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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여성, 서울의 매력에 빠지다

[기고] 장애인 맞춤 서울 관광 프로그램 개발 3차 시범 투어 체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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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장애인복지기금을 받아 ‘장애인 맞춤 관광 프로그램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한우리정보문화센터는 지난 8월 27일, 세 번째 ‘여성장애인’을 위한 시범 투어를 진행했다. 화창한 여름날 여덟 명의 여성장애인과 함께한 한강유람선-63빌딩-홍대 비보이공연 나들이는 서울의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는 시간이었다.

    ▲ ⓒ 이현석 사진작가 서울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 한강

파리와 런던을 다녀온 이들은 모두 입을 모아 말한다. 센 강이나 템스 강보다 서울의 한강이 더 아름답다고. 늘 곁에 있으면 그 소중함을 알기 어려운 것이 많은데 한강도 그중 하나다. 평소에 잊고 있다가 막상 가보면 ‘정말 좋구나!’ 하게 되는 것도 한강이다.

여러 개의 한강공원이 있지만 여의도한강공원은 정치, 금융, 언론의 중심지인 여의도에 자리하고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으로 접근성이 좋아 직장인과 가족들이 많이 찾는 명소. 봄에는 벚꽃축제, 가을에는 세계불꽃축제가 열리고 다양한 공연과 행사가 이어져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풍부한 휴식공간이기도 하다. 지난해에는 1년간의 재정비 공사를 마쳐 전보다 쾌적하게 변신했다.

장애인 가족들에게 반가운 소식은 그동안 자전거도로와 혼재해 있던 일부 산책로를 완전히 분리해 충돌 등의 위험성이 현저히 낮아졌다는 것이다. 좁았던 산책로도 많이 넓어져 좀 더 여유로운 산책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안내센터에 가면 무료로 휠체어를 대여해주기도 한다.

3차 시범 투어 참가자는 신청을 통해 선정된 8명의 여성 장애인으로, 대부분 지체 장애를 가지고 있는 여성들이다. 다양한 연령대로 구성됐지만 오랜만의 외출에 설레는 것은 마찬가지. 마치 오랜만에 만나는 여고동창생들처럼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워했다.

점심식사를 위해 구름다리를 건너 선상 레스토랑 ‘파라다이스’에 들어설 때는 참가자 모두 조금 들뜬 모습이었다. 창밖으로 평화롭게 흐르는 한강을 보면서 우아한 식사를 하는 것은 연애 시절에나 가끔 있던 이벤트였을 테니 말이다. 후식까지 제공되는 런치 스페셜 메뉴는 가격과 맛에서 모두 만족스러웠다.

   
▲ ⓒ 이현석 사진작가
   
▲ ⓒ 이현석 사진작가
한강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유람선. 요즘 유람선에서는 창밖 경관만 보는 것이 아니라 여러 공연 등을 즐길 수 있는데 이날은 마술쇼가 진행됐다. 아무것도 없던 손수건에서 비둘기가 나오고 파란색의 짧은 끈 하나가 색동 끈으로 끝없이 이어져 나올 때 모두 신기해하며 환호했다.

유람선 2층에는 한강의 역사를 볼 수 있는 전시와 예쁜 사진을 위한 포토존이 꾸며져 있는데 계단으로밖에 이동할 수 없어 장애인들에게는 무용지물었다. 하지만 1층 배 앞머리에 설치된 꽃 장식 아치에는 휠체어로도 이동할 수 있어 인기가 좋았다.

참가 여성들은 서로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주며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냈다. 여의도 선착장으로 돌아오는 70분 코스가 다소 짧게 느껴질 정도였다.

볼거리로 가득한 서울의 상징, 63빌딩

남산타워, 남대문과 함께 서울의 상징으로 꼽히는 63빌딩(현재 정식 명칭은 ‘63시티’)은 1985년 문을 연 후 25년간 '국내 최초'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국내 최초의 수족관, 국내 최초의 아이맥스 영화관, 국내 최초 63빌딩 계단 오르기 대회 등 늘 이색 이슈로 화제를 낳았다. 당시 인산인해를 이루었던 63빌딩을 그저 추억 속의 장소로 기억하고 있다면 변신의 변신을 거듭하고 있는 이곳을 한번 들르길 바란다.

60층 전망대에는 미술관이 들어섰고, 씨 월드는 구조물 일부와 프로그램을 바꿨다. 왁스 박물관과 영화와 공연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63아트홀도 오픈했다. 복합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것이다. 빌딩 내부의 편의시설은 잘 갖춰져 있는 편이라 휠체어장애인들도 이동하기가 수월하다. 모든 관람요금은 장애인은 동반 1인을 포함해 30% 할인이 적용된다.

