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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장애우 극단 "휠"

장애우에 의한, 장애우를 위한, 장애우의 연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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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를 극이나 드라마의 소재로 삼는 경우가 드물지만 종종 있어왔다. 하지만 이런 경우 비장애우가 장애를 가진 삶에 대하여 표현하는 것이 대부분이었고 그런 이유로 장애를 가진 이들의 진실한 삶의 모습을 드러내는 데에 부족함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현실에 일침을 가하기라도 하는 듯, 지난 가을부터 구성된 장애우가 주축이 되어 활동하고 있는 극단이 있어서 찾아보았다. 대본제작부터 공연기획, 상연까지 장애우가 주축이 되어 장애우와 비장애우가 함께하는 극단 "휠"을 찾아 보았다.

 

현재 극단 "휠"이 위치하고 있는 곳은 새로 단장한지 얼마되지 않는 한벗회관. 새로 옮긴 한벗회관이 있는 효창동 일대는 요즈음 건물 개보수 공사가 한창이어서 장애우들이 이동하기에 어려운 점이 많이 있지만. 연극 연습시간이 되자 단원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었다. 연극연습이 시작되기전 극단 휠의 대표이자, 중증장애인독립생활연대에서 상근자로 활동하고 있는 송정아간사를 만났다.

 

장애우연극은 장애우가 만들어야

"기존의 연극에도 장애우나, 장애가 소재가 된 경우는 종종 있었습니다만, 대본을 비장애우가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장애우의 진정한 삶의 모습을 표현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많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극단 "휠"은 대본제작부터 상연까지 장애우들의 이야기를 장애우가 주축이 되어 이끌어 가고 있다. 연극배우 16명중에 12명이 장애우로 구성되어 있고, 4명만이 비장애우. 그라고 연극을 지도하는 3명의 비장애우 지도교사가 있다.

극단 "휠"은 지난 11월 인터넷 등을 통하여 모집했고, 20여명의 장애 · 비장애우들이 신청을 했다. 12월부터 정식모임에 들어간 단원들은 몇 개월 간의 기초 발성 연습과정 후, 4개월 간 서로의 삶을 나누고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무엇보다도 이동. 중증 장애우이니 만큼 자가 운전을 하거나, 누군가가 데려다 주거나 이동봉사대의 도움을 받지 못하면 꼼짝없이 연습에 빠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런 악조건 속에서도 단원들의 연극에 대한 열정은 대단해 보였다.

"어차피 우리가 만드는 연극은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삶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니까요. 우리가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면서 겪었던 일들에 대해서 함께 나누는 시간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그 이야기 속에서 연극의 소재와 내용도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고요."

그렇게 네달간의 대화를 통해서 만들어진 대본이 현재 극단 "휠"이 연습하고 있는 3부작 단막극. 3부작 단막극 각각의 소재는 "여행", "사랑", "취업"이다.

 

장애를 소재로 한 이야기가 어둡고 슬프다는 이미지에서 벗어나고 싶어

공중파 방송이나 기존의 연극, 영화에서 장애를 소재로 할 경우, 그 내용은 보통 슬프거나 비극적으로 끝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삶까지도 어둡게 인식하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대해 송정아 간사는 "기존의 장애인연극이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삶 중에서 슬프고 어두운 부분만을 부각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아요. 물론 장애우들의 삶이 힘들고 어려운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즐거움이나 희망이 전혀 없는 것은 또 아니거든요. 그래서 저희 극단에서는 그런 고정관념을 좀 벗어나서 재미있는 연극, 보면서 웃을 수 있는 그런 연극을 만들어 보고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라고 밝혔다.

그래서 극단 "휠"의 이번 연극의 소재인 "여행", "사랑", "취업"은 일상적인 소재처럼 느껴진다. 그런 일상적인 소재들 속에서 풀어내 보여준 장애우의 진솔한 삶의 모습들이 자못 기대가 된다.

 

중증장애우의 진정한 독립생활을 기대하며

극단 "휠"은 지난 2000년 결성된 중증장애인독립생활연대의 사업 중 하나로 만들어졌다. 현재 우리나라 소극장의 여건상 중증장애인의 경우 연극을 보는 것이 어려운 뿐만 아니라, 연극을 하는 일 또한 매우 어렵다. 여러 가지 제약들이 중증 장애우들의 삶을 제약하는 현실에서 결성된 극단 "휠"은 진정한 독립생활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있는 중증장애우라면 관심 있게 지켜볼 만한 일이다.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면서 수입을 창출하여 그것을 바탕으로 독립생활을 꾸려간다면 그것은 모든 장애우들에게 귀감이 될만한 일일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문성을 갖추는 것은 필수. 그래서 극단 "휠"의 이번 작품 연출자는 전문연극 연출자인 윤정환 연출자가 맡았다. 중증장애우들과 4개월 간의 대본작업에 함께한 그는 장애우들을 이해하면서도 연습시간만큼은 비장애우에게 연기를 지도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강도 높은 연습을 요구한다.

극단 "휠"에게는 이번 무대가 첫 무대이니 만큼 기대와 설레임이 큰 듯 했다. 송정아 간사는 "일단은 첫 무대니까 너무 무리가 되지 않도록 짧은 단막극을 3개정도 이어서 공연하고요. 그리고 또 새로운 대본으로 이번 겨울에 좀 긴 극을 무대에 올리고 싶어요. 매년 새로운 대본으로 연극을 하면 좋겠구요. 궁극적으로는 우리가 쉽게 이동할 수 있고, 또 다른 장애우들도 쉽게 공연을 볼 수 있는 장애우 전용 극장을 만들 수 있으면 더 좋구요." 라고 밝혔다.

 

장애우 연극의 새 걸음을 내 딛고 있는 극단 "휠"의 발전을 기대해 본다. 극단 "휠"의 첫 번째 공연은 오는 9월1일부터 시작할 예정이며 장소는 미정이다.

 

 

  

 

 

글 · 사진 박채란 객원기자(rhanair@korea.com)

작성자박채란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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