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기, 시간, 타인의 취향 > 문화


크기, 시간, 타인의 취향

[조항주의 아랫도리 풍경] 따뜻한 말 한마디와 눈빛이 옹녀나 변강쇠 만들수도

본문

오늘의 궁금이 …
성관계가 시작된 지 몇 초 만에 남편분이 사정하는 건 그렇다손 치더라도 애무 없이 삽입만 하려 들어서 도무지 할 맛(?)이 나지 않는다는 면목동에 사시는 아이디 귀여운 꼬막 님! 결혼 한 지 오년이나 되었는데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걱정이 된다고 하셨습니다. 남들이 말하는 귀두부분의 크기를 변형시키는 해바라기(?) 수술이라도 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하셨어요.

   
▲ ⓒ 김병무
만약 제게 페니스와 질을 결합하는 성기삽입만 하려드는 애인이 있다면 성적인 교감이고 뭐고 간에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없는 애인과 헤어져버릴지도 모르겠습니다. 대개 다짜고짜 삽입섹스만 하려드는 남자들에게 있어 성교육이란 길거리 포르노였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 포르노 영화들은 가는 허리에 거대한 가슴을 지닌 여성과 팔뚝만한 성기를 지닌 남성의 성기결합만을 묘사하기 일쑤거든요.

저는 성관계 이전에 상대방에 대한 배려 없는 스킨쉽만큼 기가 막힌 코미디(?)는 없다고 봅니다.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 상대방을 바꾸고 싶다면 관계 속에 있는 나도 같이 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혼자 수술대에 올려놓기 전에 나와 함께 변화하려는 노력을 해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두 번째는 왕년에 섹스도사였던 제 친구가 사용했던 방법인데요. 그녀는 조루성향의 남편을 ‘삽입안하기 게임’으로 변화시켰답니다.

먼저 둘이서 가위바위보 게임을 한 다음에 진 사람이 이긴 사람이 시키는 대로 하는 겁니다. 삽입섹스에 대한 욕구를 참고 상대편의 요구대로 하다보면 상대방의 성감대와 취향을 알 수 있게 되는 두 마리 토끼잡이에 성공한다고 전하더군요.

비슷한 방법으로 시간을 정해놓고 삽입 안하고 애무만 하기라는 것도 있습니다. 물론 서로 때리지 않기와 같은 기본적인 룰은 있어야겠지요? 성관계도 관계이기 때문에 폭력적인 것은 위험한 상황으로 몰고 가거든요.

남성이라고 이름 붙은 것들에는 가본 일이 없어 확인은 되지 않지만, 성기크기가 큰 남성들은 목욕탕에서 자신의 아랫도리를 도드라지게 드러내려고 한다. 혹은 남자고등학교에서는 성기로 주전자를 드는 내기를 한다는 ‘세상에 이런 일이’류의 이야기를 듣곤 한다. 이런 얘기가 흔한 건 성기크기가 ‘성관계’에서 힘으로 이어진다고 믿는 것 때문일 것이다. 듣고 나니 머릿속이 불끈거리며 할 말은 하고 싶어진다.

아예 이 참에 확~!! 까놓고 우리끼리 한번 정직하게 말해봤으면 좋겠다. 정말 섹스에 있어서 성기의 크기가 1순위인가? 그게 만약 사실이라면 반대로 섹스에 있어서 움츠려 들었던 때는 빠른 사정이었어야 하는 게 맞을 것이다. 하지만 진실은 그것의 저편에 있다.

소위 ‘조루’는 빠른 사정을 말하는 것이다. 알려진 원인으로는 대개 심리적인 것에 있다. 이를테면 과도한 스트레스나 스트레스를 극복하려는 음주, 흡연, 약물 등이다. 결국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이야기일 수 있는데 당사자들의 솔직한 고백은 조금은 다른 것을 가리킨다.

계속적으로 조루가 되는 것은 최초의 조루에 관한 기억에 있다고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성관계 후에 짧은 시간 삽입섹스 했다는, 자신의 성기를 탓하는 듯 말투나 표정에서 더 많은 상처를 받는다는 것이다.

꼭 남성뿐만 아니다. 잠자리를 끝낸 후 후다닥 저 혼자 씻자고 화장실로 달려가는 매너황의 파트너, 관계 도중 “잘 좀 조여 봐” 라고 외치는 남성들의 행동들이 이후 불감증으로 이어져서 안타까움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이런 저런 ‘취향’이 있다고는 해도 결국 가장 사람들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자리 잡은 것은 “내가 상대방에게 만족을 주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두려움, 타인의 취향이 되지 못하는 내가 될까하여 지레 겁먹고 있어서가 크다고 봐야 한다. 자신은 잘 느끼지도 못할 돌기형 콘돔이나, 비아그라만큼 가짜가 많다는 낙타 눈썹이 인기상품이 된 것도 그런 이유인 것이 아닐까?

이쯤해서 눈치 빠른 독자들은 아셨으리라고 생각한다. 섹스라는 것이 단지 성기의 모양이나 시간에 의해서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관계 도중의 말 한마디 그리고 따뜻한 눈빛이 우리를 옹녀나 변강쇠로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오늘은 왠지 지 깊이 있게 반성문이라도 써야할 것 같다. 반성문의 시작은 이렇게 될 것이다. “전국에 살고 있을 엑스남친들! 그동안 토끼라고 장난쳤던 거 깊이 반성한다.”
작성자조항주 (칼럼니스트)  webmaster@cowalknews.co.kr

Copyright by 함께걸음(http://news.cowalk.or.kr)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함께걸음 페이스북 바로가기
함께걸음 인스타그램 바로가기

제호 : 디지털 함께걸음
주소 : 우)07236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의사당대로22, 이룸센터 3층 303호
대표전화 : (02) 2675-8672  /  Fax : (02) 2675-8675
등록번호 : 서울아00388  /  등록(발행)일 : 2007년 6월 26일
발행 : (사)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  발행인 : 김성재 
편집인 : 이미정  /  청소년보호책임자 : 노태호
별도의 표시가 없는 한 '함께걸음'이 생산한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4.0 국제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by
Copyright © 2021 함께걸음. All rights reserved. Supported by 푸른아이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