63빌딩의 첫 코스는 우리나라의 첫 실내 수족관인 씨 월드(Sea World). 들어선지 오래된 만큼 코엑스 아쿠아리움에 비하면 규모나 시설 면에서 다소 부족하지만 인어공주쇼, 물개 쇼, 바다표범 쇼, 수중발레 쇼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고객을 유치하고 있다. 특히 싱크로나이즈 선수가 음악에 맞춰 물고기와 춤을 추는 싱크라이즈 쇼는 참가자들에게도 반응이 무척 좋았다. 손가락을 넣어보는 닥터피시 체험 공간은 시각 장애인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듯하다.

각 층을 이동할 때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수 있지만, 수족관이 있는 지하 1층에는 장애인전용 화장실이 없어 관람 중에 화장실을 이용하려면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올라가야 한다는 점이 불편했다.

씨 월드에서 나오면 전망대로 올라가는 동선이 좋다. 63빌딩 전망대는 2008년 리모델링해 갤러리로 바뀌었다. 해발 264m의 전시장에서 미술품 감상뿐만 아니라 창밖으로 넓게 펼쳐지는 서울의 아름다운 모습도 감상할 수 있다. 창밖 풍경도 하나의 거대한 작품이 되는 공간이다. 곳곳에 쉴 수 있는 의자와 전용 카페테리아가 마련되어 있어 여유롭게 전시를 돌아볼 수 있다.

보통 미술관이 오후 5시에 닫는 것과 달리 개관 시간을 밤 10시까지 연장해 직장인들과 저녁 나들이에 나선 가족들의 호응이 좋다고 한다.

   
▲ ⓒ 이현석 사진작가
   
▲ ⓒ 이현석 사진작가
   
▲ ⓒ 이현석 사진작가
전망대 관람 후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 지하 3층 왁스뮤지엄을 이동했다. 왁스 뮤지엄은 70여 점의 밀랍인형이 있는 500평 규모의 전시관으로 역사적 인물, 예술가, 스포츠 스타들이 실물 크기로 제작돼 전시되어 있다. 입구에는 밀랍 재료와 인형을 만드는 소재들이 소개되어 있어 제작과정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고, 전시실 내에 장애인 전용 통로가 있어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머리카락은 물론 눈동자와 수염까지 너무나 섬세하고 생생하게 재현되어 있어 보는 내내 경탄을 금치 못했다. 김구 선생, 에디슨, 아인슈타인, 피카소, 이승엽 등 우리에게 익숙한 인물들과 직접 만나고 인사를 나누고 온 듯 한 기분이었다.

    ▲ ⓒ 이현석 사진작가 홍대거리에서 젊음을 느끼다

코스 개발 사전 설문에서 여성 장애인들이 가장 바라는 일정 중 하나가 바로 공연관람이었다. 가사나 육아 등으로 문화예술을 만날 기회가 적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투어 마지막 코스는 홍대 앞 비보이전용극장으로 정했다.

언뜻 너무 젊은 취향의 공연이 아닌가 싶지만, 비보이 공연처럼 다양한 관객층을 흡수하는 공연은 많지 않다. 비보이들의 경이로운 몸놀림에 대한 환호에는 남녀노소가 없다.

   
▲ ⓒ 이현석 사진작가
홍대 앞 비보이전용극장은 세계 최초 비보이 전용 극장으로, 현재 공연 중인 <배틀 비보이>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브레이크 댄스와 한국무용이 만나 하모니를 만들어가는 무대다. 한국무용 특유의 우아함과 유려한 곡선이 비보이의 강한 색채와 어우러지며 독특한 매력을 만들어 간다. 비보이 연습생인 남자 주인공과 한국무용을 하는 여자 주인공의 사랑 이야기를 큰 틀로 하고 있지만 그 속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옴니버스 쇼로 표현 버라이어티하게 표현하고 있다.

댄스공연은 처음이라 다소 낯설어하던 참가자들도 신나는 음악과 출연진들의 화려한 움직임이 이어지자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이 공연이 장애인들에게 호응이 좋은 이유 중 하나는 모두 정숙한 분위기로 관람해야 하는 다른 공연과는 달리 온몸을 움직이고 소리 지르며 자유롭게 즐길 수 있다는 점.

흥겨운 리듬 속에서 마음껏 박수 치고 소리 지르고 가끔은 몸을 들썩이기도 하면서 이날 여성 장애인들은 잠시나마 가족에 대한 걱정과 일상의 피로를 잊을 수 있었다. 평소 귀가시간을 훌쩍 넘긴 늦은 시간이었지만 공연장을 나서는 그녀들의 표정은 단비를 맞은 싱싱한 꽃처럼 화사하게 활짝 피어 있었다.
작성자김도란 (자유기고가)  016272962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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