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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보다 사람을 먼저 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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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말씀하세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민호는 주민센터 담당 직원의 조금 어눌한 말투 때문에 확인하려 했던 내용을 잘 알아듣지 못했다. 길을 걸으며 통화하다 보니 소음 때문에 잘 들리지 않은 탓도 있었다.
조금 더 대화를 이어가다 보니 어눌한 말투의 속사정을 짐작할 수 있었다.
천천히 상냥하게 내 궁금증을 해결해 주려고 하는 그녀의 마음이 보였다. 어눌한 말투였지만 그 속에 담긴 그녀의 친절이 느껴졌다.
“더 궁금하신 건 없으신가요?”
“네 충분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미소 가득한 좋은 하루 보내세요.”
미소 가득한 좋은 하루…. 민호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흘러나왔다.
 
말도 안 되는 트집을 잡는 거래처와 전화를 하다 보니 짜증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회사 옥상에 잠시 커피를 들고 올라가 살기 힘들다고 생각하는데 미소 가득한 좋은 하루 보내라는 말이 생각났다.
“그러겠다고 했는데….”
혼잣말하며 피식 웃었다.
 
며칠 후 민호 어머니는 오전에 주민센터에 가서 서류를 내고 온다고 했다.
“제가 갈게요.”
“넌 회사 가야 하잖아.”
“저 오늘 반차 내고 오후에 일 좀 보려고 했어요. 제가 갈게요.”
민호는 어머니가 들고 있던 서류를 냉큼 들고 후다닥 집을 나섰다.
계획에도 없던 반차를 내고 그녀가 있는 그곳으로 달려갔다.
 
“저…. 서류 좀 내려고 왔는데요….”
민호는 얼굴도 모르는 그녀를 찾기 위해 두리번거리며 데스크에 앉아있는 직원을 향해 말을 건넸다.
서류를 확인하고 다른 직원 쪽으로 안내했다.
“어서 오세요. 반갑습니다.”
익숙한 말투…. 전화기 너머로 들었던 그 목소리였다.
그녀는 조금 어눌했지만 맑고 아름다운 목소리만큼이나 예뻤다. 마스크를 쓰고 있지만 아름다웠다.
“저…. 괜찮으시면 퇴근 후 잠시 이야기 좀 나눌 수 있을까요? 꼭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잠시 머뭇거리던 그녀는 퇴근 시간을 알려주었다. 건너편 카페에서 보자고 했다.
 
 
퇴근 후 카페로 온 그녀와 커피를 마셨다. 마스크를 벗은 그녀의 모습은 민호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아름다웠다.
이진영…. 그녀의 이름이다.
진영은 고등학생 때 야간자율학습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에 낯선 그림자의 위협으로 인해 생긴 상처 때문에 수술을 받아야 했고, 그 후유증으로 말이 어눌해졌다고 했다. 민호는 화가 나고, 아픈 기억을 안고 있는 진영이 안쓰러웠다.
마침 순찰하던 경찰차로 인해 그 낯선 그림자의 나쁜 의도는 피할 수 있었지만, 목을 스치고 지나간 흉기는 지금까지도 깊은 상처로 남아있었다.
 
“말투가 조금 어눌하다 보니 편견의 시선을 보내는 분들도 많은데…. 민호 씨는….”
“사실 처음에는 밖에서 전화하다 보니 다른 소음 때문에 진영 씨 말을 잘 못 알아듣기도 해서 답답한 마음도 있었어요. 그냥 말을 왜 이렇게 하지…? 정도로 생각했는데 자세히 들으려 하다 보니 그 이유를 알 수 있었어요. 사람마다 어느 정도 그런 부분은 다 있잖아요. 제가 시력이 안 좋아서 렌즈를 착용하는 것처럼…. 그보다…. 목소리가 너무 예쁘셔서 전 그게 더 크게 신경이 쓰였어요~ 하하.”
민호는 목소리가 자꾸 생각나서 얼굴도 한번 보고 싶었는데 어머니를 대신해 반차까지 내고 왔다며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생각보다 더 미인이라 좋았다고 했다.
정말 민호의 마음을 설레게 만든 것은 미소 가득한 좋은 날 보내라는 말이었다는 것도 덧붙였다.
그 말에 진심이 느껴졌고 덕분에 힘들었는데 웃을 수 있었다고 했다.
“고마워요. 너무 좋게만 봐주셔서…. 민호 씨처럼 장애인을 만나도 편견 없이 바라봐 주는 이 사회가 되면 좋겠어요. 전화를 받다 보면 말 좀 빨리하라고 화를 내시는 분도 계셨거든요…. 제가 어떤 상황인지 모르시니 당연히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은 드는데…. 어쨌든 저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기본 예의는 지키면 좋을 것 같아요.”
 
민호는 진영과 좋은 인연이 되고 싶었다.
“자주 뵙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제가 생각하는 의미인가요? 자주 만나자는 말씀이….”
“네 맞습니다. 진지하게 만나보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좋게 봐주셔서…. 그런데 죄송해요…. 저는 신랑이 있어요.”
“예?”
민호는 머리를 세게 한 대 맞은 기분이 들었다.
고3 때 겪은 충격과 남은 후유증으로 힘들어하는 진영 옆에서 힘이 되어준 것은 가족만이 아니었다. 그날 그곳을 지나갔던 경찰차에는 첫 근무를 나갔던 재준도 타고 있었다. 재준도 진영과 함께했었다.
진영이 몸을 회복하고 2년의 공백을 지나 대학을 진학하고 졸업하는 모든 시간 동안 묵묵히 지켜봐 준 사람이다.
3개월 전 결혼을 했다는 말을 듣고 민호는 행복하기를 바란다는 말을 남겼다.
 
“역시…. 저렇게 예쁘고 착한데 혼자일 리가 없지….”
민호의 어깨가 내려앉는다. 결혼만 하지 않았어도 어떻게든 잡고 싶은…. 처음으로 마음이 가는 사람이었다.
악수를 건네는 그녀의 미소가 잊히지 않는다. 힘든 순간에도 그 한 가지의 힘든 일만 바라보지 말고 나머지 수많은 좋은 것들을 생각하며 행복을 놓치지 않는 매일이 되기를 바란다는 그녀의 말이 오래도록 민호의 심장을 뛰게 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장애인에 대한 그 어떤 편견도 갖지 말아 달라는 부탁을 진영의 예쁜 미소와 함께 마음에 받아 들었다.
 
3년 후 민호는 봉사활동에서 만난 수지와 함께하며 그녀와의 소통을 위해 수어를 배우고 있다. 예쁜 미소가 아름다운, 마음이 따뜻한 수지를 보며 민호는 또 다른 세상을 만나고 있다. 진영이 말했던 것처럼 미소 가득한 좋은 하루하루를 보내며.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나도 모르게 내 안에 있을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있을지도 모를 그 편견의 작은 구김까지도 반듯하게 펴고 어디서 어떤 장애인을 만나든 장애보다 사람을 먼저 보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민호처럼….
 
작성자글과 그림. 최선영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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