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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아이스슬레지하키 연습이 한창인 성남 빙상장

아이스링크 위의 무한 자유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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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 슬레지 하키란, 장애우들이 하는 아이스하키이다. 아이스하키와 경기방식은 동일하지만 스케이트 대신 썰매를 타고 경기하는 게 좀 다르다. 아직 우리 나라에는 저변이 좁고 잘 알려져 있지 않아 생소하지만, 장애인 동계올림픽의 정식종목으로서 미국과 유럽은 물론 일본에서도 장애우들의 스포츠로 각광받는 종목 중의 하나이다. 정부의 지원이 전혀 없는 가운데 아이스 슬레지 하키의 매력에 빠져 빙판에서 열심히 땀을 흘리고 있는 선수들을 찾아가 보았다.

▲장애우아이스슬레지하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 성남 제2종합운동장에 저녁 어스름이 질 무렵, 각자의 일과를 모두 마친 장애우들이 하나 둘씩 모습을 드러냈다. 장애우 아이스 슬레지 하키팀 선수들이다.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마다 이곳으로 빠짐없이 모이는 이유는 모두 슬레지 하키가 좋아서다. 장애유형은 다르지만 그들은 대부분 하반신 장애우들이다. 두 다리로 서 있을 수 없는 그들이 새로운 도전을 위해 쉼 없이 달려온 이곳. 그들이 서로의 눈빛을 확인하며 링크에 들어서는 순간 그들에겐 장애란 없었다.

 차가운 빙판을 따뜻하게 녹이는 연습 열기

성남 제2종합운동장 빙상장은 11월 말 쌀쌀해진 날씨 그대로를 고스란히 그 안으로 끌어들였다. 입에서 입김을 뿜어내는 영하의 실내 빙상장. 하지만 장애우 선수들과 그들의 모습을 한 켠에서 지켜보는 가족들, 그리고 감독, 코치들, 그들이 서로를 향해 밝은 웃음으로 보듬고 있는 링크장 안은 결코 춥지 않았다. 훈련에 앞서서 선수들은 개개인의 장비를 챙겨 옮기느라 손놀림이 분주하였다. 챙기는 도구만 해도 만만치 않아 보였다. 보호장비만 해도 대여섯 가지. 50킬로그램이 넘는 장비를 정성스럽게 손질하고 있었다.
장애인 동계 스포츠 불모지라 할 만한 우리 나라에, 아이스 슬레지 하키가 처음 도입된 때는 1998년 7월이다. 그리고 2000년 11월 22일, 지금은 고인이 된 고 이성근 감독의 숨은 노력으로 세계에서 14번째로 장애우 아이스 슬레지 하키팀이 탄생되었다. 그가 빙판에서 이루지 못한 꿈을 지금 이들이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연세팀을 중심으로 이어져오던 팀은 2개월 전 새롭게 삼육팀이 창단됨으로써 어느 정도 모양새를 갖추게 되었다. 모두 20여명으로 구성된 선수들이 함께 땀을 흘리고 있는 현장은 그야말로 차가운 링크를 녹이고도 남는 듯 했다.
2001년 9월 29일 아오모리에서 일본 국가대표팀과 첫 공식경기를 가진 이후, 기량향상을 거듭하고 있는 슬레지 하키팀은 내년 1월에 일본팀을 초청하여 경기를 갖고 3월에는 다시 우리 대표팀이 일본 동계 장애인 체전에 참가하여 친선경기를 할 계획이다. 다가 올 대회를 준비하는 그들의 움직임이 빙판 위를 달리는 양날 썰매와 함께 힘차게 전진하고 있었다. 장애를 뛰어넘어 그들은 모두 당당한 아이스 슬레지 하키의 국가대표 선수들이였다.
“작년 3월 말 우연히 TV를 보게 되었어요. 그 때 아이스 슬레지 하키가 소개되더군요. 평소에 운동을 좋아했었는데 ‘바로 이거다!’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선수로 등록하고 참가한 공식경기가 작년 9월에 있었던 일본대표팀과의 친선경기였는데 그때 저희가 0대13으로 어이없게 무너졌지요. 내년 친선경기는 절대 양보 없습니다.” 연세팀의 골문을 든든하게 지키고 있는 박종철 선수는 다음 대회의 각오를 이렇게 밝혔다. 현재 성남 링크장을 빌려 연습할 수 있게 되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여러 링크장을 옮겨 다녀야 했던 열악한 환경 속에 있었다. 그나마 비장애인 아이스하키 동호회와 연세재활병원의 후원이 있었기에 가능하였다. 하지만, 아직도 라커룸이라 말하기에는 민망한 창고가 쓸쓸하게 아이스 링크장 구석 한쪽에 놓여있고, 몸에 꼭 맞는 장비를 구하지 못하여 경기력 향상을 이루기에 어려운 상황은 예전과 달라진 것이 없다.

