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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들과 함께 역사의 숨결 느끼고 왔어요"

[기획] ⑦ 서울시 장애인 맞춤 관광 프로그램 시범투어 체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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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청소년과의 여행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조카들과 박물관 나들이 간다 생각하세요.”

서울시가 진행 중인 ‘장애인 맞춤 관광 프로그램’의 시범투어 일환으로 지체, 뇌병변장애가 있는 청소년 6명과 함께 박물관을 둘러본다기에 아침 일찍 서초구립 한우리정보문화센터를 찾았다.

장애아동이나 청소년들이 여행을 떠난다고 하면 으레 가족들이 총출동해 이 친구들 옆을 지키고(?) 있기 십상인데, 가족은커녕 나들이 갈 친구들 모습도 몇 안 보인다. 슬쩍 물어봤더니 “모여서 가는 게 행사 진행차원에선 편하겠지만, 굳이 차 막히는 곳에 모여 출발하기보다 개개인의 편의에 따라 모이는 장소를 선택하도록 했다.”며 “서울 전역에서 모여야 하는 친구들을 한곳으로 모아 움직이는 대신 스텝들이 이동, 친구들과 함께 약속한 장소로 모일 예정.”이라고 답했다.

   
▲ ⓒ전진호 기자
대중교통의 장점을 십분 활용해 형식과 규칙보다 참가자들을 먼저 생각하는 주최 측의 진행 방식을 지켜보며 오늘 여행이 무척 편안하고 즐거울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물론 출발할 때의 왁자지껄한 모습을 담고자 했던 애초 계획이 빗나가 아쉽긴 하지만 말이다.

자율성 듬뿍 담긴 박물관 나들이

이윽고 특장버스가 첫 번째 목적지인 용산 전쟁기념관에 도착했다. 야외 분수대를 지나 전쟁기념관 앞에 도착했더니 다른 교통편을 이용해 온 친구들끼리 벌써부터 흥겹게 놀고 있었다. 우리와 같이 도착한 친구들과 어색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웬걸, 처음 만난 사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친화력(?)을 발휘하더니 스텝들을 버리고 ‘자체 투어’에 나서 애를 먹기도.

서로 인사를 마친 후 표를 끊고 입장하려고 보니 궂은 날씨에 사람들이 얼마 없을 거란 예상과 달리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매표소가 있는 곳은 2층, 관람을 위해서는 1층으로 내려가야 하는데 계단밖에 없어 난감해하는 찰라 한쪽에 마련된 경사로가 눈에 띄었다. 메인 통로가 경사로로 마련됐다면 다함께 다닐 수 있어 좋을 텐데 라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전시장을 향했다.

   
▲ ⓒ전진호 기자
   
▲ ⓒ전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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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진호 기자
전시장에 들어서자 각종 조형물들이 눈에 들어온다. 피난시절을 재현해 놓은 인형모형을 보자 다들 신기한지 넋을 놓고 바라본다. 인형마다 담긴 사연(?)을 서로 이야기하며 관람하던 중 군인들이 사용하는 군장을 발견하자 현우(지적장애 3급, 16)군이 장난기가 발동했는지 형주(지적장애 3급, 18)군에게 짊어 메라고 떠민다. 사진사(?)들의 요청에 따라 끙끙대며 경례까지 하는 이들에게 소감을 물었더니 “무거워요.”, “그래서 전쟁나면 안 돼요.”라고 말해 웃음바다가 됐다.

사진 동아리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성현(지체장애 1급, 18)군의 휠체어는 6.25 당시 참전한 미군 지프 앞에서 떠날 줄을 모른다. 장차 자동차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는 성현 군은 군용 지프의 매력에 푹 빠진 모양이다. 활동보조를 담당한 박종관 사회복지사와 머리를 맞대고 앵글을 잡는 모습이 무척 정겨워보였다.

그 사이 다른 친구들은 국산헬기 수리온에 직접 올라 타보기도 하고, 모형 레이더를 직접 조작해보기도 해보며 눈이 휘둥그레 해졌다. 야외 전시장으로 자리를 옮기자 더욱 신나한다. 상륙작전에 쓰이는 전투장갑차도 타보고, 함포도 쏴보고, 서해교전에 참전한 참수리호도 구경하고... 직접 만져볼 수 있는 전시물들이 많으니 다들 ‘호기심 천국’이다.

