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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하며 수행하며-마음6]공양간 시설공사를 거의 마무리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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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일과 똥싸는 일은 참으로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먹고 잠자고 똥싸는 일용행사가 도(道)라는 말을 새삼스럽게 거론하지 않더라도 그동안 사람들이 질병에 걸리는 이유 중에 많은 부분이 "먹을 것은 제대로 못(안)먹"어서 생긴 일입니다. 외부자연과 교류를 하는 가장 중요한 것은 대기와 호흡하는 거지요. 그런데 실질적으로 자연물과 교류, 교환이 일어나는 것은 음식물을 통해서입니다. 그래서 "무엇을 먹는가"가 사람들의 성격과 기질에 영향을 미칩니다. 패스트푸드를 먹으면 그야말로 성격도 패스트(fast)해집니다.
음식은 단순히 음식물이 아니라 그것을 만드는 과정에 보이지 않는 그 무엇, 즉 정성이나 사랑 등도 함께 먹는 것입니다. 따라서 급하게 만든 음식을 먹으면 마음도 급해지고 인내심도 없어지고 산만해 진답니다. 오늘날 음식문화의 문제는 모든 먹을 거리를 사서 먹는"매식(買食)"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음식점에서 맛이 없으면 손님이 오지 않기 때문에 온갖 조미료를 넣을 수 있을 만큼 넣습니다. 장사이기 때문에 가능한 싼 가격으로 원료(곡식이나 채소 등)을 구입해서 비싸게 팔아야 하기 때문에 유기농으로 재배된 것을 구입할 엄두도 내지 않습니다. 건강한 먹거리를 기대할 수는 없지요.
얼마 전 어떤 글을 보니까 미국에서 한 목사가 자기 교회의 신자들이 하나같이 뚱보들이 많아서 그 원인을 살펴보니까 정크푸드(Junk food : 열량은 높지만 영양소는 없는 쓰레기 같은 음식이라는 뜻으로 주로 패스트푸드를 가리킴)를 중독에 가까울 정도로 많이 먹는 것을 확인했답니다. 그래서 그는 생선, 전곡류, 채소 등의 "예수님이 먹었던 음식"을 먹도록 하고 정크푸드를 끊는 운동을 전개하고 있답니다.
아무튼 두 번째는 중요한 것은 똥싸는 일이지요. 먹기를 잘 먹어야 하는 것처럼 똥을 잘 싸는 일은 정말 중요한 일입니다. 자연에서 얻을 것을 자연으로 돌리는 거룩한 의식이 바로 " 싸는 것"이지요. 그런데 오늘날 변비환자들이 왜 그렇게 많습니까. 먹는 것을 잘 못먹어서, 스트레스나 마음보를 잘못 쓰거나, 못먹을 것을 먹거나 해서 그런 거 아닌가요? 아무튼 사람들이 평상시에 "잘먹고 잘싸라"라는 말은 참으로 좋은 인사말인 것 같아요. 오늘 하려고 하는 말은 이게 아닌데, 이야기가 엄한 곳으로 가고 있군요.
어쨌든, 저는 먹는 일과 싸는 일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머지, 어딜 가든 어떤 건물이나 시설에서든 먹는 곳과 싸는 곳이 얼마나 잘되어 있느냐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주방이나 식당의 청결과 아름다움, 편리함과 안락함, 그리고 물론 화장실(해우소)등도 얼마나 편안한지 등도 세심하게 봅니다. 그리고 실제 주방과 화장실이 깨끗하면 그 건물은 전부 깨끗한 것이고, 청결한 것이라고 판단합니다.