 속도감과 격렬함이 슬레지하키의 매력

아이스 슬레지 하키를 하기 전에 휠체어농구나 좌식배구, 역도 등으로 몸을 꾸준하게 단련해온 선수들. 열악한 환경을 극복하고 그들은 꿈의 링크에 서기 위해 쉼 없이 달려왔다. 드디어 연습경기가 시작되었다. 아이스하키와는 달리 다리의 힘 대신 두 팔로 스틱을 지쳐야 하기 때문에 체력이 두 배로 더 드는 경기이다. 몸이 불편한 그들이 뛰기에는 너무 거칠어 보였다. 따라서 부상의 위험도 그만큼 많다 할 수 있을 텐데 그들에겐 그것은 문제가 되어 보이지 않는다. “땅이 아닌 얼음판에서 하는 경기라 부상의 위험이 높을 수 있지요. 하지만 이러한 빠른 움직임과 거친 몸싸움으로 인한 격렬함이 슬레지 하키의 매력입니다. 이처럼 신나는 대중스포츠가 또 어디 있겠습니까?” 이영국감 독의 말이다.
시합 내내 퍽을 쫓아다니고 선수들의 몸과 몸이 부딪힐 때마다 링크 위에 쓰러져 다시 중심을 잡고 서로 밀어붙여, 제껴 골을 넣는 모습에서 힘들고 지쳐 보이기보다는 아이스 하키의 즐거움에 빠져있는 그들을 볼 수 있었다. 안경화 선수는 “운동을 하면 마음이 정말 가벼워집니다. 내가 무얼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즐겁구요. 일주일간 쌓였던 스트레스가 확 풀려요”라고 말한다. 저녁 9시가 되어서야 3시간 동안의 연습은 그렇게 끝이 났다.

 한국아이스슬레지협회 창단을 위하여

그들에게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아이스링크를 힘차게 지칠 수 있도록 할 물적 지원이 문제이다. 작년부터 협회 창단을 위한 준비모임을 가졌지만 복지진흥원의 정식 승인 허가가 나려면 협회가 꾸준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할 적극적이고 꾸준한 후원자들의 지원과 계속적인 관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플레잉 코치를 맡고 있는 김승구 선수는 “이번에 강남 베드로병원의 윤강준 원장님의 후원과 계속적인 관심으로 내년에 협회승인을 기대해 볼 수 있게 되었다”며 희망의 목소리를 전했다. 또한 “앉아서 썰매를 탈 뿐 링크규격과 경기방식은 모두 아이스하키와 동일해요. 이처럼 장애우에 대한 시각도 비장애우와 똑같은 눈으로 바라봐 주었음 좋겠습니다. 또한 더 많은 장애우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저변확대가 빨리 이루어졌음 한다”는 소망을 밝혔다. 

“장애를 가진 우리 아이는 수영을 먼저 시작했는데, 슬레지 하키를 시작하고부터는 우선 스트레스가 줄었고, 유연성이 몰라보게 좋아졌어요. 스스로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대요” 한 학부모의 말이다. 장애우 아이스 슬레지 하키는 장애우에게 동계스포츠 경기의 높은 벽을 허무는 첫 출발점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제 장애우스포츠는 다양한 재활스포츠를 통하여 삶의 질을 높일 수 방향으로 운동영역이 더 확장되기를 기대해 본다.

   

글·사진 박광규 기자(kk-park92@hanmail.net)

 

 

<박스기사>

아이스 슬레지 하키(ICE SLEDGE HOCKEY)란?
썰매하키(Ice Sledge Hockey)는 아이스하키를 장애우들이 즐길 수 있도록 변형한 경기이다. 선수들은 대부분 아이스하키의 보호장비를 사용하며, 스케이트를 대신하여 양날이 달린 썰매를 사용한다. 썰매의 높이는 양날 사이로 퍽(puck)이 통과할 수 있는 높이로 제작되어야 하며, 스틱의 한쪽 끝에는 썰매의 추진을 위한 픽(pick)과, 다른 한쪽에는 퍽을 칠 수 있는 블레이드(blade)가 달린 폴(poles)을 사용한다. 일반 아이스하키경기처럼 각 팀은 골키퍼 이외에 5명의 선수가 경기를 한다. 장애인동계올림픽에서의 경우, 아이스 슬레지 하키는 1994년 대회에 처음 선을 보였고, 미국과 캐나다 그리고 노르웨이 등의 북유럽 국가들에서는 최고의 장애인동계스포츠로서 한 자리를 확고히 하고 있으며, 일반 관중들에게도 인기와 재미를 더해주는 경기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작성자박광규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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