    ▲ ⓒ전진호 기자     ▲ ⓒ전진호 기자     ▲ ⓒ전진호 기자 대한민국의 심장, 국립중앙박물관 나들이

아쉽지만 발길을 돌려 두 번째 관람지인 국립중앙박물관을 서둘러 찾았다. 박물관 안의 거울못 레스토랑에서 늦은 점심을 마친 후 전시장을 찾았더니 이곳 역시 체험학습을 위해 나온 이들로 들썩이고 있었다. 이렇듯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국립중앙박물관은 영국의 아트뉴스 페이퍼가 조사한 결과 2009년 아시아에서 1위, 전 세계에서 10위를 차지할 만큼 명실상부한 대한민국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본격적인 박물관 탐방에 나서려고 하는 길, 장애인 단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낯익은 얼굴이 보여 안부를 물었더니 장애인 관광가이드에서 실시하고 있는 모니터링을 위해 박물관을 찾았단다. 한국의 얼과 혼이 담겨있는 박물관을 찾은 외국 장애인 관광객에게 중증장애가 있는 가이드가 설명하는 모습을 상상하니 생각만 해도 신이 난다.

짧은 인사를 마친 후 입구로 들어섰더니 ‘수화통역 서비스’ 안내 표시판이 눈에 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청각장애가 있는 이들을 위해 운영하고 있으며, 예약제로 운영한다고. (2인 이상, 전화예약 및 현장접수를 받는다. 문의: 02-2077-9085) 10인 이상 모이면 전문 해설사가 전시해설을 해주고, 전시 물품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영상, 음성안내기도 대여해주고 있지만 자유로운 관람에 방점을 뒀기 때문에 별도로 신청하지 않았다.

   
▲ ⓒ전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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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진호 기자
박물관 투어의 첫 코스는 모두에게 친숙한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주인공들을 만날 수 있는 대영박물관 展 ‘그리스의 신과 인간전’을 찾았다. 제우스, 헤라클레스, 스핑크스 등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신들의 조각상을 보자 다들 ‘이건 누구’, ‘저건 누구’ 꼽아가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내용을 몰라 재미없어하면 어떻게 하나 라는 걱정이 한편으로 사라졌다.

‘분위기 메이커’ 형주군과 현우군은 ‘원반 던지는 사람’을 비롯해 조각상의 몸동작을 따라하며 한껏 들떴고, 성현군과 영범(지적장애 3급)군은 뷰파인더에 조각상을 담느라 정신이 없다. ‘절친’, 혁인(지적장애 3급)군과 우석(지적장애 3급)군 역시 자원봉사자로 참가한 원하나씨의 뒤를 졸졸 쫓아다니며 ‘해설사’ 노릇을 하고 있는 모습이 흥겹기만 하다.

   
▲ ⓒ전진호 기자
한참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관람했더니 다리도 아프고 목도 칼칼해져 전시관 3층에 마련된 카페 ‘사유’를 찾았다. 녹차빙수 한 그릇씩 비우고 조금 쉬었더니 어느덧 붉은 석양이 지고, 헤어져야 할 시간이다.

 

 

서울시 ‘장애인 맞춤 관광 프로그램’는?

서울시는 G20 등 뉴욕 타임즈가 선정한 ‘2010년 가볼 만한 도시 3위’로 선정된 서울을 찾을 외국 장애인 등을 위해 맞춤형 관광코스를 개발, 시범투어를 실시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한벗재단, 한국장애인문화협회,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등 3개 단체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외국인들을 위한 코스 ▲장애아동 등 가족들을 위한 코스 ▲테마 코스 등의 코스를 개발 중에 있다.

서울시는 이 시범투어를 바탕으로 투어 중 나타난 불편사항이나 문제점 등을 개선해 올 연말에는 ‘맞춤형 관광코스’를 확정짓고 관광안내서 및 지도를 제작할 계획이다.

 

작성자전진호 기자  016272962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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