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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안내] 동물들의 사회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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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 듀거킨 지음 / 지호 펴냄 / 12,000원

 

 

이른 아침 출근길. 만원 지하철에 오른 당신. 일진이 좋았던 탓인지 당신은 자리에 앉아 목적지까지 갈 수 있는 행운을 잡게 되었다. 느긋하게 신문을 펼쳐들고 출근시간 만원 지하철 안에서의 여유를 만끽한다.

하지만 행운이 언제까지나 계속될 수는 없는 법. 나이 지긋한 노인 한 분이 당신 앞에 나타나 힘겹게 서있는 것 아닌가. 주변을 살피던 당신은 이내 갈등하기 시작한다. 모처럼 얻은 행운을 버리고 노인에게 자리를 양보할 것인가, 아니면 모른척 외면하고 다른 사람들이 양보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목적지까지 편안히 앉아서 갈 것인가?

양보하자니 만원 지하철에 다시 시달릴 일이 끔찍하고 모른척하자니 노약자를 보호해야한다는 양심의 가책이 만만치 않게 달려든다. 일어설 것인가 말 것인가. 정말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물론 힘들겠지만 일어서서 노인께 자리를 양보해드리겠다고? 그런 이타적이고 도덕적인 행동이야말로 인간만이 가진 특별한 능력 아니겠냐고? 아서라. 그런 착각이 인간의 오만함만을 부추겼을 뿐이니까.

서로 돕고 아껴주고 양보하며 조직을 이루고 체계를 이뤄 사는 것이 어디 인간만의 특징일까? 꼼꼼하게 들여다보면 인간보다 더 효율적으로 조직을 이루고 사는 생물들도 있으며 그 안에는 인간 못지 않게 이기적이며 동시에 이타적인 행동을 보여주는 다양한 개체들이 함께 모여 있기도 하다.

이 책은 그동안 약육강식, 적자생존 등의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었던 동물들의 세계가 사실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덜 냉혹하고 인간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흡혈박쥐의 세계를 한번 들여다보자. 흡혈박쥐는 사나흘간 피를 마시지 못하면 죽는다. 이렇게 죽어가는 동료가 있을 경우 주변의 동료가 자신의 피를 토해 나눠준다. 자신과 먹이 경쟁을 해야할 동료를 위해 피를 토해 준다니 이 얼마나 무모하도록 아름다운 행동이며 이타적인 행동인가. 그러나 섣부른 감동은 항상 금물이다. 흡혈박쥐의 선행은 지극히 선택적이며 제한적이다. 평소 안면이 있는 동료, 혹은 도움을 주었던 동료들을 기억해 두었다가 되갚는 것 뿐이기 때문이다.

손가락 만한 물고기 "거피"의 경우 이들은 적이 나타날 경우 두 마리가 한 팀을 이뤄 정찰에 나선다. 적이 얼마나 위협적인지, 배가 얼마나 고픈지 따위를 알아내 무리의 대처방법을 결정해야하기 때문이다. 정찰에 나선 두 마리의 물고기는 흥미로운 행동을 보여준다. 한 마리가 뒤로 쳐지면 파트너 역시 속도를 늦춰 보조를 맞춘다. 결코 앞서나가는 무모한 짓을 벌이지 않는다. 무리를 위해 목숨을 내놓았으면서도 함께 위험을 감수하는 파트너끼리는 조금이라도 덜 위험해지기 위해 묘한 경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협동"이라는 단어가 더 이상 인간에게만 적용되는 고급 개념이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깨닫게 된다. 오히려 동물들의 세계에 나타나는 협동의 모습이 인간세계보다 덜 계산적이고 순수하며 합리적이라는 점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협동이란 결국 생태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각 종들의 선택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방법이며 원칙이라는 점을 깨닫게 된다.

지은이가 이 책을 통해 말하고 싶은 것도 바로 그것이다. 동물들을 통해 협동에 대한 방법론을 배우자는 것. 여과없는 원색적 협동과 경쟁의 원리를 통해 보다 효과적이며 발전적인 협동의 방법을 찾아내 인간 세상에 적용해보자는 것.

거창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도 좋다. 다양한 동물들이 보여주는 흥미로운 협동과 경쟁의 모습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히 흥미롭고 재미있게 읽히니까.

 

 

 

 

글 이우일(웹진 "부꾸" 기자 www.bookoo.co.kr)


작성자이우일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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