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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설하는 성, 치유하는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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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궁금이 …
입으로 상대방의 성감대를 자극해주는 오럴섹스의 달인이 되고 싶다는 둔촌동에 사시는 아이디 한 여름 밤의 루돌프 님!

결혼한 지 오래돼 아이들도 많이 컸기 때문에 집에서 성생활을 즐기는 것보다는 가끔씩 밖으로 나가 모텔에서 남편과 시간을 보내신다고 하셨습니다. 젊었을 때만큼 자주 성생활을 즐길 수는 없지만 모처럼 만든 시간들을 낭비하고 싶지 않고, 보다 더 재밌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도 하셨어요. 그리고 꼭이 성생활이 아니더라도 무슨 일이든지 즐거워야 되는 게 아니냐고도 반문하셨는데요.

우선 오랜만에 재밌는 질문을 해주셔서 참 감사한 마음이 드는데요, 말씀하신 내용 중 두 가지에서 감동을 받았어요. 첫 번째는 많은 사람들이 성행위하면 성기삽입으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몸의 구석구석을 다양하게 이용하려고 하신 점, 두 번째는 좀 더 재밌는 섹스를 원하는 경우 대개는 본인위주로 생각해서 상대방을 배려하는 방법은 배우지 않으려고 하는데 그렇지 않으시네요.

   
ⓒ김병무
보통 오럴섹스하면 입으로 ‘빤다’ 혹은 ‘핥는다’로만 생각하시는데 그런 틀을 조금만 벗어나면 색다른 기분을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우선은 우리가 쾌감을 느끼는 면들을 찾아보면 다양한데요, 그중 피부의 감촉을 첫 번째로 꼽는 분도 많습니다. 이럴 때는 입안의 온도를 고려해서 상대방을 자극해보는 것도 괜찮습니다.

얼음으로 상대방을 자극하거나 따뜻한 녹차를 머금고 있다가 뱉어내고 자극하면 다른 온도감을 느낄 수 있겠지요? 단점이라면 저처럼 게으른 사람들은 몇 번 반복하다가 귀찮은 생각이 든다는 거죠. 그래서 이 방법을 그대로 할 것이 아니라 음식이라든가 쨈을 응용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스무 번도 더 본 오래된 고전인데 미키 루크가 등장하는 영화 ‘나인하프위크’를 보시고 모델링하시는 것도 도움이 되실 것 같습니다.

두 번째는 일반적으로 수치심 때문에 잘하지는 않는 방법입니다. 손가락이나 혀로 상대방의 회음부를 자극하는 것이죠. 회음부는 항문과 성기가 연결되는 면들을 말합니다. 모두가 당황스러워하는 그곳! 바로 맞습니다. 항문과 가깝다보니 어쩔 수 없이 냄새가 걱정이실 텐데요. 일반적인 좌욕보다 조금 더 시간을 내서 엉덩이를 담가야 합니다.

세 번째는 서로가 마주보고 자위행위를 하시되 손목에 고무줄을 매어놨다가 풀러서(전기가 오는 듯한 기분이 들 때) 자신의 성감을 자극하는 방법이 있답니다. 물론 모든 방법이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무릇 학문이란 갈고 닦기를 게을리 하지 않을 때 경지에 오르는 법이지요.

불과 일 년여 전까지만 해도 장애인의 심리적 지원이라고 하면 이름도 생소한 MBTI(성격유형분석검사)나 애니어그램을 떠올렸지만 최근에는 ‘글쓰기’나 ‘독서치료’를 떠올리게 된다.

누군가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대상자고 또 다른 누구는 그것을 진행하는 진행자라는 강박을 걷고 서로를 만나보면 그 옛날 어머니의 “내 인생을 자서전으로 쓰면 열 권도 모자라!”라고 하신 말씀이 거짓이 아니란 걸 이내 알게 된다.

글쓰기의 시작은 누군가 나를 기억하는 장면이 아니라 ‘내가 기억하는 나’에서 시작한다. 남들이 보기에는 아무것도 아닌 소소한 일들이나 잊혀 졌을 법한 그 기억일지라도 겉치장과 우아함을 벗어던지고 나를 중심에 놓고 생각해보면 십 수 년이 지나도 기억의 한 자락이 얼마나 끈질기고 강렬하게 나를 괴롭혀왔는지를 알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기억들을 누군가 정해진 상대에게 ‘발설’하는 과정을 통해 상처받은 내 영혼에 마데카솔(?)을 바르고 어루만져주는 치유의 과정을 겪게 된다.

성과 관련된 트라우마도 이런 글쓰기를 통한 성찰과 마찬가지의 방법으로 치유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게 된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도 한걸음 뒤로 물러앉아 오래도록 나를 괴롭혀온 기억의 자락들이 없는지 생각해보았으면 좋겠다. 어쩌면 이런 얘기일 수도 있다.

“그때 같이 자고 나서 사귀자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냥 헤어졌던 건 쿨하게 보이고 싶었기 때문이야. 하지만 난 쿨한 여자가 아니야.”
“내가 매번 오르가즘에 도달한 듯이 연기를 했던 건 내가 성감이 뛰어나지 않은 사람이란 걸 들키기 싫어서였어.”
“네가 나를 밝히는 여자라고 생각할까봐 피임에 대해서는 얘기도 못했고, 그래서 낙태를 두 번이나 해야 했지. 나는 그 상처를 극복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어. 아직도 난 힘들어.”

그러니까 성에 관하여 발설하고 치유하는 과정은 우리가 그토록 공을 들이고 있는 장애인 동료상담의 과정과 다르지 않으리라는 짐작으로 이어지게 된다. 서로가 가진 기억을 더듬고 과거의 상처를 어루만지다보면 당시에 내가 솔직하게 말하지 못해서 곪았던 나를 대면하게 되고, 주변의 지지와 격려의 힘으로 영혼을 치유할 수 있는 마데카솔이 생산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다른 일에 비해서 더 민감할 수밖에 없는 성에 관한 기억들을 발설하는 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처음 나와 대면하는 과정과 발설할 상대를 찾는 과정에 이르는 그 모든 것들이 내 안의 성과 사랑을 그리고 내 몸을 통찰하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두 사람의 관계라고 생각하는 섹스도 이런 치유의 과정으로 연결해서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 우선은 섹스가 즐겁지 않았다고 해서 상대방을 훈계하거나 벌주려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덧붙여 섹스라는 것이 무엇인가 대단한 힘이 필요한 노동이나 고도의 기술적인 것이 아니라 내 안의 가면을 벗어던지고 좋고 싫음을 솔직하게 이야기할 때 치유될 수 있는 일상적인 관계가 아닐까 한다.

작성자조항주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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