이번에 제가 공양간의 공양주로 오면서 몇 가지 사명이 있습니다. 그 중에 하나는 공양간의 불사(시설공사)를 하는 것인데 처음에는 총체적으로, 대대적으로 새롭게 리노베이션(Renovation 쇄신)하는 거지요. 그래서 지난 초파일 전부터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아는 후배 인테리어 디자이너에게 설계를 위탁하고 몇 번의 토론과 만남을 통해 수정작업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신도님들과의 의견조정 과정에서 몇 번에 걸친 견해 차이와 완강한 반대, 이를 통한 수정과 토론 등 쉽지 않은 절차를 거쳐야 했습니다. 저는 지금 돈이 조금 들더라도 향후 10년 정도는 손 댈데 없이 튼튼하고 계획성 있게 만들어야 그것이 결국 돈도 아끼고 편리한 공양간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하여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시설공사를 계획했고, 몇몇 신도님들은 정토회가 강남으로 오더니 과거처럼 아끼고 아끼는 마음이 적어지고, 강남사람들의 생활수준처럼 변한다면 한국사회의 평균적인 사람이하의 생활수준으로 살면서 가난한 사람들 돕겠다는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신 것입니다. 그래서 많은 토론 끝에 반드시 해야할 시설공사를 중심으로 조정하여 진행되었습니다.
그래서 환기시설을 고쳤습니다. 지난 것보다 한 3배정도 강한 것이고 소음도 거의 없어서 끄는 것을 잊어버리는 문제는 있었지만 사람들이 아주 만족을 했습니다. 외부에 닥트를 큰 것을 대고, 그 주변공사에 정말 신경이 많이 갔습니다. 주방 안의 야채냉장고를 치우고, 수납장 2개를 치웠더니 공간이 넓어졌고 쾌적해졌습니다 .그리고 수납장과 계수대는 인테리어에게 맡겨서 제작했고, 장판도 새롭게 깔았습니다. 그리고 벽의 색칠도 새로 했고, 형광등도 절전형으로 달고 미색으로 달아서 아주 "야리야리한"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또 방화문과 창고문, 배식대의 앞면도 인테리어 필름을 붙였습니다. 그림도 구해서 붙이고 발도 걸 예정이며, 이제 오디오만 구비하면 됩니다. 귀퉁이 4곳에 서라운드 스피커를 장착하면, 정말 우아하고 괜찮은 공양간이 될 것입니다.
제가 처음에 생각한 것보다는 1/3로 줄인 공사이고 돈을 아끼려고 애를 쓰면서도 정말 카페같은 분위기, 그리고 사람들끼리 함께 대화하고 공동체성을 높이는 공간이자, 오고 싶은 곳으로 만들려는 노력한 거지요. 더욱이 수납장 정면에는 화이트보드 칠판을 2개 붙여서 조그만 세미나가 강연회도 할 수 있게 했습니다. 그러나 지하공간이어서 얼마나 잘 활용될지는 모르지요. 아무튼 이제 몇 가지만 손대면 거의 끝나갈 것입니다. 마음도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한 세달에 걸쳐 신경 쓴 거니까요. 그러나 지금 같아서는 계속 꾸미려는 마음 때문에 이것저것 붙이고 달고를 제가 공양주를 끝마칠 때까지 할 것 같긴 합니다. 정성을 들여 잘하려는 마음, 이게 과하면 집착이 되겠지요?

▷덧대는 글
 공사하면서 제 마음 속의 욕심을 보았습니다. 형광등을 교체하면서도 한 세번은 을지로에 나갔습니다. 그리고 인테리어 필름을 선택할 때도 4-5번 이상 한참 고르고 비교하고 확인하고, 드라이에어리어 공사 때는 철판으로 덮을 건지, 샤시로 할건지, 아니면 나무로 덮을 건지를 계속 비교했습니다. 좋게 말하면 주도면밀하고 신중한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결단력 없이 망설인 것이라고 볼 수 있지요. 아무튼 하나의 결정을 하면서도 이럴 때의 장단점, 저럴 때의 장단점을 숱하게 머리를 돌렸습니다. 내가 결단력이 없다고 생각되진 않는데 이토록 망설이는 것은 이것과 저것을 다 취하려는 욕심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결단이 빠른 것은 결국 하나를 선택하면 무엇인가를 포기해야 한다는 것을 빨리 판단하는 것인데, 모두를 가지려고 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법운 유정길(정토회 공양주 법사)두손 모아 꾸벅


 

작성자유정길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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