 구하게 되는데,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첼로를 연주하며 그의 지친 마음을 달래곤 했습니다.
관찬은 그만 첼로의 매력에 푹 빠지고 말았습니다.
영화를 보고 첼로를 배워야겠다는 결심을 했지만, 그 바람이 현실이 되기까지 1년이라는 조금은 긴 시간이 걸렸습니다.
악기를 구입하고 레슨 선생님을 알아보는 일들이 다른 이에게는 사소할 수 있지만,
그에게는 1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할 만큼 일상적인 것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에게 선뜻 첼로를 지도해 주겠다는 선생님이 나서질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는 간절히 바라면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희망을 가지고, 자신에게 첼로를 지도해 줄 선생님을 찾았습니다.
 
1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지만 그의 바람대로 그를 이해하며 정성껏 지도해 줄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첫 레슨을 받던 날의 감격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그의 장애를 잘 이해하며 섬세하게, 그를 첼로와 하나 될 수 있도록 지도해 주시는 선생님은 친절하고 매우 아름다운 분이셨습니다.
케이스를 열고 갈색의 첼로를 보자 가슴이 두근거려 꼭 사랑에 빠진 사람처럼 설레었습니다.
활 잡는 법, 송진으로 활 닦는 법,
첼로의 구조와 각 부위의 명칭과 첼로 다루는 방법 등을 배운 뒤 첼로의 4줄을 활로 긋는 연습을 시작했습니다.
 
그는 어린 시절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으로 인해 시청각장애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저시력과 고도 난청으로 보고 듣는 데에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관찬은 첼로를 배우게 되어 기쁜 건 사실이지만 사실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내 청력으로 과연 첼로 소리를 들어낼 수 있을지...”
 
그의 걱정은 첼로의 줄을 긋는 순간 말끔히 사라졌습니다.
그는 첼로의 진동이 들려오는 게 느껴졌고, 그 진동에 의존하여 첼로를 배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첼로의 줄을 처음 그어보던 그 감동의 순간을 떠올리면 지금도 관찬의 심장이 요동치곤 합니다.
소리를 정확하게 듣지는 못하지만 감각으로 찾아내고 있었습니다. 
 
 
 
첼로의 진동이 들려오는 그 느낌으로 첼로의 깊고 아름다운 소리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첼로를 전공해도 될 만큼 재능이 있어요.”
선생님은 그에게서 재능을 발견하고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선생님, 고맙습니다. 더 열심히 할게요.”
관찬은 첼로를 배우며 한계에 부딪힐 때마다 선생님의 칭찬을 기억하며 다시 용기를 내고 힘을 얻었습니다.
 
관찬을 잘 이해해 주시는 선생님과의 레슨이었지만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선생님이 하는 말을 듣지 못하기 때문에 레슨을 받을 때도 노트북을 펼쳐놓고 선생님이 그에게 하고 싶은 말을 타이핑으로 치면,
그는 큰 글자로 타이핑된 글자를 보면서 레슨을 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자세를 잡았다가 노트북 화면을 보는 행동을 반복하느라 흐름이 흐트러지기도 했기에 습득이 더딘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선생님도 말이 아닌 자판을 통해 의사소통을 하다 보니 그에게 가르쳐주고 싶은 게 많고,
하고 싶은 말이 많아도 다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 부족함을 관찬은 끝없는 연습으로 채워나갔습니다.
 
‘선생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다면 편하지 않을까... 희미하게라도 들을 수 있다면...’

그런 아쉬운 마음도 있었지만 그런 생각으로 마음이 어두워지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런 마음이 들 때마다 그래도 조금이나마 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첼로를 배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운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누구보다 그를 잘 이해하고 지도해 주던 선생님은 같이 레슨을 한 지 1년이 지나고 미국으로 이민을 가게 되었습니다.
그가 좀 더 자유롭게 연주할 수 있도록 함께 하지 못하는 것을 선생님도 많이 안타까워했고, 관찬도 큰 아쉬움에 많이 서운했습니다.
 
“첼로를 시작했으니까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배우기를 바랄게요. 끝까지 함께 하지 못해 정말 미안해요.”
선생님은 끝까지 지도해 주지 못하는 미안한 마음을 전했습니다.
“선생님 그동안 정말 감사했어요. 열심히 해서 선생님이 뿌려놓으신 수고가 열매가 되도록 할게요.”
관찬도 선생님을 향한 감사의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선생님이 떠난 후... 선생님이 얼마나 그를 위해 열정적으로 지도했고 그를 누구보다 잘 이해해 주었는지를 더 깊이 알게 되었습니다.
선생님의 빈자리가 생각보다 컸습니다.
새롭게 만난 선생님과의 수업으로 첼로에 대한 그의 열정은 계속되었지만,
여러 가지 상황을 만나면서 얼마 지나지 않아 레슨은 중단되었습니다.
하지만 관찬은 선생님과의 약속을 지키고 싶었고 첼로와 평생 친구처럼 함께하려 했던,
첼로에 대한 사랑을 이어가기 위해 열심히 연습했습니다.
 
밤낮으로 열심히 연습하며 지내던 어느 날, 
현관문 앞에 포스트잇이 하나 붙여져 있었습니다.
 
“위층 거주자인데 악기 소리가 너무 시끄러워요. 자제 좀 해주세요.”
 
그것을 보고 첼로의 소리가 누구에겐가 소음으로 피해를 주었다는 미안함과
집에서 첼로 연주를 마음껏 할 수 없다는 사실에 대한 속상함 때문에 관찬은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우두커니 혼자 서 있는 첼로를 바라볼 때마다 그의 마음에 작은 눈물이 흘러내리기도 했습니다.
첼로를 켤 수 없는 공허함으로 몇 날을 보내다 관찬은 용기를 내보기로 했습니다.
편지지를 꺼내고 펜을 들었습니다.
 
“저는 하루 일과 중 첼로 켜는 시간을 너무나 좋아합니다.
하지만 제가 시청각장애를 가지고 있어서 저의 첼로 켜는 소리가 이웃에게 큰 소음으로 피해를 주는지 전혀 몰랐습니다.
정말 죄송하지만 오후 1시부터 2시까지 딱 한 시간만이라도 연습할 수 있도록 조금만 양해를 해 주시면 안 될까요? 부탁드립니다.”
 
이웃들의 문 틈에 편지를 끼우면서 관찬은
‘정말 이래도 괜찮을까?’, ‘잘못하면 여기서 쫓겨나는 건 아닐까?’ 등 많은 걱정이 되고 겁도 났습니다.
하지만 관찬의 걱정은 감사로 바뀌었습니다.
그에게 속속 문자가 왔습니다.
걱정하지 말고 마음껏 연습하라는 내용이었는데, 그중에서도 관찬의 마음에 와닿았던 감동적인 문자가 있었습니다.
 
“인생의 즐거운 부분을 마음껏 즐기지 못해서 정말 속상하시겠어요. 저는 당연히 찬성이고요 예쁜 첼로 소리 잘 감상하겠습니다.”
 
세상의 따뜻함에 사람들의 배려에 관찬은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약속한 대로 오후 1시가 되면 첼로 연습을 했습니다.
 
관찬은 어려움을 만날 때마다 용기를 내고 방법을 찾으며 어려운 문제들을 해결했습니다.
관찬의 용기에 세상은 따뜻한 마음으로 그를 배려하고 격려해 주었습니다.
그 배려 속에 연습한 덕분에 관찬의 첼로 실력은 더 좋아졌고, 장애인식개선 강의 후 연주를 하기도 했습니다.
관찬의 연주를 통해 사람들은 많은 감동을 받습니다.
관찬의 첼로 연주는 혼자만의 행복이 아니었습니다. 그의 연주를 듣는 모든 이들의 마음을 행복하게 만들었습니다.
 
 
 
꿈이 있어도 이루지 못하며 살아가는 사람도 많이 있습니다.
바라는 것이 있어도 도전해 보지 못하며 삶에 묻혀 사는 사람도 많이 있습니다.
하고 싶은 것을 충분히 할 수 있음에도 시간과 환경을 핑계로 미루며 살아가는 사람도 많이 있습니다.
관찬은 시청각장애라는 조금은 낯설고 많이 불편한 장애를 안고 살아가지만
<함께걸음> 기자로, 장애인식개선교육 강사로, 첼로 연주자로,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들며 꿈을 이루고 바라는 것에 도전하며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고 있습니다.
꿈이 현실이 되게 한 관찬의 용기 있는 아름다운 삶은, 그의 꿈이 현실이 되도록 만들어 준 선생님과 그의 연습을 응원하며 지켜봐 준 이웃, 그가 용기 있는 삶을 살아내도록 늘 응원해 주는 가족, 그리고 그를 아는 많은 사람들과의 어우러짐이 만들어낸 결과물입니다. 
함께할 때 우리는 아름답습니다.
 
그의 용기와 도전 그리고 많은 사람들의 배려가 만들어 낸 그의 연주가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소리로 이 세상에 울려 퍼지기를 바라며, 새로운 꿈에 도전하는 그를 응원합니다.
작성자글/그림 최선영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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